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4)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64화(63/201)
64화 트레이닝
이제 막 해가 떠오르는 시간.
서하는 이른 아침부터 공터에 나왔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공간.
천천히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다시 내쉬며 호흡을 골랐다.
허연 입김이 나타났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흐트러진 호흡을 정돈했다면 이제 굳은 몸을 풀어 줄 차례.
손목과 발목을 돌려 주고 목과 허리도 조심스레 움직였다.
이렇게 두 번 반복해 주면 된다.
물론 과하면 관절이 상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후우.”
부지런히 몸을 풀던 서하는 갑자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스날은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아스톤 빌라를 잡아내며 올해 리그 1위를 확정 지었다.
전문가들과 많은 축구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파브레가스, 나스리, 클리시 등 핵심 전력들이 이탈했음에도 리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양 날개가 잘리고 심장이 사라진 아스날이 선전할 걸 누가 예상했을까.
이 말도 안 되는 성적의 중심에는 서하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운이 좋았지.”
전 생에서는 박싱 데이에 데뷔해 해트 트릭으로 단숨에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아스날을 구원할 특급 유망주, 파브레가스의 빈자리를 메꿔 줄 아스날의 신성, 코리안 지단 등 데뷔하자마자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현재가 좋지.”
망해 가는 팀에 구원 투수로 올라와 팀을 위기에서 구해 낸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시원한 스토리가 훨씬 좋았다.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대비하자는 게 서하의 스타일이었으니까.
지나간 이야기, 돌아오지 않을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했다.
지금은 아침 훈려에 집중할 때.
오늘 오전에는 훈련이 없던 터라 보충해 줘야 했다.
스트레칭이 끝나자 서하는 제 자리에서 두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천천히 속도를 천천히 높였다.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 않은 적당한 속도. 숨은 적당히 차오른다.
“후욱! 후욱! 후욱!”
어느 정도 예열을 끝내자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도 딱히 춥지 않았다.
서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매일 도는 코스로 몸을 움직였다.
아직 이른 시간인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잠이 없는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손을 흔들어 줄 뿐이었다.
서하는 노인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코너를 돌자 다시 제 페이스를 찾으며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후우. 후우.”
조금 거리가 있는 직진 코스.
속도를 높였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끌어내 다음 모퉁이까지 달리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후욱! 후욱! 후욱!”
다시 제 페이스로 돌아왔다.
하지만 심장은 빠르게 요동쳤다.
거친 숨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뛰는 데 방해할 뿐이었다.
어느 정도 숨이 돌아오자 이번에는 지그재그로 달렸다.
원래는 공을 드리블하며 도보를 달렸는데 위험해서 그만뒀다.
서하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훔치며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이렇게 코스를 두 바퀴 돌고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6시 28분. 곧 오겠네.”
다시 공터로 발걸음을 옮긴 서하는 가져온 물로 입가를 적시고 얼굴을 샤워했다.
뜨거운 열기가 가시고 찬 기운을 잔뜩 머금은 수분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들었다.
서하는 젖은 머리를 세차게 흔든 후 기지개를 쭉 켰다.
시간을 조금 때우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졸린 얼굴로 나타났다.
프림퐁과 그 친구들이었다.
“하아아암! 응? 벌써 나왔어?”
“진짜 부지런하네.”
“이따가 학교에서 자게 생겼다.”
“뭔 소리야. 너 학교 안 가잖아.”
프림퐁, 그나브리, 존 토랄, 베예린은 불평불만을 터트리면서도 꾸준히 아침 훈련에 나왔다.
서하는 각자 훈련 도구를 챙겨 온 친구들을 보며 씩 웃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늦긴 뭘 늦어. 네가 너무 일찍 나온 거지.”
“우린 시간을 철저히 지킨다고.”
여전히 죽이 잘 잘맞는 프림퐁과 그나브리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고깔을 설치했다.
“나 먼저 하고 있을 테니 몸 풀고 와. 딱 두 바퀴만 뛰어.”
“그러려고 했어. 가자.”
“하아아암! 그래.”
북적거리던 공터가 다시 조용해지자 서하는 발등으로 공을 가볍게 차올려 트래핑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발로만 하다가 양 발을 번갈아 가며 공을 차올렸다.
일정한 높이와 속도.
툭. 툭. 툭. 툭. 툭.
서하의 얼굴에는 감정이 없었다.
모든 시선과 신경이 공과 발등에 가 있었다.
어느 정도 감각이 올라오자 이번에는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바라봤다가 다시 돌아왔다.
당연히 트래핑은 끝나지 않았다.
공을 보지 않고 일정한 높이와 속도로 차올렸다.
툭. 툭. 툭. 툭. 툭.
흔들지 않는 서하의 다리와 상체.
이제 막 첫 단계를 시작했을 뿐.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개 돌리기를 멈추고 다시 트래핑에 집중한 후 공을 발등에서 양 허벅지로 보냈다.
네 부위를 번갈아 가며 일정한 속도와 높이로 차올렸다.
툭. 툭. 툭. 툭.
리듬이 맞아떨어졌다.
이번에도 익숙해지자 고개를 양옆으로 돌렸다.
기괴한 트래핑이었지만, 서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가슴, 머리, 발뒤꿈치를 이용해 트래핑을 이어 나갔다.
프림퐁과 친구들이 돌아올 때까지 트래핑은 계속됐다.
당연히 서하의 트래핑 훈련을 본 친구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새끼.”
“저게 가능한 거였냐?”
“우리 같은 놈들은 안 되고 천재는 되지.”
“거의 매일 보는데도 저건 진짜 적응이 안 되네.”
다들 혀를 내두르며 묘기에 가까운 트래핑을 바라봤다.
재능의 영역을 아득히 뛰어넘은 트래핑이었다.
보지도 않고 온갖 신체 부위로 일정한 높이와 속도로 트래핑이 가능한 선수는 지구상에 한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트 사커의 지네딘 지단이라 해도 저건 불가능했으니까.
트래핑 훈련을 끝낸 서하는 발뒤꿈치로 공을 툭 치며 머리 위로 넘겨 가슴으로 받았다.
폭포수가 떨어지듯 발등으로 내려온 공은 튀지도 않고 얌전했다.
정교한 볼 컨트롤은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밥 먹듯이 하던 거니까.
“거기서 뭐 해? 훈련 안 해?”
“해야지. 드리블부터 할까?”
프림퐁의 말에 서하는 존 토랄에게 공을 굴리며 대답했다.
“매뉴얼대로 해. 매뉴얼대로.”
“롸져.”
숨을 고른 프림퐁과 친구들은 고깔 사이를 공 없이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첫 번째 코스는 일정한 속도로 정확하게, 다음 코스는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바디 페인팅을 반대로 섞어 주면서 움직이자 고장난 기계처럼 삐거덕거렸다.
“아으.”
“진짜 어렵네.”
처음에는 이 훈련을 굉장히 어려워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잘 따라왔다.
몸에 익으면 익을수록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두 세트가 끝나고 공을 이용해 고깔 사이를 통과했다.
촘촘하게 세워진 고깔들을 통과하지 못하고 쓰러뜨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특히 드리블에 자신이 없던 프림퐁은 이 훈련으로 탈압박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물론 강한 압박을 주무기로 삼는 팀들에게는 어려워했지만, 느슨한 압박에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잡아먹었다.
“윤, 방금 어땠어?”
“많이 부드러워졌네. 더 다듬으면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을 거야.”
드리블 훈련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패스 훈련을 이어 나갔다.
패스 훈련은 간단했다.
투 터치 내로 패스하기.
아스날의 철학인 패스 앤 무브에 익숙해진 선수들이었던 터라 못 따라오는 선수는 없었다.
“자세는 항상 앞을 보고 있어야 해. 그래야 다음 동작을 빠르게 이어 갈 수 있어.”
“윤, 나도 알아.”
“엠마누엘, 알면 실천해야지. 지금도 봐. 또 등을 돌리면서 받으면 백 패스밖에 더 되겠어?”
서하의 지적에 프림퐁은 자세를 바꾸고 왼발과 오른발로 공을 툭툭 친 후 반대편으로 보냈다.
“그렇게 하라고.”
프림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짧고 굵은 패스 훈련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슈팅 연습을 가져갔다.
서하는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면서 공을 몰다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공은 그물망에 상단 걸렸다.
서하는 그나브리의 롱 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하고 공이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때렸다.
공은 정확하게 방금 전에 맞혔던 지점으로 날아갔다.
이 장면을 두 번 더 보여 주자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괴물이네.”
“어휴! 말도 안 되는 정확도야.”
“윤! 받아!”
중앙에 있던 프림퐁이 서하에게 낮고 빠르게 공을 굴렸다.
서하는 발등으로 잡고 설치한 고깔을 상대 선수로 삼아 빠르게 드리블을 시도했다.
경쾌한 발놀림에 먼지가 뿌옇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왼쪽 다리를 중심으로 삼아 가볍게 턴으로 마지막 고깔을 통과한 후, 속도가 살짝 죽은 공을 구석으로 정확하게 때렸다.
골망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서하는 못 볼 걸 봤다는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 너희들 차례야.”
프림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윤, 너처럼 연습하면 방금 보여 줬던 슈팅들, 가능할 것 같아?”
“어느 정도는?”
“말을 말자. 뭐 해? 연습해야지.”
* * *
지루한 수업으로 가득했던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바쁜 파커를 대신해 은디아예가 모는 차를 타고 한적한 카페로 향했다.
카페 건물 자체는 아름답지도 않고 아주 평범했다.
그럭저럭 외관은 봐줄 만했다.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다행히 시간이 시간인지라 손님들은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도 구석에 자리 잡았다.
마실 음료와 간단히 먹을 디저트를 주문하고 스몰 토크를 나눴다.
물론 주제 자체가 16살과 나눌 대화는 절대 아니지만.
“요즘 사업 어때요?”
“나쁘지 않죠. 선수들도 꽤 많이 모았고 직원들도 더 뽑고 잘 굴러가고 있어요.”
은디아예는 여유가 넘쳤다.
서하를 시작으로 알짜배기 매물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나갔다.
서하의 추천도 있었지만, 은디아예의 안목도 빛이 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프랑스와 영국을 수시로 오가며 유망주들을 물색하고 커넥션도 만들며 바쁘게 지냈다.
괜히 에이전트 시장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받은 게 아니었다.
은디아예는 성실하고 타고난 노력가며 고객을 위할 줄 알았다.
그와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전부 만족했으니까.
“다 윤 덕분이죠.”
“그런가요?”
“윤과 계약하지 못했다면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을 거예요.”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포크로 생크림 케이크 앞부분을 살짝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오랜만에 단 음식을 먹으니 입맛이 확 돌았다.
하지만 바로 포크를 내려놓았다.
딱 한 입.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은디아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크림 케이크를 자기 앞으로 가져왔다.
“지독하시네요.”
“지독해야죠. 그래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 그건 맞는 말이죠! 아 참! 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광고 건 기억하시나요?”
“각 리그를 대표하는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모아 축구화 광고를 찍는다는 거요?”
“네, 며칠 전에 모델 섭외가 끝나고 날짜와 로케가 잡혔어요.”
은디아예는 서하에게 서류를 건네며 차분하게 설명했다.
내용은 많지 않았다.
모델은 은디아예의 예상대로 이스코, 마리오 괴체, 스테판 엘 샤라위가 모델로 선정됐다.
촬영 날짜는 5월 말로 넘어갔고 선수들의 대표 나라의 도심에서 촬영하는 2박 3일 여정이었다.
광고료는 보지 않았다.
은디아예는 절대 선수에게 해를 끼칠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서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쁘지 않네요.”
“다행이에요.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런던 이슬링턴구에서 지역 행사가 잡혔는데 주최측은 윤이 참석해 주길 원하는 것 같아요.”
서하는 난색을 표했다.
“행사 바로 다음 날이 울버햄튼과의 홈경기라 힘들 것 같은데.”
“그럼, 거절할게요. 미리 들어왔으면 이브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한 시간 정도만 모습을 비추는 제안을 해 봤을 텐데. 급하게 들어와서 저도 거절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죠. 혹시 또 있나요?”
“네, 아쉽게도 말이죠. 드디어 학교 촬영 일정이 잡혔어요.”
서하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