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5)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65화(64/201)
65화 박싱 데이 (1)
아스날과 울버햄튼의 위상 차이는 굉장히 컸다.
공격진부터 무게감이 달랐다.
로빈 반 페르시 23경기 24득점 4도움, 제르비뉴 21경기 5득점 6도움, 카를로스 벨라 22경기 6득점 8도움.
후보로 나오는 월콧, 아르샤빈, 샤막, 셰인 롱이 득점은 저조해도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나올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여기에 아스날의 돌풍을 이끄는 중원의 사령관, 서하는 22경기 13득점 16도움을 올렸다.
리그 득점 5위, 리그 도움 1위를 달리며 올해의 영플레이어상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스날의 압도적인 승리로 예상했고 선수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이긴다.
우리의 플레이를 보여 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
최근 경기력으로 되짚어 봐도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아스날은 12월에 치러진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으니까.
경기 내용도 훌륭했다.
워낙 공격적인 전술이라 상위권 팀답지 않게 실점이 많은 편이지만, 다득점으로 극복했다.
비대칭 전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실점을 줄여 보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아스날의 약점은 여전히 오른쪽 측면이었으니까.
[프리미어 리그 18라운드 아스날 대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경기!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겠습니다! 아스날의 홈경기. 이번 시즌 아스날은 홈에서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윤이 빠진 마르세유전을 제외하면 모두 승리를 거뒀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윤이 뛴 경기는 거의 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덕분에 아스날이 전반기 리그 1위를 달성할 수 있었죠.] [맞습니다! 이번 시즌 아스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윤이 중심이죠! 드디어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아스날의 선발 라인업을 보시죠. 골키퍼 보이치에르 슈체스니, 미야이치 료, 페어 메르테자커, 로랑 코시엘니, 토마스 베르마엘렌, 미켈 아르테타, 알렉스 송, 서하 윤, 카를로스 벨라, 토마시 로시츠키, 로빈 반 페르시. 감기 몸살로 명단에서 제외된 몬레알을 제외하면 아스날은 지난 경기와 비슷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습니다.] [박싱 데이 첫 경기는 중요하죠. 울버햄튼이 강등권으로 떨어진 팀이라 해도 방심할 수 없거든요.] [맞습니다. 한 방이 있는 팀이죠. 이어서 원정 팀, 울버햄튼의 선발 라인업을 말씀드리겠습니다.]North London forever
Whatever the weather
These streets are our own
And my heart will leave you never
My blood will forever, Run through the stone.
경기 시작 전, 아스날의 응원가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울려 퍼졌다.
부족한 사기를 채워 주려는 듯 팬들은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우와아아아아아!”
응원가가 끝나자 선수들은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와 같은 눈빛으로 울버햄튼 선수들을 노려봤다.
늑대 사냥은 어렵지 않았다.
압도적인 화력이면 충분했으니까.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아스날은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강도 높은 압박은 처음 받아 보는지 울버햄튼 선수들은 허둥지둥대며 뒤로 돌렸다.
“빨리 패스해!”
아스날 선수들은 무작정 압박하지 않았다.
질긴 그물망처럼 촘촘하고 정교하게 옭아매 공간을 줄였다.
패스할 공간이 사라지자 골키퍼는 공을 멀리 걷어 낼 수밖에 없었다.
멀리 걷어 낸 공은 당연히 아스날의 멀대, 메르테자커가 헤딩으로 가볍게 따냈다.
“나이스 커트!”
흘러나온 공을 가져온 코시엘니는 바로 아르테타에게 보냈다.
중앙에서 공을 받은 아르테타는 천천히 공을 몰고 올라왔다.
울버햄튼은 스트라이커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수비로 전환했다.
파이브백으로 깊게 내려앉아서 빈 공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아르테타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해결사는 따로 있었으니까.
“미켈!”
서하의 외침에 아르테타는 방향을 바꿔 측면으로 공을 전달했다.
울버햄튼 미드필더가 따라 나오자 서하는 라인을 따라 공을 굴렸다.
“천천히! 가자!”
몬레알 대신 풀백으로 출전한 베르마엘렌은 제 포지션이 아니었음에도 불편해하지 않았다.
전진 패스보다는 백 패스와 횡패스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 줬다.
다시 공을 받은 서하는 반대편 측면으로 넓게 벌렸다.
오늘의 주요 루트는 오른쪽.
벨라와 료였다.
가슴으로 공을 받은 료는 울버햄튼 선수를 앞에 두고 무리하지 않았다.
기민하게 움직였다.
“료!”
송에게 패스하고 전진했다.
송은 압박에 굴하지 않고 부드럽게 양발로 공을 움직여 압박에서 벗어났다.
“오우우우!”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지 특유의 탈 압박이 제법 잘 먹혔다.
송은 공을 툭툭 몰고 올라가며 주변을 살폈다.
측면에 있던 벨라가 중앙으로 움직이고 료가 사이드를 뛰었다.
기민한 움직임에 울버햄튼의 선수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왜 강등권으로 떨어졌는지 알 수 있는 수비력과 집중력이었다.
송은 신바람을 내며 울버햄튼의 미들 서드로 들어왔다.
서하는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센터백과 미드필더 사이에 서 있다가 받기 좋게 나왔다.
손을 내리며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송은 서하의 신호를 보지 못했는지 갑자기 툭 찍어 올렸다.
“어?”
로빙 스루 패스였다.
뜬금없는 패스에 반 페르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거리도 그렇고 시도 자체가 터무니없었다.
울버햄튼은 수비 라인을 내려서 로빙 스루 패스를 받을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센터백들의 신장도 커서 아래로 줘야 하는데 로빙 스루 패스라니.
송의 무모한 시도는 골키퍼의 품에 안겼다.
“아오!”
서하는 굉장히 아쉬워하는 송을 보며 화를 내지 않았다.
괜히 감정만 상하고 분위기만 흐릴 테니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했다.
“내가 달라고 했잖아.”
“아, 미안. 내가 못 봤어. 다음에는 꼭 줄게.”
“알겠어.”
다짐을 받아낸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높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수비 라인을 높게 올렸던 터라 선수들 간격이 매우 촘촘했다.
울버햄튼 골키퍼는 길게 찰 수밖에 없었다.
“사이드로 벌려 줘!”
아스날은 평소처럼 신중하게 공격을 풀어 나갔다.
아르테타와 세 명의 센터백은 공을 돌리며 볼 점유율을 높였다.
울버햄튼 선수들을 끌어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끌려 나오지 않았다.
늑대들은 인내심이 강했다.
아스날이 들어오길 바랐다.
선 수비 후 역습, 강팀을 상대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전술이었다.
하지만 아스날은 노림수에 당하지 않았다.
베르마엘렌이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이유는 몬레알의 컨디션 저하도 있지만, 뒷문을 단단히 지키기 위함이었다.
“벨!”
아르테타의 외침에 베르마엘렌은 재빨리 슬라이딩 태클로 저지하며 공을 밖으로 내보냈다.
모처럼 역습을 시도한 울버햄튼은 베르마엘렌의 커팅에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다들 집중해! 료! 괜찮아! 동료들 믿고 과감하게 올라가!”
오늘도 팻 라이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격려해주고 위치를 다시 잡아 줬다.
이후 아스날은 일방적으로 울버햄튼의 문을 두드렸다.
울버햄튼은 기회가 나지 않으면 절대 올라오지 않았다.
늑대들은 일정 지역에서만 야수성을 드러낼 뿐 그 외는 조용했다.
서하는 울버햄튼 선수들이 등껍질에 숨은 거북이가 되자 혀를 내둘렀다.
“이거 안 되겠는데.”
서하는 주변을 끊임없이 살폈다.
공간을 활용하고 싶어도 너무 좁아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제르비뉴 대신 출전한 로시츠키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아르테타의 전진 패스를 받은 서하는 사방에서 조여 오는 움직임에 당황하지 않고 측면으로 벌렸다.
패스를 받은 로시츠키는 서하의 침투를 보고 오른발로 툭 방향을 바꿔 보냈다.
“저 녀석을 막아!”
박스 안에서 로시츠키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은 서하는 뒤꿈치로 공을 뒤로 보냈다.
“미친!”
공을 받은 로시츠키가 열린 공간으로 파고들며 슈팅을 가져갔다.
탕!
“오우우우우!”
로시츠키의 빠른 슈팅은 아쉽게도 골포스트 상단을 강타했다.
로시츠키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센스 있는 패스를 준 서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방금 패스 좋았어.”
“고마워. 아무래도 원터치 패스로 뚫어야 할 것 같아.”
“그게 효과적이지. 윤, 다음에는 스위칭 플레이로 흔들어 볼까?”
“좋은 생각이야.”
서하는 로시츠키와 포지션을 바꿔가며 측면을 흔들었다.
서하가 중심을 잡고 중원으로 뿌려 주고 로시츠키는 측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 사람이 물 만난 고기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흔들자 화려한 연주가 펼쳐졌다.
“오우우우우!”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은 아름다웠다.
팬들은 잠시 결과를 접어두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축구를 만끽하며 두 사람의 이름을 연호했다.
팬들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서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정도 좋지만, 결과가, 아직 방점을 찍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막아!”
“사이드! 사이드 보라고!”
“좋아! 버텨! 버티면 돼!”
울버햄튼 선수들은 단체로 약이라도 한 듯 버티고 또 버텼다.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면 리그 꼴찌로 떨어지기에 더욱 악착같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집념이 정말 대단했다.
아스날 선수들도 물러서지 않고 두들기며 공격의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왼쪽만 고집하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나온 오른쪽 루트를 적절하게 이용해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고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하는 거친 숨을 내쉬며 끊임없이 주변을 살폈다.
“나쁘지 않아.”
확실히 시간이 흐를수록 늑대들의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촘촘했던 간격은 벌어졌고 빠릿빠릿했던 움직임도 굼떠졌다.
여전히 압박 강도는 높았으나 이제 전반전 남은 시간은 약 10분.
서하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가장 약한 부위부터 슬쩍 건드려 보기로 했다.
바로 발이 느린 중앙 미드필더들.
이들의 피지컬은 좋은 편이나 테크닉과 속도에 약했다.
서하가 자유롭게 중앙에서 패스를 주고받은 이유였다.
물론 조금이라도 볼 처리가 늦으면 잔디에 쓰러지기 일쑤였지만 괜찮았다.
카드를 하나씩 적립해 뒀으니까.
그러니 체력에 한계가 온 늑대들을 요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윤!”
아르테타의 전진 패스를 받은 서하는 짧은 터치와 페인팅으로 무게 중심을 무너뜨렸다.
비틀거리는 늑대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보냈다.
“……!”
굉장히 당황한 눈치였다.
그는 서하의 유니폼을 잡지도 못하고 그대로 등을 내주고 말았다.
“몸으로 밀어! 빨리!”
말 끝나기 무섭게 몸이 흔들렸다.
강한 충격에 힘이 풀리고 쓰러질 뻔했지만, 이를 악 물고 버텼다.
공을 앞으로 툭 치며 팔을 뿌리치며 나아가 주변을 살폈다.
동료들의 움직임과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왔다.
서하는 중앙으로 패스했다.
반 페르시가 기다렸다는 듯 등을 진 채로 공을 잡고 박스로 침투하는 로시츠키를 확인하고 왼발로 툭 건드려 보냈다.
“……!”
정말 절묘한 코스였다.
센터백들이 공간을 메우지 못한 그 코스로 공이 굴러갔다.
그리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한 로시츠키에게 제대로 걸렸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오른발로 가볍게 파 포스트 구석으로 낮게 깔아 찼다.
역동작에 걸린 골키퍼는 손도 뻗지 못하고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출렁!
전반전 37분에 드디어 선제 득점이 터지자 경기장은 함성 속에 파묻혔다.
선제 득점의 주인공, 로시츠키는 환한 미소와 기쁨을 머금으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서하는 한 골로 급격히 무너지는 늑대들의 모습을 보다가 동료들에게 달려갔다.
늑대 사냥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