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6)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66화(65/201)
66화 박싱 데이 (2)
전반전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1실점으로 아스날의 파상공세를 막아 내고 전반전을 마쳤으니까.
울버햄튼은 승리를 버렸다.
무승부, 무승부가 아니더라도 현재 스코어를 유지하기를 원했다.
전술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전반전처럼 파이브백으로 수비를 촘촘하게 만들고 버티다 보면 기회는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아스날의 약점인 오른쪽 측면 공략을 성공하면 더 좋고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럴 듯한 계획은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아스날은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템포를 높였다.
아스날 특유의 패스 앤 무브가 한층 정교해지고 날카로워졌다.
서하를 중심으로 공을 빠르게 돌리고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빈 공간을 향해 찾아 들어갔다.
“저기 막아!”
“안 움직이고 뭐 해! 젠장!”
“윤! 저 새끼 막아! 제발!”
하지만 울버햄튼 선수들은 어디를 막아야 할지 당황해했다.
특히 서하가 문제였다.
요주의 인물인 서하는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공간을 찾아다니며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았다.
볼 터치는 부드럽게.
볼 처리는 빠르고 정교하게.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까지.
서하의 몸짓과 발끝에 울버햄튼 선수들이 탈탈 털렸다.
“쉽게 놔두지 말라고! 잡아!”
울버햄튼의 수비 라인은 물에 닿은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았다.
정확히는 지키려는 의지는 좋았으나 몸이 잘 따라 주지 않았다.
잡으려 할수록 멀어져 갔으니까.
“윤!”
서하는 등을 진 채 아르테타의 패스를 받자마자 빙그르르 돌며 방향을 바꿔 탈압박에 성공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에 팬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윤! 윤! 윤! 윤!”
자신에게 쏟아지는 찬사에도 서하는 주변을 재빨리 살폈다.
상대가 성급하게 발을 쭉 뻗자 왼발바닥으로 공을 뒤로 보냈다.
부드럽게 오른발 뒤로 굴리며 몸을 틀어 위험 지역에서 벗어났다.
우아한 동작에 상대 입에서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
“미친 새끼!”
서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사이드에서 프리해진 벨라가 손을 번쩍 들자 반대편으로 보냈다.
정확하게 벨라의 발 앞에 떨어지는 공, 벨라는 공을 툭 건드려 오른쪽으로 흘려보냈다.
울버햄튼 풀백이 반응하자 오른발로 잘게 컨트롤한 후 바디 페인팅을 섞어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쏙 집어넣었다.
“……!”
상대를 완벽하게 무력화한 벨라는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로 툭 찍어 올렸다.
거리가 짧은 크로스.
위력적이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이는 신뢰가 깔린 선택이었다.
반 페르시가 센터백 뒤에 있다가 순간적으로 앞으로 잘라 나오며 절묘한 헤딩슛으로 바꿨다.
출렁!
이른 시간에 나온 추가골.
홈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반 페르시의 이름을 연호했다.
반 페르시는 귀에 손을 가져가 대고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서하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로 이름을 알리자 자신도 고유의 세리머니를 만들고 싶다며 준비해 온 세리머니였다.
서하는 고개를 흔들었다.
“로빈, 이건 진짜 별로야.”
“그럴 줄 알고 다섯 개를 더 준비했지!”
의욕이 넘치는 반 페르시.
서하는 걸고 넘어 지지 않았다.
그는 타고난 골잡이었으니까.
이후 공격은 한층 더 쉬워졌다.
서하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격 전개를 펼치며 땅따먹기를 하듯 울버햄튼을 구석으로 몰았다.
“송! 옆으로 돌려!”
“로사! 패스! 굿!”
계획이 틀어진 울버햄튼은 아스날의 파상공세에 대처하지 못했다.
정신없이 맞을 뿐이었다.
“우와아아아아!”
두 번 째 골이 나온 지 불과 5분 만에 세트 피스에서 세 번째 골이 나왔다.
아르테타의 코너킥을 베르마엘렌이 앞으로 잘라 들어와 방향을 살짝 바꾸자 몸싸움을 이겨 낸 코시엘니가 달려와 배로 툭 건드려 골로 연결했다.
코시엘니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잽 두 번, 훅 한 번, 어퍼컷으로 마무리하며 기쁨을 표출했다.
팬들은 아낌 없이 박수를 보냈다.
도서관이라 불렸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모처럼 화려하게 타오르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시선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코시엘니는 관중석을 향해 키스를 보냈다.
아르테타가 코시엘니의 머리를 가볍게 때리며 물었다.
“롤로, 누구한테 하는 거야?”
“비밀.”
씩 웃는 코시엘니.
서하는 여자 친구라고 말하려다가 비밀 연애라는 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이제 스코어는 3대0.
아스날은 아직 배가 고팠다.
더 많은 골을 원했다.
서하는 굶주린 동료들을 도와주고자 프리하게 돌아다녔다.
측면에 힘을 주기도 하고 중앙에서 창의적인 패스로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기도 했다.
울버햄튼 선수들의 반응은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올랐다.
“파울로 끊어 내! 발목 끊어!”
“도대체 뭐 하냐고!”
과감한 드리블 돌파, 감각적인 원터치 패스, 주고받는 패스 플레이, 반대편 전환, 개인기 등.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지 않았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걸 넘어서 막막할 지경.
뒤로 물러서면 패스할 공간이 생기고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가면 뚫리니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파울? 그것도 쉽지 않았다.
눈이 사방팔방에 달렸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안전하게 볼을 처리했다.
서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문제였다.
아르테타는 3선에서 밸런스를 잡아 주며 템포와 조율을 맡았다.
크게 두드러지는 플레이는 없었지만, 조타수 역할을 매우 잘 수행해냈다.
모처럼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받은 료도 활발하게 움직이며 벨라와 함께 좋은 호흡을 보였다.
로시츠키, 반 페르시, 송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모난 사람 없이 정말 잘해 줬다.
“윤!”
로시츠키의 외침에 서하는 하프 스페이스로 파고들었다.
로시츠키는 사이드에서 정확한 로빙 패스로 발 앞에 놓아 주었다.
서하는 자신감을 잃어버린 센터백을 팬텀 드리블로 뚫어 내며 반박자 빠른 슈팅을 가져갔다.
“안 돼!”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절묘한 슈팅이었음에도 골키퍼는 손을 뻗어 쳐 냈다.
하지만 방향이 좋지 않았다.
냄새를 맡은 벨라가 기가 막힌 위치에서 발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아스날의 네 번째 골.
원정 팬들은 풀이 죽은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더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다 내려와! 전부! 측면 비워!”
결국 울버햄튼은 수비 라인뿐만 아니라 미드필더까지 쭉 내려 위험 지역에서 플레이하지 못하도록 촘촘하게 그물망을 만들었다.
역습을 포기하고 수비에 올인해 서하의 플레이메이킹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단 한 명, 올해 데뷔한 16살 소년을 상대로 굴욕적인 버스를 세웠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미 승부의 추는 넘어갔다.
얼마나 덜 먹힐지, 서하에게 덜 농락당할지 그게 더 중요했다.
더 이상의 실점은 팀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테니까.
다만 목숨을 거머쥔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윤!”
송의 외침에 반박자 느린 타이밍에 백 힐로 공을 내주고 박스로 침투했다.
늑대들은 공에 시선이 빼앗겨 서하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아!”
송은 지체하지 않고 감각적인 로빙 스루로 공을 박스에 넣어 줬다.
서하는 절묘한 라인 브레이킹으로 센터백들을 지나 가슴으로 공을 받았다.
“안 돼!”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듯 왼발로 구석을 향해 강하게 때렸다.
골키퍼는 손을 쭉 뻗었으나 한번 바운드되고 튄 공을 쳐 내지 못하고 실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아아!”
아스날의 다섯 번째 골.
서하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쳤다.
고개는 딱 한 번.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지금은 다득점도 중요해.’
맨체스터 시티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앞세워 득실 차에서 아스날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4골 차.
강등권에 있는 울버햄튼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이럴 때 골을 많이 넣어야 했다.
“더 송! 강하게 밀어붙여!”
“좋아! 윤! 나이스 태클!”
아스날은 잘 만들어진 톱니바퀴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서하는 공을 받으러온 벨라에게 내주고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빈 공간이 만들어지고 울버햄튼 선수들이 흔들렸지만,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위협적인 지역으로 움직이는 서하를 막지 않으면 실점이었으니까.
벨라는 서하가 만들어 준 공간으로 공을 몰았다.
“산쵸!”
반 페르시의 외침에도 벨라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늑대들이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벨라는 아웃 프런트킥으로 왼쪽 측면으로 벌려 주었다.
툭.
자로 잰 듯한 롱 패스를 받은 로시츠키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안정적인 퍼스트 터치를 보여 주었다.
로시츠키는 급하지 않았다.
울버햄튼의 빈틈을 살폈다.
“뭐 해! 저 녀석을 막아!”
울버햄튼 골키퍼가 고래고래 소리치며 동료들에게 지시했지만, 듣고 움직이기에는 한발 늦었다.
로시츠키는 서하가 중앙에서 사이드로 올라와 시선을 끌어 주자 과감하게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로시츠키의 과감한 드리블 돌파가 제대로 먹혔다.
짧고 간결한 터치로 한 명, 두 명을 벗겨 내고 센터백 한 명만을 남겨 뒀다.
“우와아아아!”
로시츠키는 욕심 부리지 않았다.
발끝으로 가볍게 툭 건드렸다.
아주 작은 동작이지만, 효과는 매우 컸다.
수비수는 가랑이 사이로 굴러가는 공을 보고 황급히 다리를 오므렸지만, 막지 못했다.
“안 돼!”
골키퍼는 동료들을 믿지 못하고 앞으로 달려 나왔다.
판단은 굉장히 훌륭했다.
냄새를 맡은 반 페르시가 센터백 뒤에서 튀어 나오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서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누가 먼저 닿느냐에 따라 골과 세이브로 이어질 테니까.
갑자기 공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어?”
찰나의 순간, 집착덩어리인 반 페르시의 발이 공에 닿았다.
발등으로 가볍게 툭 차 올렸다.
감각적인 칩슛.
골키퍼는 점프해 팔을 뻗었다.
이미 공은 머리를 훌쩍 넘기며 골문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힘없이 골문을 향해 굴러가는 공.
라인을 넘어가는 데 문제없었다.
“우와아아아!”
반 페르시는 팔을 쭉 펴고 사이드를 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어찌나 힘이 넘치던지 서하를 비롯한 동료들은 따라가지 않았다.
그저 웃을 뿐이었다.
여섯 번째 골이 나왔음에도 아스날은 더 단단하게 옭아맸다.
대신 템포는 낮췄다.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는 터라 체력을 관리해야 했으니까.
공이 잠시 나간 사이 팻 라이스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와 서하를 불렀다.
“윤, 몸은 좀 어때?”
“아직 괜찮아요. 뛸 수 있어요.”
“그럼, 80분까지만 뛰게 할 테니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교체까지 남은 시간은 15분 정도.
서하는 이 시간이 소중했다.
골이 많이 터졌지만, 공격 포인트는 1골 1 도움이었다.
최전방에서 공격을 지휘한 지휘관치고는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공격 포인트는 올릴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올려 둬야 했다.
벤치에서 로시츠키와 송을 빼고 제르비뉴와 샤막을 투입했다.
미드필더 숫자를 줄이고 공격 숫자를 늘렸다.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은 높은 위치에서 울버햄튼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움직여! 더 빨리!”
“좋아!”
이제는 롱 볼 처리도 쉽지 않았다.
탈취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제르비뉴가 측면에서 강하게 압박하자 울버햄튼 풀백은 등을 돌리며 백 패스 했다.
잘못 찼는지 굴러가는 속도가 신통치 않았다.
서하는 재빨리 공을 차단해 지체하지 않고 박스 안으로 넣어 줬다.
반 페르시가 왼발로 가볍게 구석으로 차 넣었다.
또다시 골망이 흔들렸다.
반 페르시는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고 공을 꺼내며 소리쳤다.
“해트 트릭! 해트 트릭! 해트 트릭!”
울버햄튼 선수들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아스날은 박싱 데이를 맞이해 끔찍한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