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7화(6/201)
7화 Le Professeur
서하는 기분 좋은 떨림을 안고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실루엣.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긴장이 절로 풀렸다.
아스날 그 자체이자 영광의 시절을 함께 써내려간 감독.
Le Professeur, 아르센 벵거.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의자에 앉아 자료를 살피던 벵거는 서하를 보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서하에게 다가왔다.
“자네가 윤이로군.”
“예, 감독님.”
벵거는 서하와 악수를 나누고는 안경을 고쳐 쓰며 자리를 권했다.
“앉아서 이야기하세나.”
“감사합니다.”
“훈련장에서 바로 온 건가?”
“아, 네. 그렇습니다.”
“적응하는데 문제는 없고?”
두 사람은 스몰토크를 이어나가며 긴장을 풀어나갔다.
날씨 이야기부터 근황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벵거는 서하가 긴장하지 않고 또박또박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허어. 정말 신기하군.’
보통 어린 유망주들은 자신을 만나면 굉장히 어려워했다.
묻는 말에 예와 아니오를 반복하거나 몸이 굳어서 말이 안 나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윤서하는 달랐다.
“감독님은 요리 좋아하십니까?”
“제 부모님이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이슬링턴구에서 꽤 유명합니다. 시간이 나신다면 한 번 방문해주시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동료들이 잘 대해줘서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단순히 대답만 하지 않고 역으로 물어보기도 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갔다.
마치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확실히 보통 선수가 아니야.’
긴장을 풀어주려고 스몰토크를 시작했는데 이러면 길게 끌고 갈 이유가 없었다.
벵거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윤, 오늘 자네를 보자고 한 이유는 자네가 그동안 어떻게 자라왔는지. 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불렀다네.”
“그렇군요.”
“리저브 팀 훈련은 어떤가?”
서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훈련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 적응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어요.”
“팀원들과 사이는 괜찮은가?”
“네,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제가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고 잘 대해줬어요.”
벵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이가 좋아보여서 다행이로군.”
“엠마누엘 프림퐁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두 사람이 사이가 좋다는 보고는 받았네.”
“하하하. 그런가요.”
서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훈련장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붙어 다녔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물론 그를 싫어하진 않았다.
먼저 다가와준 사람도 프림퐁이고 분위기가 처질 때마다 스스로 나서서 웃음을 주고 에너지를 불어넣는 사람도 프림퐁이었다.
서하는 스스럼없이 다가와준 프림퐁이 정말 고마웠다.
“자네 덕분에 프림퐁이 자극을 많이 받는다더군.”
“아, 개인 훈련을 늘렸다는 말을 들었는데 열심히 하나보네요.”
“재능은 있지만, 심각하게 게으른 면이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자극을 받아서 정말 다행이야.”
서하는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완전 동의했다.
프림퐁은 재능충이었다.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배운 내용들을 응용할 줄 알았다.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지.’
상대가 어떻게 하면 불편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축구 지능도 좋은 편이었다.
서하가 생각하기에는 노력한다면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팀의 미드필더로 올라설 수 있는 선수였다.
‘문제는 게으름과 자만심이야.’
잭 윌셔를 친구이자 라이벌로 생각하면서도 노력하지 않았다.
노력보다 자신의 재능을 믿었다.
구단에서도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축구 신동이라 불리는 서하가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걸 알게 되자 조금씩 바꿔나갔다.
개인 훈련을 늘리고 전술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리저브 팀 코칭스태프에서 프림퐁의 변화를 굉장히 반겼다.
프림퐁이 달라지자 다른 선수들의 자세도 달라졌다.
전보다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개선해나가는 선수들도 많아졌다.
선의의 경쟁.
벵거도 리저브 팀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인지했는지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좋은 현상이야. 적절한 경쟁은 팀을 이롭게 만들지.”
“감독님 말씀이 맞아요.”
“이번 시즌에는 1군으로 콜업되는 선수들이 많아질지 모르겠군.”
“애들이 감독님의 말을 들었다면 정말 좋아했을 거예요.”
벵거는 서하의 말에 피식 웃고는 현재 1군 팀 분위기를 떠올렸다.
자연스레 한숨만 나왔다.
팀의 핵심이자 주장인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다며 구단에 통보했고 사미르 나스리도 구단을 떠나려 했다.
야심차게 영입하려는 선수들도 라이벌 팀에게 뺏기고 있던 터라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처진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강한 충격 요법이 필요했다.
‘윤을 올려볼까?’
재능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며칠 전 비디오 분석에서 봤듯 윤서하는 이미 완성된 선수였다.
‘정말 환상적이었지.’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였다.
패스, 개인기, 드리블, 볼키핑 등 모든 면에서 성인 선수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았다.
또한 감독이 지시한 전술적인 움직임을 200% 발휘할 뿐만 아니라 넓은 시야로 동료들을 이용하는 움직임이 매우 훌륭했다.
무엇보다도.
‘플레이가 아름답지.’
성인 선수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어린 선수가 몇이나 있을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1군에 합류시켜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리저브 팀 감독인 벤필드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
벵거는 고심 끝에 벤필드의 의견을 존중했다.
이제 막 16살이 된 소년이었다.
리저브 팀에 합류한 지 고작 3주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검증이 필요했다.
리저브 리그도 프리미어리그만큼이나 거칠고 속도가 빨랐으니까.
벵거는 조급함을 버리기로 했다.
대신 벤필드를 닦달해 매주 보고서를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벵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성격이 거칠고 괴팍하다는 의견을 봤는데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군.”
“하하하…”
과거로 돌아온 후로 성격 이야기는 어딜 가든 빠지지 않았다.
개과천선했냐는 얼굴로 바라볼 때마다 굉장히 민망했다.
“윤, 지금처럼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걸세.”
“감사합니다.”
“좋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지. 만나서 즐거웠네.”
“저야말로 감사했습니다.”
벵거는 서하를 직접 문밖까지 데려다주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
괜히 선수들이 아버지라 부르며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번 품에 들어오면 끝까지 책임지는 분이었다.
“윤.”
“네, 감독님.”
벵거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드리게.”
“아, 네! 꼭 전해드릴게요!”
서하는 벵거와 악수를 나누고 리저브 팀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와 대화를 나눈 시간은 적었지만, 성공적인 만남이었다.
저번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쭈뼛거리기만 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폈다.
팀원들과의 불화 때문에 불려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인상부터 잘못 남겼지.”
벵거의 눈 밖에 난 서하는 프리 시즌과 아시아 투어에 참가하지 못하고 리저브 팀에 머물렀다.
시즌 중에 1군에 합류할 수 있던 이유는 구단의 조치 덕분이었다.
서하가 리저브 팀의 분위기를 망치자 강제로 1군에 합류시켰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1군 콜업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기억이었다.
사실상 방출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서하는 살짝 기대를 품어봤다.
“이번에는 참여할 수 있을까?”
아시아 투어는 바라지도 않았다.
성인도 안 된 선수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독일 쾰른에 차린 캠프에는 참가하고 싶었다.
구단에서 기대하는 유망주들은 부름을 받고 1군 훈련에 참가했지만, 서하는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고 성격 문제가 튀어 나올까 리저브 팀 선수들과 친목도 쌓았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짓은 일절 하지 않았다.
“반드시 합류해야 해.”
서하가 기를 쓰고 프리 시즌에 합류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프리 시즌에 눈도장을 찍어둬야 1군 콜업에 유리했다.
프림퐁이 1군에 빨리 합류할 수 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프리 시즌에 얼굴을 비춘 프림퐁은 친선 경기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하는 기억을 더듬어 11-12시즌 아스날 1군 스쿼드를 떠올렸다.
영입할 선수들도 포함시켰다.
골키퍼 : 마누엘 알무니아, 보이치에르 슈체스니, 우카시 파비안스키
수비수 : 바카리 사냐, 페어 메르테사커(영입), 토마스 베르마엘렌, 로랑 코시엘니, 안드레 산토스(영입), 세바스티안 스킬라치, 요한 주루, 칼 젠킨슨(영입), 키어런 깁스.
미드필더 : 아부 디아비, 토마시 로시츠키, 미켈 아르테타(영입),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영입), 아론 램지, 알렉스 송, 잭 윌셔, 엠마누엘 프림퐁(콜업), 프랑시스 코클랭
공격수 : 로빈 반 페르시, 시오 월콧, 안드레이 아르샤빈, 제르비뉴(영입), 마루앙 샤막, 요시 베나윤(임대), 미야이치 료, 니콜라스 벤트너
미드필더 자리가 다 찬 것처럼 보이지만, 저건 허상에 불과했다.
아스날은 부상자들이 넘쳤다.
우선 아부 디아비와 잭 윌셔는 장기 부상으로 11-12시즌에 한 경기도 뛰지 못한다.
토마시 로시츠키는 잔부상이 많아 폼을 잃었고 아론 램지는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다.
아르테타와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은 이번 시즌 영입생들이고 프림퐁과 코클랭은 포텐이 터지지 않은 원석이었다.
그러므로 현재 아스날의 주전 선수는 알렉스 송이 유일했다.
“자리는 충분히 난단 말이지.”
유망주가 많은 출장 기회를 부여받을 시기는 이번 시즌뿐이었다.
이미 한 차례 주전 경쟁을 이겨냈던 경험이 있는 서하였던 터라 두 번은 어렵지 않았다.
“윤!”
프림퐁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보스와 면담했다면서?”
“방금 끝내고 나오는 길이야.”
“오! 역시 윤이야. 보스와 일대일로 면담하다니!”
“그런데 넌 웬일이야?”
“나? 나도 당연히 보스와 면담하러 왔지. 혹시 보스가 뭐 물어봤는지 알 수 있을까?”
역시 구단의 기대주답게 프림퐁에게도 면담이 주어졌다.
서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프림퐁과 자신은 맡은 역할 자체가 달랐으니까.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서하는 씩 웃으며 물었다.
“맨입으로?”
“까칠한 녀석. 알겠어. 밥 사줄게.”
“콜!”
프림퐁의 경쟁 상대는 알렉스 송과 프랑시스 코클랭.
프림퐁이 두 사람을 밀어내고 당당히 한 자리를 따낼 수 있을지.
그래서 미래가 바뀔 지.
서하는 그 날이 기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