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1)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71화(70/201)
71화 차출?
서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벵거는 하던 업무를 중단하고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어서 오게. 여기에 앉지.”
“감사합니다.”
“미지근한 물이면 되겠나?”
“네, 주시면 감사합니다.”
벵거에게서 미지근한 물이 담긴 컵을 받은 서하는 한 모금 마신 후 탁자에 내려놓았다.
두 사람은 늘 그렇듯이 소소한 이야기로 말을 주고받았다.
개인사부터 전술 이야기까지.
짧지만, 알찬 시간을 보냈다.
“그렇군. 한쪽으로 몰아넣고 반대편으로 빠르게 전환해 풀어 나간다. 생각보다 효과가 있겠어.”
“윙어들이 1대1에 자신감을 보이니 더 위력적일 거예요. 뚫으면 좋고 뚫리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부담을 많이 줄 테니까요.”
“확실히 자네 의견이 맞아.”
농구 경기에서 착안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의 설명을 들은 벵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지금 바로 적용하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전술 숙지와 선수들 간의 호흡이 절대적이었으니까.
이와 같은 전술이 나온 이유는 현대 축구에서는 위험 지역에서 숫자 우위와 간격 유지를 이용해 밀집 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전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매 경기 주도권을 쥐고 공격을 주도하는 아스날도 두 줄 밀집 수비를 깨뜨리는 데 애를 먹었다.
오히려 맞불을 놓는 팀을 상대할 때 많은 득점이 나올 정도였다.
서하가 빈 공간을 찾아다니며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고 득점 기회를 창출해 준다지만, 한계가 있었다.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소모되고 특히 서하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졌다.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가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면역력이 생겼다.
서하가 막히면 흐름은 답답해지고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이를 보좌해 줄 로시츠키는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여 줬고 벨라는 가진 재능에 비해 경험이 적었다.
몬레알의 하프 스페이스 침투로 재미를 봤지만, 상대 팀들도 의식하고 있어 잘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르코 로이스를 데려온 거겠지. 나 말고 확실한 드리블러가 필요했으니까.’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한 제르비뉴가 4강에 진출하면서 복귀가 더 늦어진 이유도 있었다.
대회가 끝나면 휴가를 가 2월 말에야 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다른 선수들도 여의치 않았다.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출전 시간 부족과 유로 2012 참가로 임대를 떠났고 몇 차례 출전한 로시츠키는 풀타임 소화가 어려웠다.
티에리 앙리는 주전이 아니었다.
선발보다는 교체로 뛰었을 때 위력적이었다.
‘나도 가능은 하지만.’
서하가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측면 배치는 비효율적이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 가담도 좋아 아르테타와 송의 부담을 덜어 줬고 무엇보다도 중앙 장악력이 약해질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아스날은 다음 시즌이 아닌 겨울에 데려오는 조건으로 마르코 로이스를 35M 유로, 한화 490억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벵거가 좋아하는 축구에 어울리는 선수였고 활동량도 많아 제르비뉴, 아르샤빈과 달리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이었으니까.
새로운 전술에 관한 이야기를 끝낸 벵거는 화제를 돌렸다.
“윤, 새로 들어온 선수들과는 잘 지내고 있나?”
“아직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하지 않지만, 이번 주에 롤로의 집에서 파티를 열기로 했어요. 그때 친해지면 될 것 같아요.”
“아까 훈련할 때 잠깐 지켜봤는데 이제 막 합류한 로이스와 호흡이 괜찮은 것 같더군.”
“움직임도 괜찮았어요. 생각보다 동선이 겹치지 않았거든요.”
이 부분은 서하도 조금 놀랐다.
로이스의 플레이 스타일은 잘 알고 있던 터라 받기 좋게 전달했지만, 로이스도 서하가 어떤 속도로, 어떻게 줘야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예전부터 같이 뛴 동료와 축구하는 기분이 들었다.
벵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마 자네와 동선이 겹치는 선수는 많지 않을 거야.”
“으음, 그렇긴 하죠.”
동료들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하가 맞춰 줬으니까.
그래서 서하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경기력 차이가 조금 큰 편이었다.
“티티는 사이가 좋으니 됐고 토로시디스와는 어떤가?”
“많이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팀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죠. 농담도 할 줄 알고. 음,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서하의 긍정적인 평가에 벵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기뻐했다.
“다행이군. 주장단에게 미리 말해 뒀지만, 자네도 많이 도와주게.”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신입생들 이야기도 했으니 자네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지. 요즘 몸은 좀 어떤가?”
“배려해 주신 덕분에 컨디션 조절에는 문제없어요.”
“피곤하다거나 지치지는 않나?”
“아직까진 괜찮습니다.”
서하는 큰 불만이 없었다.
저번 생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에게 패해 8강에서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칼링컵 결승 진출로 경기 수가 늘어나고 일정이 더 빡빡해져서 주전 선수들의 경기력과 체력 관리는 필수였다.
벵거는 여기서 승부수를 던졌다.
칼링컵과 FA컵에서는 로테이션을 돌리고 리그에서는 베스트 일레븐을 출전시켰다.
다행히 전략은 통했다.
리그와 컵 대회를 모두 잡으며 맨체스터 시티의 거센 추격을 떨쳐 내고 컵 우승을 노릴 수 있었다.
“으음, 그렇군. 윤.”
“네, 감독님.”
“어제 한국 축구 협회에서 공문을 보내왔네만.”
“한국 축구 협회에서요?”
“그렇다네. 2월 A매치 기간에 자네를 보내 줄 수 있냐는 협조 공문이었네. 알고 있었나?”
서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번달에 만 17세가 되기 전까지 A매치 경기에 소집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갑자기 말을 바꾼 이유가 궁금했다.
벵거는 심각한 얼굴로 공문을 건넸고 공문을 읽은 서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전달이 되지 않은 걸까?
공문에는 일방적인 차출 요구가 적혀 있었다.
차출 기간은 2월 말, 월드컵 3차 예선 경기가 잡혀 있었다.
하지만 2월 말에는 북런던 더비와 칼링컵 결승전이 열렸다.
아스날에게는 중요한 경기였다.
오랜만에 칼링컵에서 우승할 기회였고 북런던 더비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라이벌리였으니까.
서하는 침착한 표정으로 돌아오며 입을 열었다.
“감독님, 한국 축구 협회에 연락해 보셨어요?”
“오전에 연락해 보니 오늘 안에 답장을 주겠다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
서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 했다.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알겠네. 구단에서도 최대한 알아볼 테니 너무 무리하지 말게.”
서하는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은디아예에게 연락했다.
은디아예도 차출 소식을 받았는지 굉장히 화가 난 목소리였다.
– 우선 한국 축구 협회에 연락해 봤는데 자기들은 저희가 런던에서 약속한 내용을 듣지도 못했다고 하더군요. 하아! 기가 차서 정말. 그래서 제가 협회 관계자에게 받은 계약 복사본을 팩스로 보내고 쏘아붙이니까 그들도 당황했는지 바로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경험이 많지 않지만, 국가 단체가 아마추어 같은 일처리를 보여 준다는 게 말이 되는지.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화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우선 진정하시고.”
서하는 은디아예의 감정적인 목소리에 달래 주려 했지만, 실패했다.
은디아예는 욕만 하지 않았을 뿐.
한국 축구 협회의 일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하는 괜히 부끄러웠다.
간신히 정신이 돌아온 은디아예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서하에게 사과했다.
– 하아, 미안해요. 오랜만에 화가 나니 저도 모르게 윤에게 풀고 말았네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괜찮아요. 이제 진정 좀 됐어요?”
– 네, 말로 풀어 내니 정신이 맑아졌어요.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한국 축구 협회가 어수선하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협회에 무슨 일 있었어요?”
– 굉장히 큰일이 있었죠! 성적 부진으로 국가 대표 팀 감독을 경질하고 거의 반강제로 자국 리그 클럽의 감독을 앉혔거든요. 그것 때문에 말이 많았다던데. 윤은 정말 몰랐어요?
“한국 소식은 잘 모르거든요.”
– 저번에 영국에서 만난 한국 선수들하고 연락한다면서요. 그분들이 말씀해 주지 않으셨어요?
서하는 볼을 긁적였다.
“요즘에는 바빠서 연락할 시간도 없었어요.”
– 하긴 다들 바쁠 시기죠. 그래도 연락해 보세요. 제가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알겠어요. 한번 알아볼게요.”
은디아예와 통화를 끝낸 서하는 진우원과 배지석 중 누구에게 연락할까 고민했다.
그 전에 다시 훈련장으로 향했다.
* * *
집으로 돌아온 서하는 저녁을 간단하게 차려 먹은 후 바로 진우원에게 연락했다.
통화음은 길지 않았다.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이 진우원의 쾌활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오! 새해 인사 메시지 하나 딸랑 보내 놓고 오랜만에 연락하는 서하잖아?
“하하… 바빠서 연락 못했어요.”
– 자주 연락하겠다고 한 사람이 누구더라? 나 섭섭해지려고 해. 저번에 업무차 런던에 잠깐 왔었을 때는 훈련장이라면서 날 물먹였는데…우리 만날 수 있는 거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연락할게요. 다음에 런던에 오시면 근사한 저녁도 사 드릴게요.”
– 좋아! 약속한 거다? 바쁘다고 잊어버리면 안 돼?
“그럴게요.”
– 그건 그렇고. 우리 후배님께서 무슨 일로 내게 전화한 거야?
“혹시 형도 협회에서 공문 왔어요? 차출 공문이요.”
– 아! 당연히 왔지. 너는 왔어?
“네, 저도 왔어요.”
서하의 말에 진우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 저번에 축구 협회 관계자분이 뉴캐슬에 와서 살짝 이야기해 줬는데 너 올림픽 대표 팀으로 차출될 거라고 하던데. 아니었어?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구단에서도 당황한 것 같아요.”
– 으음, 정말 이상하네. 그분 일을 잘하시는데 협회에 전달이 안 됐나? 그럴 리가 없는데.
“협회에서는 몰랐다던데요.”
– 그래? 무슨 일 있나. 협회가 아무리 막장이라고 해도 이렇게 일처리가 어수룩하지 않을 텐데.
지이잉.
잠시 스마트폰을 귀에서 떼니 문자가 하나 들어와 있었다.
서하는 스피커로 바꾸고 문자를 열었다.
[메이사 은디아예]방금 한국 축구 협회에서 연락이 왔어요. 잠시 착오가 있었다면서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네요. 구단에도 말해 뒀다고 하니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아! 조만간 올림픽 대표 팀 감독님이 런던에 오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나폴리 경기가 끝나고 윤과 만날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네요.
협회에서는 착오라고 말했지만, 무언가 일이 있었던 듯했다.
대표 팀 차출 철회 소식을 진우원에게 말해 주자 그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 그러고 보니 영국에 오신 협회 관계자님이 전 감독님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이것 때문에 소통에 차질이 생겼던 걸까?
서하는 기억을 뒤져 보다가 진우원의 말에 동의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알기로는 전 감독님이 비주류 출신이라고 들었거든요. 런던에 오셨던 분도 비주류 출신이었죠?”
– 아마 그럴 거야. 아무튼! 이 문제는 그냥 덮어둬. 우리가 나서 봤자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 괜히 복잡해지기만 하지.
“알겠어요.”
– 잘 생각했어. 아! 저녁 약속 있잖아. 홍 감독님 오셨을 때 어때? 마침 주말이라 다 같이 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