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2)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73화(71/201)
73화 나폴리 (2)
전반전은 득점 없이 0대0으로 마치며 휴식 타임이 주어졌다.
로커 룸으로 들어온 아스날 선수들의 표정은 굉장히 밝았다.
파상 공세를 펼치고도 득점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아스날은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강했다.
최근 득점 기록들을 봐도 전반전 초반과 후반전에 몰려 있었다.
선수들은 초조한 기색이 없었다.
여유롭게 후반전을 준비했다.
서하는 물과 바나나를 섭취하며 로시츠키와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보다 나폴리의 중원 장악력이 많이 떨어지더라. 활동량만 많지 효율적이지 않더라고.”
“그거야 네 움직임이 너무 좋아서 그렇지. 조금만 달라붙어도 거칠게 나오는데 윤, 너는 그럴 기회조차 주질 않잖아.”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지뉴(마르코 로이스의 애칭)나 산쵸의 움직임이 좋아서 볼을 질질 끌 필요가 없더라고.”
로시츠키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서하의 의견에 동의했다.
로이스는 1대1 돌파에 능했다.
독특한 드리블에 이은 과감한 돌파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또한 로이스는 단순히 드리블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축구 지능이 뛰어나고 패스, 슈팅, 침투, 수비 가담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
아스날에서는 서하의 보조자로 역할이 제한되어 있지만, 재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거친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분데스리가에서 보여 주던 플레이를 똑같이 재현했으니까.
수건으로 얼굴을 닦던 로이스는 피식 웃으면서 대화에 참여했다.
“내가 침투하겠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공이 와서 깜짝 놀랐어. 왜 윤을 이블 지니어스라고 부르는지 알겠더라. 내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았어.”
“나는 네가 선호하는 플레이에 맞춰서 준 것뿐이야.”
서하의 말에 로이스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더 대단한 거 아니야?”
“하면 다 돼. 너도 할 수 있어.”
“네 말대로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되겠지. 하지만 너처럼 딱딱 맞춰서 줄 수는 없을 거야.”
서하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플레이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16살 먹은 유망주가 경험이라고 해 봤자 못난 소리만 들을 게 뻔했으니까.
흥겨운 노래를 듣던 벨라도 대화에 참가했다.
“마르지뉴, 넌 정말 행운아야.”
“응? 내가?”
“윤하고 같이 뛰면 엄청 빠르게 성장하거든. 정확히는 내가 가진 잠재력을 끌어낸다고 해야 하나. 원래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함께 뛰면서 정말 많이 늘었거든.”
“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로이스는 금세 수긍했다.
이제 두 경기 정도 맞춰 봤지만, 서하와 함께 뛸 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두드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상한 기분이지만, 싫지 않았다.
아주 미세하지만 조금씩 기량이 늘고 있었으니까.
서하는 잠시 대화에서 빠진 채 벨라를 바라봤다.
아스날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선수라면 역시 벨라였다.
간결한 드리블과 박스 내에서 깔끔한 슈팅을 가져가는 능력만 있던 벨라였다.
하지만 서하와 함께 뛰면서 플레이가 많이 달라졌다.
정확히는 서하가 알고 있던 벨라의 플레이를 끌어낸 것이다.
측면에 있다가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창의적인 패스로 수비를 무너뜨리는 플레이.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보여 준 플레이지.’
괜히 벵거의 아들이라 불린 월콧이 주전에서 밀려난 게 아니었다.
월콧에게는 연계 플레이와 찬스 메이킹이 없었으니까.
월콧과 달리 벨라는 서하와 측면 연계 플레이는 아스날의 제 2옵션으로 불릴 만큼 놀라운 파괴력을 자랑했다.
좌 로이스, 우 벨라, 중앙에 서하가 배치되고 리그 최고의 골게터 반 페르시가 버티는 아스날은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기록으로만 봐도 알 수 있지.’
전반전 슈팅 개수는 총 15개.
그중 유효 슈팅은 9개였다.
나폴리가 실점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나온 수치라 더욱 놀라운 결과였다.
좋은 분위기 속에 벵거는 선수들에게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후반전도 전반전처럼 좌우로 흔들어 주고 마무리만 잘 지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걸세. 절대 방심하지 말고 상대가 워낙 역습에 능하니 언제나 준비해야 하네.”
“알겠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다시 필드로 향했다.
로이스는 숨을 길게 내쉬고는 오른발로 필드를 밟았다.
서하는 이 기묘한 행위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마르지뉴, 의미가 있는 거야?”
“뭐, 내 루틴이지.”
“아, 조금 신기하네.”
“신기하긴. 나는 오히려 루틴이 없는 네가 더 신기한데.”
로이스의 말에 서하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자신에게 있는 루틴이 무엇인지.
훈련 루틴을 제외하면 딱히 기억나는 특별한 행동이 없었다.
기껏해야 머리 손질 정도.
서하는 루틴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히 징크스가 되면 골치 아팠다.
아예 없는 편이 좋았다.
후반전 시작에 앞서 반 페르시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경기에서 깔끔하게 승리하고 다들 편안한 밤을 보내자고!”
“짧고 간단해서 좋네.”
“윤, 넌 꼭 사족을 붙이더라.”
반 페르시의 농담 섞인 불평에 서하는 피식 웃었다.
“그냥 재미있잖아.”
“제발 나중에 네가 주장이 되면 밑에 있는 놈들이 박박 대들었으면 좋겠다.”
반 페르시의 저주에 다들 낄낄거리며 웃어 댔다.
“오오오오오! 오오오오!”
주심의 휘슬에 맞춰 후반전이 시작되자 나폴리는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수비적으로 나왔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함식과 라베시가 미드필더로 내려가 중원을 두텁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측면 수비를 포기하고 중원을 두텁게 만들어 중원을 수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굉장히 효과적인 변화였다.
전반전처럼 서하는 중원에서 마음껏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함식과 라베시가 낮은 지역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타이트하게 압박했기 때문이다.
“좋아! 측면으로 몰아내!”
후반전 초반에는 나폴리의 변화가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또다시 실수를 범했다.
서하에게 너무 신경 쓴 나머지 로이스라는 돌격대장을 윙백과 1대1로 놔두는 결과를 불러왔다.
로이스는 주어진 환경에서 발이 느린 윙백을 신나게 털어 댔다.
서하는 로이스에게 판을 깔아 주기 위해 측면으로 이동하지 않고 최대한 중앙에서 버티며 미끼 역할을 자처했다.
덕분에 로이스는 측면을 완벽하게 파괴하며 크로스, 슈팅, 침투를 마음껏 펼쳤다.
“우와아아아!”
“아니! 저게 말이 돼?”
터프한 드리블 돌파로 윙백과 스토퍼를 무너뜨리고 슈팅까지 가져가자 홈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아스날의 파상 공세에도 나폴리는 무척 끈질겼다.
특히 골키퍼의 위치 선정과 동물적인 반사 신경이 눈부셨다.
수비수들이 맨 마킹을 놓쳤음에도 빠른 판단력으로 온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 냈다.
“오우우우!”
서하의 기습적인 슈팅을 펀칭으로 선방한 골키퍼는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집중해! 사람 보라고!”
골키퍼의 계속된 선방은 경기 흐름을 뒤집기도 했다.
하지만 아스날은 흐름을 내주지 않고 꽉 붙잡았다.
오히려 더 독하게, 철저하게 나폴리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나폴리가 함식과 라베시를 내려 수비를 강화했음에도 서하는 언제 고전했냐는 듯 좁은 공간에 반 페르시와 2대1 패스로 무너뜨리는 멋진 연계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들어가!”
한결 여유가 생긴 서하는 돌격대장 역할을 맡은 로이스와 벨라를 앞세워 경기를 진두지휘했다.
여기에 리그 최고의 골 게터인 반 페르시의 침투까지 더해지자 나폴리의 수비진은 점점 종이 휴지처럼 변해 갔다.
“집중해! 무작정 달려들지 말고! 거리를 두고 막으라고!”
나폴리 골키퍼의 다그침에도 서하는 유유히 빈 공간으로 움직이며 간결하게 볼을 처리했다.
로시츠키도 아르테타와 센터백들을 믿고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나폴리 중원을 종횡무진 누비며 서하가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로사!”
서하가 원터치 패스로 돌려주자 로시츠키는 잡지 않고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로이스를 보고 과감하게 아웃 프런트 킥
최근 컨디션 저하로 폼이 많이 떨어졌던 로시츠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오늘 경기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어김없이 드러냈다.
스토퍼보다 먼저 움직인 로이스는 오른발을 쭉 뻗어 박스 안으로 공을 보냈다.
서하는 니어 포스트로 빠르게 침투해 왼발로 가볍게 건드렸다.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굴러가는 공, 골키퍼가 황급히 다리를 오므렸지만, 이미 지나간 후였다.
공은 하얀색 실선을 넘어갔다.
출렁!
“우와아아아아!”
후반전 16분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제 득점이 터졌다.
서하는 반 페르시의 팔을 뿌리치고 코너 에어리어로 힘껏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을 보여 주었다.
그러고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열성적인 홈 팬들의 환호성은 그칠 줄 몰랐다.
서하가 물줄기를 뚫자 아스날의 공격 작업은 더욱 정교해졌다.
나폴리 선수들이 금이 간 벽을 수리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아스날 선수들은 지독했다.
왼쪽을 막으면 중앙이 뚫리고 오른쪽을 막으면 반대편이 뚫렸다.
환상적인 기점 역할을 보여 준 로시츠키는 오른쪽에서 벨라와 센스 넘치는 연계 플레이로 나폴리 수비를 무너뜨렸다.
여기에 토로시디스가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 옵션을 늘려 주며 두 번째 골을 만들어 냈다.
추가 골의 주인공은 로이스였다.
벨라의 힐 패스를 받은 토로시디스가 얼리 크로스로 파 포스트에 바짝 붙여 줬고 로이스가 센터백 뒤에서 헤딩으로 연결시켰다.
“우와아아아!”
불과 7분 만에 터진 추가 골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챔피언스 리그 데뷔 첫 골을 기록한 로이스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점프해 오른손을 위로 높이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동료들도 달려와 로이스의 데뷔 골을 축하해 주었다.
2대0 스코어를 만든 아스날은 멈추지 않았다.
지옥의 나폴리 원정을 생각하면 최대한 많이 득점해야 했다.
“윤! 로이스! 빠르게 압박해!”
팻 라이스의 외침에 서하와 로이스는 마지막까지 힘을 짜내 나폴리의 빌드 업을 방해했다.
행운이 겹쳐 마렉에게 공이 전달됐지만, 아르테타는 강하게 태클로 끊어 냈다.
“아악!”
함식의 고통스러운 외침에도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정당한 태클로 인정했다.
아르테타는 지체하지 않고 측면으로 벌려줬다.
공을 받은 몬레알이 빠르게 몰고 올라가 로이스에게 패스했다.
서하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나폴리 수비진을 흔들었다.
로이스에게 1대1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순간적으로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자 센터백과 인러가 따라 붙었다.
자연스레 로이스에게 판이 깔렸고 경기 내내 보여 준 시원한 드리블 돌파로 측면을 허물었다.
“우와아아아!”
서하는 함성에 휩쓸려 감탄할 시간이 없었다.
한번 판을 깔아 주었으니 끝까지 책임져야 했다.
로이스와 눈이 마주친 서하는 인러가 로이스를 막지 못하도록 등을 지고 방해했다.
“……!”
서하는 끝까지 막아 내며 로이스에게 길을 열어 주었고 로이스는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하지만 나폴리 골키퍼는 로이스의 멀티 골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듯.
전력으로 몸을 날려 공을 바깥으로 쳐 냈다.
“저리 비켜!”
로이스가 아쉬움을 삼키기도 전에 반 페르시가 흘러나온 공을 왼발 발리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일어서던 골키퍼는 반대편 구석으로 바운드되며 들어가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출렁!
뒤늦게 인러가 발을 가져가 댔지만, 이미 공은 골라인을 넘어선 후였다.
반 페르시는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시즌 35번째 골을 손가락으로 만들었다.
나폴리의 저항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