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3)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74화(72/201)
74화 만남
[경기 종료!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아스날이! 나폴리를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두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습니다!] [사실 아스날은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더 많은 득점 기회가 있었음에도 3득점에 그쳤거든요. 윤서하 선수가 정말 많은 기회를 창출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마지막에는 나폴리가 역습을 가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르테타와 프림퐁이 굉장히 잘 막아 냈죠. 이적생인 토로시디스의 수비도 나쁘지 않았고요. 아스날의 수비가 굉장히 안정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스날의 타이트한 수비가 돋보였죠. 오늘처럼 수비하면 괜찮지만, 아스날은 매 경기 실점해 왔거든요. 3점 차가 생각보다 점수 차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지난 시즌만 해도 아스날은 네 골을 넣고도 무승부를 거뒀거든요. 나폴리 원정을 절대 쉽게 보면 안 됩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윤서하 선수가 해 주지 않을까요?] [하하하! 명쾌한 해답입니다. 이번 시즌 윤서하 선수의 퍼포먼스는 팀의 승패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올라와 있죠! 나폴리 원정에서도 좋은 퍼포먼스로 해외 축구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오늘 경기의 MVP는 챔피언스 리그 데뷔전에서 멀티 골을 넣은 마르코 로이스가 받았다.
로이스는 아스날에 합류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놀라운 적응력으로 팀에 녹아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서하와 완벽한 호흡을 보여 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터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MVP를 놓친 서하는 딱히 실망스럽지 않았다.
오늘 로이스의 퍼포먼스는 환상적이었으니까.
교체로 출전한 프림퐁이 키득거리며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윤, 화났지? 에이! 화났잖아.”
“내가 화난 걸로 보여?”
“쿨한 척하기는. 료, 안 그래?”
멍때리던 료는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긁적이고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프림퐁은 료의 얼굴에 담긴 감정을 읽고는 슬쩍 자리를 옮겼다.
20분을 뛴 프림퐁과 달리 료는 벤치를 지켰다.
료의 경쟁자인 토로시디스는 공수 모두 뛰어난 활약을 보여 주며 사냐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꿨다.
오른쪽 측면 약점이 사라지자 아스날은 더욱 안정적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고 나폴리를 사방으로 조일 수 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오버래핑을 해 주고 수비 복귀도 굉장히 빨랐다.
왕성한 활동량과 뛰어난 피지컬로 불안함을 잠재웠다.
발밑이 좋지 않은 약점이 있으나 아스날에는 볼을 잘 다루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로시츠키와 아르테타가 볼을 운반하고 배급해 주며 토로시디스의 약점을 가려 주었다.
여기에 벨라와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벨라가 중앙으로 들어오면 토로시디스가 적절한 타이밍에 사이드로 들어가 시선을 끌어 주고 벨라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었지.’
덕분에 벨라는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반면 료는 빠른 발을 가졌지만, 들어가고 나올 타이밍 그리고 동료들과 호흡이 좋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벨라가 답답함을 호소했을까.
2월 말에는 주전 풀백인 사냐의 복귀까지 예정되어 있어 료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았다.
토로시디스가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뛸 수 있는 유틸리티 풀백이라 벤치에서 밀려날 확률이 높았다.
서하는 억지웃음을 짓는 료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힘내.”
“고마워.”
아직 포기는 일렀다.
사냐가 완벽하게 회복하려면 3월 중순 정도는 되어야 했다.
료가 경쟁력을 보여 준다면 완전히 밀려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부상 이후 폼이 오락가락하는 키어런 깁스를 대신해 토로시디스가 왼쪽으로 옮겨 가고 료를 사냐 백업에 둘 수 있었으니까.
물론 본인부터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윤! 구단 인터뷰해야 해! 유니폼 갈아입지 말고 와!”
“알겠어.”
아르테타의 외침에 서하는 땀에 젖은 유니폼을 갈아입으려다가 그만 두고 카메라가 돌아가는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 * *
경기가 끝나고 서하는 집으로 가지 않고 은디아예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
경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이었다.
서하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했지만, 당연히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헉! 윤? 혹시 사인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종이하고 펜 주세요.”
“사진도요!”
“사인해 드리고 해 드릴게요.”
“윤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은디아예는 난데없이 벌어진 팬 사인회에 난색을 표했지만, 서하는 팬 서비스를 피하지 않았다.
다행히 팬 사인회는 길지 않았다.
서둘러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돌아온 직원들은 두 사람을 예약한 자리로 안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인 세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 사람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고 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윤서하라고 합니다.”
“오늘 경기를 뛰어서 힘들 텐데 환영해 줘서 고맙네. 올림픽 대표 팀 감독을 맡은 홍인수 감독일세. 이쪽은 대표 팀 수석 코치인 김태호 코치.”
김태호는 대뜸 손을 내밀었다.
“김태호 코치야. 아,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내가 반말은 좀 어색해서 말이야. 너도 편하게 해.”
“그럼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 역시 젊어서 그런지 마인드가 열려 있네. 좋아. 좋아. 아! 우원이는 서로 봤을 테니 따로 소개 안 해도 되겠지?”
진우원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코치님, 저 이 녀석 본 지 진짜 오래됐어요. 개막전에 한 번 보고 그 뒤로 안 봤다니까요?”
“연락은 했을 거 아냐.”
“그야 그렇죠.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는 소개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귀찮게 소개야. 대충 넘어가. 감독님, 배고픈데 밥이나 먹죠.”
김태호의 말에 홍인수는 피식 웃으며 그를 나무랐다.
“아직 소개해야 할 사람이 남았는데 벌써 밥인가?”
“응? 누가 또… 아! 미안합니다. 제가 경황이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임 쏘리.”
김태호는 진심을 담아 사과했고 은디아예는 쿨하게 받아 주었다.
서하는 은디아예를 소개했다.
“이쪽은 제 에이전트인 메이사 은디아예입니다.”
은디아예는 비즈니스 미소를 머금으며 홍인수와 악수를 나눴다.
“스포르트 커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메이사 은디아예입니다. 홍인수 감독님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짧은 영어로 대답한 홍인수 감독은 일행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진우원이 무거운 분위기를 걷어 내고자 살짝 톤을 높였다.
“서하야, 관중석에서 네 경기를 처음 봤거든?”
“아 봤어요? 어땠어요?”
“와! 진짜 말이 안 나오더라. 감탄사만 나오더라니까?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전 지역으로 공을 뿌리는 네 모습을 보고 이게 사람인가 싶었어.”
진우원의 극찬에 홍인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20년 동안 선수 생활 하면서 서하처럼 정확하고 날카롭게 패스를 구사하는 선수는 보질 못했지. 확실히 우리나라에는 없는 유형의 선수야. 선수를 비교하는 걸 싫어하지만 선우보다 공을 더 잘 차는 것 같아.”
“에이! 감독님! 선우는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뛰고 있고 서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그것도 아스날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데 비교가 되나요. 당연히 서하가 훨씬 더 잘하죠.”
진우원의 급반진에도 홍인수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부인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로이스가 MVP를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서하 덕분이었으니까.
높은 축구 지능, 공간 활용도, 동료들과의 호흡, 위치 선정, 패스와 드리블은 말할 것도 없었다.
컴플리트 플레이 메어커였다.
축구 불모지인 한국에 이런 선수가 나온 것은 기적이었다.
“서하야, 목 안 아파?”
“목이요? 목은 왜요?”
서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김태호는 자신의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대답했다.
“경기를 보니까 공이 없을 때도 계속 주변을 살피더라고. 보통 선수들보다 횟수가 많던데 혹시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주변을 살피면서 공을 차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습관이 된 거죠. 물론 다른 선수들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보는 편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구나. 선수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음 동작을 빨리 가져가면 그만큼 시간이 절약되니까.”
“그렇죠. 보통 반 발자국 정도 여유 있는 편이죠.”
홍인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선수들의 위치를 전부 확인하면서 플레이하는 건가?”
서하는 머릿속으로 경기장을 떠올리며 나폴리 선수들과 아스날 선수들을 빠르게 자리에 놓았다.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서하는 주변을 훑으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지나간 정보들을 빠르게 버렸다.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토대로 선수들의 위치와 행동에 따라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빠르게 결정했다.
이건 조금 놀라웠다.
계산해서 플레이한다는 느낌보다는 동물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즉각적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플레이였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저도 좀 신기하네요. 선수들이 무엇을 할지 다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제가 미리 선수들의 성향과 선호하는 플레이를 머릿속에 넣어 두긴 하지만, 제 플레이가 감각적이진 않더라고요.”
서하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고 판단을 내리는지 천천히 설명했다.
“허, 역시 그랬군.”
홍인수 감독은 그제야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우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긴 그래야 네 플레이가 말이 되지. 아니, 말이 되는 건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부 파악하고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게?”
“뭐, 쉽지는 않죠.”
“진짜 괴물이네. 네가 왜 이블 지니어스라고 불리는지 알겠다.”
은디아예는 한국어로 이뤄지는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세 사람의 표정을 보고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서하의 플레이가 평범함을 넘어 정말 특별하다는 걸 깨달은 표정이었으니까.
“다들 저녁 식사하면서 천천히 이야기들 하지.”
주문한 식사가 나오자 조용히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식사 도중에도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음식에 신경을 좀 썼는지 맛은 꽤 괜찮았다.
만족스러운 식사 시간이 끝나고 티 타임으로 이어지자 홍인수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자네를 보자고 한 이유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것도 있고 몇 가지 전달해야 할 사항도 있어서 급하게 잡았네.”
“그렇군요.”
“오늘 자네와 대화를 많이 나눠 보지 못했지만, 나는 자네가 우리 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 성격이 엉망인 우원이와도 잘 지내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거든.”
“감독님! 무슨 말씀이세요!”
“하하! 농담일세. 농담. 어찌 되었든 자네가 올림픽 대표 팀에 합류한다면 분명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나와 김 코치는 그렇게 믿고 있지.”
홍인수의 말에 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올림픽 대표 팀 전력은 국가 대표 팀 전력과 차이가 없었다.
국가 대표 팀 주전이 올림픽 대표 팀 주전이었고 핵심 전력들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었다.
실제로 이 전력으로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거뒀다.
여기에 서하라는 변수가 더해진다면 동메달 이상을 노려 봄직했다.
“이것과 관련해서 며칠 전에 구단 앞으로 차출 공문이 왔었지?”
“아, 네. 맞습니다.”
“협회 내부 사정이 복잡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못 해 주겠지만, 우선 행정 착오로 알아 뒀으면 하네.”
“행정 착오요?”
홍인수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내뱉었다.
“그냥 깊게 알려고 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이해해 줘서 고맙네.”
헛기침을 한 번 내뱉은 홍인수는 몇 가지 전달 사항을 알려 줬다.
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
협회에서 다시 공문을 보내며 전달해 줬던 사항들이었다.
“아, 이걸 말해 주는 걸 깜빡했군. 조만간 대표 팀 감독님께서 자네와 통화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언제 시간이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