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8)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79화(77/201)
79화 결승전 (2)
로커 룸으로 들어온 아스날 선수들은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시종일관 주도권을 쥐고 밀어붙였음에도 리버풀의 끈끈한 수비에 애를 먹었다.
막바지에 나온 서하의 선제 득점이 아니었다면 후반전 분위기는 전반전과 달랐을지도 몰랐다.
서하는 늘 그렇듯 바나나를 한 입 베어물고 천천히 씹으며 로커 룸 분위기를 살폈다.
로커 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최우선 목표였던 선제 득점을 성공했고 우려했던 양 풀백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 주었다.
수아레즈와 캐롤의 호흡도 생각보다 파괴적이지 않았다.
포스트 플레이를 강요받은 캐롤은 저점을 찍었고 뒷공간을 털려는 수아레즈는 움직임만 좋았을 뿐.
공을 잡은 횟수가 굉장히 적었다.
리버풀이 꽤 공을 들였던 측면 공격은 번뜩이는 모습조차 보여 주지 못한 채 수비하느라 바빴다.
‘중앙 미드필더인 헨더슨을 윙어로 쓰고 있으니 당연히 공격이 안 되지.’
달글리시 감독의 시대착오적인 롱 볼 축구는 윙어가 살아나야 위력을 발휘하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현재 리버풀의 윙어들은 전멸한 상황이었다.
지난 AV에서 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은 스튜어트 다우닝은 처참한 퍼포먼스를 보여 줬고 디르크 카윗은 벨라를 막느라 바빴다.
공격할 자원이 없으니 아스날의 불안한 포백 라인을 뚫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반전에 딱 한 번 나온 캐롤과 수아레즈의 연계 플레이는 꽤 매서웠지만 말이다.
서하는 바나나 껍질을 깔끔하게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오! 굿 샷!”
프림퐁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타이밍 좋게 벵거와 코치진들이 로커 룸으로 들어왔다.
벵거는 휴식을 취하다가 경청하는 자세를 잡는 선수들을 손으로 막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편하게 쉬면서 듣게. 전반전은 다들 잘 해 줬네. 비록 득점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플레이들을 보여 준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네.”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벵거의 말에 집중했다.
선수들의 얼굴을 바라보던 벵거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결승전은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닐세. 우리는 결승전까지 올라온 상대를 존중해 줘야 하네. 절대 무시해서는 안 돼. 우리가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순간. 지금까지 쌓아 올린 기반들이 순식간에 무너질 걸세. 이해했나?”
“이해했습니다.”
“좋아. 리버풀은 분명 공격적으로 나올 거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동점 골을 넣으려 하겠지.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네. 자, 우리가 잘하는 플레이가 무엇인가? 끊임없이 볼을 돌려 점유율을 높이고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해 득점으로 만드는 것. 흔들리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플레이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걸세.”
긴 연설에도 선수들의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다.
우승을 향한 열망과 투지.
패배보다는 승리가 익숙한 선수들이었기에 후반전을 임하는 자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벵거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후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결승전 무대를 즐기고 오게.”
* * *
양 팀 모두 전술 변화는 없었다.
예상과 다르게 리버풀은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고 전반전처럼 웅크린 채 들어오길 기다렸다.
“측면으로 몰아내! 윤, 저 자식을 막아!”
레이바가 압박하려하자 서하는 원터치 패스로 빠르게 볼을 처리하며 주변을 살폈다.
결승전에 올라온 팀답게 실점했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측면을 조금 내주더라도 중앙으로 좁혀 서하와 로시츠키에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생각보다 견고한데?”
전반전처럼 틈이 보이지 않자 서하는 슬슬 몸이 풀려가는 깁스를 적극적으로 써먹기 시작했다.
“윤!”
깁스는 몬레알처럼 중앙을 적극적으로 침투해 레이바를 괴롭혔다.
깁스의 움직임만으로도 레이바가 느끼는 수비 부담은 굉장히 컸다.
다우닝이 뒤늦게 달려와 가담해 주지만, 깁스는 서하를 믿고 공을 받은 즉시 돌려줬다.
툭.
서하는 부드럽게 공을 터치했다.
오른발 앞에서 딱 멈춘 공.
레이바가 달려들자 바디 페인팅을 섞은 후 깁스에게 공을 내줬다.
“측면! 측면 막아!”
깁스에게 다시 받아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제르비뉴에게 넣어 줬다.
제르비뉴는 지체하지 않고 위협적인 크로스를 넣었지만, 캐러거가 몸을 날려 공을 걷어 냈다.
짝짝짝짝짝!
리버풀 팬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캐러거에게 박수를 보냈다.
서하는 급하지 않았다.
경기 주도권은 여전히 아스날에게 있었고 리버풀은 파상 공세를 막는 데 급급했다.
동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여유롭게 자신들이 잘하는 플레이를 마음껏 펼쳤다.
“침착하게! 급할 필요 없어!”
“로사! 사이드로 벌려 줘!”
“뒤에! 뒤에 봐! 좋아!”
“윤!”
등을 진 채 서하의 짧은 패스를 받은 반 페르시가 반박자 빠른 타이밍에 기습적인 터닝슛을 가져갔다.
“오우우우우!”
아쉽게도 골문 위를 훌쩍 넘어가며 추가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 페르시는 입술을 깨물었다가 리버풀이 편안하게 빌드 업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제라드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어떻게든 풀어 나가려 했다.
하지만 센터백들은 아스날 공격진의 강한 압박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길게 찼다.
“롤로!”
코시엘니는 캐롤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높이 뛰어 헤딩 경합에서 완벽하게 승리를 거뒀다.
캐롤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캐롤은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선수가 아니었다.
공간 침투에 능한 선수였다.
하지만 달글리시는 빅 앤 스몰을 고집하며 캐롤을 구닥다리로 써먹었다.
파트너인 수아레즈도 마찬가지.
주루와 프림퐁이 수아레즈를 번갈아 가며 마크하자 후반전에는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윤! 윤을 마크해! 젠장!”
제라드의 외침에 레이바가 서하에게 달라붙으려 했다.
서하는 침착하게 왼발과 오른발 원투 펀치로 공을 툭 치고 나가며 쉽게 벗겨 냈다.
“오우우우우!”
제라드가 옆에서 달려들자 서하는 도는 척하다가 발을 내밀자 빠르게 반대편으로 몸을 틀어 공을 몰고 돌파했다.
리버풀의 중앙이 완전히 뚫렸다.
리버풀 박스 안에는 네 명.
하지만 직접 상대할 선수는 정확히 두 명뿐이었다.
캐러거와 스크르텔.
두 센터백은 공간을 좁히며 뺏을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서하는 툭툭 공을 치며 주변을 살피다가 벨라의 순간적인 박스 침투를 보고 공을 툭 찍었다.
공은 스크르텔의 키를 훌쩍 넘겨 발 앞에 정확하게 전달했다.
“……!”
벨라는 제체하지 않고 오른발 슈팅을 가져갔다.
하지만 스크르텔의 태클이 조금 더 빨랐다.
정확하고 깔끔한 태클이었다.
“우와아아아아!”
관중들의 응원을 받으며 제라드는 끝까지 달려가 밖으로 나가려는 공을 발을 쭉 뻗어 잡아냈다.
등을 돌린 제라드는 줄 곳을 찾으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스날의 강한 전방 압박 때문에 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압박해!”
제라드는 툭툭 공을 몰고 나왔다.
박스 안이라 불안했지만, 뺏기지 않을 자신 있었다.
좀 더 치고 나가 더 좋은 패스로 공을 전달하려 했다.
레이바가 화들짝 놀라며 강하게 소리쳤다.
“!$!%!^#*#”
반 페르시가 달려와 압박하자 제라드는 페인팅 모션으로 속이고 발바닥으로 공을 굴려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공을 굴리려는 순간 발이 미끄러지며 무게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반 페르시는 침착하게 공을 꺼내와 스크르텔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하고 그대로 왼발로 감아 찼다.
레이나는 바나나처럼 휘어 들어가는 공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궤적과 속도가 너무나도 완벽했다.
누가 오더라도 막을 수가 없었다.
출렁!
“우와아아아아!”
다시 한번 웸블리 스타디움이 아스날 팬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반 페르시는 야수처럼 포효하며 코너 에어리어를 향해 달렸다.
그대로 점프하며 주먹을 높이 들어 올렸다.
후반전 59분에 나온 추가 골.
그동안 잘 버텨오던 리버풀을 완벽하게 침몰시키는 골이었다.
제라드의 어이없는 실수 후에 실점했던 터라 더 뼈아팠다.
“괜찮아. 아직 시간 많아. 할 수 있어! 포기하지 마!”
캐러거가 동료들을 독려하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칼을 휘두르는 사람은 아스날이고 받아야 할 사람은 리버풀이었다.
서하는 겨우 두 골로 경기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다음 경기도 리버풀전이기에 오늘 철저하게 꺾어야 했다.
아스날은 더욱더 강하게 리버풀을 구석으로 몰았다.
가두리 양식을 운영하듯.
가둬 두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윤!”
모처럼 료가 높은 곳까지 올라와 드리블로 카윗을 벗겨 내고 서하에게 공을 전달했다.
서하는 제라드를 등지고 부드럽게 공을 받았다.
제라드가 뒤에서 강하게 밀며 공을 뺏으려고 했지만, 버텼다.
로시츠키가 제라드 뒤로 돌아 들어가고 레이바가 급히 달려가자 왼쪽에 공간이 텅 비었다.
“패스!”
그 공간으로 프림퐁이 달려왔다.
서하는 프림퐁에게 공을 내주고 왼쪽으로 쭉 달렸다.
프림퐁이 짧은 패스로 서하에게 다시 내줬다.
서하는 숨을 고르며 공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박스 안은 리버풀이 강하게 버티고 있었다.
서하는 무리하지 않았다.
공을 툭툭 몰다가 깁스에게 공을 내준 후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저 자식을 막아!”
서하의 침투에 캐러거가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리버풀 수비진은 순간적으로 제르비뉴의 움직임을 놓쳤다.
서하는 재빨리 재촉했다.
“공 줘!”
깁스는 강하게 압박받는 서하에게 패스했다.
서하는 아크로바틱한 자세에서 오른발 뒤꿈치로 공의 방향을 살짝 바꿔 캐러거의 뒤로 흘려보냈다.
“……!”
공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파고든 제르비뉴에게 정확하게 전달됐다.
다만 터치가 살짝 길었다.
레이나가 다급히 공간을 좁히며 달려 나왔다.
제르비뉴는 과감하게 니어 포스트를 향해 슈팅을 가져갔다.
탕!
하지만 발목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상단 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왔다.
아쉬움을 드러낼 시간조차 없다.
아직 공중에 떠 있는 공의 주인은 가려지지 않았다.
모두가 공을 바라보는 사이.
서하는 움직였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에 정확히 달려가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상체를 뒤로 넘기며 오른발로 강하게 공을 때렸다.
완벽한 도약과 타이밍에 맞물려 공은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리버풀의 골망을 거세게 흔들었다.
서하의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이 득점으로 이어지자 아스날 팬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열광했다.
“우와아아아아아!”
팻 라이스와 코치진들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그야말로 오늘 경기의 화룡점정을 찍는 득점이었다.
서하는 생각보다 높게 떴다가 떨어져서 등이 살짝 아팠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다.
축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아프지 않았던 적보다는 아팠던 날이 더 많았으니까.
남은 시간까지 버틸 수 있었다.
“윤! 이 미친 자식!”
“아.”
반 페르시의 목소리에 서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멋진 골을 터트렸는데 세리머니를 하지 않으면 범죄였다.
서하는 동료들의 팔을 뿌리치며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갔다.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리머니를 마치고 일어나자 동료들이 달려와 서하에게 안겼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아스날 팬들의 기쁨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