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9)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80화(78/201)
80화 넥스트 제너레이션
세 골을 얻어맞은 리버풀은 뒤늦게 빗장을 풀고 나왔지만, 후반 막바지에 터진 수아레즈의 골이 마지막 저항이었다.
삐익! 삐익! 삐이익!
“우와아아아아아!”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자 웸블리 스타디움은 우렁찬 함성으로 뒤덮였다.
우승을 거머쥔 아스날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벤치에 있던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도 전부 뛰쳐나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아스날이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대회는 04-05 FA컵.
프리미어 리그는 03-04였고 칼링컵, 그러니까 EFL컵은 92-93 이후 19년 만이었다.
오랫동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던 터라 선수들과 팬들의 기쁨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서하는 동료들과 축하 인사를 나눈 후 준우승에 그친 리버풀 선수들과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아쉬워하는 표정들을 보고 있으니 내심 기분이 이상했다.
‘11/12 칼링컵 우승의 주인공은 리버풀이었지.’
하지만 아스날이 대신 차지하며 리버풀의 커리어를 지워 버렸다.
미안한 마음은 잠시 들었을 뿐.
서하는 기쁨이 더 앞섰다.
칼링컵 우승은 시작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대회를 우승하게 될 텐데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
이번 시즌 남은 대회는 세 개.
리그, FA컵, 챔피언스 리그.
리그는 2위인 맨체스터 시티와 12점 차로 순항 중이었다.
FA컵은 8강에서 웨스트햄과 붙게 되었고 챔피언스 리그는 16강 2차전을 남겨 두고 있었다.
우승의 기운을 이어 간다면 남은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윤! 여기서 혼자 뭐 해! 빨리 와!”
반 페르시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하의 등을 강하게 때리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서하는 뜨거워진 등 부위를 느끼며 이자까지 합해 돌려줬다.
반 페르시의 입에서 깜찍한 비명이 터져 나오자 동료들은 키득거리며 웃어 댔다.
선수들은 웃고 떠들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가 대회 관계자들이 설치한 단상에 올라갔다.
단상 앞에는 칼링컵 우승 트로피가 높여 있었다.
오늘 경기에 뛴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앞에 섰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선수들을 둘러쌌다.
“내가 아스날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날이 올 줄이야.”
아스날의 레전드, 티에리 앙리는 감격에 겨운 듯 감성에 젖은 얼굴로 트로피를 바라봤다.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선수들은 노장의 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주장인 반 페르시가 나섰다.
“티티, 함께 들어요.”
“로빈, 정말 고마운 말이지만, 트로피를 가장 먼저 들어 올려야 하는 사람은 팀의 주장이야. 나는 네 권위를 흔들고 싶지 않아.”
“티티, 제 권위를 생각해 주는 건 고마운데요. 제가 이 정도로 흔들릴 놈은 아니에요.”
반 페르시의 말에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맞아요! 로빈이 제안했고 저희도 동의한 거예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주변의 계속된 권유에 앙리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좋아. 로빈 다음에 들어 올릴게. 나도 더는 양보할 수 없어. 윤, 네가 받을 주목을 뺏어가게 됐네. 정말 미안해.”
앙리의 사과에 가만히 있던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전 앞으로 우승 트로피를 많이 들어 올릴 거라 괜찮아요.”
“오오오! 역시 윤이야!”
“푸하하! 이런 말을 대놓고 앞에서 할 사람은 윤밖에 없다니까.”
“도대체 저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야?”
“뭐, 좋잖아. 신인의 패기.”
아스날 선수들은 서하의 말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겼다.
리그 우승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있고 다른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뽑아내고 있었으니까.
서하만 부상당하지 않는다면 더블은 거의 확정이었다.
“자자! 잡담 그만하고 트로피 잡아 주세요! 주장이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면 환호해 주면 됩니다.”
협회 관계자의 말에 아스날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화면을 잡아 주던 카메라가 다시 단상을 비추자 아스날 선수들은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폭풍전야를 예고하듯 관중석도 조용해졌다.
“후우.”
반 페르시가 양손으로 트로피를 잡고 높이 들어 올리자 아스날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폭죽과 함께 함성이 쏟아졌다.
반 페르시는 트로피를 앙리에게 건네며 중앙 자리를 양보했다.
앙리는 양손으로 트로피를 잡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자 팬들은 앙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티티, 뭐 해요!”
반 페르시가 등을 떠밀며 재촉하자 앙리는 팬들의 연호를 받으며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우와아아아아!”
반 페르시가 들어 올렸을 때보다 훨씬 더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선수들은 함께 기뻐하며 레전드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앙리 이후 로시츠키를 시작으로 트로피 세리머니를 펼쳤다.
서하의 차례는 금방 돌아왔다.
벨라에게 트로피를 전달받은 서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단상 중앙에 섰다.
서하의 얼굴이 화면에 잡히자 팬들은 이름을 연호했다.
“윤! 윤! 윤! 윤! 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서하는 무릎을 살짝 굽힌 채.
힘차게 쭉 펴며 누구보다 높이, 머리 위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 * *
2월 마지막 날.
이른 아침부터 서하는 은디아예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촬영 세트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마중 나온 제작 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앤드류 머레이입니다.”
“윤입니다.”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준비하죠. 아! 대본은 읽어 보셨나요?”
서하는 대본을 흔들며 대답했다.
“차 안에서 읽었어요.”
“따로 설명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주어진 시간이 적으니 빠르게 이동할게요. 안나, 안내해 드려.”
“절 따라오세요.”
촬영장으로 들어가자 수십 명이 넘는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
세트장 천장에는 검은 우산처럼 생긴 촬영 소품이 설치되어 있었고 벽은 초록색으로 가득했다.
바닥에도 컨셉에 맞는 소품들이 옆에는 설치되어 있었고 새하얀 간이 벽이 세워져 있었다.
역시 세계적인 기업의 광고라 그런지 엄청난 규모였다.
물론 서하는 놀라지 않았다.
저번 생에 짧은 기간이지만,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은디아예가 의아한 얼굴로 말을 걸었다.
“혹시 광고 찍어 본 적 있어요?”
“아뇨.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런 것치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던 걸요? 마치 몇 번 해 본 사람처럼 보였어요.”
“제가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졌나 봐요.”
은디아예는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돼요.”
“윤,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
서하가 고개를 끄덕인 후 문을 열자 화장품 냄새가 확 풍겼다.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가 펴자 스타일리스트들이 서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윤?”
“맞아요.”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선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여기에 앉아 주세요!”
서하는 빠르게 홈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스타일리스트들은 바짝 다가와 서하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 TV에서도 봤는데 윤은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나 봐요?”
“뭐, 그런 편이죠.”
“피부하고 톤도 생각보다 좋은데요? 화장 잘 먹히겠어요!”
서하는 입을 꾹 다물고 그들의 손에 맡겼다.
전문가들도 본업으로 들어가자 수다를 멈추고 붓 터치를 가져갔다.
메이크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워낙 화장을 잘 받았던 터라 금방 끝났다.
헤어도 손질할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살짝만 만져 주면 됐다.
“윤! 정말 멋져요!”
“2년 만 더 지나면 윤을 원하는 여자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질 거예요! 이건 제가 장담하죠!”
두 사람의 칭찬에도 서하는 딱히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을 들은 조감독인 안나가 분장실로 들어와 소리쳤다.
“준비 다 됐으면 나와 주세요!”
서하가 분장실에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머레이가 다가왔다.
“윤, 지금 촬영 가능하죠?”
“네, 가능해요.”
“좋아요. 먼저 개인 촬영부터 하고 마르세유 로케로 이동해 단체 촬영할 겁니다. 에이전트에게 들어서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어요.”
“개인 촬영은 금방 끝날 거예요. 제가 제시한 자세를 그대로 취해 주시면 되고. 으음, 이건 구상에 없던 거긴 한데 제가 칼링컵 결승전을 보고 딱 삘이 왔거든요? 혹시 오버헤드 킥 가능할까요?”
“물론이죠.”
머레이는 한층 밝아진 얼굴로 고마워하며 촬영 장소로 이동했다.
“윤! 중앙에 서면 돼요!”
서하는 홈 유니폼을 입고 축구공을 옆구리에 낀 채 중앙에 섰다.
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작진들에게 소리쳤다.
“자자! 한 시간 안에 끝내자고! 첫 번째 신! 스탠바이! 큐!”
서하는 한 시간 동안 여러 표정과 자세를 바꿔 가며 촬영에 임했다.
머레이 감독은 서하의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와 자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 고개를 살짝만! 좋아요! 입꼬리도 아주 살짝만! 그렇죠!”
서하는 감독의 요구대로 완벽하게 해냈다.
머레이는 어떤 걸 요구해도 해내는 윤을 보며 신이 났는지 조금씩 욕심을 부렸다.
“그림 정말 좋아요! 드리블 자세! 턴! 굿! 와우! 환상적이었어요! 컷! 윤! 고생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서하는 지친 기색 없이 담담한 얼굴로 플래시 세례에서 벗어났다.
은디아예가 수건을 건네려 했지만, 땀이 보이지 않자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윤, 연기 실력이 대단한데요?”
“구단에서 몇 번 영상을 찍었더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바로 출발해요?”
은디아예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 시간 맞추려면 지금 가야죠. 감독님?”
“뒷마무리는 다른 업체에게 맡겼으니 서두릅시다.”
* * *
마르세유에 도착한 서하와 일행은 따뜻한 날씨를 느낄 새도 없이 준비된 차량을 타고 로케 장소로 이동했다.
로케 장소에 도착하니 시장처럼 북적였다.
광고 촬영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팬들이 몰려든 것이다.
덕분에 서하를 태운 차량은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촬영 장소에 도착했다.
머레이는 살짝 초조한 얼굴로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하아. 30분이나 잡아먹었네. 이럴 때가 아니지! 윤! 이쪽으로!”
서하는 머레이의 뒤를 따라 깊숙이 들어갔다.
크고 작은 건물을 헤치고 나아가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런던 촬영장이 삭막했다면 단체 촬영 장소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멋진 바다와 잘 어우러진 풋살 경기장이었다.
경기장 안에는 익숙한 유니폼을 입은 젊은 선수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말라가의 이스코, AC밀란의 스테판 엘 샤라위, 도르트문트의 마리오 괴체가 주인공이었다.
은디아예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서하의 옆구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윤, 제 말이 맞죠?”
“광고주가 말해 준 거 아니에요?”
“시크릿이었다니까요.”
“자자! 서두르죠! 두 시간밖에 안 남았어요! 윤에게는 미안하지만, 바로 들어갈게요. 괜찮죠?”
“네, 괜찮아요.”
“고마워요. 그래도 준비하는 데 5분 정도 걸릴 테니 쉬고 있어요.”
머레이가 빠르게 사라지자 서하는 은디아예와 함께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서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에서 직접 맞붙었던 마리오 괴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역시 윤이었구나! 거봐! 내 말이 맞잖아! 프리미어 리그에는 윤밖에 올 사람이 없다니까?”
괴체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면박을 줬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괴체를 쏘아붙였다.
“네가 언제 윤이라고 했어? 윤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지.”
“맞아! 난 마리오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와!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야?”
세 사람의 투덕거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세 사람의 신경은 온통 서하로 향했기 때문이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 1위를 달리는 아스날의 일등 공신이자 엄청난 파괴력과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머릿속에 이름을 각인한 초특급 유망주.
16살에 데뷔한 유망주라고 볼 수 없는 플레이들을 보고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서하를 직접 상대해 본 괴체는 빠르게 발전하는 서하를 보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서하는 세 사람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기며 인사를 나눴다.
“윤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난 프란시스코 로만 알라르콘 수아레스야. 편하게 이스코라고 불러 줘.”
“나는 스테판 카림 엘샤라위. 만나서 반가워.”
처음 만난 두 사람과 가볍게 악수를 나눈 서하는 괴체와 가볍게 포옹하며 짧은 시간을 활용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각 클럽에서 잘 뛰고 있던 터라 통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서하의 퍼포먼스와 공격 포인트 앞에서는 빛이 바랬다.
서하의 득점 기록을 들은 세 사람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리그에서만 16골을 넣었다고?”
“도움은 21개고?
“아니! 말도 안 돼.”
서하는 세 사람의 반응을 즐기며 슬쩍 슬쩍 자존심을 건드렸다.
특히 괴체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왠지 모르게 괴롭히고 싶었다.
괴체가 고통스러워할 때쯤 제작진에서 네 사람을 불러들였다.
“다들! 모여 주세요! 곧 촬영 시작합니다!”
네 사람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정해진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몇 번의 리허설을 거쳤다.
다른 선수들은 사소한 실수를 반복했지만, 서하는 리허설에서조차 완벽하게 해냈다.
괴체는 혀를 내둘렀다.
“마르코 말대로 진짜 괴물이네.”
“연습하면 다 돼.”
“그게 연습으로 다 됐으면 전부 너처럼 공을 찼겠지.”
리허설이 끝나자 네 사람을 빛내 줄 조연들이 위치에 섰다.
서하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이스코였다.
이스코는 발에 붙어 다닐 정도로 기본이 탄탄한 드리블로 조연들을 벗겨 내고 반대편으로 달리는 괴체에게 정확하게 패스했다.
괴체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공을 툭툭 쳤다.
화려하지 않지만, 민첩한 몸놀림을 보여 주며 조연들을 제치고 중앙에 있던 서하에게 패스했다.
서하가 공을 받자 곧바로 조연들이 달라붙었다.
서하는 침착하게 발바닥으로 공을 앞으로 굴리며 상체를 회전시켜 조연들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깔끔한 레인보우 플릭으로 자신을 막아서는 조연을 돌파하며 박스 안으로 패스를 넣어 줬다.
마지막 주자, 엘 샤라위가 조연의 슬라이딩 태클을 훌쩍 점프해 지나가며 강력한 슈팅을 가져갔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손도 대지 못했다.
골망이 강하게 흔들렸다.
네 선수는 서로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들었고 카메라들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선수가 신고 있던 축구화를 가리켰다.
총감독은 단 번에 사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