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8)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8화(7/201)
8화 신입생들
리저브 팀 훈련장 분위기는 밝고 에너지가 넘쳤다.
“그렇지! 그렇게 한 번 더! 패스!”
“좋아! 정말 잘했어!”
“반응이 약간 늦은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어.”
코치들은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이번 여름에 타 구단에서 새로 합류한 선수들도 팀 분위기에 맞춰 점점 녹아들고 있었다.
‘얘들이 이 시기에 들어왔었구나.’
바로 세르주 그나브리와 헥토르 베예린이었다.
세르주 그나브리는 VfB 슈투트가르트 유스에서 뛰다가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들어온 선수였다.
그나브리의 최대 장점은 순발력과 정확하고 빠른 슈팅이었다.
윙어, 세컨트 스트라이커, 폴스 나인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었다.
올해 만 16살로 한국 나이로는 동갑내기였다.
‘하지만 같이 뛰어본 적이 없어.’
기대만큼 포텐이 터지지 않아 여러 구단을 임대로 전전했다.
그때마다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자 인내심이 바닥난 아스날은 분데스리가로 팔아넘겼다.
놀랍게도 그나브리는 분데스리가로 넘어오자 포텐을 터트렸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상승세를 이끌었고 2년 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며 트레블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금은 리저브 팀 훈련을 따라가는데 급급하지만, 그나브리의 미래를 알고 있는 서하는 그의 합류가 매우 반가웠다.
‘재능은 도망가지 않지.’
독일 국가대표 팀의 에이스까지 성장했는데 재능이 없을 리가.
‘아스날에 어울리는 선수야.’
그나브리는 직선적인 움직임보다는 안쪽으로 파고드는 유형으로 스위칭 플레이에 능했다.
오프 더 볼도 좋고 동료를 활용할 줄 아는 선수라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서하는 빠른 드리블 후 구석으로 꽂히는 슈팅을 보여주는 그나브리를 바라보다 이번에는 헥토르 베예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좋은 선수이긴 한데.’
축구 역사상 최고의 라이트백 중 한 명인 카푸에게 자신의 후계자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풀백이었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스피드였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풀백으로 명성을 날리며 스피드를 이용해 넓은 범위를 커버했고 역습 상황에서 빛을 발휘했다.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에는 윙어였던 터라 드리블 돌파에도 강점을 지닌 선수였다.
또한 찬스 메이킹이 뛰어나고 사이드 침투가 좋은 편이었다.
수비 시 불안한 위치 선정으로 1대1 돌파를 자주 허용하는 점과 크로스가 아쉽다는 점을 제외하면 정말 좋은 풀백이었다.
‘부상 이후에는 기량이 떨어지지.’
십자인대 파열 이후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스피드로 먹고 사는 풀백이 스피드를 잃어버렸으니 기량이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베예린의 엄청난 스피드에 놀라는 선수들을 바라보다가 코치의 외침에 두 볼을 가볍게 두드렸다.
“윤! 준비됐어?”
“네!”
수석 코치의 외침에 서하는 호흡을 고른 후 코치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았다.
원 터치 패스. 투 터치 패스.
군더더기 없고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 실력을 보여줬음에도 코치들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굉장히 안정적이야.”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계산한 걸까?”
“계산했으니 공이 저런 움직임을 보이는 거지.”
안정적으로 패스를 받은 서하는 앞에 놓인 고깔들을 드리블로 빠르게 돌파한 후 슈팅을 가져갔다.
출렁!
공은 우측 포스트 상단으로 빨랫줄처럼 빨려 들어갔다.
스미스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윤! 몸놀림이 굉장히 가벼운데?”
“오늘따라 착착 감기네요.”
“좋아. 다음!”
요즘 기분이 정말 좋았다.
미묘하게 괴리감이 느껴지던 감각은 사라지고 전성기 때처럼 공이 발에 착착 감겼다.
처음 축구를 접했을 때처럼 배우는 재미를 느꼈다.
재미를 붙이니 아무리 고된 훈련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말이지.”
“윤! 공 조심해!”
서하는 머리로 날아오는 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일명 바이시클킥.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거리가 꽤 됐던 터라 속도는 느렸지만, 서하의 화려한 동작에 이은 바이시클 킥에 동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
“미친!”
“저걸 반응한다고?”
서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옷을 털고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공을 피할 생각이었다.
무리하다가 다치면 손해였으니까.
하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때려버렸다.
프림퐁은 서하의 머리를 강하게 헝클어뜨리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 자식은 자기가 주인공인 줄 안 다니까! 맞아 안 맞아?”
서하는 당하고 있지 않았다.
바로 헤드락을 걸었다.
“아악! 항복! 항복! 항복한다고!”
두 사람의 촌극에 훈련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자자! 다시 훈련에 집중해!”
훈련장은 다시 뜨거워졌다.
선수들은 1군으로 올라가고자하는 열망을 담아 훈련에 임했고 코치들도 이에 화답하듯 몰아붙였다.
과열될 조짐을 보이면 닐 벤필드가 적절하게 나타나 끊어주었다.
세션이 끝나고 휴식이 주어졌다.
서하는 프림퐁과 함께 기존 무리들에 어울리지 못하는 신입생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
그나브리는 서하를 보더니 움찔거리다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 안녕.”
“난 서하 윤이야.”
“쎄오하 윤?”
발음이 어려운지 이름을 어눌하게 말하자 서하는 정정하지 않고 호칭을 알려줬다.
“그냥 편하게 윤이라고 불러.”
“아, 윤. 윤. 좋아. 윤.”
“에헴! 난 엠마누엘 프림퐁! 곧 1군으로 갈 남자지!”
프림퐁이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말하자 그나브리는 굉장히 부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그나브리의 시선은 서하에게 가 있었다.
얘가 왜 여기에 있나 싶을 정도로 오늘 서하가 보여준 움직임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그동안 동 나이 대에서는 축구를 가장 잘한다고 생각했던 그나브리는 서하라는 벽을 만나자 살짝 좌절하고 말았다.
모든 면에서 자신을 앞섰으니까.
그나브리의 심정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할 서하가 아니었다.
위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재활 훈련 때 사람들의 위로의 말이 가장 힘들었지.’
이럴 때는 빠져주는 편이 좋았다.
서하는 웃고 떠드는 프림퐁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신호를 받은 프림퐁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들이라면 환장할 관심사를 꺼냈다.
“혹시 축구 게임 좋아해?”
“축구 게임? 당연히 좋아하지!”
“그럼, 끝나고 우리 집에 와서 게임 할래?”
“정말 그래도 돼?”
“당연하지!”
“응 갈게!”
그나브리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얼굴로 프림퐁을 바라봤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서하는 베예린에게 다가갔다.
베예린은 같이 이적해 온 존 토랄과 떨어져 있었다.
서하가 다가오자 베예린은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인사했다.
“윤이라고 했지? 반가워. 난 헥토르 베예린이고 얘는 존 미켈 토랄 하퍼야.”
“존 토랄이야.”
“난 윤이야. 만나서 반가워.”
세 사람은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동갑내기였던 터라 서로 통하는 것이 많았다.
“오늘 훈련은 어땠어?”
“훈련 첫날이라 잘 모르겠지만, 훈련 방식이나 시설은 바르셀로나에 밀릴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맞아. 나도 그렇게 느꼈어.”
“구단이 선수 식단까지 통제하는 건 이상하지만, 적응해야지.”
서하는 두 사람의 말을 정정했다.
“완전 통제하는 건 아니야. 케첩 같은 당분류를 식단에서 제외하는 거지.”
“아하! 그렇구나.”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도울게.”
“윤, 정말 고마워!”
“훈련할 때는 살벌하게 하더니 너 정말 착한 녀석이었구나?”
“내가 그랬나?”
서하는 두 사람의 고충을 들어주고 거들어주며 거리를 좁혔다.
덕분에 존 토랄이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에이스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발재간도 좋고 몸놀림이 좋아보였는데 왜 못 뜬 거지?’
뭔가 큰 사고가 있었나.
전 회 차에서는 이름만 들어본 선수였던 터라 커리어는 기억하지 못했다.
“윤, 넌 언제부터 있었어?”
“7살 때 입단했으니 11년 됐네.”
“리저브 팀에 아스날이 몰래 키운 비밀 병기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너였구나?”
토랄의 말에 서하는 살짝 놀랐다.
“내가 비밀 병기라고?”
“정말 몰랐어? 너 라리가 구단 사이에서 엄청 유명해.”
“스페인뿐만 아니라 빅 리그에서 널 모르는 구단은 없을 걸?”
“그런가.”
서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윤, 혹시 최근에 오퍼 들어온 거 없어?”
베예린과 토랄이 눈을 반짝거리며 묻자 서하는 볼을 긁적였다.
“글쎄. 없는 것 같은데.”
“응? 그럴 리가.”
“아스날이 엄청 감싸는 유망주를 탐내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아마 아버지가 거절하지 않았을까 싶어. 아버지는 내가 아스날에서 데뷔하길 원하시거든.”
“아아. 그럼 이해가 되지.”
“맞아. 맞아.”
성인이 될 때까지 에이전트를 두지 않았던 터라 현재 모든 업무는 서하의 아버지가 담당했다.
덕분에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윤! 오늘 그나브리하고 게임하기로 했는데 너도 올 거지?”
서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두 사람에게 제안했다.
“너희도 올래?”
“우리도?”
“정말 가도 돼?”
프림퐁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당연하지! 게임은 같이 즐겨야 재미있는 거야! 근데 너희 게임 잘 해?”
“축구 게임 말하는 거지?”
“응!”
“으음, 어느 정도는 하는 편?”
“나도 꽤 하는 편이야.”
프림퐁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좋아! 실력을 가려보자고! 윤! 넌 꼭 와야 된다. 알지?”
“걱정하지 마. 갈 거야.”
“흐흐흐! 이번에는 꼭 이겨주마!”
서하는 코웃음을 쳤다.
“77전 0승 77패 따리가?”
“이번에는 다르다고! 그나브리가 필살기를 알려줬거든!”
“마음대로 해 봐. 다 받아줄게.”
“윤, 지고 질질 짜지나 말라고.”
“누가 할 소릴.”
당연히 빠질 생각은 없었다.
축구 게임이라면 환장할 정도로 좋아했으니까.
“자! 휴식 끝! 다들 여기로 모여.”
수석코치인 스미스의 말에 웃고 떠들던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스미스는 선수들을 바라보다가 차례대로 호명했다.
“윤, 베예린, 샘, 로버트 레드 조끼를 입고…프림퐁, 토랄, 맷, 그나브리는 블루 조끼를 입어.”
프림퐁이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코치님! 혹시 청백전이에요?”
“지난 청백전에서는 6대6이었다면 오늘은 11대11이다. 경기 시간은 똑같이 전후반 20분이고 각 팀의 주장은 좋아. 블루는 프림퐁이고 레드는 윤이 맡는다.”
프림퐁은 연신 나이스를 외쳤지만, 서하는 덤덤한 얼굴이었다.
스미스는 슬쩍 서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긴 팀은 훈련장 정리 면제!”
“오오오!”
“거친 태클은 최대한 자제하고 쓸데없이 공을 머리 위로 날리지 않도록 해. 머리 위로 넘길 때마다 평가지에 감점 줄 테니까 주의하고.”
“네!”
“작전 시간은 10분 줄게. 다들 각자 팀으로 모여.”
“예!”
선수들은 열의에 가득 차 있었다.
서하는 바로 합류하지 않고 축구화를 고쳐 신었다.
그러자 프림퐁이 서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폼을 잔뜩 잡았다.
“윤, 축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줄게!”
서하는 피식 웃었다.
“그거 기대가 되는걸.”
“너 설마 나 무시하는 거야?”
“무슨 말이야. 난 정말 기대하고 있어. 네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하거든.”
“난 또 놀리는 줄 알았네. 아무튼 기대해! 내가 왜 1군 선수인지 똑똑히 알려줄게!”
프림퐁은 자신감에 찬 얼굴로 블루 조끼를 입은 팀원들에게 다가가 무언가 작전 지시를 내렸다.
진지하게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을 본 서하는 기꺼이 도전을 받아주기로 했다.
서하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베예린이 다가와 물었다.
“윤, 우린 어떻게 할까?”
“전반전은 하던 대로 해보자. 자기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거지.”
“자유롭게 말이지?”
“응,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
“좋아.”
서하는 프림퐁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 정말 기대했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부숴주고 싶었다.
절대 1군으로 간다고 자랑하는 모습이 꼴사나워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