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81)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82화(80/201)
82화 당하고는 못 살지
3월 22일.
프리미어 리그 29라운드 에버튼전.
에버튼은 리그 7위를 달리며 6위인 첼시를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안정적인 수비력과 끈끈한 조직력이 돋보이는 팀으로 전반기에 만났을 때는 반 페르시의 멀티 골로 간신히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양 팀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아스날이 이긴다면 승점 70점 고지에 오르고 2위인 맨체스터 시티를 15점 차로 따돌리게 된다.
하지만 에버튼이 이긴다면 첼시와 승점 동률이 되고 득실에 따라 5위와 6위가 바뀌었다.
무승부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
오로지 승리뿐.
에버튼은 아스날을 구디슨 파크로 불러들였다.
쿵! 쿵! 쿵! 쿵!
일정한 박자에 맞춰 팬들의 발 구르기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원정 로커 룸에 있던 아스날 선수들은 홈 팬들의 열정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감정을 절제하고 임무를 떠올리며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조용히 구석에 박혀 전술지를 보던 서하는 복귀 경기를 가지는 선수들을 살폈다.
마르코 로이스, 미켈 아르테타, 나초 몬레알은 긴장한 기색 없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던 터라 경기 감각이 걱정됐다.
서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반 페르시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몸은 좀 어때?”
“나쁘지 않아. 쉬다 와서 그런지 오히려 더 좋은 부분도 있고.”
아르테타의 대답에 반 페르시는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절대 무리하지 마.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로빈, 걱정해 줘서 고마워.”
반 페르시는 아르테타 몰래 서하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서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시즌 초중반까지는 겉도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서하는 좋은 변화라고 여겼다.
리그 우승에 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신뢰를 받는다면 아스날을 떠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경기 시간이 가까워지자 코치진이 로커 룸으로 들어왔다.
벵거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행운을 비네.”
* * *
경기장으로 입장하자 밤하늘 아래로 푸른 물결이 잔잔하게 흘렀다.
홈 팬들은 응원가를 목 놓아 부르며 승리를 기원했다.
“후우.”
서하는 조용히 호흡을 고르며 자리를 잡았다.
주심이 휘슬을 불자 앞으로 빠르게 달렸다.
서하를 필두로 아스날 선수들이 전부 에버튼 진형으로 달려갔다.
에버튼 선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공을 뒤로 보냈다.
골키퍼, 팀 하워드까지 전달됐다.
하워드는 망설이지 않고 길게 가져갔다.
아르테타가 수비진에게 소리쳤다.
“자리 잡아!”
아르테타의 외침을 듣고 움직인 베르마엘렌은 낙하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마루앙 펠라이니가 엄청난 점프력을 보여 주며 헤딩으로 공을 따냈다.
“잡아!”
에버튼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흘러나온 공을 향해 달렸다.
아르테타가 다급히 달려갔으나 먼저 움직인 에버튼 선수들이 좀 더 빨랐다.
공을 잡은 팀 케이힐은 지체하지 않고 측면으로 공을 보냈다.
텅 빈 오른쪽 사이드로 레이턴 베인스가 뛰었다.
레이턴 베인스는 발을 쭉 뻗어 아슬아슬하게 공을 살려 냈다.
사냐가 즉시 달라붙자 공을 왼쪽으로 툭 차 놓고 그대로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헤딩 조심해!”
아르테타의 외침과 동시에 아스날의 박스 안으로 펠라이니와 팀 케이힐이 침투했다.
베르마엘렌과 코시엘니가 달라붙어 공중 볼 경합을 벌였다.
베르마엘렌은 이번에도 펠라이니에게 밀리며 볼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방해하는 데 성공했다.
펠라이니의 헤딩슛이 골대 위를 훌쩍 넘어갔다.
좋은 기회가 날아가자 홈 팬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우우우우!”
아쉬움도 잠시.
홈 팬들은 멋진 크로스와 헤딩슛을 보여 준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아르테타는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먼저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안심하면 안 돼! 끝까지 같이 뛰어 줘야 해! 쟤들은 계속 이런 공격 패턴으로 들어올 거야! 헤딩은 내주더라도 세컨드 볼을 우리가 따내야 해! 알렉스! 빠르게 가담해 줘! 나 혼자서는 다 커버하지 못해.”
“그럴게.”
“다들 알고 있겠지만, 펠라이니의 팔꿈치를 조심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펠라이니의 더티 플레이는 선수와 팬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했다.
데뷔 시즌부터 교묘하게 팔꿈치로 상대 선수들을 가격해 왔다.
주심들은 반칙 장면을 보지 못하고 경기를 진행할 때가 많았다.
웃긴 건 선수들이 다쳤음에도 사후 징계가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팔꿈치 마스터였다.
하지만 아스날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에버튼의 공격 루트는 정직했다.
롱 볼로 공을 따내고 측면으로 보내 레이턴 베인스의 크로스로 우당탕탕 득점하는 패턴.
알면 막기 쉬웠다.
아스날은 침착하게 공을 돌리며 볼 점유율을 높여 갔다.
“우우우우우우!”
아스날이 지루하게 볼을 돌리자 홈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에버튼 선수들은 압박하지 않고 자리를 잡은 채 기다렸다.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 간격이 매우 좁고 촘촘해 뚫기 어려웠다.
서하는 무리하지 않고 아래로 내려와 아르테타에게 공을 받았다.
서하가 후방에서 공을 잡자 에버튼 수비 간격이 조금 벌어졌다.
서하는 급하지 않았다.
아르테타와 공을 주고받으며 에버튼 선수들을 끌어내려 했다.
“영 움직이질 않네.”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팀 케이힐의 압박은 두렵지 않았다.
여러 명이서 조직적으로 압박할 때 강하지, 혼자서는 체력만 소모하는 플레이였다.
압박하는 지역이 생각보다 낮자 서하는 천천히 몰고 올라갔다.
미들 서드에 도달하자 펠라이니가 강하게 압박하러 나왔다.
서하가 빠르게 사이드에 있던 몬레알에게 공을 전달하고 전진하려던 순간.
퍽!
갑작스러운 충돌에 서하는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크윽!”
단단한 바위와 날아와 부딪친 듯 오른쪽 가슴 부위가 굉장히 고통스러웠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서하가 일어서질 못하자 몬레알은 공을 밖으로 내보냈다.
주심도 재빨리 달려와 서하의 상태를 살폈다.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자 주심은 의료진을 불렀다.
아스날 의료진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서하에게 말을 걸었다.
“윤, 호흡은 어때? 쉴 수 있어?”
“지금은… 괜찮아요.”
“좋아. 부상 부위를 확인할게. 이쪽? 아니면 아래쪽?”
“조금 더 위. 으윽.”
“후우, 다행히 만져 보니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았네. 물론 자세한 건 찍어 봐야 알겠지만, 아마 괜찮을 거야.”
팀 닥터는 우선 부상으로 추측되는 부위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고통이 잠시 사라졌다.
서하는 팀 닥터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우선 나가서 걸어 보자.”
“알겠어요.”
서하는 물을 마시며 팀 닥터와 함께 필드를 빠져나왔다.
주심은 펠라이니에게 구두 경고를 줄 뿐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핵심인 서하가 빠지자 아스날은 굉장히 신중하게 공을 돌렸다.
에버튼은 이때 싶어 적극적으로 볼을 뺏으려 압박했다.
하지만 아르테타의 노련한 패스와 송의 탈압박으로 볼을 뺏기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몸은 어때?”
“이제는 아프지 않아요.”
팀 닥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 조치를 취하며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갑자기 아파질 수 있으니 바로 말해 줘야 해.”
“그럴게요.”
서하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들어오라는 신호를 받은 서하는 동료들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는 사이드에서 공을 받았다.
이번에도 펠라이니가 달려왔다.
하지만 서하는 피하지 않았다.
당한 건 갚아 줘야 속이 풀렸다.
물론 지네딘 지단처럼 머리로 박을 생각은 없었다.
‘예전이야 그렇게 했지만.’
그건 팀을 망치는 지름길이었다.
지능적으로 접근해야 했다.
서하는 분노를 잠재우고 냉정하게 계획을 세웠다.
가장 굴욕적으로, 팀에게 찬물을 끼얹는 장면을 만들려면 약간의 작업이 필요했다.
먼저 헛다리 짚기로 펠라이니를 자극했다.
“오.”
이른 시간에 경고를 한 번 받았던 터라 펠라이니는 인상을 찡그릴 뿐 거칠게 압박하지 않았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하가 전진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이걸 참아?”
서하가 툭툭 공을 건드리자 펠라이니는 주춤거리며 꾹 참았다.
애써 인내심을 발휘하는 모습이 갸륵했지만, 서하는 칭찬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줬다.
자세를 살짝 낮추고 상체 페인팅을 주며 슬그머니 전진했다.
펠라이니가 공이 있는 방향으로 주춤거리자 오른발로 바깥 방향으로 모는 척 페인트를 주고 다시 안쪽으로 빠르게 바꿔 왼쪽으로 달렸다.
“……!”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긴 펠라이니는 황급히 손을 뻗어 서하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려 했다.
서하는 일부러 살짝 늦게 돌파하며 펠라이니의 손과 얼굴을 정확한 타이밍에 맞닿게 했다.
닿는 순간 외마디 비명과 함께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쓰러졌다.
“아악!”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서하가 또 쓰러지자 벵거는 화를 참지 못하고 거칠게 항의하며 분노를 마음껏 뿜어냈다.
벵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에버튼 벤치까지 찾아가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과 언쟁까지 벌였다.
대기심이 만류하자 그제야 두 감독들이 서로 물러섰다.
경기장 밖이 소란스러워진 사이 주심은 서하의 상태를 살폈다.
“윤, 괜찮나?”
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얼굴을 감싼 손을 뗐다.
볼 부근에 할퀸 자국에서 아주 미세하게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적은 양이었지만, 어쨌든 피였다.
주심은 의료진을 불렀다.
불과 2분 만에 또다시 의료진이 들어왔다. 홈 팬들은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
서하를 향해 욕지거리와 독설을 날리는 팬들도 있었다.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주심의 성향에 따라 자칫 퇴장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펠라이니도 그걸 알고는 굉장히 억울한 얼굴로 호소했다.
“고의성은 없었어요! 얼굴에 정말 살짝 닿았을 뿐이라고요!”
“물러나.”
주심은 다가오는 펠라이니를 거부하며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빨간색, 레드카드였다.
펠라이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에버튼 선수들은 주심의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건 말도 안 돼요!”
“고작 피가 난다고 퇴장이라니! 너무 심한 판정이라고요!”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주심은 격하게 항의하는 에버튼 선수들에게 카드를 꺼냈다.
케이힐과 피에나르가 각각 경고를 받고 물러났다.
주심이 엄벌을 내리는 사이.
서하는 의료진의 처치를 받았다.
“무리하지 말라니까.”
“저도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게 아니에요.”
팀 닥터는 대답하지 않고 거즈를 거칠게 붙였다.
상처 부위가 따끔거렸다.
서하가 거즈를 만지작거리며 손을 들자 에버튼 팬들의 독설이 쏟아졌다.
“나가 죽어! 동양인 새끼야!”
“개고기나 처먹을 새끼!”
“!$!^!&$&$!%”
인종 차별 발언에도 담담하게 경기장에 들어와 플레이를 이어 갔다.
서하는 저들의 분노를 이해했다.
가장 사랑하는 선수가 퇴장당했는데 가만히 있는 팬은 없었다.
아스날 팬들이 저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물론 인종 차별 발언을 옹호하진 않았다.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
더러운 기분을 풀고 저들에게 복수하려면 역시 이 방법뿐이었다.
‘골이지.’
로이스가 공간 사이로 파고들자 서하는 정확한 패스로 호응했다.
낮고 빠르게 네 명의 에버튼 선수 사이로 공이 빠져나갔다.
“……!”
대지를 가른 공은 로이스의 오른발에 정확하게 도달했다.
로이스는 뒤늦게 붙은 풀백, 토니 히버트를 팔로 뿌리치며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다.
파 포스트 상단으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적인 슛.
하워드가 손을 뻗었으나 막지 못했다.
출렁!
전반전 15분 만에 에버튼의 골망이 흔들렸다.
“우와아아아아아!”
원정 팬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이 골은 마르코 로이스의 프리미어 리그 데뷔 골이었기 때문이다.
로이스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와 서하에게 소리쳤다.
“윤!”
서하는 로이스의 뜻을 읽고 공중에서 가볍게 어깨를 부딪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당한 만큼 돌려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