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87)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88화(86/201)
88화 버티기
런던으로 돌아오자마자 서하는 대학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다행히 근육과 인대는 파열되지 않았다.
근육이 살짝 놀라 늘어났을 뿐.
3주 정도 휴식을 취하며 재활 치료를 받으면 필드로 복귀할 수 있었다.
서하는 검진 결과에 안도하면서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 3주는 중요한 시기였다.
챔피언스 리그 2차전, FA컵 준결승, 리그 3경기가 잡혀 있었다.
그나마 리그는 꽤 여유로웠다.
2위인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12점 차로 벌려 뒀기 때문이다.
잔여 경기는 8경기.
맨체스터 시티(홈)를 시작으로 울버햄튼(원정), 위건(홈), 첼시(홈), 블랙번(홈), 스토크(원정), 노리치(홈), WBA(원정)에서 마무리하는 여정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를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다.
3일 후에 있을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이긴다면 리그 우승은 거의 따 놓은 당상이었다.
“문제는 챔피언스 리그 2차전과 FA컵 준결승 1차전이지.”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시티.
만만치 않은 팀들이었다.
바르셀로나는 1차전에서 당했던 수모를 갚겠다며 칼을 갈았고 맨체스터 시티는 FA컵에 올인하겠다는 공수표를 던졌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두 팀의 행보.
아스날은 막을 힘이 없었다.
현재 아스날은 FC 병동으로 많은 선수를 임대 보냈고 시즌 아웃된 선수만 3명이었다.
잭 윌셔, 아부 디아비, 새롭게 합류한 프림퐁까지.
전부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었다.
여기에 서하까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지자 가용할 자원이 없었다.
리저브 팀에서 올리자니 기량이 미달이고 4-4-2로 돌아가자니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부족했다.
“감독님도 머리가 아프시겠네.”
남은 일정이 워낙 빡빡했던 터라 체력 분배도 잘 해야 했다.
잘못 판단하는 순간 성적이 땅으로 처박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좋은 흐름을 이어 가려면 역시 승리가 필요했다.
승리가 주는 달콤함.
그 달콤함을 음미하며 버티고 또 버텨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한 달 반 남은 시즌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전문의와 대화를 나눈 팻 라이스와 팀 닥터가 서하에게 다가왔다.
“윤, 당분간은 훈련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푹 쉬어.”
“학교는 어떻게 할까요?”
“목발 짚는 것도 아닌데 가야지. 왜? 학교 가기 싫어?”
“그런 건 아니에요.”
“아무튼 안정이 최고야. 절대 안정. 무슨 말인지 알지?”
서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팀 닥터가 치고 들어왔다.
“윤, 4일 정도 경과를 두고 보면서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해 줄 거야. 통증이 없으면 근육 강화 운동 위주로 재활 프로그램을 짜 줄 테니 절대로! 절대로! 개인 훈련 금지야. 알겠지?”
“물론이죠.”
“가벼운 러닝도 금지야.”
“네, 절대 안정을 취할게요.”
동의까지 받아 낸 팀 닥터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팻 라이스는 서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재활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이상이 없으면 바로 부를 테니 동료들을 믿어.”
서하는 부디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 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서하의 햄스트링 부상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가장 먼저 보도한 기자는 디 애슬래틱의 데이비드 온스테인이었다.
[아스날의 위기! 코리안 지단 윤, 햄스트링 부상으로 3주 결장!]부상 소식을 들은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 안 돼!!!!!! 윤이 부상이라니!
– 맙소사!! 이건 꿈일 거야!
– 윤 제발…거짓말이라고 해줘!
– 챔피언스 리그 2차전 어떻게 해? 윤 없이 이길 수 있어?
└ 매우 슬프게도 이길 확률은 거의 없어.
└ 맞아. 윤 덕분에 1차전을 비겼는데 윤 없이 2차전을 어떻게 이겨? 신께 기도해야지.
– 희망이 사라졌다.
– 윤이 많이 뛰긴 했지. 송의 빈자리를 메꾸느라 고생 많았어.
└ 송이 퇴장당하지 않았다면 윤도 다치지 않고 경기를 이겼을까?
└ 아마?
– 문제는 윤의 반자리를 어떻게 메우냐지. 우리는 그동안 윤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해왔는데 그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어.
└ 로시츠키?
└ 진심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
└ 워워! 화 내지마 친구. 난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 윤이 없는 3주 만 버티면 돼!
└ 그럼 챔피언스 리그는?
└ 깔끔하게 포기하자. 이번 시즌에는 리그 우승에 집중하는 거야.
└ 그게 최선이겠지?
└ 우린 이번 시즌 유관이라구!
현지 팬들은 애써 불안함을 감추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스날 내부에서도 위기를 극복하려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주장단 선수들이 모범이 되어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걸거나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나쁜 소식이 있다면 좋은 소식도 있는 법.
아론 램지가 기나긴 재활을 마치고 드디어 1군으로 합류했다.
빈약한 중원 스쿼드에 힘을 더해 줄 램지의 복귀 소식은 아스날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가져왔다.
서하도 램지의 복귀 소식을 듣고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바빴을 텐데도 답장이 빨랐다.
[윤! 축하해 줘서 고마워. 네 몫까지 열심히 할게! 너도 힘내!]짧지만, 강렬한 문자 메시지였다.
서하는 램지의 합류에 한시름 마음을 놓으며 논문을 읽었다.
* * *
며칠 후 프리미어 리그 31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서하는 경기장을 찾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경기를 시청했다.
리그 1위와 리그 2위의 경기.
서하의 부상 이후 첫 경기였기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아르테타가 천천히 공을 돌리며 템포를 조절합니다. 아스날이 정말 침착하게 운영하고 있네요.] [오늘 윤을 대신해 로이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정말 잘해 주고 있어요. 윤이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상대 수비 라인에 혼란을 줬다면 로이스는 매우 빠른 템포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가져가고 있거든요. 이게 맨체스터 시티에 잘 먹히고 있어요.] [아르센 벵거의 마르코 로이스 중앙 기용이 성공적으로 빛을 발휘하는 셈이군요!]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제 막 전반전 15분이 지났으니 맨체스터 시티가 슬슬 가드를 내리고 공격할 때가 됐거든요.] [그렇군요. 로시츠키가 절묘한 원터치 패스로 돌려줍니다. 월콧이 사이드를 타고 쭉 달립니다! 오랜만에 폭발적인 드리블! 아! 하지만 터치가 너무 길었습니다.]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월콧의 폼은 엉망 그 자체였다.
초반 부상으로 폼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벨라가 급성장하자 완전히 후보로 밀린 후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인도 답답한 지 초조한 얼굴로 필드를 뛰어다녔다.
공만 따라다니는 모습에 서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발전이 없네.”
반대편 윙어로 출전한 제르비뉴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전반기에나 드리블이 통했지 패턴이 읽힌 지금은 잉여에 불과했다.
본인도 인지하고 다양한 패턴을 가져가려 했으나 실패했다.
피나는 노력도 없었다.
이것저것 익히기만 하다가 그만두길 반복했고 그러다 완전히 폼이 망가지며 후보로 떨어졌다.
[제르비뉴 돌파 시도! 또 뺏깁니다! 오늘 워커의 수비는 철벽 그 자체입니다! 뚫리지 않아요!] [무언가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아쉽네요.] [아! 몬레알의 정말 좋은 수비가 나왔습니다! 정말 깔끔한 태클이었어요!] [아스날에 윤이 있다면 맨체스터 시티에는 멀린, 다비드 실바가 있죠. 오늘 경기는 두 사람의 부재를 얼마나 잘 메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공격이 전혀 안 되고 있네요.] [아스날은 마르코 로이스라는 대체재를 찾은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찾지 못했습니다. 야야 투레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아스날은 침착하게 공을 돌리며 패스 플레이로 풀어 나가고 있죠.]경기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아스날은 서하의 역할을 로이스에게 몰아주지 않고 아르테타, 로시츠키와 나눠 가졌다.
덕분에 부담감을 던 로이스는 새로운 자리에서도 굉장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 줬다.
반 페르시와 호흡도 좋았다.
원투 패스에 슈팅을 때리며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을 위협했다.
“오늘 폼이 좋네. 하지만 양 윙어들이 정신 차리지 못한다면 로이스도 힘들어질 거야.”
서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로이스의 신바람은 줄어들었다.
점점 눈에 보이지 않다가 아예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영향력이 없어지자 맨체스터 시티가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제코 헤딩슛! 슈체스니가 황급히 라인 밖으로 걷어 냅니다!] [드디어 맨체스터 시티가 정답을 찾아냈네요. 아스날이 중원 장악은 좋지만, 측면이 조금 허술하거든요. 맨체스터 시티가 중앙을 고집하지 않고 측면 공격으로 돌려 적극적으로 크로스를 올리니 공격 템포가 빨라지고 깔끔해졌어요.] [제코의 무력 시위도 효과적이고 말이죠!] [아스날 수비진이 높이에서 밀리진 않지만, 제코가 힘도 좋고 위치 선정도 좋아 막기 까다로워 보이네요. 메르테자커가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폼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스날에는 나쁜 소식이라고 볼 수 있죠.]서하는 샐러드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해설가의 말대로 맨체스터 시티는 공격 전개를 단순하게 가져갔다.
발로텔리와 에딘 제코를 투 톱으로 세우고 나스리와 밀너에게 크로스 지시를 내렸다.
두 사람은 양질의 크로스를 날려 보냈고 특급 타겟터인 제코는 메르테자커와 베르마엘렌이 지키는 박스를 강하게 타격했다.
[워커! 밀너에게 패스! 몬레알이 막아서지만! 워커가 달립니다! 밀너가 가볍게 밀어 주고! 워커가 공을 받아 크로스! 슈체스니가 빠르게 뛰어나와 걷어 냅니다!] [정말 좋은 콤비네이션이네요. 밀너가 시선을 끌어 주면 워커가 빠른 발을 활용해 뒷공간으로 파고들어 크로스까지 가져가는 공격 전개가 정말 깔끔합니다.]윙어들뿐만 아니라 풀백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아스날의 측면을 유린했다.
수비에 가담해야 할 월콧과 제르비뉴는 사이좋게 얼 타면서 풀백들만 죽어라 고생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전반전 정규 시간은 5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나스리! 공을 몰다가 중앙으로! 야야 투레! 중거리 슛! 우와아아! 이걸 막아 냅니다! 폴란드의 넘버 원 골키퍼! 보이치에르 슈체스니!] [오늘 슈체스니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네요. 가호의 여신이 그를 향해 찬사를 보내는 듯합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고민이 많은 얼굴입니다.] [벤치에 분위기를 바꿔 줄 선수가 없거든요. 그나마 아론 램지가 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폼이 정상이 아니죠. 아스날의 위기입니다.]맨체스터 시티의 폭풍 공세에 서하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을 맛보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이기지 못해도 좋으니 무승부라도 거두길 바라며 시간을 보냈다.
[전반전이 종료됐습니다! 양 팀 득점 없이 0대0으로 끝났습니다! 눈이 즐거운 축구였네요!] [맞습니다. 아스날 팬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이었겠지만, 저희는 정말 즐겁게 중계했죠!]서하는 두 사람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동료들에게 문자를 돌릴까 고민하다가 그만뒀다.
“후반전이 걱정이네.”
광고가 나오자 남은 샐러드를 박박 긁어 입에 욱여넣었다.
이상하게도 쓴맛밖에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