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88)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89화(87/201)
89화 복권이라도 긁게요?
[티에리 앙리! 박스 안으로 침투해 공을 받습니다! 한 번 돌려놓고! 그대로 슛! 하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합니다!] [너무 급했어요. 조금만 더 침착하게 슈팅을 가져갔다면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을 위협했을 겁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뿐!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급하지 않습니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보냅니다!] [마지막까지 압박해야죠! 오늘 경기에서 지면 9점 차로 따라잡히게 됩니다! 어떻게든 동점 골을 넣어 무승부라도 거둬야죠!] [반 페르시가 급하게 붙어 보지만, 콤파니가 여유롭게 사이드로 돌립니다! 다시 측면으로 빠르게 전개합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오늘 공격 전개는 날카롭고 깔끔합니다!] [아스날 선수들이 집중해서 막아야 하는데 실점 이후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졌어요. 오늘 윤을 대신해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은 로이스는 결국 윤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어요. 이게 1차적으로 가장 크죠.] [그렇군요! 아! 주심이 휘슬을 입에 가져갑니다! 경기 종료! 맨체스터 시티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아스날을 2대0으로 꺾고! 리그 우승의 불씨를 살립니다!] [아스날의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이죠. 오늘은 맛보기에 불과했어요. 진짜 승부는 챔피언스 리그 2차전이거든요. 윤이 없는 아스날이 오늘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 준다면 아마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겁니다.]두 사람은 계속해서 서하를 언급하며 아스날의 공격 전개가 무력하게 변한 이유를 설명했다.
설명의 대부분은 칭찬이었다.
서하가 아스날에서 발휘하는 영향력과 위상을 자세하게 풀어 줬다.
칭찬하는 멘트를 실시간으로 듣자 서하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칭찬만 늘어놓지 않았다.
어두운 그림자도 언급했다.
[윤의 부재 시 플랜 B가 없다는 점은 시즌 초반부터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던 부분이었죠. 아르센 벵거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종종 플랜 B를 가동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그중 4-4-2 회귀는 정말 최악이었죠.] [오늘 경기에서도 나왔죠.] [맞습니다. 제르비뉴 대신 티에리 앙리를 투입하고 마르코 로이스를 다시 윙어로 돌려보내 변화를 꾀했지만, 앙리와 반 페르시의 호흡은 최악이었죠. 그리고 월콧은 자신이 왜 주전에서 밀렸는지 제대로 보여 줬죠. 오늘 드리블 성공률이 몇 프론지 아세요?] [어… 방금 확인했는데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네요?] [맞습니다. 턴오버가 계속해서 나왔죠. 역습 전개에서 무리하게 전진하다가 볼을 뺏겨 첫 번째 실점을 제공했어요. 평소대로 빠른 발을 살려 뒷공간을 침투했다면 발이 느린 사발레타를 공략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드리블로 승부를 걸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군요.]두 사람이 만담을 나누는 사이 양 팀 선수들은 포옹과 악수를 나누며 경기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아스날 선수들의 얼굴에는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침울한 표정을 짓는 로이스.
자신에게 실망한 월콧.
여전히 기복을 보이는 로시츠키.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 보고자 동료들을 안아 주는 반 페르시.
격려해 주는 아르테타와 코시엘니.
아스날 선수들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서하는 아쉬움만 짙어졌다.
“너무 미련하게 플레이했어.”
승부욕에 사로잡혀 미래를 보지 못하고 제 몸을 불태웠다.
내줄 건 내주고 2차전을 준비했다면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었을 텐데.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후회할수록 좀먹기만 했다.
빠르게 털고 일어나야 했다.
“믿어 보자.”
이제 한 번 패했을 뿐.
다음 경기 전까지 정신을 차리고 회복할 시간은 충분했다.
* * *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을 맞이했다.
일어나자마자 부상 부위를 확인하고 팀 닥터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답장을 받으면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면 집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풀어 주었다.
“후우.”
스트레칭이 끝나면 얼음찜질로 열을 식혔다.
이제 고통은 없었다.
불편함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은 재발이 많았기에 항상 조심해야 했다.
완벽하게 회복한 후에야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할 수 있었다.
“오늘이 4월 4일이었나.”
서하는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며 복귀 일정을 확인했다.
원래는 FA컵 준결승전이 끝난 다음 날에 복귀하기로 했으나 회복 속도가 빨라 15일로 당겼다.
이게 최선이었다.
며칠 전에 더 빠르게 복귀하겠다고 말했다가 수석 코치에게 호되게 혼났던 기억을 떠올린 서하는 바로 얼음찜질을 끝냈다.
“슬슬 가 볼까.”
마침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활짝 열자 파커가 씩 웃으며 인사했다.
“윤,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
“서두르자. 차 막히면 답 없어.”
“그러죠.”
다행스럽게도 파커의 우려대로 차는 막히지 않았다.
외곽까지 막힘없이 달렸다.
제시간에 재활 센터에 도착했다.
“윤, 미안한데 오후 업무가 밀려 있어서 데리러 못 갈 것 같아.”
“아, 알겠어요. 제 에이전트 부를게요.”
“미안.”
“미안할 것 없어요. 원래 에이전트가 해야 할 업무를 파커가 해 주고 있었잖아요.”
파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해해 줘서 고맙다. 아무튼 내일 보자!”
파커와 헤어진 서하는 재활 센터에 들어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재활 트레이너의 관리를 받으며 스케줄을 소화했다.
아직 햄스트링 초기였기에 하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밸런스 운동과 등척성 운동 위주로 했다.
“넷! 다섯! 여섯! 하나만 더! 좋아! 윤! 정말 잘했어! 무리가 가진 않았지?”
“네.”
“그럼, 잠깐 쉬었다가 계속하자.”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숨을 돌렸다.
트레이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서하는 구석에 있던 축구공을 가져와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개인 훈련을 안 한 지 며칠 됐더니 벌써 몸이 쑤셨다.
주변을 쓱 둘러봤다.
오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마침 감시하는 사람도 없겠다, 서하는 가볍게 발로 공을 차올렸다.
“좋네.”
툭. 툭. 툭. 툭툭.
왼발, 오른발 양발로 하다가 오른발로만 트래핑도 해 보고 무릎과 가슴으로 옮겨 바닥에 공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부지런히 템포를 일정하게 맞췄다.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짝 달라붙는 느낌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었다.
활동 반경을 넓히려다가 말았다.
여기서 더 신을 내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었다.
딱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했다.
서하는 인기척이 느껴지자 재빨리 축구공을 제자리에 가져다 뒀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쉬며 트레이너를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씩 웃으며 공을 가리켰다.
“윤, 저 공 만졌지?”
서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
지잉!
문자 메시지의 주인공은 에이전트인 은디아예였다.
서하는 바로 가방만 챙겨서 트레이닝 센터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봄 날씨는 개뿔.
대낮인데도 하늘이 흐릿하다 못해 불에 그슬린 듯 어두웠다.
“윤, 뭐 해요. 어서 타요.”
은디아예가 창문으로 고개만 내밀며 타라고 재촉하자 서하는 서둘러 조수석에 탔다.
가방을 뒷자석에 놓고 안전벨트를 매자 은디아예가 부드럽게 페달을 밟으며 말을 걸었다.
“몸은 좀 어때요?”
“어제보다 좋아졌어요.”
“아픈 곳은 없죠?”
“당연하죠. 문제없어요.”
신호에 걸리자 은디아예는 조수석 서랍에서 서류들을 꺼내 서하에게 건넸다.
“구단에서 제안한 콘텐츠예요.”
서하는 제목을 본 순간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학교 탐방 콘텐츠네요.”
“구단에서 학교 측에 허락을 구했다고 해요. 윤과 반 친구들 위주로 촬영하겠다고 말하니 흔쾌히 허락해 줬다고 하네요. 뒷장 읽어 보세요.”
한 장을 넘기고 읽던 중 어울리지 않은 단어를 보자마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커플 게임? 이런 걸 학교에서 허락해 줬다고요?”
“저야 모르죠. 어쨌든 중요한 건 윤의 학교생활을 팬들에게 보여 주자는 게 콘텐츠 목적이니 불필요한 소컨텐츠들은 윤이 다 제외할 수 있을 거예요.”
“정말로 제 평소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우선 커플 게임과 축구는 제외하고 싶네요.”
서하의 말에 은디아예가 핸들을 돌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축구를요?”
“반 친구들과 축구 이야기는 거의 안 하거든요. 일상 대화만 해요.”
“신기하네요. 그 나이 대에는 궁금한 점이 많을 텐데 말이죠.”
초반에는 축구 업계 소문에 대해 물어보는 아이들이 많았다.
서하도 할 수 있는 선에서는 거의 대답해 줬지만, 시간이 갈수록 질문 수위가 높아졌다.
서하가 곤란해하는 걸 본 반장, 라이언 코츠가 중재에 나섰다.
라이언 코츠는 서하가 부담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자며 반 친구들을 설득했다.
반 친구들은 라이언의 주장에 적극 찬성하며 지금의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서하는 반 친구들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며 말했다.
“반에 여자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축구보다는 가십거리를 더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죠.”
“그렇군요. 아무튼 학교 콘텐츠는 FA컵 준결승 이전에 할 것 같아요. 조율은 거의 끝냈고 윤이 하겠다고 하면 바로 진행할 텐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서하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반 친구들만 괜찮다면 할게요.”
“그럼, 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구단에 연락 넣을게요. 그리고 비시즌 말인데요.”
“어떤 제의가 들어왔나요?”
은디아예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많아서 문제죠. 윤의 나라인 코리아부터 글로벌 그룹에서 각종 광고 제의가 들어오고 있어요. 자선 경기 참석도 있고 이적 제의도 있네요.”
서하는 ‘이적’이라는 말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시즌도 지나지 않아서 이적 제의가 올 줄은 몰랐네요.”
“윤이 워낙 잘하고 있잖아요. 당연히 오죠! 제가 듣기로는 재계약할 때 3년 차부터 타 구단과 접촉할 수 있다는 특약을 넣었다는데 맞죠?”
“아마 그럴 거예요.”
“그럼, 들어온 제의들은 모두 거절할게요. 사실 구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접촉해 온 거라 좀 위험할 수 있거든요. 이럴 때는 빨리 거절하는 편이 좋아요.”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책을 잡히면 피곤해졌다.
물론 애초에 아스날을 떠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서하가 관심을 끄자 은디아예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윤, 어느 팀에서 왔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서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작년에 누구나 다 알 법한 팀에서 계약 제의가 왔었는데 궁금할 리가요. 그리고 알잖아요. 전 여길 떠날 생각이 없어요.”
서하의 확고한 의지가 담긴 말에 은디아예는 핸들을 돌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에이전트에게는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네요.”
“재계약할 때 수수료 많이 챙기면 되죠.”
“됐어요. 구단에 돈이 없는데 에이전트가 수수료를 많이 달라고 하면 절 뭐라고 생각할지 뻔하거든요. 그리고 전 돈보다 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말이죠.”
은디아예의 진심을 들은 서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해 줬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오! 뜻이 통했네요! 이거 오늘 운이 좋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복권이라도 긁게요?”
은디아예는 씩 웃었다.
“작년에 복권을 긁었는데 초대박이 터졌거든요. 당분간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소리 내서 웃다가 뒤에서 경적을 울리자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