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89)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90화(88/201)
90화 복귀전 (1)
서하가 빠진 아스날은 그럭저럭 잘 굴러갔다.
맨체스터 시티에게 패배하고 챔피언스 리그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게 패배하며 2연패를 당했지만, 울버햄튼과 위건전에서 연승을 달리며 다시 기세를 끌어올렸다.
4전 2승 2패.
가장 아쉬운 경기는 역시 챔피언스 리그 2차전, 서하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낀 경기였다.
리오넬 메시는 1차전에서 보여 주지 못한 자신의 퍼포먼스를 마음껏 자랑하며 승리로 이끌었다.
서하는 동료들을 응원하고자 경기장을 찾았으나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팬들은 패배한 선수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에게 고생했다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팬들의 격려에 힘입어 아스날은 리그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내심 리그 우승을 노렸던 맨체스터 시티는 리버풀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맨체스터 시티의 패배로 아스날은 리그 우승까지 앞으로 한 걸음만을 남겨 두게 되었다.
시즌 종료까지 앞으로 약 한 달.
서하는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이상이 없다는 팀 닥터의 진단이 구단에 전달되자마자 서하는 바로 팀 훈련에 복귀했다.
3주 만에 팀 훈련에 합류한 서하는 여전히 흐린 하늘을 보며 훈련장으로 발을 내디뎠다.
오랜만에 서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동료들은 격하게 환영했다.
“윤! 드디어 돌아왔구나!”
“코리안 지단! 코리안 지단!”
“윤, 네가 정말 그리웠어.”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서하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질문들을 일일이 대답해 주며 얼굴들을 살폈다.
2연패 후 2연승 중이라 그런지 다들 얼굴은 밝아 보였다.
오전 훈련은 러닝부터 시작했다.
먼저 몸을 가볍게 만들어 준 후 선수들은 세 줄로 맞춰 천천히 훈련장을 돌았다.
서하는 부지런히 두 발을 움직이며 호흡을 골랐다.
오랜만에 잔디를 밟으면서 뛰니 기분이 설렜다.
옆에서 달리던 반 페르시가 말을 걸어왔다.
“오! 윤, 발걸음이 가벼운데?”
“그러게. 나쁘지 않네.”
“젊어서 그런가. 회복력이 빨라. 아! 아직도 식단 유지하고 있어?”
“당연하지.”
반 페르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도 참 지독하다.”
“거기 두 사람! 잡담 그만해!”
팻 라이스의 불호령에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물었다.
훈련장 다섯 바퀴를 돌고 난 후 잠깐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숨을 고르며 다음 세션을 기다렸다.
짧은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음 세션으로 들어갔다.
“와! 미친!”
“부상에서 돌아온 거 맞아?”
“더 잘해진 것 같은데?”
돌아온 서하의 플레이는 한층 더 깔끔해지고 날카로워졌다.
제로백이 없는 스포츠카를 보는 듯 서하의 플레이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정확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서하도 자신의 몸이 신기했다.
“피로가 줄어들어서 그런가.”
몸이 굉장히 가벼웠다.
어깨를 짓누르던 힘은 사라졌고 다리도 무겁지 않았다.
감각이 정말 날카롭게 서 있었다.
툭. 툭툭.
왼발과 오른발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로시츠키를 완벽하게 무너뜨리고 돌파했다.
“뭐지?”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질 않았다.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공이 안쪽으로 들어왔다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며 몸이 따라갔다.
굉장히 기이한 감각이었다.
툭.
슈팅을 가져가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움직였다.
베르마엘렌이 슈팅 각도를 좁히기도 전에 공이 왼발에서 떠났다.
공은 상단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골망을 흔들었다.
완벽한 감아 차기였다.
“아니! 이게 뭐야!”
“와! 저게 들어간다고?”
서하는 골을 넣고도 기뻐하지 않았다.
판단력이 몸을 따라가지 못했다.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최고의 결과를 뽑아냈다.
그저 몸이 가는대로 내버려 뒀을 뿐인데 어떻게 된 걸까.
서하가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자 아르테타가 다가와 물었다.
“윤, 표정이 왜 그래?”
“응? 아무것도 아니야.”
기이한 감각은 계속 이어졌다.
터치, 패스, 시야, 템포 조절 등 모든 플레이가 한결 편해졌다.
마치 하늘을 노니는 기분이었다.
“윤을 막아!”
“아니! 이게 말이 되냐고!”
순식간에 혼자 다섯 골을 넣으며 연습 경기를 박살 내 버렸다.
코치진과 선수들은 서하의 플레이에 점점 빨려 들어갔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넘어서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침묵하던 벵거의 입에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이블 지니어스.”
극찬. 이보다 더 어울리는 별명이 세상에 존재할까.
서하는 공을 가볍게 터치하며 상체를 회전시켜 아르테타의 압박을 빠르게 벗겨 냈다.
자신이 막지 못했다는 걸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헉!”
동시에 오른발과 왼발을 이용해 좁은 공간을 벗어나 니어 포스트로 뛰어드는 티에리 앙리의 발 앞에 정확하게 배달했다.
티에리 앙리를 큰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방향만 바꿔 차며 득점에 성공했다.
출렁!
“우오오오오!”
“좋아!”
앙리의 득점을 축하한 서하는 뒤늦게 방금 전 플레이를 떠올렸다.
아르테타가 바짝 붙여 달려들자 그렇게 할 줄 알았다는 듯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두 명의 압박을 팬텀 드리블로 벗겨 내고 머리가 따라가기 전에 앙리에게 공을 패스했다.
“이게 가능한 건가.”
마치 컴퓨터에 입력된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듯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고 싶어도 원인을 알아야 기분이 좋을 텐데.
실력이 늘었다고 해야 할지.
초능력이라고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서하의 신들린 플레이는 사라졌다.
부상 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막기가 쉽지 않았다.
여전히 변칙적이고 공격 패턴이 다양해서 대처하기 힘들었다.
“후우.”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땀이 나기 시작하니 아까의 감각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약간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몸이 살짝 무거워지자 머리가 먼저 판단을 내리고 몸이 움직였다.
다시 체계가 잡힌 것이다.
판단하고 찼더니 스루 패스가 베르마엘렌의 발에 살짝 걸렸다.
“좋아! 사이드로 찔러!”
서하는 경기에 집중하며 아까 플레이와 현재 플레이를 비교했다.
플레이 자체는 처음이 나았다.
한계를 모두 쏟아 낸 기분.
“패스해!”
“강하게 압박해! 좋아!”
서하는 송의 패스를 받아 사이드에 있던 몬레알에게 전달했다.
실패한 적이 없는 롱 패스.
하지만 몬레알은 가까스로 머리로 공을 받고 뒤로 내줬다.
정확한 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물 먹은 솜처럼 다리가 무거웠다.
급격히 피로감이 몰려오자 서하의 플레이가 단조롭게 변했다.
서하는 숏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며 천천히 체력을 회복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메르테자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윤, 갑자기 왜 그래?”
“너무 무리했나 봐.”
메르테자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귀 첫날부터 미친 플레이를 보여 줬으니까 몸에 무리가 오는 것도 이상하진 않지. 그러니 천천히 해. 어차피 연습 경기잖아.”
“알겠어.”
서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메르테자커의 말대로 복귀 첫날이었다.
연습 경기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진짜는 이틀 후 경기였으니까.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서하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로시츠키에게서 볼을 빼앗았다.
“윤!”
서하는 즉시 박스 안으로 낮고 빠르게 공을 보냈다.
앙리가 센터백 사이로 침투하며 공을 받아 그대로 골키퍼의 머리를 넘기는 칩슛으로 두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성공적인 복귀 신고 경기였다.
* * *
11/12 FA컵 준결승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몰렸다.
우승이 절박한 맨체스터 시티는 베스트 일레븐을 꺼내 들었다.
아구에로 – 테베스
나스리 – 투레 – 베리 – 실바
클리시 – 콤파니 – 레스콧 – 사발레타
조 하트
반면 아스날은 힘을 뺀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반 페르시
로이스 – 로시츠키 – 월콧
아르테타 – 송
몬레알 – 베르마엘렌 – 메르테자커 – 료
파비안스키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뛸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서하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며 벤치에서 시작했다.
서하는 벤치 명단에 있는 앙리와 제르비뉴 사이에 앉아 경기장을 둘러봤다.
관중석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꽉 차 있었다.
양 팀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목소리를 높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지금 당장 필드로 뛰어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중얼거렸다.
“좋네.”
팔짱을 끼며 필드를 보던 앙리가 말을 걸어왔다.
“뭐가?”
“이런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난 또 뭐라고.”
삐익!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려 퍼졌다.
양 팀은 전반전 초반부터 치열하게 싸웠다.
맨체스터 시티는 아스날이 경기 주도권을 쥐고 흔들면 위험하다는 걸 알았는지 제법 강도 높은 압박을 구사했다.
치고 박고 쓰러지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나오자 선수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양 팀에서 심한 태클이 오갔다.
“아악!”
하지만 쓸데없이 관대한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월콧이 절뚝거리며 경기장 밖으로 나갔음에도 주심은 구두 경고에 그쳤다.
그걸 본 앙리는 고개를 저었다.
“저 인간은 여전하네. 우리한테만 판정 불리하게 하는 거.”
“티티가 뛸 때도 그랬어?”
“그땐 더 심했지. 백 태클 정도 해야 카드를 줬다니까?”
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앙리의 라떼 이야기를 들어 줬다.
괜히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 때쯤 모처럼 송의 로빙 스루 패스가 반 페르시에게 전달됐다.
반 페르시는 가슴으로 받고 볼을 컨트롤해 왼발로 강하게 때렸다.
하지만 동물적인 반사 신경을 발휘한 조 하트가 멋진 선방을 선보이자 양 팀 관중석에서 상반된 반응이 흘러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아아아…….”
완벽한 득점 기회를 날려 먹은 반 페르시는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아쉬워했다.
시간이 흐르자 경기는 점점 진정되는 분위기였다.
야심차게 준비한 맨체스터 시티의 압박 전술은 실패로 돌아갔다.
로이스가 아래로 깊숙이 내려와 압박을 풀어 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스날은 후방에서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주도권을 완전히 쥐자 맨체스터 시티도 이에 맞춰 두 줄 수비로 견고하게 벽을 쌓았다.
“강하게 압박해!”
확실히 학습 효과가 있었는지 중앙이 굉장히 두터웠다.
야야 투레와 배리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다비드 실바와 나스리가 안으로 좁혀 중앙을 틀어막았다.
서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볼록 수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이 좁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로시츠키가 플레이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로시츠키는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았다.
사이드에 있다가 순간적으로 중앙으로 들어가며 로이스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았다.
로시츠키는 다시 공을 내주고 박스 안으로 침투하려 했으나 배리와 강하게 충돌했다.
“컥!”
몸과 몸이 충돌했던 터라 로시츠키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주심이 의료진에게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내자 팻 라이스가 서하를 불렀다.
“윤!”
서하는 기다렸다는 듯 겉옷을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앙리가 서하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며 씩 웃었다.
“잘하고 와.”
화낼 시간도 아까웠다.
지금 당장 잔디를 밟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