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1)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92화(90/201)
92화 심장에 쐐기를 박다
삐익! 삐익! 삐이익!
경기 종료 휘슬이 웸블리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자 붉은 물결이 거세게 일며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
경기 스코어는 3대0.
서하, 반 페르시, 로이스의 득점에 힘입어 아스날은 맨체스터 시티를 3대0으로 대파하며 FA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아스날 선수들은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과 포옹을 나눴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허무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숙였다.
리그는 이미 가망이 없고 리그컵은 8강에서 아스날에게 밀려 떨어졌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대회에서 아스날을 만나 모두 패배했다.
덕분에 이번 시즌 무관이 확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스날 팬들은 신이 나서 전 아스날 소속 선수들을 놀려 댔다.
“우승하려고 집을 떠났는데! 우승도 못 하고 아무것도 못 이뤘네! 아아아아! 집이 그리워 돌아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네! 자리가 없네! 내 자리가 없네!”
클리시와 나스리에게 ‘너희는 유다다.’라고 쓴 걸개가 카메라에 잡히자 아스날 팬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 동료들과 대충 악수를 나누고 빠르게 필드를 떠났다.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굉장히 아쉬워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실바를 발견한 서하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고생 많았어.”
“윤, 오늘 정말 너무했어.”
“미안. 복귀 경기다 보니 힘이 많이 들어갔나 봐. 다음에는 적당히 숨기면서 할게.”
서하의 농담에 실바는 피식 웃고는 유니폼 교환을 신청했다.
서하는 흔쾌히 수락했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두 사람은 포옹을 나눴다.
이후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헤어졌다.
서하는 동료들에게 합류해 오늘 경기를 보러 와 준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이에 팬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우와아아아아!”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다.
필드를 떠나 믹스트존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앨리스가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했다.
“윤! 오랜만이에요!”
사전에 구단 관계자로부터 인터뷰가 잡혔다는 말을 들은 서하는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앨리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저야 당연히 잘 지냈죠!”
두 사람은 가벼운 만담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풀고 자연스레 인터뷰로 이어 갔다.
“5경기 만에 필드로 복귀했는데 기분이 어떤지 말씀해 주세요.”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는데 저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번 시즌에 데뷔하고 처음으로 부상을 당해 경기에 뛰지 못했는데 그동안 제가 뛰었던 경기들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거든요. 확실히 제게는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그렇군요! 하지만 윤이 없는 동안 팀은 2승 2패를 거뒀는데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앨리스의 톡톡 쏘는 인터뷰 스타일에 적응했던 터라 서하는 차분하게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대답했다.
“물론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진출하지 못한 점은 정말 아쉽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들도 다 공감할 테고요. 그러니 과거에 매몰되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보고 달려간다면 앞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앨리스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오늘 경기 승리로 FA컵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오랜만에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할 기회를 잡았잖아요? 혹시 알고 계셨나요?”
“아뇨.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도메스틱 트레블이 리그 우승, 리그컵 우승, FA컵 우승 맞나요?”
“정확해요! 지금까지 프리미어 리그 팀들 중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이 달성한 대기록이죠!”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런 기회가 주어질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네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달성했다면 네, 저희도 해야 합니다!”
“자신감이 넘치시는데요?”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리그 2위를 달리는 팀을 상대로 좋은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이 기세를 몰아 결승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 *
어느새 11/12시즌도 끝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6경기.
리그 5경기와 FA컵 결승전만 남겨 두고 있었다.
아스날은 굉장히 여유로웠다.
5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겨도 리그 우승은 확정이었다.
구단에서는 진작부터 리그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기 위해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했고 팬들도 굉장히 들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날의 마지막 리그 우승은 03-04시즌으로 8년 전이었다.
이번 시즌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첫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릴 정말 좋은 기회였다.
모두가 간절히 원했고 이왕이면 원정 경기가 아닌 홈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길 바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프리미어 리그 34라운드 상대는 FA컵 결승전에서 만나게 될 첼시였다.
현재 첼시는 극과 극을 달렸다.
리그는 죽을 쑤며 8위를 기록하는 중이었으나 FA컵과 챔피언스 리그는 준결승전 진출에 성공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어떻게 보면 선택과 집중을 잘 했다고 볼 수 있었다.
구단주인 로만은 리그 우승보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간절하게 원했으니까.
그래선지 오늘 경기에서는 후보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이미 망해 버린 리그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챔피언스 리그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였다.
루카쿠
칼루-피아종–말루다
미켈-로메우
버틀란드–케이힐-루이스-보싱와
턴불
내심 아스날이 패배하길 원했던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첼시의 선발 라인업을 보며 허탈해했다.
아스날은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하며 필승을 다짐했으니까.
라인업이 뜬 순간 아스날 커뮤니티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 고마워요 블루스!
– 이 은혜는 잊지 않을 거예요!
– 런던 우정의 오래 가라!
– 이제부터 첼시는 우리의 친구다!
└ 무슨 소리야? 원래 친구 아니었어? 우린 정말 친하다고!
– 돈으로는 우승컵을 살 수 없어!
– 시티 놈들 배 아파 하는 것 봐. 아주 속이 다 시원하네!
└ 꼴좋다! 우리 선수들을 돈으로 뺏어간 죄야!
– 거너스여 영원하라!
– 우승! 우승! 우승! 오로지 우승!
들뜬 커뮤니티와 달리 아스날의 로커 룸 분위기는 차분했다.
선수들은 첼시의 선발 라인업을 보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홈에서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걷어차고 싶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가자.”
반 페르시의 말에 선수들은 로커 룸에서 나와 통로로 향했다.
통로에 나오자 구단 응원가가 명확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도 우렁차고 자부심이 넘치는 목소리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곳곳에 울려 퍼졌다.
서하는 가장 마지막 줄에 서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입을 움직였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팬들의 목소리에 맞춰 입모양을 조금씩 움직이며 염원을 담았다.
마지막 가사가 팬들의 입에서 나오자 선수들이 경기장 안으로 입장했다.
선수들의 모습을 본 홈 팬들은 우렁찬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격한 환영 인사에 첼시 선수들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고 아스날 선수들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첼시 선수들과 악수를 나눈 아스날 선수들은 둥글게 원을 그리며 가운데로 모였다.
반 페르시가 동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시즌 전만 해도 우리가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서하는 반 페르시의 말에 반박하려고 했지만, 그만뒀다.
괜히 나섰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싫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세상을 놀라게 했어. 리그컵을 우승했고 FA컵 결승전에 진출했으며 이제는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코앞에 둔 상황이지. 다들 기분이 어때?”
월콧이 신이 난 얼굴로 소리쳤다.
“당연히 존나 좋지! XX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
“푸하하하하!”
“아니 그게 뭐야!”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우승을 앞에 두고 할 소리냐?”
동료들은 월콧을 타박했으나 기분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반 페르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기분 째지지! 하지만 느끼는 건 잠시 뒤로 미루자. 녀석들을 이기고 나서 마음껏 소리쳐도 늦지 않으니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좋아!”
“한번 가 보자고!”
동료들이 호응하자 반 페르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다야. 참고로 오늘 한 말들은 아내가 생각하지 않았어. 내가 직접 생각하고 말한 거니까 윤, 은근슬쩍 손 들지 마.”
서하는 손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아쉽네.”
반 페르시는 말 대신 서하의 등을 가볍게 때려 주며 동료들을 해산했다.
* * *
미켈을 등진 채 공을 받은 서하는 힘에 밀려 주춤거렸으나 버텼다.
공을 오래 끌 필요는 없었다.
“윤!”
중앙으로 침투하는 로시츠키를 보며 오른발로 공을 굴려 왼발 발꿈치로 부드럽게 흘려주었다.
미켈이 황급히 몸을 비틀어 발을 뻗으려 했으나 이번에는 서하가 반대로 밀어냈다.
“으윽!”
미엘은 서하의 힘에 밀려나며 공에서 빠르게 멀어졌다.
로시츠키는 왼발로 툭 건드려 공의 속도를 살짝 줄이며 중앙으로 몰았다.
“우와아아아아!”
케이힐이 황급히 달려와 압박했지만, 로시츠키는 포백 라인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케이힐과 루이스의 간격이 벌어지는 순간을 캐치하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공을 넣었다.
“막아!”
골키퍼의 다급한 외침에 응답한 선수는 골 냄새를 맡은 반 페르시였다.
반 페르시는 루이스를 밀어내고 공을 향해 발을 쭉 뻗었다.
툭.
아쉽게도 터치가 살짝 길었다.
왼발에 걸렸다면 슈팅을 가져갔겠지만, 아쉽게도 오른발이었다.
“돌아서지 못하게 해!”
루이스는 침착하게 반 페르시에게 달라붙어 공을 뺏으려 했다.
반 페르시는 등을 진 채 버텨 내며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뒤로 빼!”
서하의 외침에 반 페르시는 무리하지 않고 사이드로 돌렸다.
월콧은 공을 받아 뒤에서 머물던 서하에게 패스했다.
반대편 사이드로 로이스가 입맛을 다시며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서하는 공을 잡지 않고 왼발로 가볍게 아랫부분을 건드려 풀백과 센터백 사이로 절묘한 로빙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다.
입에서 욕이 흘러나올 패스였다.
“미친!”
첼시 풀백이 다급히 로이스의 유니폼을 잡으려 팔을 뻗었으나 로이스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로이스는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로 공의 속도를 죽였다.
툭.
살짝 스핀을 머금은 공을 오른발 앞으로 굴린 후 강하게 찼다.
탕!
니어 포스트 상단을 강타하며 라인 안으로 공이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는 손도 쓰지 못한 채 실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 12분에 터진 선제 득점.
이를 본 홈 팬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우와아아아아아!”
평소 도서관이라 불렸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거대한 함성에 파묻혔다.
선제 득점의 주인공인 로이스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홈 팬들을 향해 하트를 만들었다.
동료들은 한걸음에 달려가 주인공을 축하해 주었다.
선제 득점 이후 첼시는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격은 공격대로 안 되고 수비도 수비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 원 톱으로 나온 유망주 루카쿠는 베르마엘렌과 메르테자커에게 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 없다는 현실에 루카쿠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그도 그럴 것이 공은 첼시 진형에서만 돌고 있었으니까.
모처럼 공을 잡은 로메우, 하지만 서하는 역습을 허용하지 않았다.
로메우를 강하게 압박해 기어코 공을 빼앗았다.
“좋아! 윤! 정말 잘했어!”
아스날의 조직적인 압박은 첼시 선수들의 의욕을 완전히 꺾어 버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경기 흐름은 완전히 넘어온 상황.
쐐기 골만 넣을 수 있다면 첼시는 대승으로 이어질 터였다.
“이쪽으로!”
서하와 로이스의 빠른 원투 패스는 첼시의 측면을 뙤약볕에 둔 아이스크림처럼 녹여 버렸다.
측면이 열린 첼시.
사이드에서 공을 잡은 로이스는 툭툭 공을 건드리며 풀백의 신경을 긁었다.
뺏어 보라는 듯 공을 굴리자 인내심이 바닥난 풀백이 발을 뻗었다.
로이스는 오른발과 왼발로 번갈아 가며 공을 차며 손쉽게 압박에서 빠져나왔다.
“우오오오오!”
로이스는 문전을 바라봤다.
반 페르시가 중앙에 버티고 있었고 서하가 니어 포스트로, 월콧이 파 포스트로 파고 들었다.
서하와 눈이 마주친 로이스는 니어 포스트로 바짝 붙였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랐다.
서하는 자신의 발 앞에서 그대로 통과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흘러나온 공을 루이스가 걷어 내려고 했지만, 너무 강하게 차려고 했던 걸까.
발에 빗맞고 말았다.
“어?”
당황하는 루이스의 얼굴.
모두가 경악하고 있을 때 공은 서하의 머리로 향했다.
서하는 빠르게 중심을 잡고 헤딩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골키퍼가 힘껏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 냈다.
워낙 급하게 막았던 터라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서하는 재빨리 달려가 재차 슈팅을 가져가려 했다.
“윤! 나와!”
로시츠키의 외침에 서하는 몸을 비틀어 케이힐을 방해했다.
로시츠키는 서하가 만들어 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미켈을 팔로 뿌리치며 빈틈 사이로 공을 강하게 때렸다.
공은 루이스의 허벅지를 살짝 스치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망이 거세게 흔들렸다.
로시츠키의 골은 첼시의 심장에 쐐기를 박는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