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2)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93화(91/201)
93화 화룡점정
로시츠키의 쐐기 골로 아스날은 주도권을 완벽하게 거머쥐었다.
이제부터는 급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상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주도권을 바탕으로 경기를 굳히면 된다.
아르테타와 로시츠키는 중원에서 여유롭게 공을 돌리며 첼시의 단단한 벽을 조금씩 건드렸다.
공이 멀리 있을 때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일정 범위 내로 다가오면 강하게 반발했다.
“더 빨리 압박해!”
“따라붙어! 끊어 내라고!”
심장에 쐐기가 박혔음에도 첼시 선수들은 성난 좀비처럼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서하는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선수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원터치 패스로 사이드로 벌려 주거나 백 패스로 돌려주며 무모한 플레이를 최대한 자제했다.
“부상을 조심해야 해.”
서하의 패스를 받은 월콧은 공을 슬쩍 앞으로 굴리다가 여의치 않자 뒤로 돌렸다.
연달아 실점했음에도 첼시의 수비 라인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정확히는 악으로 버텼다.
수비 라인 곳곳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지만, 왠지 꺼림칙해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는 서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거친 저항을 받을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독기를 빼내야 했다.
추가 골도 좋고 이대로 전반전을 끝내는 방법도 괜찮았다.
첼시 선수들의 방식은 상당한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했으니까.
끝까지 유지되기 어려웠다.
“윤!”
서하는 후방으로 내려와 공을 받으며 첼시의 진형을 바라봤다.
사이드는 아스날이 점령했지만, 중앙만큼은 어떻게든 지켜 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뚫어 볼까.”
서하는 왼쪽 사이드로 공을 전달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남은 시간은 많았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며 경기 템포를 낮추고 안전하게 운영하는 편이 베스트였다.
물론 틈틈이 찔러 줘야 했다.
그래야 첼시 선수들이 바짝 독이 올라 더 빨리 체력을 소모하게 될 테니까.
몬레알은 천천히 공을 몰고 올라가다가 로이스에게 패스했다.
로이스가 공을 잡자마자 사방에서 덮쳐 왔다.
로이스는 재빨리 몬레알에게 백 패스하고는 자리를 이탈했다.
공이 발에서 떠났음에도 첼시 보싱와는 로이스를 거칠게 밀어 넘어뜨렸다.
“아악!”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공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밀치는 장면을 보지 못한 거다.
로이스가 양팔을 벌리며 주심에게 항의했으나 주심은 일어서라는 신호만 보냈다.
“이게 왜 파울이 아니냐고요! 공이 없는데 팔꿈치로 등을 가격했다니까요!”
굉장히 억울해하는 로이스.
하지만 주심은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로이스는 주심의 똥고집을 이겨 내지 못하고 일어섰다.
서하는 반 페르시의 위로를 받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로이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또 지랄이네.”
눈이 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서하는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주심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려 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주심과 싸워 봤자 돌아오는 건 징계뿐이었으니까.
어수선한 분위기가 경기장에 내려앉자 노련한 아르테타가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괜찮아! 우리 이기고 있잖아! 급한 건 저쪽이니 천천히 풀면 돼!”
아르테타의 말 대로였다.
2대0으로 앞서는데 굳이 첼시의 의도대로 끌려갈 필요는 없었다.
우승이 코앞이고 FA컵 결승전을 생각하면 부상을 조심해야 했다.
첼시보다 잃을 게 많은 아스날이 참아야 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계획대로 진행해야 했다.
마침 벤치에서 무리하지 말라는 사인이 나왔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여기서 물러서면 겁 먹은 모습만 보여 주는 꼴밖에 안 됐다.
어떻게든 벌을 줘야 했다.
공을 잡은 서하는 반대편 전환 패스를 뿌려 주며 첼시의 수비 라인을 끊임없이 시험했다.
사이드에서 공을 받은 월콧과 로이스는 무리하지 않고 백 패스로 안전하게 플레이했다.
덕분에 첼시 선수들은 사이드에서 사이드로 계속해서 움직이며 체력을 빠르게 소모했다.
사이드로 움직이지 않으면 로이스와 월콧이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이드를 계속해서 지키고 있을 수 없었다.
언제든지 로시츠키와 몬레알 그리고 서하가 중앙으로 침투할 타이밍만 재고 있었으니까.
“가불기인 셈이지.”
서하는 이 점을 노리고 집요하게 사이드로 공을 보냈다.
치열했던 전반전 초중반과 달리 중후반부터는 서하의 롱 패스 쇼가 펼쳐지자 경기 내용은 지루해졌지만, 홈 팬들은 편안한 얼굴로 감상할 뿐이었다.
자로 잰 듯한 정확한 롱 패스.
열 번 시도해서 단 한 번도 미스가 나지 않는 신기에 가까운 플레이에 감탄사만 나왔다.
짝짝짝!
홈 팬들도 알았다.
첼시 선수들의 움직임이 점점 굼떠지고 급격히 체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걸.
삐익! 삐익! 삐이익!
주심이 전반전 종료 휘슬을 불자 첼시 선수들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서하를 노려봤다.
서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관자놀이에서 흐르다 만 땀자국을 소매로 닦아 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요리해서 마무리만 잘 하면 끝.
서하는 후반전을 어떻게 풀어 갈지 고민하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 * *
후반전 경기 흐름도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쥐고 첼시의 사이드를 계속해서 두들겼다.
“뒤도 돌려!”
포백 라인을 보호하던 아르테타는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공격 전개에 관여했다.
강한 압박에 조금 약한 모습을 보였던 아르테타는 공격 진형에서는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쉽게 풀어 갔다.
“굿 패스!”
확실히 전반기보다 여유롭게 볼을 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첼시의 두터운 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양 윙포워드들이 중앙으로 들어와 간격을 줄였던 터라 압박 강도가 상당히 높았다.
팬들 사이에서 탈압박 장인이라 불리는 서하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돌리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시 사이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속 피할 수는 없는 법.
후반전 초반이 지나자 전반전에 빼놓았던 체력이 서서히 경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첼시 선수들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압박 강도가 낮아지자 서하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공이 잠시 멈췄을 때.
서하는 로이스와 월콧과 빠르게 대화를 나눴다.
서하의 의견을 들은 두 사람은 나쁘지 않은 의견이라며 동의했다.
서하는 몬레알과 사냐도 불렀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서 벌려 줘.”
“우리 마음대로 바꿔도 돼?”
사냐의 물음에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께서 내게 마음껏 펼쳐 보라고 하셨으니까 괜찮아.”
“알겠어. 윤만 믿을게.”
멈췄던 공이 움직이자 로이스와 월콧은 사이드로 벌리지 않고 빠르게 중앙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비어 버린 사이드로 풀백들이 높이 전진했다.
서하는 중앙에서 공을 잡으며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빠르게 공 처리해!”
중앙에 아스날 선수들이 많아지자 좁은 공간에서 연계 플레이하는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로이스와 서하는 원터치 패스로 공을 주고받으며 순식간에 중앙의 벽을 허물었다.
풀백들이 높이 전진하자 첼시도 사이드에 사람을 보내야 했다.
“벌어졌잖아! 빨리 달라붙어!”
“밀쳐서 끊어 내!”
아스날의 전술 변화로 풀백과 센터백 그리고 미드필더 간 공간이 넓어졌던 터라 첼시 선수들은 굉장히 바빠졌다.
로이스, 로시츠키, 반 페르시는 연계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패스 워크가 굉장히 잘 맞아 떨어졌다.
“오우우우우!”
좋은 슈팅은 나오지 않았지만, 위협적인 장면들은 많이 나왔다.
서하는 미끼 역할을 자처했다.
세 사람이 덜 압박받도록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첼시 선수들의 시선을 묶었다.
덕분에 공격 작업이 수월해졌다.
물론 서하는 미끼만 되지 않았다.
공격의 중심이 되어 혈을 뚫어 주기도 했다.
“윤!”
로시츠키의 짧은 패스를 받은 서하는 뒤꿈치로 가볍게 방향을 바꿔 상대 선수를 속이고 공이 굴러왔던 방향으로 공을 몰았다.
“녀석을 막아!”
서하는 반 페르시와 눈이 마주치자 일대일 패스를 시도했다.
반 페르시는 루이스를 등을 지고 공을 받은 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서하에게 밀어 넣었다.
툭!
서하는 왼발로 앞으로 한 번 차 넣고 케이힐이 발을 뻗자 오른발로 가랑이 사이에 공을 넣었다.
“……!”
완벽하게 케이힐을 벗긴 서하는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반 페르시를 막던 루이스가 다급히 따라붙으며 서하의 유니폼을 잡아당겼지만, 서하는 거칠게 뿌리치며 첼시의 골문을 바라봤다.
골키퍼가 나오려다가 말고 자리를 지키자 서하는 반박자 빠르게 오른발로 파 포스트 하단을 향해 강하게 때렸다.
공이 파 포스트로 향하자 니어 포스트로 올 거라고 생각했던 골키퍼는 역동작에 걸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실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탕!
골대를 맞은 공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골망을 흔들었다.
아스날의 세 번째 득점이었다.
“우와아아아아!”
홈 팬들의 함성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뒤덮었다.
서하는 이에 호응하듯 양 팔을 벌리고 위아래로 흔들며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갔다.
이번 득점은 아스날이 첼시를 3대0으로 만드는 결과물이기도 했지만, 서하 개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득점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윤 리그 최연소 20-20 달성]관중석에서 서하를 축하하는 화려한 걸개가 함성과 함께 바람에 나부꼈다.
서하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무릎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을 향해 거대한 하트를 만들었다.
“윤! 윤! 윤! 윤! 윤!”
서하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프리미어 리그 우승까지 앞으로 약 18분이 남았다.
푸른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잔뜩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홈 팬들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전부 일어서서 목 놓아 구단 응원가를 불렀다.
삐익!
경기 마지막을 장식할 선수가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우와아아아아아!”
“킹! 앙리!”
전광판에 앙리가 등장하자 홈 팬들은 함성을 지르며 런던의 왕을 맞이했다.
장내 아나운서도 신이 난 듯 앙리의 등장을 멋지게 말했다.
앙리는 그럭저럭 좋은 모습을 보여 준 월콧과 가볍게 포옹을 나누며 필드를 밟았다.
짝짝짝!
앙리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앙리는 팬들의 응원에 고마워하면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지 않았다.
“마르지뉴! 오른쪽 윙으로!”
오른발잡이인 로이스를 오른쪽으로 옮기고 앙리가 가장 잘 뛸 수 있는 왼쪽 윙 포워드로 들어갔다.
교체로 들어온 앙리는 굉장히 열심히 뛰었다.
아스날 소속으로,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후회 없이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첼시 선수들은 독기가 빠진 지 오래였다.
도축될 날을 기다리는 가축처럼 공만 보고 뛰었다.
아스날은 사냐와 아르테타를 빼고 료와 송을 투입하며 마지막까지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어느덧 정규 시간이 모두 끝나고 추가 시간은 3분이 주어졌다.
서하는 마지막 공격 기회를 앙리에게 밀어주고 싶었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로이스와 공을 주고받던 서하는 슬쩍 박스 쪽을 바라봤다.
반 페르시와 로시츠키가 중앙에 있었고 앙리가 살짝 중앙에서 떨어져 있었다.
앙리의 플레이 스타일을 떠올리며 서하는 로이스에게 패스를 받자마자 빠르게 속도를 올려 사이드를 몰고 올라갔다.
첼시 풀백이 서하를 막아섰다.
툭툭.
서하가 공을 앞으로 치며 나오자 몸을 들이밀며 발을 뻗었다.
이를 노린 서하는 양발로 공을 툭툭 치며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순식간에 사이드가 벗겨졌다.
앙리가 슬그머니 파 포스트로 잘라 들어가자 서하는 가볍게 툭 찍어 올렸다.
“뒤에! 뒤에 막아!”
크로스 궤적은 완벽했다.
공은 정확하게 앙리의 넓직한 이마에 떨어졌다.
골키퍼가 뒤늦게 손을 뻗었으나 공과 함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네 번째 골의 주인공인 앙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포효했다.
그의 골은 아스날의 리그 우승에 화룡점정을 찍는 득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