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5)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96화(94/201)
96화 FA컵 결승전 (2)
서하의 골로 전반전을 리드한 채 로커 룸으로 들어온 아스날 선수들은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압도했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아스날은 시종일관 첼시를 몰아붙였고 끝끝내 철옹성을 넘어섰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행운의 골이라 해도 득점은 득점이었다.
덕분에 첼시도 마냥 문을 닫고 있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적극적으로 나오겠지.”
서하는 바나나 껍질을 벗기고는 한 입 베어 물었다.
체력 보충에는 바나나보다 좋은 음식은 없었다.
에너지바를 섭취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서하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맛도 맛이거니와 가공한 냄새를 풀풀 풍겼으니까.
“윤, 몸은 좀 어때?”
팻 라이스가 말을 걸어오자 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통증도 없고요.”
“다행이네. 안 아프다고 무리하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지?”
“물론이죠.”
팻 라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일일이 몸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뭔가 놓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기억해야 할 이벤트가 있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서하는 남은 바나나를 입에 털어 넣고 천천히 오물거렸다.
거추장스러운 바나나 껍질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 * *
서하는 밀집된 공간에서 빠져나와 사이드에서 천천히 공을 몰았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실시간으로 막대한 정보들을 받아들였다.
생동감 넘치는 선수들의 움직임, 대략 18명의 선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눈에 훤히 들어왔다.
“조급할 필요는 없지.”
1대0이라는 스코어는 불안 요소가 많았지만, 아스날은 지켜 내는 데 도가 튼 팀이었다.
한번 주도권을 잡으면 내주는 경기가 거의 없었다.
상대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서하는 공을 몰며 전진했다.
후안 마타가 빠르게 접근해 압박했지만, 서하는 여유롭게 왼발로 공을 뒤로 빼 메르테자커에게 패스했다.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며 공을 받으려고 하자 마타가 따라붙었다.
서하가 볼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메르테자커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르테타에게 패스했다.
아르테타는 압박이 헐거운 반대편 사이드로 빠르게 패스했다.
“좋아!”
몬레알은 스터리지가 앞을 가로 막자 베르마엘렌에게 내줬다.
베르마엘렌은 지체하지 않고 중앙으로 패스했다.
“압박해!”
발등으로 공을 받은 서하는 그대로 툭 찍어 차 램파드의 키를 넘기는 동시에 돌아서서 뛰었다.
램파드는 당황하지 않고 서하의 어깨를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서하는 아르테타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옷에 묻은 이물질들을 털어 냈다.
“전방 압박이 심해졌네.”
“윤, 어떻게 할까?”
“전방 압박도 평소에 해야 잘되지. 저 조합으로는 체력 낭비야.”
아르테타는 피식 웃으며 서하의 말에 동의했다.
드록바, 마타, 스터리지, 램파드.
묵직한 한 방이 어울리는 조합이지 조직적인 압박과는 거리가 먼 조합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전술은 오히려 팀에 해가 될 뿐.
서하는 뒤로 공을 돌리며 주변을 계속해서 살폈다.
베르마엘렌의 패스를 받자마자 또다시 램파드가 달려들었다.
서하는 공을 잡지 않고 사이드로 벌려 줬다.
공은 정확하게 로시츠키 앞에 떨어졌다.
“오우우우우!”
짝짝짝짝!
홈 팬들이 박수를 보낼 정도로 정확하고 놀라운 롱 패스였다.
로시츠키는 상대 풀백을 앞에 두고 공을 툭툭 건드렸다.
툭툭. 툭.
로시츠키는 드리블보다는 패스와 센스에 재능이 넘치는 선수였다.
물론 일대일에 자신이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
중앙으로 패스하려는 모션을 취했다가 라인 타고 침투하는 사냐에게 슬쩍 내줬다.
“나이스 패스!”
공을 받은 사냐는 아무도 방해받지 않은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슬쩍 페널티 박스를 바라봤다.
그대로 러닝 크로스로 낮고 빠르게 니어 포스트로 붙여 줬다.
“사람 잡아!”
골 냄새를 맡은 반 페르시가 반 발자국 빨랐다.
공을 잡지 않고 오른발로 골문을 향해 가볍게 밀어 넣었다.
하지만 뒤늦게 달려온 존 테리가 발을 쭉 내밀어 슛을 걷어 냈다.
“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스날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존 테리가 걷어낸 공을 다시 잡은 사냐는 재차 페널티 박스로 크로스를 시도했다.
“아!”
아쉽게도 밋밋한 크로스가 나오자 체흐가 뛰쳐나와 공을 잡았다.
아스날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두드리고 또 두들기며 첼시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호기롭게 들고 나온 전방 압박은 어느새 쏙 들어가 있었다.
동점 골을 노릴 생각이 없는 건지 후반전도 전반전처럼 얻어맞기만 했다.
하지만 조심해야 했다.
“첼시는 한 방이 있는 팀이지.”
며칠 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가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했음에도 첼시의 한 방에 무너지고 말았다.
항상 의식해야 했다.
언제든지 득점을 만들어 낼 팀이었으니까.
슬슬 후반전도 2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변화가 시작될 때였다.
“미켈, 내가 내려올게.”
“지금? 너무 이르지 않아?”
“아냐, 지금이 좋은 시기야. 마침 첼시에서 교체 카드를 꺼냈으니 바로 맞춰 가야 해.”
아르테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하의 말에 따랐다.
서하는 전방에서 머물지 않고 후방에서 빌드 업에 관여하고 조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르테타는 위로 올라가 공격에 가담하며 공수 밸런스를 맞췄다.
사전에 약속된 플레이였기에 동료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르테타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자 송도 신바람을 내며 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송! 너무 올라갔어! 내려와!”
송을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벤치의 지시를 무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내내 고쳐지지 않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쓸데없이 드리블을 하거나 무지성한 로빙 스루 패스가 또 튀어나오자 흐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얻어맞던 첼시는 슬슬 기지개를 펴며 송을 집중 공략했다.
“미친!”
무리하게 탈압박을 시도하던 송에게서 공을 탈취한 램파드가 드록바를 보고 바로 찔러 줬다.
역동작에 걸린 베르마엘렌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고 메르테자커가 급히 따라붙었다.
서하도 죽기 살기로 뛰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하아.”
공을 잡은 드록바는 슈체스니의 위치를 보고 과감하게 박스 박에서 강하게 때렸다.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절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슈팅.
슈체스니가 힘껏 손을 뻗었으나 워낙 슈팅이 강했던 터라 막지 못했다.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던 아스날의 골망이 흔들렸다.
“우와아아아아!”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기뻐했다.
동점 골을 넣은 드록바는 엠블럼을 두드리며 포효했다.
첼시 선수들이 드록바를 둘러싸며 기뻐할 무렵 아스날 선수들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송을 비난하지 않았다.
동시에 송을 바라보지 않았다.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망쳐 버렸으니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반 페르시와 아르테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송을 두둔했다.
송도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는지 동료들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서하는 송의 등을 두드려 줬다.
“괜찮아. 이기면 해프닝이야.”
“윤, 고마워.”
“정신 차리고 다시 시작하자.”
매도 빠르게 맞는 게 나았다.
후반전 남은 시간은 20분 정도.
아직 시간은 충분했다.
역전 골에 추가 골까지 넣는다면 다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서하는 아르테타와 자리를 바꾸지 않았다.
지금은 임팩트가 필요할 때였다.
송의 실수를 모두 덮어 버릴 엄청난 임팩트.
서하는 공을 잡고 후방에서 조율을 하며 타이밍을 쟀다.
“윤! 10분 남았어!”
메르테자커의 초조한 외침.
서하는 계속해서 기다렸다.
아스날은 송을 빼고 티에리 앙리를 투입했다.
레전드의 등장에 아스날 팬들이 환호성을 보냈다.
벵거는 공격 숫자를 늘려 계속해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앙리를 투입했다.
자연스레 아르테타와 서하가 짝을 이루며 중원을 책임졌다.
앙리의 몸은 가벼워 보였으나 경기 템포를 따라잡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아직 아니야.”
한 번에 치고 나가 무너뜨리는 단 한 번의 기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반 페르시가 중앙에서 흔들고 로이스와 로시츠키가 사이드와 측면을 오가며 공간을 만들어 냈다.
계속된 공세에 슬쩍 빗장을 풀고 나오려던 첼시가 다시 수비로 돌아가기 전.
“지금!”
아르테타에게 패스를 받은 서하는 공을 몰고 미친 듯이 달렸다.
후방에서 속도를 붙여 달려오자 첼시 선수들이 달라붙었지만, 따라오지 못했다.
“어떻게든 막아!”
손으로 잡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 해도 어느새 저만큼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서하는 한 명, 두 명, 세 명을 벗겨 내며 어느덧 첼시의 하프 스페이스에 도달했다.
“우와아아아!”
오랜만에 나온 서하의 드리블이 시원시원하게 첼시 중원을 파괴하자 팬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서하는 숨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윤!”
수비수의 측면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로이스를 보자 타이밍에 맞춰 스루 패스를 넣어 줬다.
보싱와가 황급히 로이스의 유니폼을 잡아당겼다.
로이스는 보싱와의 팔을 뿌리치며 오른발로 반대편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툭!
“뒤에! 뒤에 막아!”
체흐의 다급한 외침에 존 테리가 움직였으나 앙리가 한 발 빨랐다.
앙리는 존 테리 뒤에서 뛰어 나와 점프해 이마를 들이밀었다.
존 테리가 뒤늦게 점프했으나 공은 앙리의 이마를 맞고 니어 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출렁!
첼시의 골망이 흔들리자 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아아아아아!”
후반전 5분을 남기고 나온 결승골에 웸블리 스타디움은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었다.
구세주가 된 앙리를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달려가 거칠게 포효했다.
앙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윗옷을 벗고 유니폼을 돌리며 사이드에서 사이드로 달렸다.
과한 세리머니로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앙리는 개의치 않았다.
서하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재빨리 소리쳤다.
“다들 정신 차려! 아직 경기 안 끝났어! 딱 8분만. 8분만 참으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어! 그러니 다들 자리로 돌아가!”
가장 어린 선수인 서하의 말에 선수들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까지 8분에서 9분 정도.
첼시에게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어떻게든 동점 골을 넣고 연장으로 끌고 가야 했다.
첼시 벤치는 분주해졌다.
수비를 빼고 공격 자원을 모조리 투입해 공격적인 변화를 줬다.
첼시는 뒤가 없었다.
여기서 지면 대회는 끝이었다.
첼시가 공세로 바꾸자 아스날도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친 로시츠키와 로이스를 빼고 제르비뉴와 월콧을 투입해 끝까지 공격을 고집했다.
강 대 강의 대결.
누군가는 부러질 수밖에 없었다.
공은 양 진형으로 빠르게 오가며 선수들의 체력을 쫙 빼놓았다.
빠른 템포, 공격적인 운영, 굵직한 축구가 후반 막바지에 나오자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눈이 즐거웠다.
물론 선수들은 죽을 맛이었다.
서하도 거친 숨을 내쉬며 프리킥을 준비했다.
정규 시간은 모두 끝나고 추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아스날은 쐐기 골이 필요했고.
첼시는 여기서 어떻게든 막고 마지막 공격 기회를 살려야 했다.
거리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았다.
박스에서 조금 벗어난 거리.
왼쪽으로 치우쳐져 오른발로 감아 차기 적당했다.
“후우.”
서하가 호흡을 고르고 페널티 박스 안이 혼돈으로 향할 때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익!
서하는 슬쩍 손을 들었다.
인간 벽을 세운 첼시 선수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서하를 바라봤다.
서하는 지체하지 않고 천천히 달려와 공을 가볍게 찼다.
“어?”
하지만 서하가 찬 방향은 첼시의 골문이 아니었다.
벽 옆에 있던 반 페르시였다.
예상하지 못한 약속된 플레이.
반 페르시는 빠르게 뛰어나와 서하가 내준 공을 왼발로 때렸다.
파 포스트에 가까이 있던 체흐는 니어 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잡을 수 없었다.
골망이 흔들리자 순간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엄청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마지막을 장식한 반 페르시는 코너 에어리어로 달려가 주먹을 흔들며 기뻐했다.
쐐기를 박는 골이었다.
서하는 환하게 빛나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아스날 3 : 1 첼시]정말 아름다운 스코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