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midfield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99)
천재 미드필더가 돌아왔다-100화(98/201)
100화 명승부 (1)
유로 2012 개막전 경기는 개최국 폴란드와 유로 2004 우승국 그리스가 맞붙었다.
양 팀의 전력은 비슷했다.
공격에서는 폴란드가 조금 앞섰고 수비에서는 그리스가 앞섰다.
“누가 이겼는지 기억이 안 나네.”
개인적으로는 개최국이고 안방인 폴란드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홈 어드밴티지가 주는 유리함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스의 끈끈하고 탄탄한 수비도 나쁘지 않았지만, 조심스레 폴란드의 승리를 점쳤다.
지잉. 지잉.
스마트폰을 확인한 서하는 즐거운 얼굴로 커피를 마시는 은디아예에게 말을 걸었다.
“라커룸 앞에 다녀올게요.”
“오! 다녀와요. 전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서하는 경기 시작 전에 국가 대표 팀에 선발된 동료들을 찾아갔다.
먼저 폴란드 국가 대표 팀의 주전 골키퍼인 슈체스니와 만났다.
라커룸 근처에서 기다리던 슈체스니가 서하를 보고는 격하게 환영해주었다.
“윤! 어서와!”
“슈스, 몸은 어때?”
서하가 매경기 멋진 선방을 보여주는 슈체스니를 슈퍼스타의 줄임말인 ‘슈스’로 부르자 슈체스니의 애칭으로 자리 잡았다.
당연히 당사자는 무척 좋아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슈스라고 소개할 정도였으니까.
슈체스니는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물어서 뭐해! 당연히 최고지!”
“컨디션이 좋은 건 알겠는데 너무 자신하지 마. 팀에 있을 때처럼 동료들을 믿어주고. 그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야.”
“윤, 조언 고마워! 조별예선에서는 그리스만 잡으면 16강 진출은 문제없을 거야!”
“러시아하고 체코도 만만치 않을 텐데. 괜찮아?”
“에이! 체코는 그렇다 쳐도 러시아는 밥이지! 걔들은 그냥 이겨! 눈 감고도 막을 수 있다고!”
폴란드와 러시아는 유럽의 전통적인 견원지간으로 유명했다.
슈체스니는 그리스나 체코에게 지는 한이 있더라도 러시아는 반드시 이기겠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서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화제를 돌렸다.
“공 차기 괜찮은 날씨더라.”
“바람이 살짝 불긴 해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편이지. 아, 윤, 내 동료들 소개해줄까?”
서하는 귀가 솔깃했다.
“누군데?”
“도르트문트전에서 본 적 있을 거야. 우카시 피슈체크하고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라고. 혹시 까먹은 건 아니지?”
“당연히 알지! 기억에 남아.”
슈체스니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 온다고 하니까 두 사람이 다리를 놓아달라고 하더라고. 어때? 여기에 부를까?”
“나야 좋지.”
“좋아! 바로 연락할게!”
얼마 지나지 않아 슈체스니의 연락을 받은 두 사람이 찾아왔다.
피슈체크와 레반도프스키는 서하를 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짧은 영어로 인사했다.
“윤! 만나서 반가워. 나는 우카시 피슈체크라고 해.”
“우리 영어는 잘 못해. 독일어만 가능해. 독일어 가능해?”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분데스리가에 잠깐 있었지만, 말년에 부상으로 뛰지 못해서 의욕이 하나도 없던 시기였으니까.
두 사람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슈체스니가 통역해주기로 하자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윤! 우승 축하해.”
“고마워. 도르트문트도 이번에 우승했지? 정말 축하해.”
레반도프스키는 씩 웃으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운이 좋았지. 바이언 애들이 스스로 미끄러졌거든.”
“맞아. 우리는 우리대로 열심히 했는데 우승을 당한 기분이야.”
슈체스니는 열심히 영어로 통역해 서하에게 전달했다.
“윤, 너 엄청 잘 하더라. 네가 뛴 경기들 봤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고. 내가 네 나이 때는 벌벌 떨기만 했는데 말이야.”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로 떠나고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해서 내게 기회가 왔거든. 운이 좋게도 데뷔전에 잘 풀려서 주전으로 나올 수 있었어. 아마 팀 사정이 좋았다면 나는 줄곧 2군에 있었을 거야.”
서하의 말을 들은 피슈체크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윤이 2군에 있었다면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 조별에서 떨어지지 않았을 텐데. 정말 아쉽네.”
슈체스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윤이 없는 아스날은 끔찍했을 거야. 데뷔가 조금 늦겠지만, 보스는 분명 윤을 콜업했을 걸?”
실제로 리저브 팀을 씹어 먹고 1군으로 올라왔던 터라 슈체스니의 의견은 허무맹랑하지 않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슬슬 가봐야겠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
“다음에는 경기장에서 보자고!”
서하는 레반도프스키, 피슈체크와 차례대로 악수와 포옹을 나누고는 슈체스니와 마주봤다.
“윤! 오늘은 우리 응원할 거지?”
서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둘 다 응원할게.”
***
서하는 한 사람의 축구 팬으로서 유로 2012 조별 예선 경기들을 보며 부지런히 펜을 놀렸다.
수준이 높은 경기들도 있었고 실망스러운 경기들도 있었지만, 확실히 치열한 맛은 좋았다.
국가 대항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선수들의 플레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역시 오길 잘했어.”
저번에는 한국으로 들어가 스케쥴을 소화하며 보냈던 터라 유로 2012를 보지 못했다.
그게 한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직접 경기를 보고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오늘인가.”
서하가 섭외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폴란드로 날아온 이유.
축구 팬이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21세기 최고의 명경기, 스페인과 이탈라이 경기 때문이었다.
양 감독의 치열한 전술 싸움만으로 전 세계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서하는 이 경기를 재방송으로 봤음에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수십 번을 돌려보곤 했다.
이 경기에 앞서 양 팀의 전술은 어느 정도 잘 알려져 있었다.
먼저 스페인은 주전 공격수인 다비드 비야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자 어떤 공격수를 기용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
네그레도, 요렌테는 기량이 부족했고 토레스는 극심한 부진에 빠져 기용하기 어려웠다.
스페인은 고민 끝에 폴스 나인을 꺼내 들었다.
사실 모두가 예상했던 전술이었다. 파브레가스의 폴스 나인 기용은 소속 팀이었던 바르셀로나에서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예상대로였는데 이탈리아가 의외였어.”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은 자신이 선호하는 포백이 아닌 쓰리백을 내세워 폴스 나인에 대항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데 로시를 센터백으로 기용해 가짜 수비수라는 변칙을 꺼내들었다.
“스페인을 상대로 중원에서 이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스페인 대표 팀의 중원은 바르셀로나를 그대로 붙여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하는 아스날 선수로 바르셀로나의 중원을 상대해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주도권을 뺏어오기 어렵다는 걸.
그래서 중앙에 밀집하는 수비를 가져가고 측면 전개로 빠른 역습으로 대처했다.
서하는 이 경기를 떠올리며 벵거에게 공략법을 제시했고 가능성을 본 벵거는 이 공략법을 채택했다.
송이 퇴장을 당해 빛이 바랬지만, 벵거도 선수들도 팬들도 모두 만족했던 경기였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경기 결과는 1대1 무승부.
21세기 최고의 명승부답게 양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양 팀의 전력 누수는 없었다.
아스날 선수들도 없었다.
이번 시즌에 경기장에서 서하와 만난 선수들도 있었지만, 미래를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바르셀로나 선수들이었다.
서하에게 측면을 철저하게 공략당해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던 터라 이를 대처가 빨라질지 몰랐다.
“기대가 되네.”
서하는 VIP룸에 앉아서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응?”
선발 라인업이 변했다.
발로텔리가 아니라 리그 득점왕인 디 나탈레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이 변화를 가져왔을까?
“아! 맨체스터 시티에서 망했지.”
아스날이 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맨체스터 시티의 리그 우승은 물거품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승점도 삭감되고 득점도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하향했다.
발로텔리도 피해갈 수 없었다.
23경기 13득점 1도움을 했던 발로텔리는 이번에는 25경기 7득점에 그치며 절반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이탈리아 대표 팀에 뽑힌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지역 예선에서도 7경기 1골밖에 넣지 못했으니까.
감독의 신뢰를 잃어버린 발로텔리는 후보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발로텔리 대신에 디 나탈레라.”
올해 30대 중반인 디 나탈레였지만, 여전히 기량은 출중했다.
슈팅 테크닉이 무척 좋았고 연계 플레이나 드리블 돌파도 좋았다.
발로텔리보다 훨씬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프란델리 감독의 선택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서하는 작은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무척 기대됐다.
“우와아아아아!”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초반부터 굉장히 치열했다.
스페인은 급하게 앞으로 전개하기보다는 공을 돌리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려 했고 이탈리아는 강력하게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디 나탈레, 카사노, 모타, 마르키시오가 중앙을 강하게 압박했다.
스페인은 당황하지 않고 측면으로 돌리며 풀어나갔다.
“나쁘지 않네.”
예상했던 흐름대로 흘러갔다.
스페인이 주도하고 이탈리아가 카운터 역습을 때리는 흐름.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디 나탈레가 발로텔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공을 운반했다.
이탈리아의 미드필더들은 빠르게 올라가 스페인 선수들을 끌어들여 디 나탈레와 피를로가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여기에 데 로시가 안정적으로 후방에서 전방으로 롱패스를 뿌려주자 효과적으로 스페인의 측면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의 롱패스 성공률은 90% 이상이었다.
성공할 때마다 발이 빠른 윙백들이 측면에서 활개를 치고 다녔다.
파브레가스와 이니에스타에게 압박을 받던 피를로도 자연스레 공간이 생기자 전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공을 배급해주기 시작했다.
“오우우우우!”
피를로의 로빙 스루 패스를 받은 디 나탈레가 발리슛으로 연결시켰으나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혔다.
“확실히 다르네.”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탈리아가 스페인을 상대로 효과적인 공략에 성공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뒤늦게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메이사 은디아예는 이탈리아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이탈리아가 단단히 준비해왔네요. 스페인도 흔들리지 않고 이탈리아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모두가 예상했던 그림이라 별로 놀랍지 않죠. 전반전은 이탈리아의 전술의 완승이에요.”
“아직 그런 말하기는 일러요.”
“네? 무슨 말이에요?”
서하는 물을 한 잔 마시고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스페인의 무서움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서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페인의 양 윙백들이 사이드로 넓게 벌려줬다.
중앙에 밀집해 있던 이탈리아 선수들을 공략하기 위해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자 이니에스타와 실바의 위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우우우우!”
실바의 숏패스를 받은 이니에스타가 과감하게 슈팅을 가져갔다.
부폰의 정면으로 향해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스페인 선수들의 티키타카는 이탈리아 수비진을 흔드는데 충분했다.
은디아예는 서하의 정확한 예측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 윤의 말대로 됐네요.”
“이제는 집중력 싸움이에요. 전술 싸움은 누가 실수하느냐에 따라 갈리거든요.”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경기 템포도 빠르고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 계속 나왔던 터라 모두가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물론 선수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서하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경기를 바라봤다.
집에서 경기를 보는 축구보다 역시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축구가 훨씬 즐겁고 재미있었다.
“드디어 전반전이 끝났네요!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경기였어요! 윤! 윤은 누가 이길 것 같아요?”
서하는 고민했다.
발로텔리가 나왔다면 1대1 무승부를 점쳤겠지만, 오늘 디 나탈레의 컨디션이 정말 좋아보였다.
카시야스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득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만큼 디 나탈레의 발끝은 매서웠다.
하지만 디 나탈레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선수였다.
정말 많이 뛰어주었기에 교체 1순위가 될 확률이 높았다.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서하는 조심스레 승리를 점쳤다.
“이탈리아의 승을 예측해볼게요.”
“이탈리아 승도 일리 있어요. 하지만 전 스페인 승에 걸죠.”
“내기에요?”
은디아예는 씩 웃었다.
“물론이죠!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어때요?”
서하는 피하지 않았다.
“콜!”
“예스! 무르기 없기에요!”
“당연하죠! 제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요?”
“그건 그렇죠! 흐흐흐. 드디어 윤을 이겨볼 기회가 생겼네요. 무적함대 이겨라!”
서하는 스페인을 열렬히 응원하는 은디아예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을 잘 알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기에서 이겨본 적이 없었으니까.
서하는 시선을 경기장에 뒀다.
수십 번이나 돌려본 경기.
언제나 경기 결과는 같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서하가 기억하던 장면들이 절반조차 나오지 않았으니까.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정말 기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