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화(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화
누군가는 환생이 돌림판이라고 했다.
우리는 인간이 될 수도 있고, 개가 될 수도 있으며 바닥에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가 될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 인간으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이 잔인한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은 거라고.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운빨 게임에서 살아남았긴 했다.
여기까진 제법 희망적이었다.
과로로 쓰러져 비명횡사해 버린 내 전생에 비하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머지 운빨에선 처참하게 말아먹었다.
내가 눈을 뜬 곳은 익숙하던 대한민국도, 지구촌의 그 어느 곳도 아닌….
내가 읽던 피폐물 속 한 장면이었으니까.
아니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최소한 여기가 저승은 아니니까.
그런데.
“왜 하필… 한시하냐고!”
가뜩이나 생존률이 극악인 이 피폐물 속의 엑스트라 악역에 빙의하고 말았다.
그것도 첫 장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1회성 악역으로.
이쯤 되니 그 ‘누군가’에게 궁금해진다.
“…이거 운 좋은 거 맞지?”
* * *
슬기로운 아카데미 라이프.
약칭 슬카데미라고 불리는 판타지 시리즈물.
장장 몇백 화의 긴 연재기간 동안 숱하게 휴재를 반복했어도 줄곧 베스트 1위를 차지했던 명작이었다.
완벽한 사이다 빌드업과 매운 피폐 맛의 화끈한 전개. 한 번 손에 잡으면 최신화까지 빨려 들어가는 몰입감.
갈려 나가던 수의대 학부생 때도, 국가고시를 준비할 때도.
졸업 후 인턴으로 들어가 과로로 사망하던 그 순간까지도.
나는 저 작품과 늘 함께였다.
“재밌긴 진짜 재밌었지.”
문제는….
“작가 새끼가 튀지만 않았으면.”
죄송합니다… 로 시작하는 긴 연중 공지.
몇 달 뒤에 돌아오겠다던 휴재 공지는 그대로 연중의 징표가 되어 버렸고.
그대로 터져 가는 댓글창에도 작가는 두 번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판타지 소설의 한 획을 긋는 명작이 될 뻔했으나 끝내 결말 없이 완결된 소설.
그럼에도 줄곧 몇 년을 따라갔던 내 입장에선 부디 언젠가 돌아와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수없이 이어지던 떡밥 중 회수 못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고.
하필이면 마지막으로 올라온 화가 미치도록 뒷부분이 궁금하게 끝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 그런 클리셰 있잖아?
연중한 소설에 장문의 욕을 줄줄 썼다거나,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 놓고 살벌하게 지적하다가 연중 소설에 빙의하게 되는.
그런 뻔한 클리셰.
차라리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되는데.
단언컨대, 나는 악플이나 비평 댓글을 단 하나도 단 적이 없다.
몇백 화가 넘어가는 소설을 읽는 동안 기껏해야 ‘잘 보고 갑니다’ 외엔 단 한 번도.
심지어 연중된 그 화에도.
그런데….
“왜 내가…?”
슬카데미 속에 빙의해 버렸다.
“소설 좋지… 빙의 좋지….”
“근데 왜 하필 이 자식인데.”
주인공 같은 인생이랑은 아예 상반되게 살아온 내가.
소설 속 장면의 화려한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야 한 번쯤 해 봤을 터였다.
결과적으로 그 장면의 무대 위에 올라서긴 했다.
처맞는 쪽으로.
“….”
띠링-.
[등장인물 한시하, 열람을 시작합니다.]<한시하>
능력 없는 F반 테이머.
낙제를 앞두고 있음. 흑마법에 관심이 많아 연구중.
쪼잔한 성질머리에 제 분을 이기지 못해 결국 사망하는 엑스트라.
마력: 45
체력: 13
지능: 20
감각: 17
매력: 4
성향: 중립 악
이름이 같은 거 외엔, 진짜 조금도 닮은 게 없는 이 녀석에 빙의했다.
“…나 뭐 잘못했냐?”
눈앞에서 일렁이는 이 메시지창이, 내가 슬카데미에 빙의했음을 확신하게 한 대목이었다.
저 살벌한 인물 소개를 보라고.
끓어오르던 마력조차 제대로 주체하지 못했던 능력 없는 테이머.
아카데미 첫 입학 때만 해도 타고난 마력으로 주목받았지만, 그뿐.
소환한 몬스터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탓에 따돌림을 당하고 결국 흑화하게 된다.
그렇게 흑마법사들의 따가리 노릇을 하며 주인공에게 저주를 걸다가, 처참하게 털리고 죽게 되는 비운의 캐릭터.
“아악.”
거지같은.
왜 하필 빙의해도 이딴 애한테 빙의하냐고.
세상 비참하게 죽어 가던 한시하의 최후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상황을 생각하면 덤으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온다.
서늘한 눈빛에 쳐다보기조차 두려운 얼굴이 힐끗 이쪽을 돌아보고선 말을 뱉었다.
“누구야?”
“요 앞에서 한 번만 들여보내 달라고 하는 애예요.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이라더군요.”
뚝뚝.
천장에선 섬뜩한 물방울이 떨어지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크게 울려 퍼지는 동굴 안.
차라리 몬스터로 득실거리는 던전에 떨어지는 것이 배로 나았을 것이다.
왜냐면.
여기는 흑마법사들의 부속시설이니까.
그것도 나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의 인원을 새로이 받아들이는 접수처.
제법 비밀스러운 곳에 위치한 탓에 딥하게 파고들지 않으면 웬만해선 찾아오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빠르게 두 눈을 굴려 본 결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하필.
나는 하필 이 타이밍에 빙의하고 만 것이다.
낙제생으로 무시받던 1학년 한시하가 흑마법사들을 찾아간 비운의 시점으로.
그것도 각종 금서들을 다 뒤지고 수소문해서 간신히 알아낸 부속시설에.
제 발로. 혼자서.
“….”
아.
진짜 개망했다.
* * *
로브로 얼굴을 가린 마법사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로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아르델 아카데미?”
“….”
“살려 둬. 쓸 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 알겠습니다.”
아마 다른 침입자였으면. 발을 들이자마자 저 세상 루트를 탔을 것이다.
아르델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빠르게 멀어졌다.
저벅저벅.
멀어지는 발소리만 들어도 수명이 깎여 나가는 기분이다.
그제야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깨우려 애를 썼다.
뭐,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퍽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이름은 들어가서 묻지.”
“네, 알겠습니다.”
남자는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여기서는 어차피 이름이나 나이 같은 표면적인 신상은 중요하지 않다.
채혈을 통해 충성의 맹약을 맺고 그로써 영원히 이 단체에 소속될 예정이니.
“따라오게나.”
간단한 대화 후 내가 쓸 만한 인재라고 생각되면 살려 둘 테고, 그게 아니라면 이 자리에서 죽일 테지.
물론 한시하는 전자였다.
마력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허접한 테이머였으나, 흑마법에는 제법 쓸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애초에 일반인은 결코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결계가 쳐져 있는 이곳을 제 힘으로 찾아냈다는 것부터 일단 기본적인 흑마법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이대로 꼼짝없이 여기에 휘말려드는 건가?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오늘 이 자리에서 죽지 않는다고 해도, 정의감으로 가득한 주인공들의 손에 죽어 나갈 것이 뻔하니까.
엄연히 장르가 피폐물에 속했던 슬기로운 아카데미 생활.
이름만 봐서는 제법 낭만적인 아카데미 생활을 영유할 거 같은 제목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리고 이 소설이 피폐물이 된 이유는 단연 이 단체 때문이다.
소설 속 주된 갈등은 선하디 선한 주인공과 친구들, 그들을 호시탐탐 노리며 공격해 오는 흑마법사 단체 둘 사이에서 일어난다.
과거에 비해 힘을 잃은 흑마법사들이 이렇게 지하에서 힘을 키워 가다가 양지에 올라와서 아르델 아카데미를 점령했지만, 이한을 중심으로 한 이들이 그들을 소탕하는 전개.
뭐, 하지만 길게 볼 것도 없다.
사실 한시하는 그보다 훨씬 전에 죽어 버리는 일회성 악역 엑스트라에 불과하니까.
거참 우울해지는군.
그럼에도 이 길은 아니다.
설령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는다 해도 이곳에 있으면 반드시 죽을 테니.
“….”
낮게 읊조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던 순간이었다.
끼에에엑!
웬 돼지 멱따는 소리가 소름 돋게 귓가를 때렸다.
나를 안내하고 있던 검은 로브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한층 더 심하군. 방음 결계라도 설치해 둬야겠어.”
태연한 목소리가 살벌하게 이어졌다.
돼지 멱을 따는 소리가 ASMR 마냥 기본적인 배경음으로 들려오는 곳.
나는 식은땀을 손으로 훔치며 머리를 빠르게 돌리고 있었다.
“하하….”
“무턱대고 여기까지 찾아왔을 정도의 각오면 그 용기는 인정해 주지. 가입 절차는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저쪽으로 가지.”
천으로 반쯤 얼굴을 가린 상태.
서늘하게 더해지는 말에 간신히 표정을 관리하며 침을 삼켰다.
채혈과 맹약 후에는 결코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결단해야 한다.
여기서 도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이 내 정체를 알아챌 확률은 몇이나 될까. 반반 정도?
목숨을 건 도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호랑이굴에 들어서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나올 수 있다는 심정으로.
제아무리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이라도 나는 이곳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정의로운 주인공들에 의해 처참히 멸망한 흑마법사 단체.
이들과 함께하면 내 운명도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반드시 튀어야 한다.
뒤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무슨 수로 튀냐고!
인간적으로 앞뒤 설명 없이 사람을 피폐물 속으로 던져 놓을 거면, 최소한 안전한 시점에 던져 줘야 했던 거 아니냐고. 게임도 튜토리얼이 있는데, 이놈의 인생은 쓸데없이 시작부터 실전이다.
아니, 들어오자마자 죽을 운명이었다면 빙의시켜 놓지도 않았겠지.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머리만 굴리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아직 놓지 않았다.
“후우.”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지 않을까.
복잡한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동굴 내부를 빠르게 눈으로 스캔하던 그 순간.
아까의 멱따는 소리가 한층 고통스럽게 울려 퍼졌다.
끼에에엑!
그 소리에, 로브의 쓴 남자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
“무슨 문제가 생겼나?”
“…!”
“잠시 대기하고 있어라. 지하실에 오류가 생긴 거 같으니까.”
스윽.
그는 인상을 찌푸린 채 꺾어진 지팡이를 들었다.
잠시 문제가 생긴 부분을 체크하기 위해 빠르게 자리를 뜨는 뒷모습.
이거 혹시….
눈치를 살피며 두 눈을 반짝이던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띠링-.
아까와는 다른 푸른 상태창이 눈앞에 띄어 올랐다.
[이야기를 한시하의 시점으로 동기화합니다.] [동기화 10퍼센트] [동기화 70퍼센트….]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이게 무슨.
[권고: 흑마법사들에게서 도망치세요.]기회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