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00화(10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00화
짐들이 정리된 아침.
카산은 우렁찬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벌벌 떨던 2학년생들의 모습은 달라졌을 수밖에 없었다.
“저 선배지?”
“…아 솔리아에게 고백한?”
“크흡.”
“야, 뒤에. 집중 안 하면 죽여 버린다.”
카산은 살벌하게 말을 뱉고선 원래의 차분한 목소리로 돌아갔다.
말리면 지는 거다. 말리면 지는 거….
하지만 수군거림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됐다, 네가 해.”
카산은 하는 수 없이 르베니에게 설명을 맡겼다.
르베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싱겁게 웃고는 카산을 대신해 설명을 이어 갔다.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6일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 시간 동안 무사히 생존하시면 성공. 실패할 경우, 이곳으로 복귀하시면 됩니다.”
실패할 경우에는 아르델 아카데미로 돌아가게 된다.
매년 기록을 보면 생각보다 저학년에선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년도에는 보급품의 양을 조금 늘렸다.
“조별로 서 주세요! 각 조별로 지급되는 가방입니다. 식량과 물, 위치추적 스톤, 그 밖의 필요한 것들이 들어 있을 겁니다.”
“나 때는 식량도 거의 안 줬는데, 올해는 갑자기 왜 늘어가지고.”
카산은 열심히 꼰대 같은 소리를 더해 가며 르베니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한시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나탈리가 속삭이는 말을 듣고 있었다.
“저 선배는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아니,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게 아닌 이상 자신을 저렇게 죽일 듯이 노려볼 리가 없다.
어제 정말 장관이었는데. 한시하는 카산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꾸우! 나 너 또아한다고!”
“바실아, 놀리는 거 아니다.”
바실은 어설픈 발음으로 카산을 따라 하며 제자리에 통통 뛰었다.
‘가만 보면 네가 더 나빴다.’
너덜너덜해진 카산의 옷자락을 바라보았다.
더 챙겨 입을 옷도 없는데 저만하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물론, 그런 마음은 몇 분 만에 싸늘하게 사라졌다.
“받아가.”
카산에게서 가방을 건네받았을 때, 한시하는 쎄한 느낌을 받았다.
‘가방이 이렇게 가벼울 리가 없는데.’
“안 가져가?”
“감사합니다. 깃털 같네요.”
쪼잔하게 식량이나 물을 빼돌렸을 게 뻔했다.
한시하는 뻔하디뻔한 행동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카산의 손에서 가방을 낚아채고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아델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붙었다.
“무슨 일이야? 표정이 왜 그래?”
“가방에서 물건 빼낸 거 같아.”
“뭐?”
아델라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러면 제대로 달라고 해야지!”
“순순히 줄 거 같아?”
냅다 달라고 한들 줄 성격도 아니다. 니들이 숨겨 놓고 추가로 요구하는 건 아니냐고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나올 인간이다.
아니, 한 술 더 떠서 바로 탈락 처리를 해 버릴 지도 모르겠다.
“유치해 죽겠네.”
어, 사람이 말이야. 겨우 불로 옷 몇 번 태우고, 샴페인을 사발로 먹이고.
어? 물 몇 번 끼얹고, 후배들 앞에서 공개 고백 시킨 거 가지고 짐을 빼돌려?
“아. 충분히 그렇겠네.”
“응?”
카산의 심정을 이해해 버렸다.
한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나였으면 살려 두질 않았을 텐데.”
이걸 가만히 놔둔다는 것 자체에서 어쩌면 카산은 생각했던 것보단 훨씬 덜 쓰레기가 아닐지도.
어쩌면 그냥 조금 안쓰러운 꼰대였던 게 아닐까.
하지만, 지금은 공개적으로 흑역사를 생성한 카산을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생존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삐이-.
외곽에 울려 퍼지는 알림음과 함께, 한시하는 단호하게 말했다.
“왼쪽으로 가자.”
에른스트 교수 덕에 지형은 다 꿰고 있었다.
* * *
“아델라, 너도 생존 시험은 처음이지?”
“당연하지. 야영회 자체가 처음인데. 악명은 수없이 들었지만.”
“후우, 벌써부터 쉽지 않네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며칠을 더 버티는 거죠?”
한시하의 조는 총 다섯 명이었다.
아델라, 시모어, 원, 그리고 나탈리까지.
다행히 익히 알고 있던 얼굴들만 있었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여기선 특별히 사고 칠 만한 녀석들도 없고, 실전 경험도 풍부한 애들이었으니.
하지만, 이 지형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들도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으으.”
대부분의 학생들이 오른편으로 간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하도 수풀이 우거져 한 발을 내딛는 것조차 어렵다. 아르델의 뒷산을 오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울창한 나무들을 올려 보고 있자니 한층 더 막막해진다.
한시하는 한숨을 내쉬며 가방에서 물건을 꺼냈다.
아, 이건 진짜 도리가 아니지.
생존게임에서도 스프 3개랑 물 3개는 준다고.
“물 한 병.”
카산, 이 미친놈.
한시하는 나직이 욕설을 뱉으며 남은 짐을 꺼냈다.
“그리고 밧줄?”
“그거 외에는?”
“지도가 있어야 하지 않아?”
“글쎄. 그것도 빼 버린 거 같은데.”
기가 찼다.
빼도 적당히 빼야지.
지도가 없을 줄 알았다면 돌아가서 카산의 얼굴을 한 번 더 갈겼을 것이다.
“발열석이랑 흡열석은 들어 있어.”
그 밖에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 물건들 정도.
아델라는 막막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일단 괜찮은 지형이 나올 때까지 내리 왼쪽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그런데, 기분 탓인 건가.
원은 아까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왜 그래?”
“조금 어지럽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좀 같은 곳을 맴돌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한번 눈앞이 일렁였다.
원은 고개를 흔들며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냈다.
에이, 아니겠지.
“제대로 가고 있는 중인 거 같은걸. 지도가 없어서 확인은 못하겠지만.”
“그러면 다행이고.”
“아, 참고로 나 길치다. 얘들아.”
당당한 한시하의 말에 따라서 불안해지는 원.
“이러다가 길 잃는 건 아니겠지?”
원의 걱정스러운 한마디가 현실이 될 거라고는.
이때까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 * *
“뭐야, 애들 벌써 떠났어?”
르베니의 다급한 외침이 3학년이 있는 막사에 울려 퍼졌다.
카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기지개를 켰다. 아까 단체로 떠나는 과정까지 봐놓고선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다음 르베니의 말은 카산도 벌떡 일어서게 했다.
“그러면 애들 위치가 왜 여기로 뜨는데?”
“어? 뭐라고?”
카산은 기겁하며 짐을 빼두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애당초 그 2학년들이 아직까지도 떠나지 않았을 가능성은 만무했다.
그렇다면…
카산은 식량 틈새에서 위치추적 스톤을 찾아내고선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이게… 왜 딸려 나온 거야?”
“설마. 그걸 빼놓고 보낸 거라고? 야! 너 정신 나갔어?”
“나도 이건 일부러 뺀 게 아니야!”
“뭐?”
“진짜라고! 아무리 그 녀석들이 재수 없어도 여기서 실종되길 바란 건 아니야!”
위치추적 스톤은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비록 아르델의 외곽이 야영회 장소로 아카데미의 관리 아래 운영되는 곳이기는 했지만, 어느 행사가 그렇듯 예외의 상황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비상시에 곧바로 아르델에 보고가 가기 위해서 넣어 둔 위치추적 스톤이 카산이 빼두었던 짐 틈에 끼어 있었던 것이다.
카산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입을 다무는 것을 택했다.
“끈질긴 새끼들이야. 재수 없어도 알아서 살아서 돌아오겠지.”
“이제 막 나가는 거야?”
이건 자존심이었다.
르베니의 싸늘한 표정이 카산을 향했지만 그는 이미 결심한 뒤였다.
“3일 후에 보고하자고.”
“뭐?”
“그때까지는 별일 없겠지.”
어차피 이 상태가 알려졌다가는 3학년인 카산과 르베니가 징계를 받을 수도 있었다.
벌점 정도의 가벼운 징계일지 몰라도, 그랬다간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다.
“묻어 둬.”
카산은 이를 악문 채 나직이 중얼거렸다.
* * *
[Main episode 5: 생존의 비밀] [미지의 야영지에서 비밀을 추적하라!] [제한 시간: 7일] [보상: ??] [실패시: ??]이거 뭐냐.
저런 메시지창이 내 눈앞에 뜬 걸 보면 이거 예사 야영회가 아니다.
그간의 경험을 미루어 봤을 때, 필히 내 목을 조여 올 만한 살벌한 상황이 아니라면 메인 에피소드 창이 뜨지 않는다.
“서브 에피소드도 아니고 메인이야?”
원작에선 그렇게까지 존재감이 있던 파트는 아니었다.
그냥 가볍게 쉬어가는 파트 정도?
이한 혼자 물고기도 잡고, 산짐승도 때려잡고, 불까지 피우며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던 파트.
여기선 카산을 비롯한 3학년 선배들을 가볍게 엿 먹이는 것 외에 특별히 위험한 장면은 나오질 않았었다.
근데 저 메인 에피소드라는 게 심히 거슬린다.
심지어 보상과 실패 시 페널티가 물음표다.
메인 에피소드 자체가 대체적으로 큐브와 관련이 있을 뿐더러, 이렇게 베일에 싸여 있는 에피소드일수록 난이도가 상당할 확률이 높았다.
생존의 비밀? 저건 대체 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그냥 생존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지금 당장 살아남기도 급급한 상황에서 뭐를 추적하라는 것도 영 껄끄럽기 짝이 없다.
“불안한데.”
심히 불안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불안한 것은 아무래도 현재의 상황이었다.
“물 아껴 마셔, 시모어.”
“우응….”
“저도, 저도 한 입만 마시고 싶은데.”
미안하다.
조원을 잘못 만나서 니들이 고생하는구나.
나탈리는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배고파요….”
원래 힘든 구석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인데, 출발한 이후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계속 걷고만 있으니 다들 체력이 바닥날 법도 했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지도도 없고, 첫날을 버틸 수 있을 만한 식량도 없다.
기껏해야 물 한 병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다섯 명이서 나눠 마셔야 하는데.
아. 미쳐 버리겠네.
판타지 소설 독자 10년 차의 경험을 살려 보면 꼭 이런 데 빙의하면 다른 캐릭터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실력으로 살아남더라.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게 말이 되냐고.”
걔들은 특전사 훈련이라도 받고 소설에 빙의했음이 틀림없었다.
기껏해야 책이나 붙들고 있던 내가 뭘 어떻게 살아남아. 정글이나 사막에 떨어지면 가장 먼저 아사하겠지.
낚시도 등산도 하질 않고 편하게 집구석에 박혀서 살아왔는데!
나 펜만 잡아봤다고!
현실은 소설이랑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하는 부분이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 때 캠핑이라도 좀 다닐 걸 그랬네.
“뭐부터 해야 하지?”
아델라가 난처한 기색으로 물어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해 본 적은 없어도 본 건 많아서 아델라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일단 불부터 피워야지.”
이거는 정말 국룰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