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01화(10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01화
조금 안전한 곳을 골라놓고 거기서 불이라도 피우고 버텨야 그나마 살 만하다.
이대로 밤이 되었다가는 그닥 좋지 못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터였다.
베어그릴스 스승님께 배웠다.
무튼, 내가 이전에 봤었다며 줄줄 말을 늘어놓는다 한들 조금 이상하게 볼 것 같아 MSG를 조금 첨가했다.
“에른스트 교수님이 불부터 피우라고 하셨거든. 아델라, 정착할 만한 곳 있어?”
“정착할 만한 곳?”
“어. 생존이 목표잖아. 그러면 며칠을 지낼 곳이 있어야지. 예를 들면 동굴 같은 곳.”
아델라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허리를 숙여 손바닥을 돌에 가져다 댔다.
파앗.
푸른 마력이 돌 틈새로 흘러들어갔다.
아델라의 감응력. 근처의 지형을 반사되는 마력의 흐름을 통해 알아낼 계획인 듯했다.
실제로 훗날 아델라는 온 지형을 제 앞마당처럼 익숙하게 휘젓고 다니지만, 아직은 2학년에 불과하다.
지금의 그녀가 감지할 수 있는 범위는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고개를 저었다.
“글쎄. 동굴은 없는 거 같아. 적어도 여기서는 못 찾겠어.”
있기는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한이 거기서 팔자 편하게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었으니깐.
막 고기 잡고, 동굴 탐험도 하고, 나중엔 별의별 기구들도 만들었다. 훈제 요리 장치 같은 거.
하지만, 일단 현재로서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플랜 B를 짜 봐야 했다.
“저쪽으로 가자.”
“어? 저기를?”
내가 봤을 땐 그나마 이 습한 곳에서 고지대인 데다가, 평탄하니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곳이 저쪽이다.
물에 빠지든 그냥 들어가든, 젖을 일이 잦을 테니까 지나치게 어두운 곳은 패스.
너무 낮아서 물이 범람하면 잠길 곳도 패스.
대충 추려 보니 나온 결론이었다.
시모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공감했다.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저쪽으로 자리를 옮기죠.”
지형 때문인지는 몰라도 계속 제자리를 걷는 느낌이었다.
지칠 때도 지친 애들이라 자리를 잡자는 내 말에 곧바로 반색했다.
아델라도 내색은 안 해도 힘들었는지 자리에 주저앉자마자 웬 노인정에서나 들려올 법한 소리를 냈다.
“아이고… 삭신이야….”
“…정말 죽을 것 같아요.”
“힘든 건 알겠는데 지금 누웠다가는 영원히 눕게 될 텐데.”
“어… 어?”
“퍼뜩 일어나.”
불부터 피워야 한다고 했잖냐.
그러고 잤다간 바로 다음 날에 입 돌아간다.
아니, 입만 돌아가면 차라리 다행이지. 곧바로 하늘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준비해 보자.”
생존에 있어서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이자, 쉽게 해내기에는 너무도 빡센 그것.
불 피우기를 해야 할 차례였다.
특히 라이터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는 말 그대로 나무토막 두 개를 들고 와서 해가 질 때까지 비벼대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어디서 봤는데… 일단 불을 피우려면 나무토막 두 개를 놓고….”
나는 그렇다 쳐도 시모어 쟤는 어디서 본 거야.
시모어는 줄줄이 설명을 늘어놓으며 제가 본 알량한 지식을 꺼내 놓았다.
21세기 현대인의 입장에선 라이터 하나만 있으면 딱인데.
“아델라, 지푸라기 끌어 올 수 있어?”
“어렵지 않아.”
우우웅.
가벼운 지푸라기들은 돌에 비해 빠르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염력으로 순식간에 지푸라기를 끌어오자 나탈리는 탄성을 뱉었다.
그렇게 불을 피우기 위한 지푸라기를 한 아름 모았을 때.
“자, 이제 불을 어떻게 피우는 거냐면….”
“그럴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어?”
내 시선은 이미 바실을 향해 있었다.
“바실!”
정정한다. 여기에 라이터는 없지만 바실이 있다.
시모어는 내 한마디에 경악한 듯 두 손을 모았다.
“와, 드래곤!”
* * *
“바실! 바실! 바실!”
“세상에, 우리 바실이 귀여운 거봐. 불 피워 줄 거예요?”
아델라는 희귀도 만렙인 애교 섞인 멘트로 바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저렇게 하이텐션인 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
하기야 나무토막 비비면서 몇 시간 개고생하게 생겼는데, 휴대용 라이터를 발견한 기분.
나도 깊이 공감한다.
“바실… 믿어요….”
나탈리 역시 구세주라도 온 것 마냥 경건하게 앉아 있었다.
물론 여기에서 굴할 바실이 아니다.
“후으음.”
이 자식 재고 있는 게 분명하다.
바실은 두 눈을 끔뻑이며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했다.
“뭐 줄 거냐고?”
끄덕.
저 칼 같은 대답 봐라.
원은 황당한지 웃음을 흘렸다.
“이래서 자식새끼 키워 봐야 다 쓸모없다는 게… 다 커서 딜이나 하고 자빠졌고.”
“꾸우!”
“집 가서 줄게.”
미동도 없네.
“치즈 가게 가서 네가 원하는 거 세트로 잔뜩 사 줄게.”
“…우음.”
딜에 성공했다.
바실은 폴짝 장작더미 너머로 뛰어올랐다.
후우.
바실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선 브레스를 내뿜자마자 장작더미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했으면 반나절은 걸렸을 것을, 단 5초 만에 해낸다.
이제야 알았다. 무인도에 조난당했을 때는 식량을 챙길 게 아니라 드래곤부터 챙겨야 한다는 걸.
거의 뭐 부싯돌을 옆에 데리고 다니는 느낌이네.
“바실! 잘했어요!”
“이야, 확실히 드래곤이 좋긴 좋다?”
나탈리가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바실을 칭찬했고, 원도 입이 귀에 걸렸다.
기숙사 룸메로 허구한 날 바실이 친 사고를 뒷수습하다가 이렇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던 듯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까보다 더 분주해졌다.
뭐라도 모아서 엉성하게라도 집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텐트도 안 쳐 본 인간이라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만. 아까부터 원과 시모어가 나란히 낑낑대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열다섯 살보다는 내가 낫겠지. 그 틈에 거들었다.
“원, 밧줄!”
“여기!”
인간적으로 밧줄도 없이 고정을 시키려고 하니까 자꾸 쓰러지는 거 아니냐.
생존을 글로 배운 인간이지만, 빠르게 슬카데미의 내용을 복기했다.
이게 맞나.
사실 잘 모르겠다.
바실이 나무 위로 올라가 굵직굵직한 토막들을 손으로 내리쳐서 떨구는 동안, 아델라는 염력으로 나무를 들어 올려 이쪽으로 배송했다.
돌만 들 수 있는 줄 알았건만 아델라의 대지 지배 능력이 뜻밖에도 잡일에 꽤 도움이 되고 있었다.
“시모어, 이거 좀 잡아 봐!”
“알았어. 여기다가 꽂으면 되나?”
우당탕탕.
다섯 사람이 모인 덕에 임시로 비를 피하고 추위를 막아 줄 공간은 빠르게 마련됐다.
“여기 돌 더 있어요! 이걸로 고정할까요?”
체력이 유독 약한 편인 나탈리는 헐떡대면서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가만 보면 안 그래 보여도 멘탈은 저 친구가 가장 강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탈리, 조금 쉬는 건 어때?”
“저는… 괜찮아요….”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나 역시 기진맥진한 채, 내 몸 하나 겨우 누울 수 있는 높이의 거처에 누워 봤다.
안전한지 보려고 한 건데…
“이대로 그냥 쓰러지고 싶다.”
역시 죽을 것 같다.
이로써 소설에 빙의한 놈들이 하나같이 특전사 출신이었음이 증명됐다.
차라리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훈련받는 게 나았다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섰다.
“그래도 이만하면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 같지 않나?”
“그럴 거 같아.”
나뭇잎으로 천장이랑 바닥을 깔끔히 깔아 놨다.
하루 자라고 하면 질색할 비주얼이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할 정도는 아닌 듯싶었다.
비가 제발 안 오길 빌고 있지만, 이 정도면 비가 와도 버틸 수는 있을 듯했다.
남은 시간은 동굴을 찾는 데 집중해야겠다.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챙겼다.
“한시하,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왜?”
“네가 말한 대로 동굴을 찾아보고, 안 된다면 식량이라도 구해 올게.”
지형탐사 겸 사냥을 하겠다는 소리였다.
뭐, 그래도 학교에서 마련한 곳이니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거 같았다.
저 성질머리면 설령 근처에서 3학년 선배를 만나고 온들 지지는 않을 거 같고.
아, 이게 아닌데.
선배랑은 싸우지 마라!
물 한 병인 거 반 병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별다른 말을 덧붙이는 대신 바실을 떠밀었다.
“바실이라도 데려가.”
“그럴게.”
그렇게 아델라는 숲속으로 사라졌다.
* * *
아델라는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온다고 했고, 임시거처에서의 작업은 빠르게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어… 어어!”
“무슨 일이야?”
나탈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떡해요! 이거… 이거 으아아….”
“…!”
나탈리의 표정을 보니 냅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표정.
“으으!”
어, 그러니까 이미 소리 없는 아우성에 가까웠다.
나탈리는 두 팔을 버둥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납치에도 눈 하나 끔뻑 안하던 애가 저렇게 놀란 이유가.
“아.”
“쥐새끼인가?”
시모어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탈리가 나뭇잎을 구해오던 중에 실수로 저걸 나무로 내리쳤고, 잠깐 기절한 줄 알았던 애가 열심히 날뛰려 들기에 구속 마법으로 붙들어 뒀다는 설명이었다.
“어, 어떻게 할까요?”
나는 턱을 쓸어내리며 나탈리의 말을 되짚었다.
“실수로 나무로 내리쳤다….”
역시 멘탈 최강자.
그게 실수로 되는 게 아닐 텐데.
나탈리를 살짝 놀려 주려던 나는 원이 하는 말에 멈칫하고 말았다.
“잡자! 잡아야 하지 않아?”
“뭐? 쥐새끼를 왜 잡….”
시모어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먹어야지. 지금 가릴 때가 아니잖아. 식량은 하나도 없고, 조금 있으면 해 질 텐데. 뭐라도 먹어야 내일을 버티지.”
“쥐, 쥐를 먹어요?”
나탈리는 다시 한 번 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 번데기도 못 먹어.”
“뭐라는 거야.”
나도 곱게 자랐다고. 막 메뚜기 튀겨 먹고 그런 세대가 아니라고.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이번엔 원의 말이 옳았다.
내일 뛰려면 뭐라도 잡아 둬야 한다.
식량도 없고, 내일 사냥이 어찌될지도 모르고.
비장한 내 한마디가 울려 퍼졌다.
진짜 먹고 살기 드럽게 힘들다.
“잡자.”
원은 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쥐를 잡아들고선 불구덩이에 집어넣으려 시도했다.
“으아아악!”
“끼에엑!”
생존의 문턱에 선 녀석이 격렬하게 버둥거리기 시작했고, 그걸 간신히 붙잡은 원이 울상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
“아악! 나 물었어!”
원은 버둥거리는 쥐를 들고서 간절히 외쳤다.
“무서워! 무서워 뒈질 것 같아! 이 새끼 꿈틀거린다고 아아악!”
“잠깐만, 원! 놓치지 말라고!”
“바실 어디 갔어! 구워야 하는데, 아니 미친. 바실아악!”
아니, 이건 얘가 잘할 텐데.
하필 지형 탐사를 떠난 아델라와 함께 자리를 비웠다.
시모어는 다급히 무리수를 뒀다.
“칼로 내리찍을까!”
“못하잖아.”
“으아아악!”
쥐 한 마리 잡겠다고 개판이 났다.
나를 지하실에서 죽여 버리려 했던 시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쥐는 못 죽이고 있었고, 나탈리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원은 더 이상 못 붙들겠다며 소리를 질러 댔다.
“이거! 이거 어떻게든 죽이고 넣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
“일단 죽이자.”
끄덕끄덕.
원과 시모어, 나탈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왜 나를 보는 거냐?
“…나보고 잡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