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03화(10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03화
다음 날.
우리는 동굴을 찾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어떻게 보면 무리한 결정일 수도 있었지만, 오래 버틸 거라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착시 마법의 농간에 당했다.
안전을 보장해 줄 위치 추적 스톤 역시 없다.
밤새 폭풍우가 쏟아질 수도, 태풍에 준한 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다.
아니, 정확히는 누군가가 그런 것을 소환해 공격할 가능성도 있었다.
저렇게 전방위적으로 착시 마법을 쓸 수 있는 상대라면, 속성이 맞는다는 가정하에 그런 일도 충분히 벌일 수 있으니 말이다.
“저거 동굴 같은데?”
아델라의 지원 덕에 생각보다 빨리 동굴을 찾았다.
원작의 이한이 돌아다니다가 동굴을 찾는 데엔 사흘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으니.
이곳은 아마도 착시 마법 영향권의 밖인 듯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걸어가는 원의 앞길을 막았다.
주변을 경계하며 한 발을 내디뎠다.
“아.”
주인이 따로 있었다.
그르르.
“뭐야, 저건.”
“아무래도 동굴 근처에서 살던 녀석인 거 같은데?”
원작상으론 비워져 있는 동굴이 맞다.
특별한 위협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불청객이 있었다.
콧김을 내뿜으며 땅을 구르고 있는 거대한 멧돼지. 산속에 사는 와일드보어였다.
“많이 화난 거 같네.”
“그러게.”
그르르!
근데 그래 봤자 돼지다.
아델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잡으면 되는 거 아니야?”
나 역시 생글거리며 말을 얹었다.
와일드보어의 비주얼이 너무도 친숙한 탓에, 아니 너무도 돌아다닌 탓에 제법 허기졌기 때문.
“오늘 저녁은 삼겹살이야?”
“으응?”
“가랏, 파충류!”
바실이 내 지시에 파바밧 자리를 박차 올랐다.
굳이 우리가 나설 것도 없이 바실이 알아서 처리해 줄 터였다.
아무리 힘이 센 멧돼지라고 해도 드래곤과 싸워서 이길 리가….
퍼억! 쾅!
아니, 그게 왜 일어나는 건데.
“바실아!”
야, 미친놈아. 네가 왜 당해!
나는 방금 내 드래곤이 날아가는 걸 봤다.
제아무리 해츨링이라 할지라도 웬만한 마법사를 상대할 수 있는 전설의 동물, 드래곤이.
겨우… 겨우… 멧돼지에 날아간다고?
“야, 정신 차려!”
“꾸우….”
바실도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이 잘난 드래곤이 멧돼지한테 날아갔다고…?
뭐 그런 표정이다.
날아간 거 맞으니까 일어나! 이 자식아!
“안될 거 같은데, 내가 나설게.”
차앙-.
아델라가 검을 뽑아 들었다. 와일드보어를 향해 진격하는 그녀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와일드보어를 향해 가르는 칼날이 정확히 녀석의 심장을 향해 쇄도했다.
아델라는 땅의 마법사이지만 그 못지않게 검술 재능도 뛰어났다.
돌을 집어던져서 기절시키는 것만큼이나,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것.
한 번에,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죽일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그르르.
저 미친 멧돼지 왜 안 죽는 걸까.
“뭐야?”
“이상한데.”
아델라는 이를 악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무지막지한 괴력으로 밀어붙이는 와일드보어, 그 힘을 검 끝으로 흘려내며 비켜서는 아델라.
어느새 나 역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저런 게 와일드보어, 아니 멧돼지일 리 없다.
멧돼지는 물론 맛없지만 그래 봤자 돼지일 뿐인데.
총 한 방 쏘면 그냥 쓰러지는 애가 왜 총보다 더한 인간병기들한테 당하고도 멀쩡하냐고.
착시 마법, 그리고 강화된 멧돼지.
나는 본능적으로 이 숲에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그걸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아델라! 피해야 해요!”
나탈리의 물줄기가 와일드보어의 시야를 가렸다.
아델라는 물줄기를 피해 다시 한번 일격을 가했다.
바로 튕겨 나갔던 바실은 다시 화염을 내뿜었다.
어느덧 레벨 5가 된 파이어 스파이크는 그 자리를 낙뢰와 함께 불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바실은 그 대신 그 힘을 와일드보어를 향해 집중했다.
‘음, 강한 건 좋은데. 다 태워 버리는 건 조금 그렇지 않나?’
‘꾸우?’
‘나야 영향을 안 받는데, 꼭 1대 1로 싸울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깐.’
실제로 나는 아카데미 일원들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에, 그때를 대비해서 훈련시켜 뒀던 것인데 이렇게 금방 쓰일 줄은 몰랐다.
바실의 파이어 스파이크는 전보다 예리해졌다.
정확히 와일드보어의 머리를 향해 힘을 쏟아부었다.
두 번의 패배는 없다는 듯, 바실의 표정은 결연했다.
파지지직!
전기를 쏘아 올리는 소리가 굉음처럼 울려 퍼졌다.
철갑처럼 뚫리지 않는 와일드보어의 목을 향해 두어 번 칼질을 시도하던 아델라가 멈칫하던 순간.
원이 무력하게 뒤로 물러나던 순간.
나탈리가 다음 마법을 캐스팅하기 위해 주문을 읊고 있던 그 순간.
파지… 지직….
매캐한 연기가 하늘을 덮었다.
“…어?”
와일드보어, 아니 멧돼지가 있던 자리에는.
이제 통구이 돼지가 남아 있었다.
“아, 통구이는 예상했던 저녁 식사가 아니었는데….”
바실이 해냈다.
* * *
“…손질하라고?”
이 자식들 또 나를 보네.
쥐를 잡았을 때처럼 이번에도 좀 해 달라는 게 뻔했다.
이것들이 내가 무슨 백정인 줄 아나.
어이가 없네.
“할 줄 모르는데?”
“구워져 있으니까 그냥 먹어도 되나…?”
“그건 좀….”
결국 내가 나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제로 여기서 돼지를 해부해 봤을 인간이 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게 아닌데.
아, 자괴감이 든다.
돼지 손질하려고 배운 지식이 아닌데….
나 왜 정육점에 취직한 거냐.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만, 기분이 왠지 묘해.
스윽. 슥.
제법 능숙하게 손질하고 있는 나를 녀석들이 신기하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와… 역시….”
“오늘도 대단해요!”
이젠 믿지도 않을 거 같았다.
그래도 이 말을 안 할 수는 없다.
“정말 처음이야.”
“처음인데 그렇게 잘하면 적성인 거 아니에요?”
나탈리가 생글거리며 팩폭을 꽂았다.
분명 나를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인데, 왜 놀리는 거 같고 그런지 모르겠네.
“비… 슷한 걸 했는데.”
아니, 비슷한 거 아니잖아.
비슷한 거 맞나?
아닌가?
이제는 정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돼지를 살리는? 뭐, 그런 쪽이었던 거지.”
물론 돼지를 살린 적은 없었지만 살리는 쪽이었던 건 팩트니까.
시모어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을 뱉었다.
“살리는 계열이면, 아카데미 들어오기 전에 성직자 단체라도 들어갔던 거야?”
치유 계통이라면 아무래도 그쪽이 떠오르긴 한다.
정화의 마법사 솔리아처럼 말이다.
“근데 그거치곤….”
왜, 뭐.
시모어는 머리를 긁적이며 팩트를 던졌다.
“넌 너무 타락했잖아.”
저 새끼가 먹여 주고 재워 줬더니.
아.
먹여 주고 재워 줘서 저렇게 말하는 거였어.
저 자식은 내가 아버지, 그러니 한태수의 저택에서 보석을 터는 것도 봤었지.
당당하게 아버지의 지갑에서 용돈을 털어가는 성직자 지망생.
“네가 치유를 했을 리가.”
“전생에 했다, 이 새끼야.”
시모어는 내 살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하, 어쨌든 끝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볍게 굽고선 팔뚝만 한 고깃덩이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서로의 눈치를 본다.
“맛이 있을까요?”
“맛없어도 먹을 거잖아.”
“배고파 죽을 거 같은데, 난 가리지도 않는다.”
웩.
바로 가렸다.
“아, 이건 좀….”
산을 어지간히도 뛰어다니던 녀석인지 질기기 짝이 없었다.
조금 비린 것 같기도 하고, 먹어서는 안 될 무생물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
“그래도 쥐보단 나은 거 같아요.”
“그건 비주얼부터 마이너스잖아.”
“아.”
다들 질긴 고기를 열심히 씹어 삼켰다.
일단 뭐라도 먹여 놓으니 다들 혈색이 돌았다.
어제 잡아 온 물고기도 점심에 다 떨어졌고, 하루 종일 동굴을 찾느라 체력 소모도 심했으니 그럴 만했다.
“일단 불부터 피우고 들어갈까?”
어설프게라도 동굴 입주를 끝내고 나서.
“으아아….”
다들 곡소리를 내며 저마다 동굴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모닥불 앞에서 나탈리와 아델라, 둘과 마주 앉아 있었다.
“바실, 수고했어요.”
나탈리는 조용히 오물거리며 바실을 제 새끼처럼 흐뭇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델라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내게 말을 건넸다.
“전에는 못 쓰던 능력이었던 거 같은데?”
맞다. 파이어 스파이크는 광역 마법 계열이니까.
저렇게 피뢰침처럼 상대에게 전기를 주입할 수 있을 줄은 몰랐을 터다.
“바실, 많이 늘었네.”
“더 먹어라. 야.”
“꾸우!”
내가 말 안 해도 그럴 거였다는 듯 바실은 괜히 내 다리를 꼬리로 툭 치고선 발밑에 자리 잡았다.
남은 고기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질겨서 다 못 먹은 탓이다.
걱정할 것도 없이 바실은 남은 걸 해치우는 중이다.
“한시하?”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제와 똑같이 새카만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알 수 없는 곳에서 발생한 변수를 해결해야 했으니.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나탈리는 안으로 들어갔고, 아델라는 내 곁에 남아 있었다.
“한시하.”
고개를 돌리자, 아델라가 나를 보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상황이 보고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것도 3학년 선배들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부른다는 가정하에 최소 일주일.
그 안에 와일드보어처럼 무언가 이상해진 몬스터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두렵다기보다는 갑갑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 강박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방금까지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으니까.
그런 내 고민을 막는 듯한 아델라의 부름에 물었다.
“왜?”
“뭘 그리 걱정해?”
나는 좀 쉬러 온 기분인걸.
아델라는 싱긋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 * *
새벽 감성이 이렇다.
아델라는 제 속마음을 잘 드러내는 애가 아니었다.
모닥불 촤악, 밤하늘 촤악. 별똥별까지 후두두둑.
이거 감성적인 말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공간이다.
뭐 그런 갬성 속에서 아델라는 입을 뗐다.
나머지 녀석들은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떨어진 뒤였다.
“나는 아르델 아카데미 2학년의 2등이잖아?”
“그렇지.”
“너는 3등이고.”
“그것도 맞지.”
“누구는 평생 올려다볼 만한, 그런 위치인데… 조금 웃기지 않아? 고작 이런 곳에 와서 뭐라도 먹어 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는 거.”
아델라는 피식 웃으며 말을 뱉었다.
“내가 물고기 잡으려고 마법을 배웠던 건 아닌데.”
아델라의 말은 결코 자조는 아니었다.
내가 겨우 이딴 걸 배우려고 이 학교를 왔냐 같은, 자만적인 뉘앙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면 뭘까.
몇 번 곱씹어 보고서 깨달았다.
마법사가 된 이유.
정신없이 살아남으려 애쓰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저 밤하늘을 보면서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았으니까.
“마법은 개인의 성향을 반영한다고 들었어.”
“그러면 너는 왜 땅의 마법사가 된 거지?”
아델라는 피식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보다 땅이 내게 더 가까운 거 같아서.”
“어?”
“나는 평민이니까.”
묘한 떨림이 아델라의 음성에서 느껴졌다.
“너는? 왜 테이머가 된 거지?”
그게… 전생에 수의사였는데요.
눈 떠 보니 제가 소설에 빙의를 해서 테이머가 되었답니다.
-라고 할 수는 없으니 싱긋 웃었다.
“내 손 안 대고 꿀 빠는 게 조금 적성이라서.”
“아, 역시. 바실을 굴려먹은 게 그 이유였구나.”
“바로 그거지.”
아델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표정을 보고 알았다.
아마 우리 둘 다 솔직하지는 않았다는 걸.
“들어가서 자. 여기는 내가 대기하고 있을게.”
“그럴 필요는 없어. 나도 남은 고기나 먹을란다.”
비록 전개 편의주의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원작 슬카데미에선 아델라의 말대로 개인의 성향에 따라 마법이 주어졌다.
그 힘과 위력 역시 주어지는 일종의 규칙이 있었다. 마법은 더욱 간절한 사람을 찾아간다.
그 뒤에 어떻게 성장하느냐는 본인의 몫일지라도.
처음 능력이 주어지는 기준은 그렇다.
아델라는 처음부터 강했다.
원작에는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 궁금해졌다.
너는 왜 땅의 마법사가 되었던 걸까.
그리고, 왜 주인공 다음으로 강했던 걸까.
“한시하.”
아델라가 나를 돌아보며 슬프게 웃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두 눈.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나, 사실 알아.”
“뭐를?”
“내가 마법사가 된 이유.”
지난번 불꽃놀이를 보러 갔을 때, 그녀가 무심코 던졌던 그 무거운 말. 그 말을 꺼낼 때와 같은 표정이라 괜스레 어깨가 굳었다.
하지만, 그 옆을 떠날 수는 없었다.
나는 아델라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들어 볼래.”
외로이 떠 있는 저 별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멀어서.
타오르는 모닥불 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서.
우리 둘만 남아 있어서.
아니, 너무 가까이 앉아 있어서.
오늘만큼은 도망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려 줘, 아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