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04화(10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04화
아델라의 이야기, 그것이 나와 연관되어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들어도 될까.
혹여 지금의 어쭙잖은 위로가 화를 불러오진 않을까.
아델라를 기만하고, 분노하게 하는 일이 되진 않을까.
그럼에도 나는 알고 싶었다.
아니, 알아야 했다.
“내가 어렸을 때, 마법을 쓸 줄도 몰랐을 때.”
“응.”
“내가 자란 마을이 땅에 묻혔어.”
처음 듣는 소리라 두 눈을 크게 떴다. 슬카데미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던 아델라의 과거.
아델라는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통째로. 전부 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아델라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담담했다. 마치 이미 지나간 일을 그저 평온하게 회상하듯.
나는 그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델라의 얼굴은 평온하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눈은,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 마을에 흑마법사가 숨어 있다고 했어.”
“….”
“아니, 마을 전체가 저주받았다고 했어.”
나 역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이야기들.
“사실 그게 아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건 그 사람들도 알았을 텐데.”
“아무도 들어 주지 않았어. 적으로 돌릴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우리는, 그걸 부정할 힘이 없었어.”
아델라는 흑마법을 증오한다. 흑마법사로 몰려 죄 없는 이들이 죽었으니.
하지만, 아델라가 가장 증오하는 건.
마을을 마녀사냥한 이들이 아니었을까.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질끈 눈을 감았다.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왜 아델라의 가문에 대해서 일절 언급이 없었을까.
왜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방학 내내 아카데미에서 훈련에만 매진했던 걸까.
왜 그렇게, 늘 조급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아무 죄도 없는 마을 사람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하루아침에 다 사라졌어.”
슬카데미의 잔혹한 선역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자책하듯, 아델라는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혼자 살아남았어.”
* * *
“미친 게 분명해.”
카산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는 지금 한 걸음도 내딛기 버거운 울창한 숲 한복판에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식량과 물이 구비된 거처에서 발 뻗고 편안하게 있었을 것을.
“내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채앵-.
카산은 분노를 담아 제 앞을 가로막는 잡초들을 검으로 쳐 냈다.
한시하가 사고를 쳤다.
정정한다. 자신이 사고를 쳤다.
그것도 아주 대형 사고를 말이다.
‘묻어 둬? 혹시 묻히고 싶어서 하는 말은 아니지?’
‘2학년에 땅의 마법사가 있다더라. 걔네들이 고작 일주일도 못 버틸 정도로 나약한 애들은 아니니까, 잡히면 걔가 널 묻어 주겠네.’’
르베니의 날선 말에 카산은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네가 감정적으로 벌인 일에 자신까지 휘말려들게 생겼는데, 정말 가만히 있을 생각이냐.
그런 눈빛이었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아카데미에서 이걸 알아채기 전에 자신이 상황을 되돌려 놓는 것이 옳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생존하지 못하면.”
단 물 한 병을 들려주고 보냈다.
카산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등신 새끼냐, 진짜. 그 새끼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떠밀려나온 것도 맞지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모두 제 책임이 되는 것이니. 그건 특별히 천성과 관계없었다.
제아무리 성격이 지랄 맞은 카산이라지만 아카데미 후배에게 그 정도의 악의를 가졌을 리 만무했다.
저 새끼를 내 눈앞에서 치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쉬워도.
저 새끼를 죽여 버리고 싶다까지는 제법 논리의 도약이 필요한 법이었다.
카산은 묵직한 가방을 들고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력 운용.
카산은 미세한 힘을 바람에 불어넣었다.
아델라가 지형을 탐지할 수 있다면 카산은 마력을 탐지한다.
위치 추적 스톤이 없어도, 자신이 그 자체로 스톤의 역할을 한다.
위이잉.
푸른 마력이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에휴, 시발.”
찾았다.
하지만 막막했다.
“뭐라 하지, 이 새끼들한테.”
자신이 친 사고니까 수습은 해야겠는데, 녀석들의 반응을 생각하니 막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 *
후두두둑.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르델의 외곽 지대는 신기하게도 좌측은 열대기후, 우측은 사막지방의 기후에 가까웠다.
이곳은 스콜이 자주 내렸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소나기는 기본이었다.
동굴로 오길 잘했다.
1시간이 흐른 뒤, 금세 하늘이 맑아지자 아델라와 원은 사냥을 하겠다며 나섰다.
이제는 어느 정도 분업이 됐다.
바실은 불 지키기 담당, 나탈리와 클로스티는 물 공급 담당.
아델라와 원은 사냥 담당.
그리고 시모어는.
“뭐 하냐? 놀아?”
시비 걸기 담당인가, 이 새끼.
“네 목구멍에 처넣을 생선 꼬치 만드는 중인데.”
“…잘 먹을게.”
강약약강임에 틀림없었다.
살벌하게 노려보자 시모어는 다시 시무룩한 상태로 돌아갔다.
시모어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저 녀석은 깝치지 않을 때가 가장 덜 밉상이었다.
마법과에 오고 나서 한동안 잠잠하더니 이제는 좀 살 만한 모양이었다.
“불이나 키워 봐.”
파닥파닥.
시모어는 부채질을 하며 바실과 함께 불을 키웠다.
물론 눈치 없는 바실은 거기에 대고 브레스를 뿜었다.
“굳이 네가 키울 필요는 없었는데.”
아, 저 녀석 갈구고 있었잖아.
“꾸우?”
말은 툴툴대도 잡일은 시모어가 도맡아서 하는 중이었다.
그사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쪽으로 향했다.
아델라는 걱정하지 말라 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델라가 어제 내게 했던 말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델라는 어제 제 얘기를 털어놓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제가 할 일을 찾아 하는 중이었다.
나 역시 별다른 내색 없이 아델라를 대했다.
하,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 일하자.
나는 저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라도 신호가 될 만한 걸 찾으면 좋을 텐데.”
영화 보면 나오는 SOS 구조신호 같은 거.
저 여기 있어요, 살려 주세요! 이런 거 말이다.
“꾸우!”
아.
폭죽 같은 건 필요가 없었다.
여기 자연산 폭죽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바실더러 파이어 스파이크를 냅다 허공에 갈기라고 하면 되는구나.
“오늘 밤부터 갈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이 의견은 우선 다른 애들과 상의해 보고.
나는 동굴 수색을 이어 갔다.
아르델에서 우리의 상황을 알게 된다고 해도 오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밤을 버텨야 한다.
“밤에 습격해 오면 위험할 텐데. 바리케이드라도 쳐야 하나?”
당연히 어제처럼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겠지만, 만약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필요한 물건이 조금이나마 발견되려나 싶어서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갔다.
“바실.”
이젠 눈빛만 교환해도 대강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는다.
“불 좀 지펴 봐라.”
* * *
나뭇가지에 후, 하며 불을 붙인 바실 덕에 시야가 확보됐다.
그나마 좀 밝아졌다.
하도 캄캄해서 횃불을 들고 있어도 그리 잘 보이지는 않는다.
특별히 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내가 찾는 건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가령 여기서 그물이 발견되었다거나, 음식을 조리할 냄비가 발견된다고 쳐도 그게 원작에 서술되었을 리는 없으니까.
뭐라도 있을 수 있다. 정말 뭐라도.
나직이 중얼거리며 앞서 나가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을 발견했다.
“이게 뭐지?”
횃불이 다시 한번 동굴 벽을 비췄다.
알 수 없는 암호들이 벽 한구석을 반복적으로 뒤덮고 있었다.
어라.
“벽화인가?”
고대 문자 같기도 하고.
하필 장소도 동굴이라 벽화가 있다고 해도 크게 이상한 구석은 없다.
그런데, 이 느낌은 익숙했다.
쎄한 느낌.
그러니까 내 직감.
내 직감은 늘 옳았다.
“바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지 않아?”
아니, 어디서 봤다.
확실히 봤다.
떠올려라, 떠올려!
그때 별것 아닌 대화가 머리를 스쳤다.
‘이게 뭔데?’
‘찾았어. 지난주에.’
아르델 비밀 통로에서 이한이 발견했다던 신원불명의 쪽지.
“한시하! 대답 좀 해라! 야! 이거 어디다가 둘까?”
전혀 쓰잘데기 없는 걸로 불러 대고 있는 시모어를 향해 크게 외쳤다.
“아델라를 불러 와.”
“어? 잘 안 들려!”
“아델라! 어서 찾아오라고.”
* * *
“이한이 말했던 암호야.”
“암호? 아.”
아델라는 복도에서 이한이 내게 무엇인가를 건네던 걸 봤다.
그 자리에 있었으니 대강 무슨 의미인지 아는 듯했다.
“우리를 죽일 뻔했던 그 인간이 흘리고 간 거라면, 뭔가 있겠지.”
“…높은 확률로.”
아델라는 내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이라도 새카만 어둠에 삼켜질 듯한 것이 생각보다 깊숙한 동굴인 모양이었다.
저 지하 깊숙한 곳에 무언가 있을 것은 분명했다.
“아마 크게 신경들은 안 쓸 거야.”
아델라는 뒤편을 돌아보고선 나직이 중얼거렸다. 다른 녀석들은 충분히 믿을 만해도 시모어는 아직 믿지 않는 눈치였다.
물론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건 둘이 가는 게 맞다.
횃불이 아니었다면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깊은 동굴이었다.
벽을 짚으며 한참을 걸어 나가던 순간, 아델라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멈춰 섰다.
“계단인 거 같은데. 내려갈 거야?”
자연적인 동굴이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께름칙한 구조다.
아델라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함정일 수도 있어.”
“알고 있어.”
숲 전체에 퍼져 있었던 착시 마법, 그리고 마치 준비된 듯이 대기하고 있는 암호.
백 번 생각해 봐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함정일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미끼가 되어서라도 들어가야지.”
아르델 아카데미 안까지 버젓이 들어올 수준이면 언제 습격을 해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저 안에 큐브가 있다면 찾아와야 했다.
망설임 없이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아델라는 애써 담담하게 검을 쥐었으나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일까.
이곳은 예사 동굴이 아니다.
마력을 그리 잘 느끼지 못하는 나조차도 공기에서 느껴지는 압박에 숨을 들이켰다.
돔 형태로 되어 있는 듯한 내부. 강렬한 마력 외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딱딱한 바닥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그 순간.
“한, 한시하!”
“으아아아악!”
아래가 텅 비어 있었다.
발을 헛디뎠다. 아니, 헛디딘 게 아니었다.
땅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친.”
쾅.
강렬한 폭음과 함께 그대로 내려앉았다.
다급히 마력을 주위에 둘렀으나 충격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돔 전체 바닥이 무너지며 몇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지하에 떨어지고 말았다.
“커억….”
순식간이었다.
“뭔, 뭔가를 밟은 거 같아.”
“밟기만 해도 자동으로 작동하는 함정인가.”
아델라는 끙끙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일단 크게 다친 곳은 없는 듯했다.
바실이 당황한 눈으로 엎어져 있는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으으윽….”
캄캄했던 시야가 바실 덕에 조금 밝아졌다.
나는 주변을 뒤적거려 꺼진 횃불을 다시 쥐었다.
그리고 바실에게 내밀자, 불이 붙었다.
천장은 무너져 있고, 벽은 완전히 밀폐되어 있는 듯한 좁은 공간이다.
강렬한 마력의 원천은 아무래도 이쪽인 듯했다.
왼쪽을 천천히 훑어본 후, 내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했을 때.
나도 모르게 홀린 듯 다가갔다.
“저게 뭐야?”
선명하게 반짝이는 암호.
의미를 알 수 없는 글귀가 돌벽에 새겨져 빛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안에 우리가 찾는 게 있는 거 같은데.”
이질적인 감각이 아니다.
큐브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손끝이 저릴 정도로 강렬하게 느껴지던 그 마력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아델라의 눈빛이 크게 일렁였다.
“열어 볼까?”
우우우웅.
무거운 돌이 흔들리며 지하에 파묻혀 있던 그것을 꺼냈다.
시야를 가로막는 강렬한 주황빛이 사방에 퍼지자마자 알았다.
세 번째 큐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것을 낚아챘다.
함정이란 걸, 함정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덜컹덜컹.
땅이 아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뭘 제대로 건드린 거 같은데.”
“동감… 으으윽!”
쾅.
아델라는 저만치 날아가서 처박혔다. 나 역시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천장에서 무너진 돌멩이가 내 머리를 찍으려는 순간, 바실이 꼬리로 그것을 튕겨 냈다.
“꾸우! 꾸우!”
제길, 나가야 한다.
“아델라, 정신 차려!”
그제야 나는 이 진동의 정체를 알아냈다.
우리가 깨운 게 맞았다.
이 지하에서 잠들어 있던 존재를.
“저게 대체….”
“골렘…?”
이끼로 뒤덮인, 얼마나 오랜 시간을 잠들었는지 알 수 없는 골렘이 지하 한구석에서 깨어났다.
안광이 섬뜩하게 빛났다.
쾅. 쾅.
내 키의 세 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거대한 마력의 집합체가 한 발을 내디뎠다.
아델라는 이를 악물며 나를 끌어당겼다.
“꽉 잡아!”
“어… 어!”
튕겨져 나간 돌의 파편.
그걸 발판 마냥 대고 서 있는 아델라였다. 짧은 순간에도 튀어야 한다는 본능이 앞섰던 모양이었다.
이걸 염력으로 띄운다고?
우리 둘을?
내가 기겁하며 아델라를 돌아보자,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 간다. 꽉 잡아.”
“으아아악!”
내 비명과 함께 몸이 그대로 위로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