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06화(10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06화
조용히 제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 했던 카산의 계획은 실패했다.
[지지직… 전원 복귀… 전원… 아르델 아카데미로 복귀하시길 바랍니다….]다급한 공지가 내려졌고 일주일이 되기 전에 전원이 철수해야 했다.
그들의 전투가 너무 화려했던 터라 아르델 아카데미에서도 알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카산은 아르델 아카데미로 복귀하자마자 이번 일의 책임을 지러 갔다.
어쨌든 모두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그나마 벌점 선에서 해결될 것이다.
갑작스레 나타난 조금은 강화된 와일드보어, 골렘의 정체는 아르델 아카데미에서 조사 중이라 들었으나 아직까지 전해진 바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복귀 직후 이한을 찾아갔다.
“큐브를 찾았어.”
“큐브를…? 아.”
이한은 의미를 알 수 없었던 폭발의 정체를 뒤늦게 직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전해 줬던 암호가 써 있던 동굴, 수상하기 짝이 없었던 착시 마법.
평범한 야영회로 끝날 줄 알았던 아르델의 외곽 지역에서 원작과 전혀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어쩐지 뭔가 이상했지. 터져도 크게 터진 거 같더니만, 큐브와 엮여 있을 줄은 몰랐네.”
“그 숲에 분명 뭐가 있었거든.”
“골렘?”
“아니, 그건 큐브에 설치된 함정이라 쳐도 숲에 있는 마력 자체가 뭔가 이상했어. 아델라도 감지한 거로 봐선 착각은 아닐 거야.”
세 번째 큐브는 원작대로라면 이 위치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아직 흑마법사들의 손에 들려 있었어야 할 물건.
함정처럼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원래 그것이 그들의 것이었고, 그 숲에서 몰래 큐브를 보관하고 있었던 거라면. 우리가 그걸 찾아서 들고 나온 거라면. 처음부터 걸려 있던 착시 마법과 그 주변의 결계가 모두 이해가 된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혼란스러워하는 이한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뱉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알아보려고.”
나나 아델라보다는 마력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
이한과 달리 현장에 직접 있었던 사람.
이거 아주 잘 알고 있을 사람 하나 있잖아?
* * *
“3학년의 카산 선배 만나러 왔는데요.”
그날 오후, 별생각 없이 강의실에 들어서려던 카산은 그대로 복도에서 턴했다.
자신에게 더없는 치욕을 줬던, 게다가 나름 잘 보내고 있던 학교생활에 벌점까지 뿌려 놓은 장본인, 한시하가 생글거리며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자신을 찾고 있었다.
“미친, 저 새끼는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저 녀석의 살벌한 압박에 무릎까지 꿇으며 사과했다.
행여 소문이라도 퍼질까 봐 조용히 숨죽이고 다니는 중이었다.
‘이렇게 마주치기 싫었다고!’
가뜩이나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는 지경인데 2학년한테도 쩔쩔매는 모습이 비춰진다면 학년장다운 위엄은 나가리다.
“카산 선배 어디 갔어요?”
“어… 이 수업이긴 한데. 곧 올 걸? 어디지? 근데 왜 찾으려는 거야? 이제 와서 사과라도 받으려고?”
“그건 이미 받았어요.”
“어… 어? 걔가?”
르베니가 머리를 긁적이며 한시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카산은 이를 악물며 문 뒤에 숨어서 한시하의 눈치를 살폈다.
설마. 저 새끼 다 불어 버리는 건 아니겠지.
목숨을 살려 줬다는 약점만 잡히질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저 주둥이를 다물라 했을 터인데.
어찌 됐건 생명의 은인이 된 상황이라 차마 닥치라고 할 수 없었다.
“제발, 제발. 조용히 돌아가라.”
카산이 그렇게 간절하게 중얼거리던 순간.
르베니가 선수를 쳤다.
“근데 걔가 뭐라고 사과했어? 그거 쉽게 할 놈이 아닐 텐데. 뭔 일이라도 있었어?”
“아.”
‘쟤는 왜 저걸 여기서 물어!’
말하지 마, 말하지 마.
“별일은 아니었고 선배가 싹싹 빌면서 무릎… 을 꿇었다고 말하기 전에 그냥 나오시는 거 어때요?”
카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한시하의 시선이 어느덧 자신을 향해 있었다.
들켜 버렸나.
아니, 근데.
“진짜야? 쟤가? 진짜로오오?”
“다 말해 놓고서 협박하지 마. 이 새끼야!”
생명의 은인이고 나발이고, 카산은 발작적으로 튀어 나갔다.
* * *
그곳이 복도가 아니었다면 카산은 분명 주먹을 갈겼을 것이었다.
하지만, 괜한 소란이 나면 싹싹 빌면서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 사실로 확정 나게 생겼으므로 카산은 조용히 한시하를 불렀다.
“하… 나는 네가 정말 마음에 안 들거든?”
“피차일반입니다.”
“근데 왜 찾아온 거냐고!”
카산은 부들대며 한시하에게 물었다.
몸싸움 2차전이 발생할 뻔했지만, 이미 골렘과의 싸움을 눈앞에서 직관한 카산이었다.
골렘을 때려잡던 판단력, 결코 밀리지 않던 그 침착하고 서늘한 눈빛.
눈앞의 2학년생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싸운다고 한들, 이길 거란 확신이 없다.
그래서 카산은 어쩔 수 없이 닥치고 있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드럽게 마주치지 싫은 상대였지만, 또 물어보는 태도는 나름 공손하다.
이래서는 거절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본론만 간단히 말해.”
“그 숲에 뭐가 있었어요?”
“뭐?”
“뭔가를 느꼈을 텐데요, 분명.”
한시하의 눈빛에는 우리도 느꼈는데, 네가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사실이었다.
카산은 숲을 걸으며 이미 숲 전체를 감도는 마력의 기운을 감지했다.
하지만, 꼬일 대로 꼬인 속에선 고운 말이 나갈 리 없었다.
“…내가 대답할 이유가 있나?”
“글쎄요. 저희가 이번 문제를 상세하게 떠들면 아마도….”
“대답할 이유가 너무 많이 생긴 거 같은데, 아는 선에서 다 물어봐.”
카산은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했다.
한시하는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고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마력의 출처가 궁금합니다. 정체도.”
“착시 마법이 걸려 있었지. 고도의 현혹 마법이었어. 전방위적으로 가동하고 있었으니까.”
머리를 긁적이던 카산은 되물었다.
“그리고, 출처라면… 그걸 쓴 사람을 말하는 거야?”
“네, 일단은.”
카산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상함을 감지했기 때문에 또렷이 기억은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상함보다 저 녀석들을 찾아서 스톤을 돌려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앞섰을 뿐이었다.
“으음….”
카산은 마력의 형태를 분석하고 마법의 방식을 추론해 냈다.
“그런 류의 현혹 마법은 함정으로 만든 것은 아니야.”
“그러면….”
한시하는 카산의 말을 곧바로 이해했다.
처음에는 누르기만 하면 발동되는 함정 형태의 마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그렇게 오랜 지속 기간을 가질 수가 없었다.
밟고 사라져야 함정이니까.
그러니 이건 설치형 마법이 아니라 직접 마력을 쏟아부으며 계속 유지했다는 소리였다.
“장거리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지.”
상대는 누군지 몰라도 그 부근에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것도 자신들을 지켜보면서.
별생각 없이 말을 꺼냈던 카산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뒤늦게 섬뜩해졌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그 숲에 있었겠군요.”
갑작스레 나타난 골렘부터 한시하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되었던 착시 마법까지.
곰곰이 한시하를 따라 생각의 흐름을 이어 가던 카산은 기겁했다.
우연히 따라가다 마법에 당했던 자신도 지금 섬뜩한데 저 녀석은 대체 왜 담담한 것인가.
설마 그럴 줄 알았나?
“뭐, 뭐야. 너.”
“네?”
“밖에서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거야?”
저 녀석을 죽이기 위해 시간과 마력을 쏟아붓는 마법사가 있다는 것에, 카산은 큰 충격에 빠졌다.
“너를 죽이려던 놈이 그 숲에 있었다는 거잖아.”
“그렇… 겠죠?”
“뭔 짓을 하고 다니면 그런 인간이 꼬이는 거냐고!”
어쩐지 무서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미친, 꺼져. 나는 엮이기 싫으니까.”
그냥 단순히 싸가지 없는 후배가 아니라, 뭔가 배후에 거대한 비밀을 숨겨 놓았을 거 같은….
그런… 그런 후배였던 것이 틀림없었다.
‘고위 귀족들은 다 저런 삶을 사는 건가?’
거기에 더해 한시하의 뒷배경에까지 생각이 닿은 카산은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너는 오늘 나랑 한마디도 안 한 거다.”
후다다닥.
카산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줄행랑을 쳐 버렸다.
“…왜 저러지?”
한시하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하얗게 질린 표정을 보아하니 혼자 대단한 착각을 하고 나른 것이 틀림없었다.
“아.”
실제로 자신을 죽이려던 자가 그 숲에 있었으니 착각은 아닌가.
한시하는 씁쓸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심각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봤단 소리라….”
범인은 우리가 세 번째 큐브를 가져간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확실히 섬뜩하네.”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이젠, 정말 안전하지 않다.
* * *
“다들 얼추 준비해 왔지?”
야영회 건도 충분히 신경 써야 할 일이었지만, 아르델 아카데미로 복귀하니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야영회를 떠나기 전 접수해 뒀던 연구 발표 대회가 목전에 다다라 있었다.
아델라는 이미 꼼꼼하게 준비해 둔 자료를 확인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
실전에만 강할 것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이런 쪽에도 소질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짧은 새에 저걸 언제 다 준비를 했냐, 쟤는.
그리고.
윤하을은….
오물오물.
크림빵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것도 요새 애들이 좋아할 법한 슈크림도 아니고 웬 푸석푸석한 하얀 크림빵을 먹는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취향이 나보다도 한 세대 위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그만 먹어라.
그러다가 아델라한테 묻혀서 그거 최후의 만찬 되겠다.
“나도 다 해 왔는데.”
윤하을은 아델라의 살벌한 시선이 느껴졌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아델라는 윤하을의 자료를 손으로 낚아채곤 하나씩 훑어 나가기 시작했다.
“음… 으음.”
안 좋은 말이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대충 이건 내 직감인데, 아델라는 윤하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파워열정 스타일인 아델라가 윤하을처럼 나태한 천재상을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두 사람이 토론을 나누고 있는 광경은 제법 놀라웠다.
“자료는 다 좋은데 근거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으응?”
“그만 처먹… 아니, 적당히 드시라고.”
“근거가 왜 필요해? 내 머릿속에 다 들어 있는데.”
“어?”
“물어보면 다 답해 줄 수 있어.”
윤하을의 당당한 말에 아델라가 실제로 질문을 던지자,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저 자신감은 진짜였던 모양이었다.
“허어….”
아델라는 차마 윤하을을 더 갈구지 못하고 미간만 찌푸렸다.
그러곤, 이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시하?”
“어?”
“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설마. 아니겠지. 다 외워 왔다는 의미겠지?”
뜨끔.
야영회 준비에 정신이 팔렸던 데다가 돌아와선 큐브 문제로 골치가 아파서 준비를 못했다.
하하하.
내 어색한 웃음에 아델라는 두 눈을 끔뻑였다.
“나는 믿어. 너가 안 해 왔을 리가 있나.”
“그러엄, 다 외워 왔지.”
아무래도 오늘 묻히는 건 내 쪽일 것 같다.
식은땀이 흐른다.
능청스럽게 아델라의 말을 받아치며 씨익 웃었다.
아델라와 윤하을이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상당히 미심쩍은 눈빛들이다.
아, 믿는다며.
“어? 왜 안 믿지?”
거, 내가 조별 과제 한두 번 해 봤나.
늘 버스는 내가 태웠다고!
자칭 피피티의 대가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 헛소리로 10분 동안 입을 털어 대는 건 내 전문이었던 말이다.
딱 기다려, 보여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