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1화(1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1화
바실의 등장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몇몇은 진작에 비명을 질러 댔으니.
제아무리 날고 기는 집안에서 온 애들일지라도 드래곤이 익숙할 리가 없었다.
경악스런 반응이 튀어나왔다.
“드래곤이야?”
“진짜 드래곤이라고?”
“꺄아아악!”
귀여운 도롱뇽처럼 생겼건만 그렇게까지 놀랄 이유가?
때문에 바실도 놀랐다.
“꾸….”
바실은 기가 죽은 듯 축 처진 꼬리로 두 눈을 끔뻑였다.
일단 냅다 소리를 질러 대던 애들도 잠시 뒤에 간신히 진정했다. 불부터 뿜을 줄 알았던 드래곤이 예상외로 조용해서일까.
“귀여운데.”
“쫌 그렇긴 하네.”
웅성웅성.
뒤편에서 누구 하나가 말을 뱉자 다들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꾸우….”
솔직히 우리 파충류 귀엽긴 해.
어, 누가 기 죽였냐 진짜.
바실이 낑낑대며 내 다리 뒤로 기어 들어가자, 넋을 잃고 있던 크릭이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거, 진짜 드래곤 맞냐?”
“가짜일 리가 없지 않을까?”
내 빳빳한 대답에 크릭의 낯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평민인 저 녀석의 입장에서 드래곤이란 한평생 드러나 본 상상의 동물이지, 실제로 직관한 적은 없었을 터였다.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천문학적 액수이므로.
“심지어 레드 드래곤인 거 같은데.”
“저걸 어디서 구해 온 거야, 미친.”
“야, 가문에서 쫓겨난 게 아니지 않아? 드, 드래곤을 어디서 구해 일반 학생이!”
나는 크릭의 자격지심 포인트를 알고 있었다.
저보다 만만한 녀석이 돈과 권력으로 자신을 누를 때의 그 반감.
드래곤 한 마리를 데리고 나타난 것만으로도 크릭의 열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비아냥 섞인 어조의 한마디가 돌아왔다.
“돈이 아주 남아도시나 보네?”
“응.”
“하… 돈 처바른다고 네가 드래곤을 길들일 수나 있고?”
제 딴에는 꼬투리를 잡으려는 것 같은데, 웃음만 나왔다.
드래곤 중에서도 레드 드래곤은 퍽 난폭한 편에 속한다.
아무리 해츨링일지라도 저리 유순하게 앉아 있을 리 없다. 그런데 바실은 내 다리에 폭 얼굴을 파묻고 있었으니.
“…이게 길들인 거 아닌가?”
테이밍이 되지 않은 상태라면 말이 되지 않는 행동.
제 말에서 허점을 깨달은 건지 크릭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허, 허! 네가 뭔 개수작으로 저걸 길들였는지 모르겠는데. 그, 그… 테이밍 시험에서 드래곤 끌고 오는 건 비겁하지. 그게 네 실력이냐고!”
투명한 분노.
저 모습이 원작 속 한시하를 너무 닮아 있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바실을 힐끗 내려다보며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장비빨이냐고 묻는다면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장비빨도 실력이지 않냐.”
아.
“네겐 그 실력이 없겠네.”
돈도 빽도 기술도 없는, 그저 평범한 엑스트라.
별 볼 일 없는 악역이라 표방한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시하만도 못한 재능, 그보다도 못한 자격지심. 어느 하나 잘난 것이 없는 녀석이라 도발하기엔 쉬웠다.
“이… 이, 이게 미쳤나, 진짜!”
“새끼야, 내가 저런 거 없어도 개강 시험으로 너 따위 낙제생은 이겨. 실력? 네까짓 게 지금 나한테…!”
부들부들.
크릭은 시뻘게진 얼굴로 내게 손가락질했다.
가성비 미쳤는데.
한마디로 살살 긁으니 두 마디로 돌아오네. 숨을 헐떡대며 잔뜩 붉어진 녀석을 담담하게 올려다보았다.
지금, 이 강의실에 주연급 캐릭터가 있을까.
있다 해도 나서는 놈은 없다. 하기야, 이건 누가 봐도 그 음침한 한시하가 일방적으로 시비 털리고 있는 광경이니까.
조용히, 조심히. 그렇게 살 생각이긴 했는데.
그게 이리 처맞고 저리 처맞으면서 만만하게 살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야, 평민.”
미친 가성비.
딱 두 글자는 크릭의 이성을 잃게 만들기 충분했다.
“뭐… 뭐! 너 지금 뭐라고….”
나는 한시하가 지어 보였을 서늘한 미소와 함께 턱을 괴었다.
“꼬우면 붙든가.”
개강시험 성적.
누가 이기는지 보면 될 거 아니야.
* * *
‘네가, 나를 이기면 내가 개처럼 짖는다, 이 개자식아!’
다음 날, 크릭의 한마디 덕분에 내기는 성립됐다.
지면 개처럼 짖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짖을 건 아니니까 내기 조건이 어떻든 상관은 없었다.
모든 부분에서 녀석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 아르델 아카데미 1학년조차 겪어 보지 않은 나로서는 사실 몸을 사려야 했다.
그런데.
이 근거 없는 자신감.
“이길 것 같은데.”
나직이 읊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전생에서도 그랬듯이. 깽판치고 나서 뒷수습을 하는 데에는 도가 텄으므로.
인턴계의 미친개. 그게 내 별명이었다.
학부생 시절만 해도 그냥저냥 멀쩡하게 술 퍼마시며 학교 다녔던 인간이, 졸업하고 별 거지 꼴을 다 보면서 성격이 변했다.
불의를 보면 무작정 들이받았다. 들이받을 수밖에 없는 일들의 반복이었으니.
그 와중에도 내 실력은 상위권이었고, 어딜 가서 성적으로는 밀려 본 적이 없었다.
아니꼬운 새끼가 잘나가기까지 하면 세상은 더 싫어한다.
그때도, 지금도 그랬다.
후두둑.
옷가지가 사물함에서 떨어지는 걸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건드린 건지 너덜너덜한 넝마가 되어 있었다.
“내기 괜히 시작했나.”
하여간 애새끼나 어른들이나, 수법이 변하질 않아요.
그때부터 점심시간까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는 애들이 끊이질 않았다.
아마 크릭을 따라다니는 그 무리들인 듯했다.
“야, 한시하. 네가 크릭이랑 내기를 걸었다면서?”
“낙제나 면하면 다행이지. 네가 무슨 시험으로 크릭을 이기냐.”
“짖는 거 기대해도 되지?”
“야, 야야!”
대충 나이에 맞게 유치한 도발이었다.
의문이긴 했다.
노골적으로 싫어하긴 했어도 음침하다며 슬슬 피해 다녔던 원작 속의 묘사와는 180도로 다른 행동이었으니. 이 새끼들이 왜 이리 졸졸 따라다니나 했는데, 그 이유를 뒤늦게 알았다.
음침하지 않다.
반쯤 정신 나간 것 같은 놈은 상대하기 두려워도, 막상 멀쩡해지니 슬슬 만만한 건가. 웃음이 절로 나왔다.
“…더럽게 유치하네, 진짜.”
거기에 더해 이전이라면 질색하며 자리를 떴을 여자애들이 은근 힐끔힐끔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걸 모르고 있을 녀석들이 아니다.
“야, 한시하. 꼬우면 붙으라며. 나랑도 붙어 보지 그러냐?”
그러니 은근한 자격지심도 더해졌을 터였다.
마음 같아서는 한 번 제대로 들이박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것 아니었으나.
참자. 참자, 한시하.
내가 아무리 전직 불도저였어도 열다섯을 상대로 진심으로 싸울 수는 없잖아?
정신연령은 애새끼여도 명색이 어른인데 저런 허접한 도발에 일일이 답해 줄 필요는 없다.
“야, 왜 씹냐고.”
툭툭.
“…뭘 봐?”
“야, 야. 그러다가 저 자식이 너 저주하면 어쩌려고.”
“뭐래. 딱 봐도 허접해 보이는 새끼가.”
툭툭툭.
그렇게 참을 생각이었다.
근데 자꾸 툭툭 건드리는 게 정말 묘하게….
아니, 대놓고 빡친다.
생각할수록 조금씩 열 받기 시작했다.
나름 비싼 돈을 주고 사 뒀던 교재가 반으로 작살나 있는 걸 발견했을 땐 나이고 뭐고 눈부터 돌았다.
나도 열다섯이잖아.
일단 생긴 건.
어라, 맞지 않나?
“음.”
자기합리화를 마쳤다.
지금부터 나는 열다섯이다. 일단 액면가론 확실히 그러했다.
그러니, 가만히 앉아서 보살처럼 심신의 평화를 찾아 명상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야.”
“너 이름 뭐냐?”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뱉은 한마디에 내 앞에 선 녀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
“닥치고 이름.”
“에드워드. 근데 이 자식이 왜 다짜고짜 이름을 물어….”
“그럼 됐네.”
혹시나 싶어서 물었는데 역시나다.
들어 본 적도 없는 이름이다. 작중에 등장했던 캐릭터였으면 조용히 사릴 생각이었으나 굳이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다.
하긴 내가 그리 대단한 인간도 아니고, 그저 삼류 악역일 뿐인데.
나 같은 인간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애들 중 그 정도 급의 인물은 있지도 않았을 터였다.
세계 평화와 학교 수호에 열중하고 계실 그분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일 리가 없으니까.
내 앞에 줄줄이 서 있는 이 녀석들은 크릭보다도 존재감 없는 잔챙이들일 뿐이다.
“뭐가 됐다는 거야?”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말해서. 다 이 녀석들이 자초했다.
나는 분명, 곱게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사람이 자비를 베풀었으면 딱 그 선까지 했어야지.
이것들이 유치하게 사람 속을 슥슥 긁어 놓으니까 빡도는 것 아니냐고.
“뭐가, 됐다는 거냐고 묻잖아.”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학창 시절에는 나를 건드리는 새끼가 없었어.”
“왜인 줄 알아?”
“내가 가장 잘 나갔으니까.”
뻔뻔하고도 당당한 내 말에 에드워드인지 뭐시긴지 하는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뭔 개소리인가 싶은 표정이었다.
힘으로?
아니다. 싸움에는 소질이 없었으니까.
처음부터 돌아가는 건 빠릿한 머리밖에 없었다.
아카데미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나면 별 거지 같은 꼴을 다 보면서 살겠지만, 적어도 이 안에서는 통용되는 규칙이 있다는 소리다.
실력이 모든 걸 증명한다.
평민 출신인 아델라를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이 개빡대가리들아.”
“머리가 나쁘면 눈치라도 보든가.”
나는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선, 무슨 강제전학 온 문제아나 할 법한 멘트를 뱉었다.
“아, 내가 진짜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하여간 세상이 드럽게 안 도와준다.
“바실아.”
짧은 찰나, 바실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총명하게 빛나는 눈망울을 향해 나직이 명령했다.
“물어.”
“어… 어어어!”
곧바로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