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10화(11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10화
마법부에 갈 날이 되었다.
일전에 느꼈던 서늘한 공기가 입구에서부터 고스란히 느껴졌다.
휘황찬란한 사무실과 유리 상자에 각종 고급 아티팩트들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 눈에 들어왔다.
두 번째 방문이지만 쉽게 익숙해지는 곳은 아니다.
“3분이나 늦었군.”
한시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우리를 마주했다. 손목에 찬 시계가 천장의 조명 때문에 빛이 났다.
또 만날 줄은 몰랐다.
이쯤 되면 정말 가족처럼 매일 보는 기분인데.
“…흠.”
저쪽도 불쾌한 건 매한가지인 듯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뱉었다.
“가죠.”
아델라와 윤하을은 이 불편한 관계를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아델라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을지 몰라도, 윤하을은 이 투샷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
한시혁은 가문의 이름을 완전히 지워 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으므로 아마 그간 나와 엮일 일은 특별히 없었을 터였다.
아델라는 아는 척을 하며 물었다.
“저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아르델의 예언자… 맞으시죠? 전에 학교에서도 뵈었어요!”
하지만 한시혁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는 아델라를 스윽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싶진 않군.”
“아, 죄송합니다!”
사실 이쪽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하는 건 윤하을 같은데.
“…저거 비싸 보인다. 얼마일까?”
얘는 그냥 사람에는 관심이 없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네 워너비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래도 이 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예언가인데.
그래 봤자 몇 년도 지나지 않아 대륙 최고의 예언가는 윤하을의 몫이 되겠지만.
아무도 경쟁자로 삼지 않는 여유.
저게 천재의 삶이다.
피식 웃으며 뒤처져서 걷는 윤하을을 앞으로 당겼다.
한시혁은 귀찮아하면서도 충실히 설명을 이어 갔다.
“2층에는 내 사무실이 있다. 알아 둘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다면 찾아와라.”
“넵!”
“그리고 이쪽은 연구실이지. 대부분의 연구는 옆 건물에서 진행하기에, 여기는 간단히 보고된 연구를 취합하는 장소라 보면 된다.”
견학 루트는 지난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상을 마치고 간단히 마법부를 둘러보는 정도?
대신 일전의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견학에선 한시혁의 호위가 함께했다.
한 발자국도 우리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사실 마법부는 일반 학생들에게 출입을 허가하진 않는다. 1층의 접수처, 전시실 정도가 너네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이다. 3층에서는 이따금 강연을 진행하지. 근데…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나?”
“네?”
한시혁은 혀를 내두르며 우리를 돌아보았다.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 같은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를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나야 얌전히 따라가기만 할 건데…
쟤는 조금 걱정되긴 한다.
윤하을은 이미 벽에 있는 아티팩트에 코를 박고 있었다.
“아, 이건 뭐예요? 만지면 부서져요?”
“부서지고, 네 가문도 같이 부서지지 않을까.”
“네?”
“물어 줄 돈이 없다면.”
“아아.”
한시혁은 동심을 파괴하는 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읊고선 앞장서 갔다.
윤하을의 배경에 대해서는 특별히 원작에서 다뤄진 바가 없었지만,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애로 묘사되었던 걸로 봐선 한시혁의 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야, 원래 돈이 없으면 외제차 옆에 주차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윤하을은 한시혁의 말에도 별 상처를 받지 않았는지 질문을 이어 갔다.
원래 저리 적극적이지도 않던 녀석이 질문이 많으니 새삼 신기하긴 했다.
뭔가에 꽂힌 건가.
세상만사에 관심은 없어도 저가 꽂힌 것에는 진심인 편이니까.
문제는 그 질문이 상당히 생각지도 못한 방향이라는 점이었다.
“위험한 아티팩트는 있나요?”
“마법부에?”
“사람을 해칠 만한 것이나, 폭발할 만한 것.”
“…그런 게 있어도 전시해 두진 않을 거다.”
저 멘트, 진짜 사고 칠 것 같아!
한시혁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괜히 허튼짓은 하지 마라.”
“위험한 사람은 있을까요? 누군가를 해칠 만한.”
“왜 그런 걸 묻지?”
“…걱정되어서요.”
“그것도 허튼 걱정인 것 같군.”
묘하게 살벌한 기운이 한시혁의 주변을 휩쓸었다.
예언가의 기본적인 특성인 위엄이다.
원래 입을 잘 털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저들의 말에는 힘이 있다.
그 기운을 느꼈는지 아델라는 내 옆에 찰싹 붙은 채 조용히 속삭였다.
“아까부터 느끼는 건데 저분 되게 무서우시다. 카리스마라고 해야 하나, 위압감이 느껴져.”
“….”
“저래야 대륙 최고의 예언가가 되는 건가?”
음.
으음. 위엄과 카리스마라….
‘일단 조금 더 패고 나서 생각해 볼까.’
‘으아아악! 대화로 했으면 하는데… 악!’
‘악! 아아악!’
나한테 처맞고 나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었던 한시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 그러게.”
그래, 이미지를 지켜 주자.
* * *
“수상을 축하합니다. 앞으로 아르델의 훌륭한 일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상금과 표창장입니다.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일정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한시혁은 성가시다는 듯 우리를 빨리 보내려 했고, 그 길로 곧장 나왔으니 견학은 끝이었다.
아델라는 1층에 있는 포토존을 가 봐야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쪽에 마법부에서 새로 세운 금 동상이 있다나 뭐라나.
그런 핫스팟에는 관심이 없었으므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학교에서 봐!”
“그래, 잘 놀다 들어가라.”
남은 건 윤하을 하나.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다시 부담스레 나를 주시했다.
“너도 갈 거지?”
“으응.”
“왜? 전시실이라도 더 구경하고 가게?”
다른 곳이야 마법부 직원들이 돌려보내려 하겠지만, 1층 복도의 전시실은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곳이다.
할 일이 있는 애처럼 발을 동동거리고 있길래 물었는데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너도 잘 들어가라. 그럼.”
온 김에 한시혁의 사무실이나 들러볼까.
졸졸졸.
“응?”
졸졸졸.
내가 한 발자국을 떼자 두 발자국을 쫓아온다.
윤하을은 다시 한번 두 눈을 끔뻑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얼굴이다.
기분 탓인가. 아니다.
아까 한시혁과 동행할 때도 내 눈치를 은근히 살피는 듯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따라온다.
왜 그러는데.
원래도 저런 애긴 하지만 오늘따라 뭔가 더 이상한 느낌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얘를 잠시 떨어뜨려 놨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졸졸.
“아니, 여기를 왜 따라와. 미친.”
윤하을은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손사래까지 치면서 해맑게 덧붙이는 말이 더 공포였다.
“그럴 리가. 앞에서 기다릴게!”
그게 더 이상해!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 뭐 잘못했냐?”
“아니.”
오죽하면 내가 이걸 먼저 물어볼 정도로.
나를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보는 건 한시혁뿐이라 생각했는데, 곰곰이 오늘의 행동을 곱씹어 보니 얘가 나를 더 그런 눈으로 보는 거 같아서.
그럴 만한 이유가 정말 없는데….
설마.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별의 뜻이라도 봤어?”
“아니! 절대 아닌데?”
“윤하을.”
이거다.
거짓말을 할 때는 티가 나게 눈썹을 들썩이는 윤하을을 보면서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무언가를 본 것 같긴 한데, 그게 무엇인지 얘기를 해 주지 않는다면 절대 좋은 일은 아닐 것인데.
“무슨 일인데, 말해 봐. 내 일이라면 내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잘 몰라.”
윤하을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억지로 숨기고 있는 표정은 아니었다.
“말해.”
“….”
한참을 갈군 뒤에야 윤하을의 입이 열렸다.
윤하을은 일그러진 얼굴로 말을 쏟아 냈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어. 그런데, 뭔 일이 일어나는 건 맞는 거 같은데… 그게 자세히 보이질 않으니까. 너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 미래라는 게 그렇게 선명히 보이는 게 아니고….”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어.”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그래서 더 걱정돼서….”
그게 어디인지도, 언제인지도 알지 못한다.
아티팩트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던 것도, 아까부터 마법부의 구조를 눈으로 훑은 것도 그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무언가 단서를 찾기 위해서.
윤하을의 어깨가 아까와는 달리 떨리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든 찾아보려 했는데, 도무지 모르겠어.”
“괜찮아.”
“그 사람이… 그 사람이… 큐브를 찾아.”
“뭐?”
큐브.
윤하을의 한마디에 내 안색이 새하얘졌다.
티를 내지 않으려 했으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게 뭔지, 너는 알지?”
안다. 알지만, 윤하을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도 윤하을은 큐브를 찾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인물이지만, 그렇기에 나보다 더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제 몸 하나 확실히 간수할 수 있을 미래라면 모를까.
그건 최소 2년 뒤. 윤하을은 솔리아가 죽은 뒤에야 강해진다.
그 전까지는 그냥 게으른 천재에 불과했다.
그러니 지금은 너무도 위험했다.
“위험한 거야?”
“어? 어… 조금은. 그런데 네가 걱정하는 그 정도는 아니야.”
“…거짓말.”
일단은 긴장한 애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여튼 야영회부터 발표 대회까지 한두 군데 설치고 다닌 게 아니니, 한시혁의 말대로 나를 노리는 인간이 있을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그 상황에 아무 죄도 없는 애를 끌어들이고픈 마음은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말을 뱉었다.
“위험해 보여서 따라오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네가 미래로 본 그런 일이 생기면 차라리 튀어. 어차피 네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더 세.”
아, 사실이라서 뼈아프네.
윤하을은 확신하듯이 두 번 읊조렸다.
“진짜 내가 더 세. 너보다.”
“…팩트로 때리지 마.”
바실도 없고 클로스티도 없으니, 네가 더 센 것은 맞는데.
“일단은 나가자고. 아르델이 더 안전할 테니까.”
“그래.”
윤하을은 담담한 내 말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한시하 학생, 윤하을 학생?”
묵직하면서도 중후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솔리아의 후원자이자 지난 발표 대회 당시 흑마법의 조예가 있었던 건 아니냐며 대놓고 시비를 걸어온 그 인간.
베켄 공작이었다.
원작에서도 이름만 잠깐 스쳐 지나갔을 정도로 그 존재감이 미미했던 인물. 악인도 선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엑스트라.
나는 분명 그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으나, 베켄 공작은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베켄 공작의 서늘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발표 대회는 잘 봤네.”
“감사합니다.”
“제국의 미래가 밝아. 그날 내가 괜히 딴지를 걸었지만, 이건 진심일세. 한태수가 머리 좋은 아들을 두었더군.”
베켄 공작의 시선이 잠시 윤하을을 향했다.
그쪽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둔 베켄 공작은 나를 향해 말했다.
“시간이 괜찮다면, 잠시 나와 얘기할 수 있겠나.”
나를 부를 이유가 없을 건데.
대답 대신 윤하을을 돌아보았다.
네가 본 미래가 이거랑 비슷한 장면이었나?
“….”
윤하을의 동공이 아까보다 빠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베켄 공작에게 향하려던 순간.
덥썩.
윤하을의 손이 내 팔을 붙들었다.
“…가지 마.”
무언가를 직감한 듯, 윤하을의 손이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