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13화(11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13화
윤하을은 인상을 찌푸리며 두툼한 책을 덮었다.
내용이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마법부에서 일어난 사고는 베켄 공작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강 전말이 밝혀졌고, 흑마법사의 짓으로 결론이 났다.
거기에 더해 보상으로 아르델 아카데미로부터 표창장도 받을 예정이라 했다.
분명 좋게 마무리가 되었음에도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동동-.
윤하을은 제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 얼굴에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잇.”
허공에 손을 저으며 내쫓아도 다시 떠오른다.
한시하.
흑마법사가 당당히 마법부에서 깽판을 치다가 잡힌 것보다, 윤하을은 이 편이 훨씬 더 중요했다.
녀석의 미래를 본 것.
“뭐였을까.”
진짜 뭐였을까.
윤하을은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흑마법사에게 습격당하고 녀석이 쓰러졌을 때.
한시하가 죽을까 봐, 영영 깨어나지 않을까 봐.
혹시 이것이 죽음일까 두려워서.
윤하을은 녀석의 ‘끝’을 보려 했다.
사람의 죽음을 보는 건 엄청난 마력을 요할 뿐더러 그 고통을 고스란히 자신이 감내해야 하기에, 제 능력의 부작용을 알고 나서는 타인의 끝을 보려 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용기를 가지고 본 것인데….
보이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윤하을은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경우는 하나밖에 없다.
자신과 연관된 미래일 경우.
윤하을은 차분히 두 눈을 끔뻑였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제가 보는 미래는 높은 확률로 정확했다. 아니, 틀렸던 적이 없었다.
그러면 정말 하나뿐인데.
그럴 리가 없는데.
믿을 수 없는 결론을, 윤하을은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입에 올리기도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그래도 제가 맞다면….
“그렇다면 너의 끝에 내가 있는 걸까.”
심장이 요동친다.
윤하을은 숨을 들이켜며 호흡을 조절했다.
죽음을 함께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 * *
[Main episode 6: 아르델 결사단] [흑마법사(아첸트)로부터 큐브를 지켜라.] [추천 인원: 6명]띠링-.
익숙한 알람음이 갑작스레 울려 퍼졌다.
예고 없이 불쑥 떠오른 것은 무려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언제고 이 에피소드가 뜨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에피소드니까.
아니,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델 결사대라.”
원작에서도 저게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한이 만들었을 텐데, 이제는 내 몫이 되었다.
큐브는 높은 확률로 반드시 그들에게 뺏긴다.
흑마법사 아첸트.
원작에서도 제법 비중이 있었던 중간보스 급의 인물이다.
탐지와 탈취에 능숙한 소매치기의 장인… 이라고 하면 조금 없어 보이지만 그게 팩트였다.
훔치는 건 누구보다 잘한다.
원작에서도 필연적으로 한 번은 털렸었지만, 기왕이면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칫 큐브를 뺏겼다가 되찾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내가 가정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순순히 내주기에는 너무 위험한 물건이다.
“음음. 이건 그렇다고 치고.”
일단 메시지 창이 시키는 대로 한다는 가정하에, 누구를 함께 끌고 가야 하는가. 그것이 관건이었다.
추천 인원이 6명이라 했다.
나를 빼고 5명을 더 모아야겠지.
원작에서 포함된 인원을 떠올려 보면 이한, 아델라, 솔리아.
이 세 사람은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나머지 두 자리.
후보로 떠오르는 사람이 몇몇 있다.
납치까지 당하면서 구르고 굴렀던 나탈리.
원작에서 이한을 따라 결사단에 들어갔었던 든든한 조력자 원.
그런데 오히려 내 생각은 다른 쪽에 다다랐다.
“윤하을.”
원래 윤하을이 큐브에 대해 알게 되는 건 조금 먼 미래이다.
최소 내후년은 되어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위험하니 빠지라고 윤하을을 쳐 냈으나, 사실 한편이 된다면 큰 도움이 될 천재기도 했다.
고민됐다.
“아티팩트가 생각보다 쓸모 있었어.”
바로 뒈질 뻔한 목숨을 간당간당하게라도 살려놓은 것이 윤하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죽을 뻔했으니까. 사실상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애를 조금 더 빨리 끌어들여서 키운다면.
“…얘기해 볼까.”
위험하리라는 걸 알지만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결과적으로는 본인의 선택에 맡겨야 할 테니, 우선 윤하을에 관한 건은 뒤로 밀어 뒀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사람.
현실적으로는 흑마법사를 누구보다 싫어할 나탈리가 맞겠지만.
왠지 몰라도 내 머릿속엔 시모어가 있었다.
“적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이긴 한데….”
원작대로라면 시모어는 추후에 흑마법사단의 주축이 되어 폭동을 일으키는 아르델 학생 중 하나가 된다.
무사히 생각을 고쳐먹었다는 가정 하에 상대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이다.
원작에서의 글러먹은 성격.
확실하지 않은 포지션.
그 두 가지가 자꾸만 머릿속에서 상황을 저울질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 선택을 믿는다.
적어도 지금의 시모어는 충분히 믿을 만한 인간이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 믿을 수밖에 없다.
“시모어.”
그렇게 머릿속에 결사단 최종 후보 5인을 추렸다.
저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개념은 일단 논외로 남아 있다.
“할 일이 많네. 이놈 설득하고, 저놈 설득하고. 하나하나 큐브의 개념을 이해시키려면 사흘 밤낮을 새도 모자랄 거 같은데.”
아직 몸도 채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퍽 씁쓸한 일이지만, 그런대로 빠르게 적응하던 중이었다.
다음 에피소드를 대비하기 위해선 한시도 낭비할 시간이 없었으므로.
그런데.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한시하!”
단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이를 악문채 등장한 건 나름 예상했던 얼굴, 아델라였다.
“너, 어디서! 뭘 하고 싸돌아 다녔길래!”
…이거 큐브 얘기 꺼냈다가는 한 대 맞겠는데.
“죽을 뻔했다는 거, 사실이야?”
“….”
“정말로?”
아델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고 되물었다.
이미 마법부에서 내 목숨이 위험해진 전적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이 일찍 집에 복귀한 그 짧은 사이에 내가 죽을 뻔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베켄 공작이 성명 낸 거 다 돌았어. 다른 학생들도 이미 벌써 다 알고 있고. 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위험한 일을 벌인 건데.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인간을 따라간 거야?”
억울하다.
“따라간 적 없는데? 납치됐는데.”
뭐, 따라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눈을 떠 보니 묶여 있더라.
담담한 내 말에 더 분노가 차올랐는지 아델라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게 그거잖아!”
“그게 왜 그거야. 따라간 거랑 납치된 거 사이에 분명 엄청난 간극이 있을 건데.”
자의와 완전히 다른 말 아닌가?
물론 그런다고 아델라가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지난번처럼 내 위험을 자초하는 일에 제 발로 들어갔다고 착각하는 듯했다.
아델라는 붉어진 얼굴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발표회. 설마 그것 때문에 위험해진 거라면 그만두자.”
“….”
“그 물건 충분히 위험했어.”
그 물건.
아티팩트를 지칭하는 것이지만, 깊은 두 눈동자에는 다른 뜻 역시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것도.”
“….”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짐작했어.”
큐브.
하지만, 나는 그걸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내 안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걸 전부 뺏기는 순간 안전이고 나발이고 나뿐만 아니라 아르델 전체가 날아갈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아도 그 얘기 하려 했어. 그걸, 노리고 있는 거 같았거든.”
“노리면 그냥 내줘도 되잖아.”
“아니, 반드시 지켜야 할 물건이야. 그 이유는 내가 충분히 알려 줄 테니까…….”
“나는 그런 것보단 네가…….”
“아니!”
대화가 조금씩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중이지만.
이 타이밍이 아니면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결사단 하쉴?
“……결사단?”
스으윽.
대답 대신 묵직한 돌덩이가 스르륵 허공으로 떠올랐다.
“미안.”
정확히 그 한마디 꺼냈다가 정말로 묻힐 뻔했다.
* * *
다음 날, 아델라의 말대로 마법부의 흑마법사 침투 사건은 빠르게 아르델 아카데미에 퍼졌다.
명망 높은 베켄 공작이 제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어그로를 끌어 준 덕이었다.
거기에 내 이름은 팔지 말지.
아주 하룻밤 사이 유명인이 되었다.
[용감한 아르델 아카데미의 미래, 한시하와 윤하을 학생이 제 명예를! 나아가 제 목숨을 살렸습니다.-by 베켄 공작] [마법부의 지난 발표회, 기이한 두 학생이 만들어 낸 세기의 발명품은?]심지어 기사까지 뜰 줄은 몰랐다.
짜잔.
내 얼굴까지 실렸다.
“저 사람이 한시하 맞지?”
“그럴걸.”
“와아…… 2학년생 중에서 소문이 자자하던데.”
“야야. 저기 한시하 지나간다!”
원래 2학년 한정으로만 어그로를 끌었던 내 이름은 널리널리 퍼지는 중이었다.
“새로운 능력도 개화했다던데.”
“엥? 그게 진짜라고?”
“테이밍 말고?”
“글쎄, 그것까진…….”
몬스터 심리학 수업을 듣기 위해 찾아온 강의실이건만, 뒤편에서 수군대는 목소리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다.
오늘의 핫뉴스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들어온 원이 호들갑을 떨며 내 사진을 들이밀었다.
“이야, 뭐냐. 언제 뉴스까지 탔대. 너는 확실히 사진빨이 더 잘 받는다.”
“본판이 낫지. 무슨 소리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기에 고개를 저었다.
원은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말을 더했다.
“본판이든 사진이든 됐고. 너 자연학과 애들 알지?”
“자연학과?”
그 이론만 파는 진지 노잼 피플들만 모아두는 학과였던가.
비중은 적었지만 그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원은 흥분한 얼굴로 목소리를 낮췄다.
“아니, 걔네한테서 과…… 과팅 제안이 왔는데. 너, 너 끌고 나오라던데. 야, 같이 나가자.”
“…….”
“자연과에서 제일 잘나가는 애들 넷이라잖아. 내가 영혼까지 끌어모은 인맥으로 네 명 채울 테니까 같이 나가자구.”
그런 거였냐고.
“관심 없어.”
에엥.
원은 기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대체 왜?”
“소개팅은 1학년 때 질리도록 처했으면 되는 거야. 거, 다 늙어서 나오면 화석 취급이나 받고 뒤에서 욕 처먹는다고. 기 빨려서 제대로 놀지도 못하지, 하루가 하루 같지 않은 게 요새 왜 삭신이 쑤시는 건지…….”
-라고 열다섯에게 말하는 중이었다.
사실 귀찮아서가 더 컸지만.
“우리…… 겨우…… 2학년…….”
원은 충격 먹은 듯 읊조리며 제 입을 틀어막았다.
“이 나이에 삭신이 쑤시는 거면…… 아무래도 흑마법사에게 잘못 얻어맞은 거 같은데?”
“…….”
“너 병원 다시 가야 하는 거 아닐까?”
더 이상의 헛소리를 차단해 준 것은 때마침 등장한 에른스트 교수였다.
“오늘 많이들 출석했군요, 허허.”
고요한 강의실에 지도 교수의 등장.
공포와도 같은 불안감에 침을 삼키고 있던 순간, 에른스트 교수의 시선이 정확히 내 쪽을 향했다.
이 상황에서 그린트 교수라면 별 말없이 지나쳐 갔겠으나.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조합한 에른스트 교수라면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제발.
부르지 마.
“한시하 학생?”
……부르지 말라고.
“어이고, 우리 또 마침 제 지도 학생인 한시하 학생이 어마어마한 공적을 세우고 마법부에서 복귀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말입니다. 허허, 제가 발표회를 직관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만큼 대단한 아티팩트였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쯤 되면 제가 담당하는 학생 중에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학생이라 해야 하나. 흠흠.”
에른스트 교수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넘쳐흐르는 제자애였다.
“자아, 그런 의미에서 한시하 학생이 나와서 이론을 설명해 봅시다.”
그런 교수 특.
꼭 발표를 학생에게 시킨다.
저기요, 저 아직 환자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