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5)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15화(115/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15화
큐브를 길들이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들였다.
첫 번째 큐브, 그러니까 사각이를 길들이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두 번째부터는 그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친화도 상승!] [친화도 상승!] [친화도 1.5퍼센트] [친화도 1.8퍼센트]바실, 클로스티에 이어 사각이까지.
이미 일반적인 테이머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은 아득히 넘었다.
타고난 친화력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실패했을 터.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남은 두 개의 큐브를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되려나 모르겠지만.
드래곤보다도 많은 마력이다.
비록 제한이 많이 걸리는 터라 그 마력을 모두 끌어오진 못하지만, 비교도 안 될 수준으로 전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큐브에서 찬란한 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공허의 큐브.
저리 평범하게 생긴 큐브일지라도 공간에 간섭할 수 있는 기묘한 이능을 가지고 있다.
흑마법사들이 최근 몇 년간 탐해 온 물건다운 이능이다.
이 큐브의 기능을 사용했던 건 주인공 이한뿐. 나에게도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사각이에 이어 이 녀석도 길들여 볼 생각이었다.
“흐음.”
사각이는 여기에 숨겨 두는 게 안전할 듯하고… 손에 쥔 노란색 큐브를 내려다보며 바실을 불렀다.
“이건 내가 가져가는 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거든.”
“꾸?”
직접 가지고 다녀야 친화도가 오른다. 뭐, 그런 이유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털릴 것 같아서.
결사단 에피소드가 뜬 이상 이 근처를 발각당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바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큐브를 들어 올렸다.
“분산투자, 뭐 그런 거야. 하나 조져도 둘은 살려야 하거든.”
큐브를 전부 뺏겨 버리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
-라고 분산투자를 했다가 분산해서 말아먹은 내가 말하니 불안해지기는 하는데.
등장 밑이 어둡다고, 그 인간들도 내가 당당히 그 귀한 큐브를 들고 다닐 거라곤 생각하지 않을 터였다.
그렇다고 아공간 가방에 마력이 넘쳐흐르는 큐브를 이대로 넣는 건 미친 짓이니, 바실의 도움이 필요했다.
[기초 폴리모프]그렇다. 바실은 최근에 폴리모프 마법을 새로 개화했다.
내가 기절한 와중에 개화한 건지, 저걸 각성하는 모습은 내 눈으로 보질 못했지만 이런 상황을 위해 아껴 둔 마법이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네 모습은 못 바꾸는데… 색만 바꿀 수 있고?”
“꾸우!”
“생긴 건 거의 하나도 안 바뀌는데… 턱은 깎을 수 있고?”
“꾸우우!”
빨강 드래곤이 파랑 드래곤이 될 수 있다길래 그딴 게 무슨 폴리모프냐고 화낼 뻔했다.
21세기로 가서 성형외과 차리면 잘 먹힐 재능이지만 막상 실전에는 하등 쓰잘데기 없는, 말 그대로 기초 중의 기초 폴리모프 수준이지만 큐브 얘기라면 조금 달라진다.
“어, 이거 어차피 돌이란 말이야. 네 눈에도 그렇잖아?”
“….”
“턱 깎는 거 또 잘하신다며.”
바실은 두 눈을 끔뻑이며 푸른빛을 뿜어내는 큐브를 올려다본다.
“꾸우….”
대충 뒷말을 예상했는지 앞발로 제 머리를 긁적인다.
“깎아 봐. 좀 동그랗게.”
누가 봐도 나 큐브예요, 하게 생긴 비주얼이 아니면 되는 거잖아?
* * *
[친화도 2.1퍼센트]친화도가 올라가는 속도는 점점 더뎌지고 있다.
그래도 며칠간 큐브를 끼고 다닌 덕에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아, 이 친구 이름은 동글이가 되었다.
돌도 기왕이면 푹신한 소파를 좋아할 거라기에 솜도 깔아 줬다.
“동글아.”
“야야. 대답 좀.”
“아이고, 잘 굴러다니네.”
“어쩜 이렇게 잘 굴러댕길까?”
예쁜 말을 해 주면 예쁘게 자란다는 유사과학이 있길래, 밤낮으로 칭찬도 해 줬다.
내가 기숙사에서 뭔갈 지극정성으로 기르던 건 프테라 알의 사례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건 생명체고 이건 돌이라서 한층 더 돌아이로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원은 짧은 감상을 전했다.
“미친놈.”
그래, 미친놈이 되었다. 내가 봐도 미친놈이라 해명할 길이 없다.
이미 돌 하나를 길들인 테이머가 되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간, 정말 돌아이 취급을 받을 것 같았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더 미친놈 취급을 받기 위해 신학과 강의실을 찾았다.
“한시하?”
검은 머리를 찰랑거리며 나온 윤하을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린다.
강의실을 이렇게 직접 찾아온 적은 없으니 당황한 눈치였다.
“무슨 일이야?”
대답 대신 동글이를 내밀었다. 윤하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큐브를 받았다.
마법으로 큐브에서 느껴지는 마력을 최소한으로 낮췄다. 숙련된 흑마법사들도 멀리선 거의 감지하지 못할 수준의 마력이다. 하지만, 윤하을은 알 거다.
분명, 눈치를 채리라 믿었다.
마법사의 감과 예언가의 감은 다른 법이기에.
“….”
별다른 말 대신 동그란 큐브를 손에 들었다.
무슨 짓이냐는 듯 두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윤하을은 이내 멈칫했다.
“이게 뭔데?”
형식상의 되물음이었지만 무언가 이상함은 감지한 모양이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짐작하지 못한 듯했지만.
당연했다. 윤하을은 아마 저 큐브에 얽힌 미래를 봤을 터였다.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도 눈치챘을 것이고.
“그자가 뺏으려 한 것.”
그러니, 내 한마디에 모든 퍼즐을 맞춘 듯 싸늘하게 굳어 버렸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솔직히 말을 뱉었다.
“이걸 지킬 생각이야.”
“위험한 일이지?”
윤하을의 목소리가 그녀답지 않게 파르르 떨렸다.
도움을 받으러 왔다.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모든 걸 다 걸고 도와달라 부탁할 거면, 적어도 내가 가진 모든 패를 까는 게 맞았다.
이게 무슨 물건인지.
그자들이 왜 노리고 있는 건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조금 안전한 장소에서 차근차근 설명을 할 생각이었다.
그 모든 걸 듣고도 거절하면 그 의견마저 존중할 생각이다.
물론, 그러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원작의 윤하을은 큐브의 정체를 듣게 되었을 때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으니까.
필연적으로 그렇게 ‘설계’된 캐릭터였으니까.
세상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도.
압도적인 힘에 의지해 세상 나태하게 사는 것 같아도.
목적이 주어지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그게 제 목숨을 거는 일일지라도.
그렇기에 더욱더 신뢰할 수 있는….
“안 할래!”
어?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죽, 죽을 거면 너 혼자 죽어.”
“응?”
“아니, 그… 죽으란 소리가 아니라. 저주가 아니구, 너도 살고… 나도… 어…!”
뭐라는 걸까.
대체.
“어쨌든 나는 같이 안 죽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이 죽는다고?”
내 물음에 윤하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난… 몰라….”
잠시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굴리던 윤하을은 느닷없이 반대로 뛰기 시작했다.
“어어?”
야, 잠깐만!
“윤하을!”
후다다닥.
윤하을은 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길로 도망가 버렸다.
큐브 얘기만 듣고 뒷말을 지레짐작한 건가.
예언가니까 그럴 수 있다 쳐도, 아니 세상 모든 게 나태한 녀석 기준엔 분명 흥미가 돋는 이야기였을 텐데. 제대로 듣기도 전에 가 버릴 줄은 몰랐다.
“뭐지?”
누구보다 빨리 설득될 거라 생각한 애였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 * *
쾅.
“으아…!”
윤하을은 도서관 책상에 그대로 머리를 박아 버렸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얼얼했지만 잡념은 가시질 않았다.
“드디어 돌았군.”
신학과의 하나뿐인 천재지만 별난 행동을 하루 이틀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유일한 친구 필릭은 그러려니 하며 혀를 찼다.
쾅.
그새 윤하을은 머리를 한 번 더 들이박았다.
“멍청해.”
“누가? 네가?”
“어…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
“이제야 깨달았다니, 그게 더 놀라운데.”
윤하을의 살벌한 눈빛이 돌아오자 필릭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늘 세상만사 모든 일에 집착하지 않는 윤하을이 저렇게 자책을 하고 있는 거라면, 무슨 일이 있긴 했던 거 같은데.
필릭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뭔데? 야, 말해 봐.”
윤하을은 멍한 표정이 되어 나직이 중얼거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제가 봤던 미래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읽히지 않던, 그저 무(無)의 미래.
“음… 좋아하는 사람과 죽는 건 무슨 기분일까?”
필릭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되었다.
역시나 저런 기분이구나.
어쩐지 비참해지는 기분에 윤하을이 쓸쓸히 고개를 떨구려던 순간.
필릭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기어코 거기까지 생각한 거야?”
“어?”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죽음까지 생각하는 건 좀… 그 정도로 멀리 간 사람은 네가 처음인걸.”
빠직.
윤하을의 표정이 싸늘히 식어 가는 것도 모르고, 필릭은 신나게 조잘대기 시작했다.
“야, 근데 죽을 때까지 같이 지낸다는 건, 그 상대방도 생각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
“어휴, 불쌍해라. 백 년 동안 너한테 맞으면서 살 거 아니야.”
잠깐만.
윤하을은 필릭의 말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찾았다.
“그게 무슨 의미야?”
“뭐? 너가 사람 잘 패는 거?”
아니, 그거일 리가 없잖아.
윤하을은 조금 전 필릭의 말을 다시 곱씹었다.
“그거 말고. 백 년…?”
“죽음까지 생각한다며.”
“같이 죽는 건 비참한 거 아니야?”
오히려 윤하을의 말에 필릭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극단적으로만 생각하냐?”
“어…?”
“자연사일 수도 있는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윤하을은 넋이 나간 얼굴로 필릭을 돌아보았다.
“…넌 천재야.”
그러게. 왜 뭔 일이 터져서 저승길을 갈 거라고만 생각한 거지?
새로운 가능성을 깨달은 윤하을은 감격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자신이 볼 수 없었던 그 미래가, 아주 먼 미래의 것이라면.
어쩌면, 백 년 후의 자연사라면.
지극히 평화롭게,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다면.
윤하을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백년해로….
거기에 무수한 상상의 나래가 더해졌다.
“나쁘지 않아.”
윤하을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두 눈을 반짝였다.
“핳….”
이제는 실실 웃기까지.
필릭은 이내 섬뜩해졌다.
자신이 무슨 힌트를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대단히 잘못된 말을 던진 듯했다.
“뭐야, 그 무서운 눈빛은?”
왠지 사악해 보이는 윤하을의 웃음에 필릭은 어깨를 살짝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