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6)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16화(116/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16화
윤하을은 무슨 일에서인지 다음 날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내 제안을 승낙했다.
불과 어제만 해도 질색하며 도망가던 애가, 자세한 내막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일의 충분한 위험성을 듣고도 뛰어들겠다는 말에 잠시 의문이 들었으나 이내 사라졌다.
크게 이상할 건 없다.
원작에서도 윤하을은 이 싸움에 기어코 끼어들었으니까.
너무 많은 미래를 알고 있기에, 너무 많이 피폐해져 버린 윤하을이 직접 제 발로 아르델 결사단을 찾아왔을 때 이한은 그녀를 돌려보냈었다.
분명 천재인 데다가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턱없이 약해서.
그 재능을 순식간에 부숴 버릴 수는 없어서였다.
이한의 판단은 옳았다.
윤하을은 정확히 2년이 지난 후, 이한에 비등할 정도로 강해져서 돌아온다.
무엇이든 익힐 수 있는 대단한 재능 덕에 모든 분야의 빈틈을 채우고서.
그런 애를, 나는 3년 일찍 끌어들이고 있다.
좋은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면 변명일까.
스토리가 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인과관계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내 존재 때문이겠지.
그에 걸맞게 강해지지 않으면 이 싸움은 필패다.
그러니까.
“강해져.”
툭.
그렇게 말하며 윤하을에게 활을 쥐여 주었다.
“아?”
윤하을은 내가 자신을 부른 곳이 기밀을 나눌 비밀장소도, 큐브를 숨겨 둔 지하벙커도 아님에 크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아르델의 1층 수련장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학생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여기서 큐브에 대한 얘기를 꺼낼 리는 없을 테고.
막중한 임무를 줄 일은 더더욱 없다.
“쏴 봐.”
윤하을은 내 말에 뇌정지가 온 듯 두 눈을 끔뻑였다.
어색하게 쥔 활이 파르르 떨렸다.
내 예상이 맞았다.
이 시점의 윤하을은 이게 무슨 물건인고, 싶을 정도로 전투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다.
기껏해야 어설프게 다룰 수 있는 게 검이나 기초 마법 정도려나.
실전에서 숱하게 활을 쏘아 보면서 마력의 운용까지 익혔던 나로서는 굳이 하고 많은 무기 중에 활을 추천해 주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이거 못 쏘는데?”
“잘하게 될 거야.”
“어?”
물론 그 이유에는 윤하을의 습득력이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검게 반짝이는 눈동자와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를 돌아보았다.
이름과 외형에서 오는 편견일지도 모르나….
음.
확실히 잘할 거 같애.
“원래 한국인이 활을 잘 쏴.”
“응?”
“그런 게 있어. 주몽의 후예라고.”
“그게 뭔데?”
“일단 자세 좀 잡아 봐.”
활의 민족 아니겠냐고.
대충 자세를 잡아 주자마자 아까까지 멍하니 서 있던 윤하을의 눈빛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역시 표적이 있으면 확실히 달라지는 집중력.
믿음직스럽다.
이대로라면 2년의 시간도 필요 없을지도….
윤하을은 예리한 눈빛으로 표적을 응시하곤, 자세를 바로잡는다.
순간, 공기가 조용히 얼어붙는다.
그 침묵 속에서 하나의 화살이 날아간다.
파앗-.
그리고.
팅-.
화살이 사라졌다.
표적은커녕 바닥에 내리꽂힌 화살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
어… 이거 너무 처참한 방향으로 날려 보낸 거 아니냐.
“….”
얘 한국인은 아니었네.
하기야 판타지 세상에 이름이 한국식이라고 주몽의 후예라는 법은 없다.
아니, 저건 주몽이 오열하고 갈 실력이다.
티잉-.
티잉-.
이번엔 천장에 쏴 버렸다가 벽에 부딪치는 바람에 내 발끝 앞으로 화살이 꽂혀 버렸다.
와중에 마력의 출력은 상당해서 무식한 공격을 쏟아 내고 있었다.
문제는 그 방향이 아군도 때려잡기 충분한 방향이라는 거지.
“나를 쏘지 마!”
“으앗, 미안해!”
윤하을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기어코 화살촉 하나를 부숴먹었다.
“어라?”
아냐,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모든 거에 재능이 있다고 해서 정말 문자 그대로 모든 걸 잘하는 인간이 존재할 리 없으니까.
그저 맞지 않은 껍데기를 뒤집어쓴 거라고 저 처참한 재능을 빠르게 합리화시켰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원작 속 윤하을의 묘사 가운데 떠오르는 한 단어를 짚어 내기 위함이었다.
뭘 또 잘했더라.
마법, 전술, 예언, 그리고….
검술.
아.
나는 다급히 훈련장에 꽂혀 있는 목검을 들고 왔다.
“너 이거 배워 봐라.”
* * *
빠각-.
처음에는 느닷없이 끌려온 수련장에서 한시하의 눈치만 살필 생각이었다.
위험한 일에 뛰어든다는 것쯤은 어느 정도 자각을 하고 있었으나, 몸을 쓰는 일에는 영 연이 없는 자신에게 마법 쪽도 아닌 무기를 다루는 훈련을 시킬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저마다 각자의 분야가 있는 법이다.
한시하는 그게 테이밍이고, 자신은 예언이다.
전술과 예언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지만, 그 나머지 분야에서는 아니다.
따악-.
그렇기에 윤하을은 지금 쉴 새 없이 검을 부딪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큐브가 대체 무엇이기에.
한시하는 어떤 싸움을 하려고 하는 것이기에.
난데없이 이런 일을 자신에게 시키는 건가.
쾅-.
윤하을은 악 소리를 내지르며 뒤편으로 물러섰다.
검을 잡기 전까지만 해도 이거 한 번 해 볼래, 너 잘할 거 같은데? 라면서 생글거리던 녀석이.
세상 진지하게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다.
“으윽!”
방심한 순간, 목검의 손잡이 부분이 자신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윤하을은 이를 악물었다.
한시하의 목소리가 정신을 깨웠다.
“집중해, 윤하을.”
한 번 배워 보자며.
한 번 맞아 보자는 소리였냐고!
누가 검도 잡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검을 휘둘러!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검을 다룰 줄 모르는 건 저쪽도 마찬가지였다.
한시하의 공격은 어설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쪽도 검술이 전공은 아니니까.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대학 시절 들었던 검도부.
검도부에 승마부에 밴드부까지. 알차게 하고 싶은 걸 다 들어 버린 예과 시절의 자신이 감사해진 한시하는 빠르게 윤하을을 밀어붙였다.
검술에서 중요한 스텝도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운동 신경이 제법 있는 터라 그래도 일반인에 비하면 쓸 만한 실력이다.
아니, 거기에 마력을 때려박는다.
검의 출력을 강화시키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공격에도 힘을 싣는다.
저 무식할 정도로 타고난 마력 때문에 초짜 중의 초짜, 아니 검조차 잡을 줄 모르는 윤하을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델라가 와서 직관했다면 코웃음을 칠 만한 공격이다.
하지만, 이쪽은 나름 진심이라고.
윤하을은 코너에 몰리면서도 한시하의 움직임과 검의 궤도를 파악했다.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해 오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시하의 방식은 나름 쉽게 읽혔다.
파악!
문제는 최악에 가까운 자신의 반응 속도.
알고도 처맞게 된다.
“악!”
윤하을은 비명을 내지르며 검을 막았다.
파악!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결국 한 대 더 얻어맞았다.
한시하가 왜 저리 난데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지,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검을 잡은 순간부터 한시하가 더없이 진지하다는 것이고.
“나는 검을 쥘 줄 몰라.”
“….”
“당연해. 실전에 썼던 단검이면 모를까, 이딴 목검은 제대로 휘둘러 본 적도 없어.”
더없이 살벌하다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 진다면.”
“너는 진짜 죽어라 약해 빠진 거야.”
한시하의 한마디, 한마디가 자존심을 건드린다.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 거야?”
담담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수가 빤히 보이는 도발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짧은 감상.
파앗!
다시 한번 한시하의 검이 제 검을 때렸다.
이번에는 아예 놓칠 뻔할 정도로 강했던 마력의 출력.
윤하을은 이를 악물고 그 공격을 버텨 냈다.
예언으로는 싸울 수 없다.
모두가 탐하고 알고 싶어 하는 미래지만.
정작 목숨이 경각에 달한 순간, 제 몸을 지키는 것은 몇 마디 말이 아니라 몸이 지닌 힘일 것이다.
펜보다 칼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므로.
한시하의 뜻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고 있는 윤하을이 고개를 돌려 한시하의 공격을 피했다.
“으… 으 제발!”
하지만 한시하는 자비가 없었다.
콰앙-.
벽을 후려치는 마력을 비켜 내고선 그 힘을 역이용한다.
마력을 쏟아부으며 휘둘러 대는 한시하의 공격에는 분명 빈틈이 있을 것이므로.
손바닥 밀치기를 정신없이 하다가 뒤로 빼면 예상치 못한 상대가 넘어가 버리는 것처럼, 비슷한 원리를 검술에 이용한다.
몇 번 처맞는 와중에 본능적으로 끌어 올려진 반응 속도.
거기에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두뇌.
윤하을은 한시하의 빈틈을 찾아 목검을 찔러 넣었다.
충분한 공격이라 생각하기엔 더없이 약한 수준.
치명상은커녕 상대를 자극하기만 할 것 같은 나약한 공격.
하지만, 성공했다.
퍽-.
한시하는 정확히 자신에게 찔러 들어온 공격에 놀란 눈이 되었다.
“돼… 됐다!”
윤하을은 씩씩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몇 대 처맞은 걸 생각하면 좀 더 세게 찔러 넣을 걸, 싶은 아쉬움까지 들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무자비하게 찔러 댈 수 있어.
‘나 처음 하는데!’
윤하을은 이를 악물며 검을 움켜쥐었다.
곧바로 들어올 다음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처음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 무엇이든 잘하기 때문에 진심을 다해 볼 생각이 없었던 천재가 자세를 바꾼다.
그 미묘한 변화.
하지만, 윤하을을 성장시키기에 충분한 변화.
그제야, 한시하가 씨익 웃어 보인다.
“잘하는데?”
싸늘하게 식었던 아까의 얼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울림 있는 한마디.
윤하을은 그 말에 감동 받으려다가 이내 짜게 식었다.
“한 번만 더 해 볼까.”
“너…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 자식, 나 때리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 * *
“내가 미래를 보았는데, 네가 나한테 처맞는 미래였어.”
“….”
“각오해, 알겠지?”
윤하을은 씩씩대며 목검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무려 5시간.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처참했던 활에 비해서는 미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기에 벌써부터 한시하는 은근히 한계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윤하을이 봤다고 주장하는 미래가 틀린 것도 아닐 터.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겠네.”
“응?”
“살살 패 줘, 그러면.”
아까의 살벌한 눈빛은 어디로 가고 늘 생글거리던 그 모습 그대로다.
능청스러운 말에 윤하을의 화가 조금은 풀어졌다.
“뭐, 그 정도는… 해 줄 수도 있지.”
“이야, 벌써부터 고맙다.”
한시하가 어깨를 으쓱이며 물병을 집어 들자, 더 할 말이 없어진 윤하을은 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에 쑤시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신학과로 진학해 몸을 쓰는 일은 아예 해 보지도 않은 윤하을이다.
이 근육통은 전혀 익숙지 않았다.
“으으.”
그녀는 혼자 투덜거리면서도 더 이상 한시하에게 틱틱대진 않았다.
자신을 상대해 주느라 엉망진창이 된 건 저쪽도 마찬가지였다.
마력까지 끌어모아 최선을 다하던데….
솔직히 이해는 가지 않았다.
대체 왜?
자신의 머리를 제 결사단에 이용할 거였으면 굳이 이렇게는 안 했어도 되었을 텐데.
어차피 예언가에 불과한 자신이 당장 실전에 뛰어들기엔 말이 안 되지 않나?
윤하을은 한시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 나 궁금한 게… 나한테 이거 왜 알려 주는 거야?”
“….”
“나 말고도 잘 싸우는 애들 많을 거잖아. 나는 이쪽이 전공도 아닌데.”
전투를 필요로 했다면 아델라나 이한이 이미 수준급일 터다.
그런데 굳이 자신에게…
“그렇지, 당장 너를 내보낼 생각은 없으니까. 그건 위험해.”
“그러면…?”
한시하는 대답 대신 윤하을을 돌아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담담하게 말을 뱉는다.
“그래야 지킬 수 있잖아.”
곧 위험한 미래가 도래할 테니, 스스로를 지켜라.
그 상대가 윤하을이든, 아델라든, 원이든, 심지어 밉상인 시모어일지라도 한시하는 그리 답했을 것이다.
미래는 바꿀 수 없고, 모두를 자신이 지켜 낼 수 없다.
최소한 원작처럼 무력하게 하나둘씩 주변인을 잃어가는 주인공이, 자신이 되고 싶진 않았기에.
조금은 솔직하게 스스로를 비춰낸 말.
하지만, 윤하을은 그 단어 자체의 의미에 집중했다.
지킨다.
지킨다….
‘지킨다고?’
윤하을은 그 의미를 곱씹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짚이는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 정도로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위험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미래에.
같이 죽을 지도 모르는 그 미래에.
적어도 자신만은 지키기 위해서.
위험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한 보험으로 검술을 훈련시켜 준 건가.
설마.
설마….
그런 거라면.
윤하을은 필릭의 말을 듣고 자신이 그렸던 망상을 떠올렸다.
이거, 어쩌면 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니었을지도.
세상에.
윤하을은 저도 모르게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혹시… 너도 나랑 백년해로 할 생각이야?”
커억-.
폭탄발언에 가까운 윤하을의 해맑은 한마디에.
“뭐, 뭐라고?”
한시하는 그 자리에서 물을 뿜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