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18화(11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18화
내 짧은 설명을 끝으로, 우리는 그렇게 어영부영 헤어졌다.
누구 하나 쉽사리 말을 더하지는 못했으나,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확실한 듯했다. 오히려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시모어였다.
“한다고.”
“뭐?”
툭.
시모어는 매점에서 사 온 빵을 제 책상 위로 던지고선 퉁명스레 말을 뱉었다.
“지난번에 네가 말한 그거. 줄 확실히 잡으라며. 어느 줄 잡을 지 정했다고.”
시모어는 저주에 시달리고 있는 입장이다.
모든 강령과 학생들을 적으로 돌린 건 아니지만 대외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언제고 그들이 제 목숨을 노릴 수도 있으리라는 걸 알기에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들어갈게. 너 후회할 거야, 내 이미지 나락이라서.”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을….”
“간다!”
“어… 어!”
그다음 날에는 아델라와 솔리아가 찾아왔다.
“위험하고 미친 일이지만, 내가 하려던 일도 위험한 일인 건 마찬가지니까. 네 탓을 못하겠네.”
아델라는 복수에 관한 건을 입에 올리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이런 일은 내가 빠질 수 없을 거 같아서. 나도 그 인간들 증오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
“너 불안해서 하는 거야. 진짜 사고 칠까 봐.”
솔리아는 아델라 옆에 서서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도.”
어쨌든 가장 중요한 인원인 빛의 마법사가 합류했으니 성공인가.
내 설득보단 이한의 설득이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솔리아 역시 알 수 없는 눈빛을 하고선 사라졌다.
“고, 고맙다.”
“…갈게.”
그 다다음 날에는 윤하을이….
“오늘도 변함없이 잘생….”
“뭐?”
“어쨌든 나도 할 거야! 자리 비워 놓으라고!”
쪼르르.
윤하을은 제 말만 하고선 도망갔다.
“어어, 그래 알겠다!”
아니, 근데 다 좋은데.
왜 니들 할 말만 하고 가냐?
* * *
[Main episode 6: 아르델 결사단] [흑마법사(아첸트)로부터 큐브를 지켜라.] [추천 인원: 6명]나는 머리 위로 떠오른 메인 에피소드 창을 노려보았다.
일단 인원을 모으는 데에는 성공했다.
흑마법사 아첸트로부터 뺏기는 큐브가 뭐가 될지, 지킬 수 있을지 그건 아직 논외의 문제지만 말이다.
언제 있을지 모르는 전투를 대비해 나는 정신을 집중하는 중이었다.
감각의 큐브.
지난번 사각이를 길들인 이후, 녀석은 나와 연결된 듯했다.
마치 귀속한 듯한 느낌.
…을 돌멩이에 대고 하니까 기분 이상하잖아!
“시발, 돌멩이를 길들였어!”
“삐잇?”
생각할수록 뭔가 어디 가서 말하기 뭐 한 능력이라 혼란스러웠다.
냅다 소리를 지르자, 클로스티가 동그란 두 눈을 굴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클로스티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며 말을 뱉었다.
“가서 놀아라.”
“삐릿!”
애들은 돌아서면 큰다더니, 프테라도 돌아서면 클 줄은 몰랐다.
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좁은 기숙사 방을 자기들 놀이터로 쓰는 중이다.
우당탕탕.
“꾸우! 썬! 썬 넘지 마!”
“삐잇. 삐잇!”
바실과 클로스티가 만들어 내는 환상의 하모니를 한 귀로 흘리고선 나는 심호흡을 했다.
테스트해 봐야 하는 부분이 남아 있었다.
감각의 큐브를 길들인 이후로, 배로 예민해진 감각.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확실한 건, 이 큐브를 필요 이상으로 사용했다가는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
초인적인 감각으로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예민해진 감각에 다시금 정신을 집중한다.
두 눈을 감는다.
마치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듯하다.
미세한 바람이 분다면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감각.
바실의 반응 속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수준이겠지만, 내 원래 감각에 비해서는 확연히 다른 수준이다.
조금 더, 감각을 극대화시킨다.
이런 식으로 하는 건가.
정신을 집중하자, 조금씩 머리가 지끈거려 온다.
하지만, 그 반대로 감각은 예리해져 간다.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감각이, 고요한 방 안에 있는 물체를 감지해 낸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바실은 물론이고, 가만히 서 있는 책장 위의 책과 바닥을 굴러가는 작은 먼지들까지.
두 눈을 감고도 사물을 인지할 수 있다.
놀라운 수준의 감각이지만, 여기까지인 듯했다.
이 이상을 넘어서면 내가 갉아 먹히게 된다.
주인공의 이한이 그러했듯, 단시간에 감각을 증폭시키면 고유의 감각을 잃을 수 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역시나.
영혼까지 갉아 먹히는 듯한 미세한 감각이 머리끝에서부터 느껴진다.
머리끝에서… 머리끝….
사각사각.
“응?”
사각….
“미친.”
불안한 감각에 고개를 돌려 거울을 확인했다.
내 머리를 잡초처럼 해맑게 물어뜯고 있는 클로스티가 눈에 들어왔다.
진짜 갉아 먹히고 있던 거였냐!
“클로스티이이익!”
이 미친 파충류야!
그걸 본 바실이 달려와서 빠르게 클로스티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넘치는 충성심의 효과는 굉장했다.
빡!
“삐잇!”
쾅.
그대로 날아가 유리창을 박살 낸 클로스티.
예전 같으면 마냥 당했을 녀석이지만 동그란 눈이 푸르게 빛난다.
지난번 내가 알려 줬던 새로운 공격 마법.
공기를 얼리고, 그 파편으로 공격하는 광역 마법의 한 종류.
클로스티의 마법은 바실과 달리 상당히 정교한 편에 속한다.
닿는 것을 냅다 부수고 태워 버리는 바실과 달리, 클로스티는 타고나기를 날카롭고 섬세한 공격으로 적을 상대한다.
그 섬세함이 어느덧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바실과 단둘이 던전을 돌 수 있는 정도.
이젠 저도 나름의 자신감이 생긴 모양이다.
“삐… 삐잇….”
부들부들.
클로스티의 몸이 다시 한번 파르르 떨린다.
긴박한 대련의 현장.
레드 드래곤과 프테라의 살벌한 싸움을 앞두고, 그것을 직관하고 있는 나.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난 말려야지.
한숨을 내쉬며 클로스티를 그대로 집어 들었다.
녀석이 바둥대며 내 품에 안겼다.
“삐잇! 삐이잇!”
“멈춰, 이것들아.”
유리창 박살 난 거 치우려면 원한테 한 소리 듣겠다.
* * *
웅성웅성.
기숙사 1층으로 내려가자, 게시판 앞에는 학생들이 이미 한데 모여 있었다.
새로운 공지가 떴는지 잔뜩 흥분한 기색들.
몇 걸음 떼지 않아 원이 보였기에, 은근슬쩍 그 뒤에 가서 섰다.
이실직고를 해야 할 타이밍이다.
“…유리창 박살 났어.”
“….”
“바실이랑 클로스티가 해먹었다. 그… 내가 수리 맡길게.”
어차피 있는 건 돈밖에 없어서 땜빵은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원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게시판을 손으로 가리켰다.
“알겠어. 알겠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저게 뭔데?”
“진급 시험.”
게시판에 떡하니 박혀 있는 공고.
“과별 단합 필기고사…?”
원과 비슷하게 사색이 된 건 내 쪽도 마찬가지였다.
기말고사 대체 진급시험이었다.
어느덧 학기말이 되었으니 저런 걸 볼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이른 날짜라 당황한 것도 사실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건….
“이번년도 진급에 왜 1학년 성적이 들어가냐?”
솔직히 말해서 그간 봐 온 시험.
1학기 시험들부터 개강시험까지 다 합하더라도 내 성적은 안정권이다.
아니, 굳이 따지면 최상위권에 속하지.
저 악명 높은 시험을 던진다 한들 진급을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1학년 성적이 들어가면 말이 조금 달라지지 않나…?
어… 아니지.
그거 들어가면 나 큰일나는 거 아니냐고!
“와… 너 이번 시험 잘 봐야겠다. 간당간당한데?”
아니나 다를까.
옆에 기재된 성적을 보아하니 내 순위가 여간 간당간당한 것이 아니다.
애당초 낙제생 급의 1학년 성적을 가진 녀석들은 이미 다 걸러진 상태니.
저 0점에 가까운 화려한 성적들이 그대로 박제된 셈이다.
대체 왜 이놈의 인생은 뭐 이리도 스릴이 넘치는 거냐.
“에이, 그래도 넌 시험 잘 보잖냐.”
원의 말을 무시하고 조원을 확인했다.
왜 이 중요한 필기고사를 조별 평가로 하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된 이상 한 배를 탄 조원을 잘 만나야 했다.
기왕이면 다 아는 얼굴이면 좋을 듯한데.
…다 아는 얼굴이긴 했다.
“윤하을, 크릭… 파비안 덴 에드윈….”
라인업 겁나 화려하네.
머리가 아까부터 지끈거려 오는 게, 어쩐지 기분 탓이 아닌 듯싶었다.
* * *
과별 단합 필기고사는 구역을 나눠서 빠르게 각 시험 분야를 테스트 하는 시험이었다.
괜히 과별 단합고사가 아니다. 그 구성원은 비록 랜덤으로 결정되지만, 시험범위는 마법과부터 강령과까지 방대했다.
그렇기에 마법과 학생이 아닌 다른 과 학생과도 한 조가 될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시험 방식은 각 분야의 시험범위를 미리 지정해 준 다음에 그걸 외워서 쓰는 건데.
제아무리 족보가 대대손손 내려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당 범위만 해도 천 문제가 넘었다.
한 문제당 주어지는 시간은 15초.
랜덤으로 화면에 문제가 띄워지면 그걸 적으면 되고, 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땡-소리가 나면 바로 쫓겨난다.
응, 대충 많이 들은 방식이야.
“이거 땡시네, 시발.”
아, 정신 나갈 거 같다.
학교 다닐 때 비슷한 거 해 본 거 같애.
괜히 진급 시험이 악명 높은 게 아니었다.
땡시를 진급 시험으로 본다고?그냥 혼자 보는 시험도 정신 나갈 거 같은데, 그걸 같이 봐야 한다고?
쉬지 않고 각 구역을 돌아야 볼 수 있는 시험이라서 각자 잘할 수 있는 파트를 나눠서 외워야 한다.
운 나쁘면 최악의 조원들과 함께 담당 분야도 아닌 시험범위를 공부해야 했다.
요새 아르델 제국에서 밀고 있는 통합형 인재라나 뭐라나.
하지만 지금 내 눈앞의 인재들은 그닥 통합적이진 못했다.
“크릭.”
“그래서 우리 시험 뭐 보는 거래?”
저 녀석은 마법과.
“파비안…?”
“한시하가… 다 해 주지 않을까…?”
“그렇지. 마차 운전사잖아.”
파비안 덴 에드윈.
은근슬쩍 눈치 보면서 폭탄 발언을 던지는 강령과의 황족 새끼.
마지막으로.
“…왜?”
신학과의 윤하을.
얼핏 보면 각 과별로 조합이 잘 된 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 구성물이 어째 좀 그렇다.
나머지 두 명은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된 조원이라곤 나태한 천재 윤하을뿐이다.
나태한 게 심히 많이 걸린다.
“하.”
지난번에 내가 만난 조가 조별 과제 희망편이었다면….
이건 조별 과제 절망편이다.
“시험 어떻게 보는지 다시 설명해 줘. 나 아직 잘 모르겠는데. 한시하?”
“….”
“아, 왜 답이 없냐. 저, 저기 황족님?”
“나도 모르겠군.”
“흐음. 역시 어렵군요.”
시험 방식도 이해 못한 크릭, 저 빡대가리를 뒤로하고 윤하을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윤하을이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 이름을 불렀다.
“한시하.”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이구나.
저 처참한 조원들을 어찌 이끌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래서 내 이름이라도 불러보려 하는 건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믿어!”
윤하을, 너… 너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