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19화(11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19화
“으음… 그러니까 나눠서 외우라고? 문제가 이거고?”
크릭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어떻게 외워? 아, 말이 안 되잖아!”
“말이 안 되는군.”
“그렇죠?”
거기에 황족 새끼가 말을 얹었다.
문제의 양이 방대한 건 알겠는데, 벌써부터 패배자들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파비안을 노려보았다.
“어이, 강령과. 네가 강령과 파트 외워야 할 거 아니야.”
“강령과… 에서 공부를 안 해서 잘 모르겠는데.”
저 새끼들이 어떻게 진급을 했지?
시발, 뒷돈이라도 먹였나?
하기야 1학년 때 한시하도 진급을 했는데, 황족의 지위라면 못할 것도 없었을 터.
그건 그렇다 치고. 크릭은 대체 왜.
“너는 볼 때마다 멍청해지는 거 같냐?’
“뭐?”
저거, 저 나름 전교 30등 대 아니었나.
왜 하는 짓은 그때보다 더 멍청해진 것 같지?
“나 필기시험은 원래 못하는데….”
크릭은 내 눈치를 살피며 머리를 긁적였다.
“1학년 때는 애들한테 정리해 오라고 시켰지. 그것만 외웠는데, 죽어라.”
공부 좀 잘하는 애들 시켜다가 자료 뽑아먹은 다음에 한 달 동안 그것만 팠단다.
그걸로 간신히 그 과목들 낙제는 면하고, 2학년 올라와선 실습 과목 위주로 돌렸다고 한다.
실습 과목들은 나름 잘했으니까?
어쩐지 생각보다 하는 짓이 빡대가리 같긴 했는데, 진짜 빡대가리였을 줄은 몰랐다.
심각하다, 이거.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윤하을이 프린트해 온 방대한 양의 기출문제를 노려보았다.
어림잡아도 천 문제는 족히 넘는다.
시험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으니까 인원을 나눈다고 쳐도 한 사람당 250문제씩.
그것도 15초 만에 정답이 나올 수준으로 달달 외워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일주일?
“문제가 많지는 않아.”
“…?”
“한 사람당 250문제도 못 외우냐?”
시간은 차고 넘친다.
내 한마디에 크릭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뭔, 뭔 소리야? 왜 그렇게 쉽게 말하는데?”
“250문제도 못 외울 리가 없잖아. 일주일 동안. 그건 너무 쉽지.”
“어…?”
“니들이 못 외워서 내가 750문제 외울까 봐 그게 걱정되는 거지, 이것들아.”
“설마!”
왠지 그 걱정, 현실이 될 거 같아!
내 살벌한 한마디에 파비안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에이, 그래도 우리가 한 사람당 백 문제 정도는… 외우지 않을까.”
백 문제라….
더 뭐라 했다가는 또 울 거 같아서 닦달을 멈췄다.
지금 이렇게 모인 뒤, 한 시간 동안 저 녀석들이 나눈 얘기를 생각하면 심히 걱정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간신히 마법과에 정착했고, 무사히 진급을 앞두고 있다.
가문의 지원도 짱짱하게 받고 있으며,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이 남아 있다.
나는 일단 무사 진급을 해야 한다.
기왕이면 높은 성적으로.
그러니, 좋든 싫든 이 녀석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 말이었다.
아니, 그래도 무사히 진급한 녀석들이다.
그간 봐 온 모습이 영 미덥지는 않지만, 일단은 믿어야 했다.
아, 솔직히 내가 과외 경력이 몇 년인데….
“가능할지도?”
달달 외우게 시키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을 듯했다.
나는 두 눈을 반짝이는 윤하을을 향해 종이 뭉치를 건넸다.
“네 파트는 알아서 잘할 수 있지?”
신학과 파트쯤이야, 굳이 내가 말을 얹지 않아도 윤하을이 1인분, 그 이상을 한다.
윤하을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할 수도 있는데.”
“자연학과 파트도 네가 조금 도와줘.”
“응, 그럴게!”
“그리고 이건, 나머지.”
크릭과 파비안에게 각각 백 문제씩만 나눠 줬다.
크릭은 그래도 두꺼워 보이는 종이 뭉치에 두 눈을 끔뻑였다.
“아니, 그래도 이건….”
“자아, 외워 보자.”
갑자기 차분해진 내 목소리에 당황한 듯한 크릭.
“어어.”
그리고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파비안.
“너도 펴, 황족 새끼야.”
“으응.”
과외하면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 봤다.
와… 진짜 얘를 어떻게 하지? 싶은 놈들도 만나 봤으니까.
뭐, 막상 하자면 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든다.
기억이 그때로 돌아갔다.
자본주의 미소를 머금은 말투.
나는 부드럽게 입을 뗐다.
“첫 번째 문제부터 알려 준다.”
기적의 암기법, 딱 기다려라.
* * *
나 진짜 이해가 안 돼.
어?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이걸….
“이걸 왜 못하지?”
아니, 뭐 응용하는 문제도 아니고.
그냥 써 있는 거 외우면 되잖아!
기적의 암기법이고 나발이고.
얘네가 진급한 게 기적인데?
“뭐 하는 새끼들이지, 이거?”
달달 외우는 게 안 되는 건가 싶어서 설명까지 해 줬다.
최대한 차분하게.
릴렉스하게.
“마력 회로 문제잖아. 그린트 교수님 수업 시간에 들었지?”
“잤는데?”
“어, 아주 당당하네. 이 새끼가?”
“…졸리잖아.”
“어쨌든 10분 전에 알려 줬잖냐. 자아, 다시 한번만 보자. 코볼트랑 헬하운드 마력 회로가 어떻게 다르다고? 여기 목 부근 보이지?”
“으응.”
“여기서 회로가 둘로 갈라진다고.”
“…왜 회로가 둘로 갈라지는데?”
“시발.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설명을 하면 할수록 왜 분노조절이 안 되는 것 같지?
“너는 새끼야, 눈이 왜 두 개야!”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그래, 시발. 그렇게 태어났다잖아! 외워! 외우라고!”
빡!
냅다 책을 들어 올리자, 크릭은 저를 때리려는 줄 알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야, 때리려던 거 아니었다고.
한 대 후려치고 싶었던 건 사실이지만.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후우… 다시 보자. 코볼트 마력 회로가 어떻게 된다고? 코어 근처부터 회로가 나오는데, 여기서 세 갈래로 갈라진다고.”
윤하을은 두 눈을 반짝이며 책을 들었다.
“와… 저걸 못 외우네. 그냥 하면 되는데.”
아까부터 크릭의 멍청함에 나직이 감탄하는 모습이다.
윤하을은 이미 제가 맡은 파트의 절반 이상은 외운 듯 여유로워 보였다.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윤하을의 말대로 어느 정도는 더 맡겨야 할 거 같다.
그건 그렇다 치고.
크릭보다 더 심각한 사람이 여기 있었다.
아까부터 하기 싫다면서, 어찌 이런 복잡한 술식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하냐면서 널브러진 인간이 있으니.
황족의 빽으로 뭐, 올해도 넘기려는 생각인가 본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저 무임승차자를 반드시 조져놔야 했다.
파비안은 빈둥거리며 말을 뱉었다.
“조금만… 쉬었다가 하는 것은 어떨까 싶은데. 안 외워지는군.”
강령과 파트를 맡은 황족 새끼.
어디서 은근슬쩍 빠져나가려고.
“외운 게 없잖아.”
내 한마디에 파비안은 새하얗게 질려서 손사래를 쳤다.
“외웠거든!”
“자, 묻는다. 대답 똑바로 해라.”
“으응.”
“금지된 흑마법 세 가지 읊어 봐.”
“그… 그… 저주술…?”
“그리고?”
“….”
황족이란 새끼가 지네 나라 기본적인 법도 모르네?
“네 대가리가 장식이냐? 장식이라기엔 좀 그렇지 않냐? 요샌 장식이 그따구로 나오냐?”
“어찌 그리 심한 말을!”
“이 개빡대가리들아악!”
“심해!”
“조류도 니들보다 똑똑해, 이 새끼들아!”
나는 분명 차분히 설명해 주려 했다.
그런데.
어!
지금 밖이 캄캄하잖아!
5시간이 지날 동안 열 문제도 제대로 못 외운 게 사람이냐고!
옆에 조용히 앉아 있던 바실이 꾸우 거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꾸우… 악마 쏘한!”
“어, 쟤도 외웠네.”
“….”
저주술, 악마 소환술, 정신조작.
이 기본적인 세 가지를 못 외워서, 지금 파충류가 대신 답해 주는 게!
이게… 사람이여?
돌이여?
바실 역시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꾸우… 돌 마따.”
“너, 너무해… 나는 멍청하지 않다… 빡대가리 아니거늘….”
파비안은 울먹거리며 책상 위에 얼굴을 처박았다.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빡.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악!”
이 새끼가.
“뭘 잘했다고 울어!”
* * *
청명한 타격 소리와 함께 한시하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 외우라고! 놀지 말고 외우라고!”
“머리에 안 들어간다.”
“넣어 줘? 한 대 맞으면 강제로 들어갈걸?”
“…!”
“시험해 볼까?”
“으으아악!”
아르델의 2학년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휴게실이었으므로, 멀지 않은 거리에 솔리아와 아델라, 이한 역시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야… 대체?”
웅성웅성.
솔리아는 놀란 눈으로 살얼음판이 되어 가고 있는 옆 조를 돌아보고 있었다.
이번 과별 단합 필기고사의 에이스 조.
원래는 과별로 섞여서 하는 것이지만, 조 편성은 랜덤이기 때문에 이 조에는 마법과 세 명, 강령과 한 명이 있었다.
솔리아, 아델라, 이한. 무려 세 명의 화려한 라인업.
강령과 한 명은 조용조용한 성격에 그 셋을 따라 주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여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저 조는 딱 봐도 완전 난장판이 아닌가.
솔리아는 빠르게 한시하의 조를 스캔했다.
“크흡… 안 해….”
훌쩍거리며 한시하의 눈치를 보면서도 제 할 일은 드럽게 안 하고 있는 황족 파비안.
“하하, 그래도 나는 30문제나 외웠다고!”
“멍청아, 그게 자랑이야?”
빡!
괜히 안 해도 될 말을 얹어서 가만있다가 욕먹는 크릭.
그런 둘을 돌아보며 혀를 차다가 다시 제 파트를 외우고 있는 윤하을.
고난이 대충 그려지는 조합이긴 했지만.
“한시하는 왜 저렇게 화나 있는 거야?”
저 정도로 화가 나 있을 줄은 몰랐다.
배고파서 급식실에 달려갔을 때, 솔리아에게조차 차갑게 거리를 두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시하가 저렇게 화를 낸 적은 없었다.
한시하는 불의에 분노할지언정, 개인적인 분노로 상대를 대하는 법은 없었다.
없었나?
없었을 것이다.
솔리아는 두 눈을 굴리며 확신했다.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 거야…?”
오죽하면 한시하가 저렇게 열을 올릴까 싶었다.
특히 같은 조에 크릭과 파비안이 같이 있으니 더욱 불편할 터였다. 척 보기에도 저쪽은 가시밭길이다.
“우리 조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솔리아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같은 조 하기로 약속했는데. 여전히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적어도 자신은, 성적 욕심이 있는 한시하를 저렇게 화내게 하진 않았을 텐데.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던 순간, 이한이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이번에 1학년 성적도 진급에 들어가잖아. 간당간당해서 저러는 걸걸?”
“뭐?”
이한의 한마디에 솔리아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아델라 역시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둘은 1학년 성적이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줄곧 상위권을 차지했으니 자세히 공고를 읽어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어쩐지….”
“조급할 만하지.”
어쨌든 1학년 성적이 들어가는 데다가, 비중 큰 진급 시험을 잘 봐야 하는 와중에 저리 삐걱거리고 있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한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많이 간당간당하던데… 저러다가 짤리는 거 아니야?”
“…!”
이한은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아니거든!”
“그럴 리가!”
아델라와 솔리아가 동시에 날카롭게 외쳤다.
“어… 어?”
이한은 갑작스레 쏠리는 시선에 두 눈을 끔뻑였다.
아델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이한의 말을 받아쳤다.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응, 그렇지.”
감정적인 아델라야 그렇다 쳐도, 솔리아가 냅다 소리를 지를 줄은 몰랐기에.
“그… 아니, 그러길 바란다는 게 아니야. 걱정한 건데… 왜들… 이리 살벌하냐?”
이한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