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21화(12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21화
아르델 아카데미의 신문물.
답안지를 넣으면 빠르게 점수를 도출해 내는 자동 채점기.
그런 게 있을 리가.
대학원생들, 아니 조교들이 빠르게 채점을 시작했다.
결과는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나왔다.
모든 조교들이 동원된 덕분이었다.
셀렌은 그 결과지를 받아 들고선 천천히 넘겼다.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이쪽에 집중되어 있다. 그만큼 중요한 시험이었고, 그만큼 어려운 시험이었다.
교수들은 뿔테안경을 들어 올리며 조교수 셀렌의 말을 기다렸다.
“평균 점수는 48점. 올해도 절반을 못 넘긴 것 같습니다.”
“허어…?”
학생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야, 어렵다고 했잖아.”
“나도 절반도 못 썼어.”
“그러면 그 밑에도 살아남긴 하겠네.”
“미치겠다. 우리 조 괜찮은 거 맞아?”
“자자, 다들 조용히 하세요!”
셀렌은 그런 소란을 진정시키며 다음 장을 넘겼다.
“이번 2학년 중 최고 점수를 받은 조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셀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 그게….”
보통 누가 1위를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1등을 노릴 수 있는 학생들은 한정되어 있고, 이 시험의 핵심은 진급 여부이기 때문이다.
헌데, 이 점수는.
차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만점을 받은 조가 있는데요?”
“예?”
“뭐라고요?”
이번에는 교수들이 웅성거렸다.
에른스트 교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만점을 받을 만한 시험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껏 만점은 단 한 번도 안 나왔었지.”
아르델 아카데미의 역사상 90점이 최고 점수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것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조원 중 한 명쯤은 구멍이 있기 마련이고, 에이스들만 모였다 해도 짧은 시간에 모든 답을 써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셀렌의 표정은 퍽 심각했다.
“정말… 만점이 나왔습니다.”
셀렌의 시선이 한시하가 있는 쪽을 향했다.
“한시하, 윤하을, 크릭, 파비안 학생?”
“….”
“앞으로 나와 주세요.”
순식간에, 강당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한시하와 윤하을.
두 전교권의 학생들이 있으니 저 조가 1등을 먹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터다.
굳이 따지자면 이한, 솔리아, 아델라가 포함된 막강한 조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게 조금은 놀라울 정도.
하지만, 학생들이 놀란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다.
“한… 한시하가 거의 다 풀지 않았어?”
크릭과 파비안이 헛짓을 한 덕에 사실상 강당 중앙을 홀로 누비고 다녔던 한시하.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서.
진급이라도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그리 간절하게 자리에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문제들을 풀고서는, 만점을 받았다.
“말이 되나?”
이한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말이 될 리가 없지.”
“와… 저 조를 데리고 저걸 하네.”
다른 조의 학생들도 경악할 만한 사태였으니, 해당 조의 학생이라면 좋아서 쓰러져 죽을 터.
“자, 나오세요.”
셀렌의 말에 뒤늦게 현실을 자각한 크릭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우리가… 1등이라고?”
“진짜? 진짜 1등?”
“으아아악! 1등이다아악!”
한시하가 아니었으면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었을 파비안 역시 입을 틀어막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렀다.
크릭은 그 옆에서 냅다 비명을 질러 댔다.
일단 절부터 하고 보자는 마인드.
크릭은 절로 공손해졌다.
“우어어어! 마, 마차 운전사님!”
“내가… 왜 1등?”
윤하을은 의아했다.
고작 300문제를 풀었을 뿐인데, 물론 그것도 상당한 양이긴 했지만 한시하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혼자서 다 해 보겠다더니 정말 다 했다.
윤하을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한시하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섰다.
“너… 뭐야?”
머리로는 자신도 어디 가서 밀리지 않을 텐데.
이 녀석은 대체, 어디서 뭘 하다 온 걸까.
“진짜… 너 잘생긴 것도 모자라 머리까지 좋은 거야?”
한시하는 그런 윤하을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한 시선이 익숙해졌기에 태연하게 받아쳤다.
“이제 알았어?”
“…심지어 뻔뻔해!”
“학생들, 그만 얘기하고 이쪽에 서 주세요!”
“네에… 네에!”
한시하는 셀렌이 시키는 대로 강당 중앙에 섰다.
경악에 찬 이한과 아델라의 얼굴이 이쪽에서도 잘 보였다.
넋을 놓고 있는 건 윤하을 역시 마찬가지였다.
“걱정되어서 100문제라도 더 맡아 주려고 했는데….”
조금 틀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무리하려고 한 걸, 한시하가 말렸다.
혼자서 할 수 있다고.
괜한 허세일 줄 알았지.
진짜로 그걸 해낼 줄은….
“역시… 대단해….”
“야.”
“응?”
한시하는 피식 웃으며 여전히 얼떨떨한 윤하을의 귓가에 속삭였다.
“봤냐? 버스는 이렇게 태우는 거야.”
“…!”
* * *
진급시험 일주일 후, 한시하는 태평하게 의자에 기대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으응, 지난번 거기 그 고깃집 맛있드라.”
“확실히 비싼 데는 다르지?”
“어어, 한 번 더 준비해 봐라.”
분명 맛있긴 맛있는데 내 돈 주고 먹기엔 아까운 그런 맛집들.
한시하는 일주일 동안 신나게 크릭의 지갑을 터는 중이었다.
크릭은 두 눈을 반짝이며 한시하에게 물었다.
“또, 먹고 싶은 데는 없고?”
“거, 시장 뒤쪽에 보니깐….”
“응.”
“쭈꾸미 샤브샤브 있던데. 전복 칼국수랑.”
“…?”
“요즘 날씨엔 뜨끈한 게 죽이잖어. 한 번 준비해 봐, 그것도.”
시장 뒤편에 그런 맛집도 있었던가.
크릭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취향 좀 특이한 거 같… 일단 알아본다, 내가!”
아닌 게 아니라, 지금 크릭은 한시하가 시키는 게 있다면 다 갖다 바쳐야 할 입장이다.
한시하가 아니었으면 이번 진급시험에서 나락을 갈 뻔했다.
단순암기와는 거리가 먼 성향에, 지난 2학기 기말고사를 조금 말아먹은 것도 있었고.
낙제를 면하게 해 준 은인인데, 밥 몇 번 사 주는 것쯤이야.
크릭은 학기 초의 아니꼽던 감정도 홀딱 잊어버린 채였다.
빡대가리라고 각종 구박을 받았던 설움도 성적표 덕분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물론 앞으로는 이 정도의 기적을 바랄 수 없을 터.
크릭이 한시하에게 밥을 사 주며 눈치를 살피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크릭은 한시하를 적당히 구슬리며 물었다.
“근데, 그… 시험에 한 거 있잖아.”
“뭐?”
“너 혼자 다 외운 거. 그거 어떻게 한 거냐?”
한시하는 크릭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외웠는데?”
“그러니까, 그… 어떻게 외우는 지, 네 방법이 따로 있을 거 아니야.”
시간이 많이 주어진 것도 아니고. 사실상 벼락치기로 준비한 시험인데.
한시하가 그걸 다 해낸 게… 그저 머리가 좋아서는 아니지 않을까.
한시하는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있긴 있지.”
“뭔데?”
크릭이 침을 삼켰다.
“내가 이걸 못 외우면… 유급한다. 라는 마음가짐.”
“응?”
“유급하면 1년 등록금이 얼마지? 응, 자취하면 월세가 얼마일까? 돈이 아주 살살 녹는 소리가 들린단 말이야. 그뿐이냐? 내년에 들었던 과목 싹 다 다시 들어야겠네? 시간도 아주 살살 녹지?”
“…?”
“네가 아직 열다섯이라 실감을 못하는 거여. 라떼는 시간이 금이었어!”
“어엉…?”
“하, 네가 십 년 지나면 이 말을 이해할 텐데….”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대강 훈수라는 것쯤은 알아들었다.
“스릴 넘치게 살면 바로 외워져. 못 외우겠으면 전날에 시작해. 네 통장에 찍히는 돈 생각하면 바로 외워지니까.”
“….”
크릭은 어지러워졌다.
다행히 이어진 한시하의 한마디가 크릭의 정신줄을 붙잡아 주었다.
“야, 그런데.”
“어엉.”
한시하는 기지개를 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새대가리 황족 새끼는 어디로 갔냐?”
조류보다 멍청한 그놈이 보이질 않는다.
크릭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선 목소리를 낮췄다. 파비안의 행방을 대강은 알고 있었다.
“어, 확실하진 않은데. 오늘 제국 주요 행사 있잖아. 사운드 텔레포트 개통식한다고. 황자님과 같이 그쪽 행사 주관하러 갔을 걸.”
“사운드 텔레포트…?”
“아카데미에서 1호기 개통한다고. 못 들었어? 아침부터 난리 났는데.”
아아.
한시하는 원이 아침 댓바람부터 조잘대던 내용을 기억해 냈다.
뭐, 원거리에 있는 상대를 호출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마법을 이용한 신개념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이랬나.
예전처럼 구식 비둘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리하다며 홍보했던 거 같은데.
“휴대용 편지지를 들고 다니면, 연락이 왔을 때 소리가 나는 거지.”
“삐삐냐?”
“어? 어떻게 알았어? 그렇게 소리 난대! 신기하지 않냐!”
삐삐네.
한시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 나도 그 세대는 아닌데….”
하기야 KTX 대신 증기 기관차가 돌아다니는 세상에 뭘 더 바라겠냐마는.
자동차는 없는데, 증기 기관차와 홀로그램은 있고. 전화기는 삐삐처럼 만들어?
이거 작가 새끼가 연중만 때린 게 아니라, 세계관 터트리고 잠적했네.
대체 이게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
한시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보러 갈란다. 그 삐삐.”
어쨌든 써먹을 일이 생기면 편리할 것 같았다.
* * *
아르델 아카데미 앞 광장.
제국의 주요 인사들뿐만 아니라, 신문물을 구경하러 온 학생들과 시민들로 인해 광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한시하!”
그 틈을 비집고 익숙한 얼굴이 손을 흔들었다.
아델라였다.
“저어기… 저건가 본데?”
웬만한 일에 설레는 기색이 없는 아델라도 오늘만큼은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전화 부스처럼 생긴 것이 검은 천에 가려져 있었다.
한시하는 고개를 빼꼼 내민 채 아델라가 가리키는 쪽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야, 삐삐네.”
“그게 뭐야, 벌써 애칭까지 붙여 준 거야?”
“그런 게 있다.”
그때였다.
자연학과의 교수 한 명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검은 양복을 입은 채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는 교수.
그의 입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르델 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입니다.”
“와아아악!”
“기존의 통신 마법을 모든 제국민들이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회로화하여, 아르델 전역에 깔았습니다. 그리고 제 손에 들린 이것은…!”
“어어어어!”
“바로 휴대용 연락망… 입니다.”
크흡.
중년의 교수는 티 나지 않게 눈물을 훔쳤다.
“회로를 통해 내용을 남기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음성을 전해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더 이상 비둘기도, 올빼미도 필요가 없습니다. 고급 통신 마법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허억….”
“원한다면, 아르델의 그 누구도 혁신적인 사운드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와아아아!”
“이 엄청난 물건을 시연할 수 있게 해 주신, 황제 폐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아르델! 아르델! 아르델!”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아아, 이것은 전화라는 것이다.
그걸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거냐!
한시하는 두 눈을 끔뻑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도 난리래서 보러 왔는데 생각보다 더 구식이라 조금은 실망했다.
수신은 어디서든 되는데, 송신은 무조건 전화 부스에서만 된다.
반쪽짜리 전화기였다.
그런 한시하와는 달리, 광장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열기로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아르델! 아르델! 아르델!”
“와아아아아!”
한시하는 혀를 내두르며 작게 중얼거렸다.
“다들 난리네.”
삐삐에 저렇게 놀라면, 나중에 휴대폰으로 영상도 보고, 물건도 산다고 하면 까무러치겠네, 아주.
한시하는 아델라를 돌아보며 퉁명스레 물었다.
“야, 너도 저게 신기….”
“와… 너무 신기해! 진짜 너무 신기해!”
요 며칠 복수의 건으로, 결사단의 건으로.
항상 굳어 있던 아델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물들어 있었다.
추울 법도 한데 빨갛게 물든 귀를 그대로 내놓고선 감탄하느라 바쁘다.
“어떻게… 저런 걸 만들지? 자연학과 교수님들은 천재인 게 아닐까?”
거짓 없는 미소.
그게 싫지 않았다.
한시하는 저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그래. 뭐, 좋다면… 된 거지.”
방금 전까진 그냥 시시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신기한 것도 같고.
한시하는 주머니에 얼어붙은 손을 찔러 넣으며 아델라에게 은근히 물었다.
“내가 저런 거, 더 근사한 걸로 만들어 줘?”
“너… 할 수 있어?”
“할 수 있겠냐?”
누리고만 살았지, 만들 수 있을 리가.
한시하의 한마디에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 돌아온다.
한시하는 장난스레 말을 더했다.
“한 번 해 볼까? 나 머리 좋잖아. 어? 언제는 좋다며.”
“…하면 좋을 거 같긴 한데.”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델라는 단호하게 말을 돌렸다.
“됐어, 나중에 저거나 써 줘.”
“저 구식 전화기?”
“아르델 누구든 쓸 수 있다잖아. 엄청 비싸서 문제지만. 그러니까, 첫 번째로 전화하는 거, 나한테 해 줘.”
아델라는 추운 공기를 들이켜며 담담하게 말했다.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그래도… 받아보고 싶어.”
대단한 부탁도 아니다.
한시하는 아델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그때였다.
“어?”
휘익-.
한시하는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 것 같았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 인간이… 여기를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