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23화(12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23화
바실의 명랑한 돌직구가 울려 퍼졌다.
“꾸우… 이 빡대갈!”
알고 있다.
내가 봐도… 내가 봐도….
진짜 개멍청했다.
오긴 왔는데, 돌아가는 길을 몰라?
내가 사람 새끼인가?
자꾸만 자기 몸에 내려앉는 눈송이를 화르르 태워 버린 바실이 동그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녀석을 향해 물었다.
“야, 삐삐에 지도 앱은 없냐?”
“꾸우?”
“있을 리가… 없지.”
쓸데없이 현대사회의 문물에 너무 중독되어 버린 두뇌는 이제 지도 어플 없이는 길을 못 찾는 지경에 이르렀다.
안 가 본 상점 가 보겠다고 눈 오는 날씨에 괜히 멀리 나왔다가 그대로 길을 잃어버렸다.
그 와중에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다.
지도 어플이 없으면 인간 지도를 찾으면 된다.
바로 아델라였다.
어, 저기 오네.
“한시하!!”
시끌시끌한 거리 위로 아델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다급히 달려온 얼굴은 추위 때문인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놀라서 뛰어온 건가.
아델라가 달려오는 쪽으로 마중을 나갔다.
잔뜩 붉어진 양 볼만큼이나 얼어붙은 귀.
아델라가 숨을 헐떡이며 내 앞에 섰다.
“한시하!”
“야, 뛰지는 않아도 되는데.”
“허억… 헉.”
아델라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나를 올려다본다.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빛이 나를 향한다.
솔직히 내가 봐도 어이가 없을 거 같애.
사라졌던 동급생이 길 잃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자기네 학교 앞 광장에서.
근데, 여기 내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고.
나도 내 나름대로 해결해 보려 했는데, 눈 잔뜩 맞으면서 몇 시간을 헤맸다니깐?
그래서 지금 꼴도 말이 아니었다.
눈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여기저기를 헤맸으니까.
아델라가 내 머리 위로 소복이 쌓인 눈을 올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추위 때문인지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
그다음 멘트 왠지 알 거 같은데.
바보냐고 물을 거지, 너.
한 일주일은 놀려먹을 생각이지?
그런데.
이어진 아델라의 말은 예상과는 달랐다.
“오래 기다렸어?”
어?
* * *
날씨가 퍽 춥다.
남부 지방 출신인 아델라에겐 더욱 춥게 느껴질 터였다.
“이거라도 쓸래?”
원래는 바실 용으로 준비했던 털모자를 건넸다. 아델라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이게 뭐야?”
“거… 원래는 안 맞을 건데. 쟤가 터트려 놔서 맞을걸.”
통풍용 털모자.
구멍이 뚫려서 빅 사이즈가 된 걸 빼면 쓸 만하다.
아델라는 황당하다는 듯 내 손에 들린 털모자를 낚아챘다.
“내 머리 작거든!”
“네 머리가 크다는 게 아니라 인간이랑 파충류랑 머리뼈 구조가 다른… 됐다. 야. 그냥 써.”
여기까지 걱정되어서 와 준 애한테 더 말을 얹기도 좀 뭐하다.
빨간색의 털모자를 머리 위에 얹은 아델라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앞에 섰다.
“어떤데?”
“터진 풍선 머리 위에 뒤집어쓴 것 같아.”
아델라의 얼굴이 곧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너… 너, 이상한 거 준 거지!”
“야, 야. 쓰고 있어. 그래도 추울 땐 뭐라도 쓰고 있는 게 낫지!”
“바람 다 들어오잖아!”
“그래도 쓰고 있으니까 안 쓸 때보다 훨씬 귀여워 보이는데.”
갑자기 아델라의 두 눈이 반짝였다.
확실히 털모자 같은 거 쓰니까 사람 인상이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해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
“그, 그래?”
“안 쓰고 있을 땐 진짜 성격 더러워 보여.”
아델라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왠지 뭐가 날아올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내 직감은 굉장했다.
우우웅-.
이젠 돌 대신 눈덩이를 뭉쳐서 들어 올리기 시작한다.
“잠, 잠깐만!”
마력으로 뭉친 걸 날릴 생각이냐.
이건 반칙이잖아!
후두둑.
아델라는 들어 올리던 눈덩이를 땅 위로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왜 여기까지 온 건데? 웬만한 건 굳이 여기까지 안 와도 다 살 수 있잖아.”
아티팩트 상점.
지난번에 나탈리를 따라 나왔다가 봐둔 곳이 있어서 왔다.
아델라의 말대로 웬만한 건 다 광장 앞에 있긴 한데.
이건 진짜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귀한 아티팩트라 어쩔 수 없었다.
“이거 샀어.”
아델라를 향해 한 손에 들어가는 아티팩트를 내밀었다.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듯한 윤기 나는 외관.
여기까지는 제법 현대식인데, 손수 만들어 붙인 손잡이가 영 깬다. 조금 싸구려같이 보이긴 하지만, 용도는 확실하다.
이건 저 세상에서도 유행했던 아티팩트란 말이다.
아델라는 내 손에 들린 아티팩트를 유심히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쁘게 생기긴 했는데… 뭐에 쓰는 건데?”
이거?
이 날씨에 딱 쓸 만한 아티팩트.
“눈오리 만드는 거.”
* * *
탕.
탕탕.
고요한 골목길에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 아티팩트를 손에 쥔 뒤, 한시하는 한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엄청난 집중력이다.
“꾸우…?”
“삐잇!”
대체 자신들의 테이머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바실과 클로스티가 황당하다는 듯 아델라를 올려다본다.
반쯤 넋이 나간 것은 아델라도 마찬가지였다.
“째 모함?”
“그러게. 뭐 하는 걸까?”
툭.
탕-.
탕탕-.
마치 장인의 손길처럼 미세한 컨트롤이 바닥을 때린다.
눈을 뭉쳐 집어넣고 몇 번 두드린 뒤.
아티팩트를 열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해 낸다.
오밀조밀하게 생긴 눈덩이는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정교했다.
마력으로 뭉쳐 낸 제 눈덩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섬세함이다.
설령 눈사람을 만든다 해도, 제 손으로는 만들어 내지 못할 결과물.
한시하는 그것을 아티팩트로 무심하게 툭툭 만들어 낸다.
너무 무심하게….
쓸데없이 많이….
만들어 낸다.
눈오리에 얼마나 진심인 거냐고.
눈을 머리 위로 가득 뒤집어쓴 한시하가 담담하게 중얼거린다.
“450마리….”
눈오리 장인.
화단에 일렬로 세워진 눈오리들이 마법사나 기사들이었다면 지금쯤 제국 하나를 먹지 않았을까.
아델라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한시하의 눈오리가 화단을 가득 메운다.
“451마리….”
언제까지 하는 거야!
“452마리!”
아델라는 어지러워졌다.
* * *
“후… 요즘 애들 다 저러고 놀드만. 허구한 날 일하다가 뒤져서 못해 봤는데.”
“….”
“한이 풀렸다. 풀렸다아!”
“꾸우꾸우!”
한시하는 아티팩트를 치우고선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아델라가 알아들 수 없는 말들을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조별 과제 때 한동안 축 처진 채 기어 다녔던 걸 생각하면, 저리도 좋아하는 게 오히려 나았다.
대체 눈오리 452마리를 만들면서 뭐가 그리도 즐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보는 해맑은 얼굴에 아델라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그때, 한시하가 씨익 웃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는 뭐 하고 싶은데? 아까 만들어 보라니깐 별 관심도 없드만.”
아티팩트에 쑤욱 집어넣기만 하면 나오는 기성품 같은 건 흥미가 돋지 않았다.
아델라는 그보다 함께 할 수 있는 거.
줄곧 입안에서 굴리고 있던 말을 조심스레 꺼내었다.
“눈사람, 만들래?”
“눈사람?”
한시하는 되묻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럴까? 저기 저 눈오리들 뭉치면 큰 사이즈로 나올 거 같은데.”
“…그걸 왜 뭉쳐?”
“이미 뭉쳐진 애라서 더 잘 뭉쳐지니까?”
쓸데없이 효율에 입각한 결정.
아델라는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굴려서, 굴려서 만들면 되잖아.”
아델라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눈을 뭉치기 시작했다. 장갑도 끼지 않은 손이 오물조물 눈을 동그랗게 뭉친다.
아까처럼 마력을 쓸 수도 있었지만 그런 건 왠지 지금의 분위기와 맞지 않아서.
아델라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색하게 눈을 뭉쳤다.
처음이다.
눈을 뭉쳐 보는 것도, 눈사람을 만들어 보는 것도.
당연히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려 했는데.
마력의 힘을 빌리지 않은 제 손은 영 어설픈 게 아니었다.
“왜 자꾸… 풀어지지?”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차갑게 얼어붙은 눈이 손 틈 사이를 빠져나간다.
뭉쳐야 하는데, 생각했던 것처럼 잘 되질 않는다.
다른 애들은 이것보다 훨씬 커다란 눈덩이도 순식간에 뭉치던데.
아델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제자리에서 끙끙댔다.
그 순간이었다.
뒤편에서 다가온 한시하가 피식 웃었다.
“뭐냐? 너 진짜 처음 만들어 봐?”
눈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은근히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을 땐 그냥 그러고 노는 걸 좋아하나 보다 생각했는데. 하는 걸 보니까 진짜 처음인 듯했다.
“으응.”
아델라는 한시하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속삭였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헬하운드 하나에 쩔쩔매며 슬라임 던전에서 구르고 있을 때.
그때도 저렇게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봐봐, 이렇게 하는 거니깐.”
어느새 옆에 선 한시하가 눈을 뭉치기 시작한다.
무슨 요령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오리를 만들 때처럼 뚝딱, 하고 눈덩이가 만들어진다.
“이걸 천천히 굴리는 거야.”
한시하는 길을 따라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눈송이가 땅 위로 소복이 쌓인 눈을 끌어모은다.
한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던 눈덩이가.
땅 위를 구르고 또 구른다.
그렇게 한 바퀴를 굴렀을 때, 어느새 한 아름 안을 수 있을 만한 사이즈가 되어 돌아온다.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한시하가 커다래진 눈덩이를 자신에게 굴려 준다.
“너도 굴려 봐.”
“어… 어!’
으아아앗!
아델라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덩이를 굴려 나간다.
한 번 커진 눈덩이는 풍선처럼 쉽게 부풀어 오른다.
가속이 붙은 눈덩이는 조금만 굴려도 커져서 이젠 한 손으로 굴리기조차 벅찬 사이즈가 되어 버린다.
“와!”
아델라는 환하게 웃으며 정신없이 눈덩이를 굴렸다.
요 며칠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걱정들이 새하얀 눈덩이를 따라 깔아뭉개지고, 녹아내리며, 사라진다.
그저, 커다란 눈사람을 만드는 데에 집중할 뿐이다.
그때였다.
한시하가 휘청거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비켜봐, 비켜, 비켜. 올린다?”
아델라가 눈덩이를 더 키우는 사이, 한시하는 눈사람의 머리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으응!”
“뜨아앗…!”
아델라가 황급히 옆으로 비켜나자, 한시하가 커다란 눈덩이를 들고선 아델라의 커다란 눈덩이 위로 올렸다.
괴상한 기합을 내지른 한시하가 지쳐 뒤로 물러섰다.
“됐다!”
눈사람이다.
익히 자신이 알아왔던 커다란 눈사람이, 아델라의 눈앞에 서 있었다.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를 흘리고 말았다.
“이거 맞아? 네가 하고 싶어 했던 거?”
순간, 넋을 놓을 뻔했다.
“완전! 잠깐만!”
모처럼 만에 격양된 목소리.
아델라는 빨갛게 얼어붙은 손으로 다급히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찾아 나섰다.
돌멩이를 찾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으윽.
땅 속에서 맨질맨질한 돌멩이를 찾아낸 아델라가 까치발을 든 채 눈사람의 얼굴에 돌멩이를 박았다.
이어서 몸통의 양쪽에 나뭇가지를 꽂아 넣는다.
눈과 팔까지 완성.
아델라는 거친 숨을 들이쉬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귀… 귀엽다.”
한시하는 아델라의 말에 피식 웃었다.
저렇게 눈사람이 만들고 싶었던 거면, 저를 만나자마자 말을 꺼내도 됐을 텐데.
아델라는 두 손을 모은 채 입을 우물거렸다.
“고마워.”
“응?”
“진짜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혼자서 만들기는 좀 그래서.”
올해도 작년처럼 그냥 넘길 생각이었다.
한시하에게 걸려온 사운드 텔레포트만 아니었다면.
방안에서 혼자 온갖 걱정거리를 밤새도록 굴리고, 또 굴렸을 것이 뻔했다.
아델라는 웃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같이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춥지도 않고. 좋다….”
“그러네.”
한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델라의 말에 동감했다.
길을 잃었을 때만해도 이대로 입이 돌아가나 걱정될 정도의 추위가, 아델라와 함께 있으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손끝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것 같은데, 이상하게 춥지가 않다.
어, 근데 겨울 치곤 진짜 춥지가 않다.
슬슬 날이 더워지….
그럴 리가 없는데?
한시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후두둑.
눈사람이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이 추운 날씨에, 벌써부터 눈사람이 녹기 시작한다고?
“꾸우… 추어….”
눈사람의 발밑에서 화르륵 타오르고 있는 바실이 눈에 보였다.
미친.
“바실아아아악!”
아델라와 한시하는 동시에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