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28화(12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28화
“무슨… 일이에요?”
찰랑거리는 금발에 반짝이는 두 눈.
언제나 생기 있던 나탈리가 어딘가 시든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탈리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옆에 선 이한조차도 반쯤 넋이 나가 있다.
이한이 말을 더듬으며 두 눈을 끔뻑였다.
“그… 그… 내가 뭘 본 거지?”
정신 나갈 거 같은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
어디서부터 본 거야!
“아니, 잠깐만. 얘들아, 그런 게 아니고….”
“역시 힘들었던 거였어요….”
왈칵.
나탈리가 입을 틀어막으며 나를 아픈 놈 보듯 본다.
이 나이에 돌멩이 문질거리면서 그러고 있으면, 내가 봐도 좀 이상한 놈 같긴 하지만.
아니, 그래도 내 말을 들어 달라고.
“아니,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너, 진짜 어디 아프냐?”
이거 큐브라고!
큐브 길들이고 있는 거라고!
내 직업이 이건데 어쩌라고!
나탈리가 있으니까 큐브를 입에 올리지도 못하겠고.
이한이 경멸의 눈초리로 나를 보고 있다.
이한은 상황을 정리해 보려 애쓰다가 인상을 팍 구겼다.
어떤 방식으로 포장해야 할지, 여실히 고민한 듯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많이 외로웠구나.”
“그런 거 아니야.”
그런 식으로 단정하지 마.
“힘들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우선 그 돌부터… 내려놓고 얘기하자. 너 진짜 존나 미친놈 같아.”
“아니라고!”
“돌멩이 껴안고 있는 게 미친놈이지 그러면 뭐야!”
“안 껴안고 있었어! 왜곡하지 마!”
시발.
그런 식으로 소문내면 혀 깨물고 죽을 거야.
룸메인 원이야 내 미친 짓 하루 이틀 보는 거 아니니 그러려니 해도 제 3자까진 절대 안 된다고!
심지어 걔는 동글이가 프테라 알처럼 나중에 부화하는 걸로 알고 있어!
그래서 그냥 넘어간 거란 말이야.
어, 이것도 알이라고 할까?
이한 저 녀석은 눈치 빨라서 씨알도 안 먹힐 거 같은데?
머리를 굴리는 사이, 나탈리는 애써 나를 진정시켰다.
“괜찮아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그게 아니라 나탈리….”
“저 뭔지 알 거 같아요.”
“내 마음을?”
“…아니 그건 제가 알 리가 없구요.”
“내가 지금 얼마나 억울한 지 알아?”
“아뇨! 저는 모르겠지만!”
나탈리는 선을 그으며 내 병명을 진단했다.
“저 1학년 때 신학과 교양 강의에서 들은 거 같아요….”
“상상친구?”
“그 원래 인형한테 말 걸고 그런 거 있잖아요. 물론 저희 나이에 그런 게 조금 이상… 아니 조금 다르긴 한데.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요! 어,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돌멩이한테 말 거는 사람은 처음 봤지만… 요새 또 애완돌이 유행이라고도 하니까… 어….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애완돌이란다.
나탈리의 미친 포용력.
이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어 줄 것 같지가 않다.
시발.
큐브고 나발이고.
그냥….
어 그냥… 자퇴할까?
* * *
다음 날, 식사 시간.
어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이한과 나탈리, 그 두 사람을 하루 종일 은근슬쩍 피해 다녔다.
운이 좋았던 모양인지 아직 한 번도 마주치진 않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여기가 가장 위험했다.
사방이 탁 트인 급식실.
오늘도 최악인 파이어 보어 앞다리를 물어뜯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확 자퇴해 버려?
“야, 너네 학술회 간다며?”
그런 내 생각을 알 리 없는 원이 옆구리를 찔러 왔다.
맞은편에 앉은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미로의 굴… 거기 맞지? 진짜 좋겠다. 그거 나중에 마탑에 갈 때 가산점 어마어마하다던데.”
“그렇다고 들었어.”
“나는 언제 가 보냐. 좋겠다, 니들은.”
“내년에도 모집한대. 한 번 노려봐.”
“그래야지. 너네 준비는 다 했어?”
“대강은? 넌?”
아델라는 옆에 앉은 윤하을에게 물었다.
맛없는 파이어 보어 앞다리에 온 정신을 집중한 윤하을은 우물거리며 앉아 있다가 뒤늦게 답했다.
“으응.”
“근데 따로 준비할 게 있나? 거기 식사도 최고급으로 나오고, 숙식 전부 제공이라던데. 그렇게 시설 좋은 학술회가 어디 있냐.”
원은 여전히 부러운 눈빛으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음엔 나도 데려가 줘라.”
“….”
“아니, 성적이 안 되겠구나. 어쨌든 갔다 오면 후기라도 들려 줘라. 내가 내년엔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한 번 가 볼게, 진짜로.”
주절대던 원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다시 내 어깨를 툭툭 친다.
“근데 너는 왜 그러고 있냐?”
“….”
“야, 한시하. 대답 좀.”
미안, 지금 대답할 상황이 아니라 그렇다.
질긴 앞다리를 뜯어 보려던 내 손은 그대로 얼음이 되어 멈춰 버렸다.
저… 저 녀석들이 왜 여기로 오냐?
생글거리며 저편에서 걸어오는 원 주인공 이한과 만인의 이상형 나탈리.
저 두 사람이 대체 왜 이쪽으로…
후다다닥.
황급히 몸을 숨겨 보려 했으나 늦었다.
“한시하?”
“어? 다들 여기 있었네?”
이한이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제발, 제발 여기는 오지 않길 바랐는데.
이한이 태연스레 자리에 앉았다. 그것도 바로 내 대각선으로.
“오늘 식단 영 별로다. 그렇지, 나탈리?”
“방학이라 예산이 부족한가 봐요!”
“어어, 오랜만에 본다. 둘도 방학 때 학교에 있어?”
원이 반갑게 웃으며 둘을 맞이했다.
나탈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의 말에 대답했다.
“네! 저는 추가로 듣고 싶은 수업이 있어서 수강 중이에요!”
“나는 그냥… 있는 거지, 뭐. 아델라는 수사관 보조 지원했다며?”
“어, 그렇게 됐지.”
아델라가 한시혁의 보조로 들어갔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 인간이 대체 왜 아르델 아카데미에 수사관으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델라는 나와 한시혁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하는지 말을 삼갔다.
근데… 진짜로 불편한 관계는 이쪽이거든.
“오늘은 안색이 좀 안 좋아 보이네?”
이한은 싱긋 웃으며 내 안부를 물었다.
왜 안 좋겠냐, 지금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거든?
하필 최악의 타이밍에, 최악의 상대를 만나 버렸다.
나는 이한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앞다리를 뜯었다.
오히려 이한의 말에 놀란 기색이 된 건 윤하을이었지만.
“한시하, 너 어디 아파?”
“그런 거 아니야.”
제발 조용히 넘어가자.
그때, 감사하게도 원이 화제를 돌렸다.
“아, 나 궁금한 거 있었는데. 학술회는 어떻게 가는 거야? 그냥 성적만 보는 게 아니라 이거저거 복잡하드만.”
이한과 원은 원작에서처럼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같은 강의를 겹쳐 듣다 보니 요새 부쩍 친해졌다.
원의 물음에 이한은 숨김없이 답했다.
“나도 추천서 받았지. 그린트 교수님.”
“뭐? 그린트 교수님? 그분이 추천서 같은 걸 써 줘?”
“의외긴 했는데, 찾아갔더니 써 주시더라고.”
그린트 교수야 성적 순서대로 써 주는 편이니, 이한이면 쉽게 받아 냈을 터였다.
애매한 성적의 원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중얼거렸다.
“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받을 교수가 없는데. 나도 연구실 들어갈까?”
“한시하도 그렇게 들어갔을걸?”
이한이 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에른스트 교수님 추천서 받아서 들어갔잖아. 요새는 가산점 없으면 학술회도 힘들어. 연구실 들어가고 싶으면, 한시하한테 부탁해 봐.”
“그럴까? 야, 한시하. 에른스트 교수님이 나 같은 인재는 별로래?”
“글쎄.”
아마 새로운 인원이 들어오기만 한다면 좋아하실 것 같은데.
-라고 답하려던 것을 이한이 가로채 갔다.
“에른스트 교수님은 정이 많은 학생들을 좋아하시잖아.”
무슨 소리지?
“뭐든지 맡겨 두면 지극정성인 사람. 괜히 테이머를 뽑은 게 아니지. 한시하가 그런 거 잘하잖아.”
이한의 뜬금없는 칭찬에 두 눈을 굴리던 순간.
이한이 싱긋 웃으며 말을 돌렸다.
“야, 맞다. 너 애완 돌은 요새 잘 지내고?”
순간, 주변이 고요해졌다.
“애완 돌?”
정적을 깨고 되물은 것은 아델라였다.
그와 동시에, 윤하을과 원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게 뭔데?”
“너 돌도 길러?”
미친.
미친.
저 사악한 주인공 새끼.
지금까지의 칭찬이 애완 돌을 위한 빌드업이었냐!
“어어, 기르더라고?”
이한이 능글맞게 웃으며 앞다리를 주워들었다.
귀가 뜨거워지는 기분이다.
저 새끼, 분명 내 반응을 즐기는 것 같은데.
남의 약점을 잡아 교묘히 이용하는 잔머리를 나한테! 나한테 써먹지 말라고!
실제로 이한이 그렇게 한시하의 약점을 잡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군을 쏜 적은 없었잖아!
“애완 돌 이름이 뭐였더라? 동글? 동글이?”
이한은 다 알면서 모르는 척 괜히 말끝을 늘였고, 윤하을의 두 눈이 호기심에 반짝였다.
“우와, 이름 귀엽다. 나도 보여 줘.”
윤하을의 순수한 관심.
버퍼링이 살짝 걸린 듯한 아델라까지.
“너 돌도 길렀냐? 돌… 뭐지? 나는 본 기억이 없는데?”
잠시 멈칫하던 원은 손뼉을 치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거! 그 애완 돌이 아니라 알일걸?”
“돌일걸?”
“아니, 돌을… 돌을 왜 기르는데? 야, 그거 돌이야?”
“안 돼요! 그런 건… 숨겨줘야 돼요!”
나탈리는 뒤늦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이한을 말리고 있다.
미안한데, 나탈리.
네가 그러니까 더 어그로 끌리잖아!
“진짜 돌이었어?”
“돌을 왜 기르지?”
“기를 수도 있지! 신기하다!”
해맑은 윤하을의 말이 내 뼈를 때린다.
“하하하… 애완 돌 맞잖아?”
이한은 사악하게 웃으며 의자를 뒤로 젖혔다.
시발.
저, 저거 주인공이 아니라 흑막이었던 건 아닐까.
“애완 돌을 돌이라 부르지 못하고… 한시하는 돌 테이머라고 부르지 못하고….”
“이… 이 그런 말 하지 마!”
“돌한테 지극정성이잖아. 나는 그 따뜻한 마음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 에른스트 교수님도 감명 받으셨을 거야.”
이한은 잔뜩 신나 있었다.
예전엔 몰랐는데 저런 인간을 적으로 두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이제는 알겠다.
“멋있더라고. 아델라, 너도 애완 돌 보러 갈래?”
“한시하가 옷도 입혀 놓고….”
안 되겠다, 진짜 못 참겠어.
“바실아.”
“꾸우….”
쾅.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뒤늦게 싸함을 감지한 이한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야, 화났… 냐?”
“….”
“내가 미안하다. 그냥 네 반응이… 재밌어서….”
다 필요 없고.
그냥…
“물어 버려.”
그와 동시에.
급식실에 이한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