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29화(12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29화
이한은 자신이 입은 옷을 내려다보았다.
바실에게 물려서 너덜너덜해진 교복.
수많은 전투를 겪으며 몇 번이고 새로 샀던 교복이었다.
헌데, 단 한 번도.
동급생이 기르는 드래곤에 물려서 교복을 바꾼 적은 없었다.
늘 감정적이면서도 빈틈이 없는 듯한 한시하.
그 녀석이 미친놈처럼 애완 돌을 기르고 있을 때, 이한의 감상은 간단했다.
‘아니, 잠깐만. 얘들아, 그런 게 아니고….’
‘힘들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우선 그 돌부터… 내려놓고 얘기하자. 너 진짜 존나 미친놈 같아.’
‘아니라고!’
‘돌멩이 껴안고 있는 게 미친놈이지 그러면 뭐야!’
‘안 껴안고 있었어! 왜곡하지 마!’
아, 놀려먹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빈틈없는 모습의 한시하가 어찌 반응할지도 솔직히 궁금했다.
적당히 눈치를 봐 가면서 장난치다가 아니다 싶으면 슬쩍 빠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물어.’
‘으아아아악!’
냅다 물라고 할 줄은 몰랐다.
이한은 너덜너덜해진 교복을 내려다보며 이마를 짚었다.
“미안하다. 기분 나빴으면 사과할게.”
“….”
“돌… 기를 수도 있지.”
혼란스러운 건 사실 한시하도 마찬가지다.
그냥 빡쳐서 하던 대로 했는데, 상대가 주인공이다.
살다 살다 주인공을 물라고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주인공 물었다고 뒤지는 건 아니겠지?’
‘진짜 화나서 결사단 때려치우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둘은 속으로 생각했다.
한시하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애완 돌이라는 거 말인데… 아니, 그 전에 사일런스 마법좀 깔아 봐.”
“사일런스….”
아니, 애완 돌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 문제였던가.
어디에도 새나가지 말아야 할 정도로 수치스러운 문제였나.
그걸 자신이 다른 애들 앞에서 까발린 건가.
이한은 더더욱 미안해졌다.
이 상황에서 따로 말을 얹기도 애매했기에 우선은 시키는 대로 했다.
우우웅.
공기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사방이 조용해졌다.
그제야, 한시하는 이를 악문 채 말을 뱉었다.
“그거 돌 아니야.”
“뭐?”
“그럼 뭔데?”
“그거… 큐브라고.”
“뭐?”
“큐브 양악수술 한 거라고.”
이한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큐브… 라고?”
“애완 돌이 아니라! 큐브라고, 이 자식아!”
이한은 뇌정지가 왔다.
큐브를 숨겨도 부족할 판국에 큐브의 존재를, 비록 큐브라 한 것은 아니지만 떠벌리고 다녔다. 그것도 제 입으로.
한시하가 왜 그리 숨기고 다녔는지도.
왜 그리 지극정성이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어어어… 어어….”
“이 빡대가리야! 내가 왜 말을 안 했겠냐, 그럼!”
빡대가리라는 표현은 심히 거슬렸으나, 이한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그 돌멩이가 큐브였다면, 무슨 오해를 받더라도 숨겼을 테니까.
애완 돌을 기르는 미친놈으로 보일지라도.
자신은 기꺼이 큐브를 숨겼을 것이다.
“맞… 맞네….”
이한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진짜 몰랐어. 그… 그 돌이 큐브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알았으면 절대로 안 그랬을 거야.”
“어휴, 말을 말자.”
“미안하다, 진짜로. 그런 것도 모르고.”
이한은 몇 번이고 한시하에게 사과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이었다. 오늘의 일로 큐브가 노출되지는 않겠지만, 어찌 되었건 자신의 실수가 맞다.
“진짜로, 이번에는 내가 미안하다.”
“그래, 그냥 넘어가자고.”
“고, 고맙다.”
훈훈한 대화.
이한은 미안한 얼굴로 한시하를 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드는 생각.
그런데.
다 알겠는데.
그… 애완 돌이 큐브라 할지라도.
‘옳지, 옳지. 으으응, 잘하네!’
‘이야, 금방 오르네. 동글이, 손!’
생각해 보니 드레스는 왜 입힌 거지?
왜… 말을 걸고 있었던 거지?
“애완… 큐브?”
이한은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차마 묻진 못했다.
* * *
학술회 당일.
원래대로라면 인원의 일부만 참석했어야 했지만 계획이 수정됐다.
흑마법사 아첸트가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모른다. 원래는 가지 못했을 시모어와 솔리아가 추가 전력으로 붙었다.
물론, 정문을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는 하수구 근처.
한시하가 방법이 있다고 알아 온 게 바로 여기였다.
학술회장에 잠입할 수 있는 새로운 루트.
슬카데미 원작에서도 소개된 바가 있었다.
다소… 다소 지저분한 루트지만.
‘원래는 나 대신 솔리아가 학술회에 갔으니깐….’
원이 투덜거리면서 저 하수구 틈을 비집고 학술회에 참석했었다.
지금은 인원이 바뀐 터라, 그 역할을 시모어와 솔리아가 대신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진짜… 여기로 들어가야 한다고?”
원이야 꿍얼거리면서도 시키면 하는 입장이지만, 시모어는 조금 더 까다로운 성격이다. 시모어가 질색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클로스티 데려가. 깔끔하게 세척해 줄걸.”
그래도 원작보다는 상황이 낫다.
한시하는 물의 프테라, 클로스티가 있지 않냐며 녀석을 하수구 앞으로 들이밀었다.
“클로스티는 싫어하는 거 같은데?”
시모어의 지적.
바실은 시모어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꼽게 자란 프떼라야!”
한시하는 그런 바실의 발음을 즉각 지적했다.
“꼽게 자라? 꼬와?”
“이… 이…!”
“꼬우면 네가 테이머 하든가.”
“꾸우우우!”
한시하는 생글거리며 바실을 멕이고 있고, 시모어는 질색하며 하수구 안을 살피고 있었다. 가능만 하다면, 피하고 싶은 표정이다.
“야, 정말 다른 방법은 없어?”
“괜찮은 거 생각해 보든가. 걸리면 뭐 해 보지도 못하고 바로 끝이야. 이게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라니깐.”
한시하는 시모어의 말을 딱 잘랐다.
실제로도 원작에서 성공했던 방법이니, 이보다 검증된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다른 방법 있냐고.”
“없… 없긴 한데….”
시모어는 울상이 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사이, 한시하는 바닥에 드러누운 클로스티를 설득하고 있었다.
“1 하수구에 1 아이스크림이야. 괜찮은 계산법이지?”
“….”
“한 번 통과할 때마다 하나씩 사 준다.”
“…삐잇?”
“꾸우! 꾸우!(말려들지 마!)”
“바실, 너는 방해 안 하면 치즈 사 줄게.”
“꾸우?”
그렇게 한시하가 순식간에 두 마리의 파충류를 설득하는 동안.
한참을 고민하던 솔리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다른 방법이 있어.”
“뭐?”
한시하는 당황한 낯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알기로는 학술회 입장에 다른 루트는 없었다.
그런데.
스으읏.
솔리아는 대답 대신 마력을 분산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 위로 응축되어 있던 마력이, 팔 끝으로, 다리로 천천히 퍼져 나간다.
[그림자화]솔리아의 고유 스킬 중 하나.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빛이기에, 더욱 쉽게 그림자를 모방할 수 있다.
온전히 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림자 형태로 몸을 숨기는 것은 가능하다.
투명화 망토 같은 아티팩트류의 마법은 간파가 쉽기 때문에 정문에서 걸릴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시전자 자신이 만들어 내는 은신 마법이라면… 보안 시설이 아닌 학술회의 정문에서는 그 정도까지 탐지해 내는 마력 탐지기는 없을 것이다.
한시하는 계산을 마치고서는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흠… 될 것 같은데.”
슬카데미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
원작에선 생각을 못했는데, 막상 하수구에 들어가려니 머리가 빠릿하게 돌아갔다.
한시하는 턱을 쓸어내리며 솔리아를 돌아보았다.
“될 것… 같지?”
잔뜩 기대한 듯 반짝이는 솔리아의 눈빛.
“너 진짜… 저기로는 죽어도 가기 싫었구나.”
“….”
“맞지?”
솔리아가 몹시도 뜨끔한 표정으로 한시하를 돌아보았다.
침묵은 늘 그렇듯 긍정이었다.
* * *
솔리아의 [그림자화].
본인을 제외하고도 한 명을 더 그림자화 시킬 수 있는 스킬.
은신에는 상당히 적합한 재능이나, 치명적인 제약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제한 시간.
겨우 10분 내에 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거야 인파가 몰린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시선을 피해서 능력을 쓰면 될 것 같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그림자가 너무 잘 보인다는 것.
“이거… 맞아?”
그림자가 된 시모어가 삐그덕거리며 제 손을 들었다.
솔리아의 능력은 말 그대로 [그림자화]다. 투명화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누가 봐도 완전 납작한 그림자 같긴 한데….
“그림자가 따로 다니면 좀 이상하지 않나?”
땡볕이 비치지도 않는 한겨울에, 길 위를 그림자가 홀로 움직이고 있으면 사람들 다 놀라 뒤로 자빠질 광경이다.
한시하는 이한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조금 이상하다.
“붙어 있는 건 어떨까?”
출입증 검문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머지 인원들이 둘러싸고 있는 터라 아직까진 이쪽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줄이 서서히 줄면 딱 봐도 이상한 게 보일 것이다.
“그게 나을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게 최선이겠네. 웬만하면 발 맞춰서.”
“일단 해 볼까?”
“시모어, 너는 이리 와 봐.”
삐그덕.
그림자가 된 시모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이한의 뒤에 가서 붙었다.
생각보다는 훨씬 그럴듯하다.
한시하는 그림자가 된 솔리아에게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한 번 뒤에 붙어 봐.”
솔리아는 대답 대신 조심스레 한시하의 뒤에 섰다.
“생각보단 이질적이지 않네.”
이렇게 보니 그림자 같기도 하고,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잘 모를 것 같았다.
아델라는 짧게 평을 남기고선 앞을 돌아보았다.
“한 번 해 보자. 이상하다 싶으면 나랑 윤하을이 뒤에 서 있을게.”
“응!”
아직까지 가려 줄 사람도 있으니 문제없다.
줄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10분 안에 정문을 통과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은 상황.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학술회 담당 직원이 목소리를 높여 학생들을 불렀다.
“자, 조금씩 앞으로 붙어 주세요!”
“입장하겠습니다!”
“다음 학생? 네, 확인했습니다. 입장할게요!”
한시하는 직원의 말소리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줄이 줄어들면서 정문까지의 거리도 가까워진다.
솔리아는 긴장한 기색으로 침을 삼켰다.
한 발짝. 두 발짝.
최대한 이질적이지 않도록, 솔리아는 한시하의 발에 맞춰 걸었다.
쉽지 않다.
생각보다 티 나지 않게 걷는 것이 어려웠다.
2인 3각 경기에 참여한 기분.
게다가, 그렇게 걷다 보면 충돌하는 사태도 생기는 법이다.
“아앗!”
한시하의 뒷걸음질에 발이 밟히고 말았다.
솔리아는 저도 모르게 작은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발 밟았냐?”
“으응….”
“미안하다, 잠깐만.”
“아앗!!”
“어어!”
또 밟았다.
한시하는 난처한 기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 어쩌지.”
솔리아가 보이지는 않지만, 비명 소리로 봐서는 제대로 밟은 모양이었다.
“으으….”
아픈데도 제대로 소리로 지르지 못하는 솔리아.
솔리아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이 정도 거리면 서로 발이 겹칠 리는 없겠지.
그런 계산에서였지만, 한시하는 그림자를 살펴보고는 안 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림자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수상하잖아.”
한시하는 그림자가 된 솔리아의 팔을 붙들었다.
줄은 와중에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한시하는 솔리아에게 속삭이듯 말을 뱉었다.
“그러지 말고, 업혀.”
* * *
그림자가 되었다.
그림자는 붙어 있어야 한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더 가까이 서 있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였다.
솔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시하의 뒤에 섰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던 적이 있나?
없었을 것이다.
같은 조원이 된 적도 없고.
같이 식사도 거의 해 본 적 없는 사이.
다른 아르델 아카데미 식구들보다도 오래 알고 지내 온 사이였지만, 솔리아는 한시하와 깊은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자신이, 한시하의 결사단에 들어왔다.
이한의 설득으로 들어왔지만….
솔리아가 들어온 것이 그 때문은 아니었다.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에 대해 대강 들었을 때부터, 솔리아는 그 사실을 직감했다.
드레이크 토벌단 때도 느꼈지만, 자신 없는 일에 무책임하게 뛰어드는 것 또한 죄악이다.
그걸 알면서도 결사단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솔리아는 그때처럼 멍청하지 않다.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있지도 않다.
한시하가 3등이 된 것은, 그럴 만한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한시하는 그 이상의 것조차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믿었을 뿐이다.
그래서 돕고 싶었을 뿐이다.
부족한 자신이 돕기 위해 이곳까지 따라왔고.
그림자가 되어 등 뒤에 붙어 있다.
여기까진 모든 것이 괜찮았다.
중간엔 하수구에 들어갈 뻔하긴 했지만, 무튼.
그런데.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생각보다 더… 가까웠다.
솔리아는 낯선 감각에 두 눈을 끔뻑였다.
행여나 그림자가 된 걸 들킬까 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림자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수상하잖아.”
한시하의 말을 들었을 때는,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솔리아는 한시하가 지금의 자신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림자 상태가 아니었다면, 빠르게 뛰는 심장 때문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한시하는 몰랐겠지만.
한시하가 고개를 돌렸을 때는, 생각보다 더 가까워서 숨을 멈추고 말았다.
“그러지 말고, 업혀.”
발을 밟은 게 미안해서, 한시하가 제안한다.
확실히 붙어 있을 수 있는 방법.
솔리아는 왠지 그 제안이 싫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는 붙어 있어야 하니까.
들키지 말아야 하니까.
그저 당연한 말인데,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일렁였다.
그 이유를, 솔리아는 몰랐다.
다만, 자신을 향한 배려에 조금은, 아주 조금은.
감동 받은 것 같았다.
솔리아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팔을 뻗었다.
한시하는 그림자가 된 솔리아의 팔을 붙들었다.
그때였다.
“아, 그런데.”
응?
“그림자도 무겁나?”
“꾸우?”
솔리아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