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3화(1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3화
“왜 피해 다니는 건데?”
다음 날, 나는 결국 아델라에게 붙잡혔다.
몇 번을 더 피해 다녔는데 딱 걸렸다. 결국 나는 아르델의 1층 로비 옆 카페로 질질 끌려갔다.
더 피해 봤자 진짜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 끌려갈 때는 쿨하게 끌려갔다.
“아니, 왜. 아니, 왜애애. 왜 불렀냐고.”
정정한다. 쿨하진 않았던 것 같다.
적잖이 당황한 상태라 두 눈을 끔뻑이며 단발머리의 눈치를 살폈다.
저 친구가 아델라라고 생각하니 영 조심스러워진다.
갑자기 아델라에게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이름을 물어보는 이유는 뭐야? 네 나름의 분류법이라도 돼? 이 새끼는 팰 새끼, 안 팰 새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강약약강이 맞았음을 절실히 느끼는 중이었다.
대한민국에선 안 그랬다고.
선배고 뭐고 그냥 기어올랐다고.
근데 선배한테 깝친다고 죽지는 않잖아. 여긴 잘못 깝치면 죽는다고.
대충 그런 연유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았다.
“왜 부르셨나요?”
“…아픈 거 맞는 거 같은데?”
아델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왜 네가 한숨을 쉬는데.
그냥 나를 내버려 뒀으면 너도, 나도 편할 거 아니냐.
왜 굳이 나를 찾아온 건지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돼.
“아.”
이제야 알겠다. 얘도 친구가 없는 게 분명했다.
기껏해야 몇 마디 안 나눠 본 나란 인간한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이유가 없을 텐데.
아델라는 머리를 짚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네가 쉬는 시간마다 증발해 버리길래,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내가 고민을 좀 해 봤는데.”
“엉.”
“알 것 같아.”
그럴 리가.
네가 나를 묻을 거라는 걸 벌써 알게 됐다고?
“너… 질까봐 쪽팔린 거지.”
역시나 헛짚었다.
대단히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이 흐른 건 분명해 보였다.
아델라는 심각한 얼굴로 깍지를 낀 채 입을 열었다.
“일단 내기는 걸어 뒀는데, 생각해 보니 질 것 같고 그런 거잖아.”
“….”
“개처럼 짖겠다고 했는데 귀족의 체면상 죽어라 그건 못하겠고.”
아니, 귀족의 체면을 떠나서.
인간의 존엄대로라면 못하는 게 정상이야.
무튼.
무튼 그런 류의 이유는 아닌데.
“개강시험 너 질 거야.”
“켁.”
느닷없는 팩폭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깜빡이라도 켜고 들어오던가.
너무하다, 진짜.
당장 흙에 파묻힐 걱정이라서 개강시험 내기 생각은 머릿속에서 까맣고 지우고 있었던 와중에 묵직하게 들어온 한마디라 미처 대답하지 못했다.
이젠 내가 그 이유가 아니라 해도, 아델라가 믿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봐도 저 가설은 꽤 신빙성 있었으므로.
명색이 귀족인데 지면 평민 앞에서 짖게 생겼어. 개강시험은 죽어라 해도 답이 없어. 다 쪽팔리니까 일단 튀어 보자.
너무 맞는 말이잖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긴 했다.
아델라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팩폭을 마저 장전했다.
“힘이 약하면 머리라도 좋아야 한다며.”
“….”
“너 머리도 나쁘잖아.”
쿨럭.
연이은 폭격에 찬물로 속을 진정시켰다.
“아니거든.”
이건 억울해서 항변했다.
실제로도 나, 안 멍청했다.
내 기존 스탯과 동기화되면서 한시하의 지능도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한시하>
마력: 45
체력 : 10
지능: 30
감각: 15
매력: 12
성향: 중립 선
체력이 기존의 허접함보다도 조금 더 하향화되긴 했으나, 두뇌는 저만하면 어디 가서든 충분히 써먹을 수준임이 확실했다.
하지만 그걸 설명한들 아델라가 알아들을 리도 없고. 기왕이면 나는 곱게 피해 살고 싶다.
그게 안 된다면 자연스레 멀어지기라도.
지금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도, 그저 일상일 뿐인데도 살 떨려오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어차피 이건….”
“그래서 말인데.”
아델라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나, 너한테 테이밍 배우고 싶은데….”
뭐라고?
“그 대가로 내가 조금…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테이밍을 배우겠다는 건 핑계다.
저 단발머리가 슬카데미의 아델라라면 지난 짧은 전투로 이미 헬하운드를 컨트롤할 정도는 되었을 테니.
일주일이면 기초 테이밍 수준의 시험은 익히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아델라에게는.
그러니까, 아마도 진짜 말뜻은 후자에 있을 터였다.
그래서 이해가 안 갔다.
“크릭, 그 자식 이기게 해 줄까?”
네가, 나한테.
대체 왜?
* * *
아르델 지하의 초급 훈련장.
실습장과는 정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기초체력실, 마력훈련실 등 다양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나눠진 장소였다.
아델라는 한시하를 데리고 마력훈련실로 향했다.
‘내가 이걸 대체 왜.’
와중에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지난번 변형 던전을 클리어한 이후로, 아델라의 테이밍 기술은 부쩍 늘었다.
그 뒤로 헬하운드를 데리고 몇 번이고 슬라임 던전을 깼으니 그건 확실했다.
한시하가 준 짧은 조언을 아델라는 빠르게 습득했다.
드래곤은 택도 없겠지만 헬하운드 수준의 몬스터라면 충분히 길들일 수 있게 되었다. 겨우 일주일 만에.
그러니, 더욱 아델라는 한시하를 도울 이유가 없었다.
받을 건 없으나 줄 것뿐인 관계. 굳이 따지자면 그런 관계였다.
거기에 더해 한시하는 퍽 건방졌다.
머리를 푹 눌러쓴 채 중얼거렸던 1학년 시절은 물론이고.
당장 지난번에도.
‘야, 평민.’
크릭에게 도발하듯 뱉은 말을 아델라 역시 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순간, 표정 관리가 되질 않았다.
한시하의 언행에 실망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평민을 평민이라 무시하는 건 아르델 아카데미 밖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으니. 하지만, 저도 모르게 편하게 대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뒤늦게 탈력감이 들었다.
귀족들에게 자신들의 목숨이란 건, 개미 새끼 한 마리의 값어치에 불과하다.
그걸 아델라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한시하가 조금은 멍청하고, 조금은 모자라고, 마력도 잘 다루지 못하는 어설픈 머저리일지라도. 한시하도 어쩔 수 없는 귀족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황족의 지위를 등에 업고 강의실을 호령하고 다니는 파비안 덴 에드윈.
‘아카데미 내에선 신분의 귀천이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
그런 녀석을 냅다 들이받아 버린 한시하의 미친 배짱.
…통쾌했다.
진짜 미친놈 같았지만 어쨌든.
‘그때 신나게 웃었으니 도와주는 거라고 치자.’
황족에게 엿을 날리는 데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으면서.
평민과 건 내기에 개처럼 짖을 생각을 하니 그건 또 무서워서. 기가 죽어선 도망 다니는 게 조금 귀여웠다.
그래서, 단순히 호기심이 동했을 뿐이다.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그걸 자각하고는 다급히 입꼬리를 내렸다. 마침 연습용 지팡이를 쥐어든 한시하가 심각한 얼굴로 돌아오고 있었다.
역시 저래 보여도 훈련에는 진심인 건가….
“어느 쪽이 더 까리한 것 같아?”
“…아무거나 써!”
아무리 귀족들이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지만.
‘하, 미친놈.’
아델라는 갑자기 뒷목이 댕겨 왔다.
* * *
개강 시험까지는 겨우 이틀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몇 번 훈수만 두다가 갈 거라 생각했던 아델라는 의외로 훈련장에 버티고 있었다. 때문에 나 역시 강제로 끌려왔다.
“한시하. 네 마력은 전혀 정제되어 있지 않아. 네가 원하는 대로 마구잡이로 분출되는 느낌이 강해. 완벽히 컨트롤하는 수준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네 마력의 방향과 양만큼은 확실히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해.”
아델라의 말대로 수치상 내 마력은 웬만한 인간의 상위 수준을 뛰어넘는다. 단순 마력의 양으로만 친다면 아델라보다도 많았으니까.
아르델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도 그 덕분이고.
그 막대한 양을 공기 중에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 사용할 수 있게 정제하는 것.
아델라는 그것부터 가르쳤다.
“애로우. 그때 실습장에서 보여 줬던 대로 한 번 해 볼래?”
슈웅-.
표적을 향해 마력 화살이 날아갔다. 맞춰야 할 범위를 한참 비켜간 공격.
거대한 슬라임을 상대할 때는 마력의 출력량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 냅다 때려 박았지만… 만일 상대가 민첩한 몬스터였다면 어림도 없을 공격이었다.
“보이지, 한시하?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저 공격엔 안 맞아 줬을 거야.”
멍청한 슬라임 대신 고블린만 되었어도 나는 무력하게 졌을 터였다.
“보다 정교하게, 어느 방향으로 날릴지 네가 노선을 그려 봐.”
친절은 거기까지.
스파르타식의 강의가 이어졌다.
“다시.”
“그것도 아니야, 다시.”
마력의 양이 완전히 바닥나서 탈진할 때까지 표적에 마력을 조준하는 것만 수백 번 반복했다.
나무로 된 표적이 금세 너덜너덜해졌다. 나는 그의 몇 배로 더 너덜너덜해져 버렸다는 게 함정이지만.
“으으… 으으….”
슬카데미에서는 어, 그냥 뚝딱! 마력을 쐈다! 하고 끝나길래 나는 진짜 그런 줄 알았다. 아니 애당초 그런 괴물들만 등장하니 더 그래보였는지는 몰라도.
마력을 단순히 분출하는 것이 아닌, 그걸 ‘조준’하는 작업은 상당한 집중력과 동시에 온몸의 기력을 쏙 빼 가는 듯한 고통이 수반됐다.
어디 가서 한바탕 구르고 온 것처럼 몸이 욱신거렸다.
“단시간에 마력을 너무 빨리 써서 그런 거야.”
“그러면 역시 쉬어야 할까…?”
“그럴 때 더 해야 하는 거야.”
이거 뭔가 헬스장에서 많이 들은 소리 같은데.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가자.”
부들부들.
“아… 아델라….”
“응?”
“부탁이 하나 있는데.”
“안 들어줄 거지만 말해 봐.”
“살려 줘….”
그렇게 체감상 한두 번을 더 죽고 난 뒤, 나는 정확히 반나절 후에 마력의 방향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 뒤엔 어설프게나마 그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뜨앗.”
그날 저녁.
나는 알 수 없는 기합과 함께 덜덜 떨리는 지팡이를 움켜쥐고 고개를 들었다.
5미터 거리에 떨어져 있는 나무 표적. 그 안에 정확히 구멍을 열 번 박아 넣은 후에야 마지막 특훈이 끝이 났다.
“살았다.”
뿌듯하게 중얼거리던 그 순간.
아델라가 나를 불렀다.
“따라와.”
응?
“연습 대련 할 거니까.”
* * *
대련이라고 해 봤자 간단히 합을 맞추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나는 아델라가 시키는 대로 지팡이를 쥐었다.
복식장처럼 붉은 링이 쳐져 있는 널찍한 훈련장에서 아델라는 고개를 까닥였다.
“먼저 해.”
대련의 조건은 오직 마력만 사용하는 것.
아델라는 선공을 양보했다.
휘익.
푸른 마력이 지팡이를 휘감았다.
마력의 양을 조절하는 법. 어제 오늘 그 개고생을 해 가면서 배운 덕에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파앗-.
지팡이 끝에서 마력을 쏘아 올린 첫 공격.
아델라는 여유롭게 피했다. 방향은 정확했지만 출력 면에서 위협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파앗-.
파앗-.
그렇게 네다섯 번의 공격이 이어졌고, 아델라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던전에서 함께 있을 때는 몰랐으나 놀라울 정도 빠른 판단력과 내 공격을 읽는 듯한 노련함. 나는 단 한 번의 공격도 명중시키지 못했다.
그중 몇 번은 나름 회심의 공격이었음에도.
물론 중간중간 아델라의 공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델라는 부유하듯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아무리 봐도 둔한 나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마력이 일었다.
홱.
마력이 다리를 비켜 갔다.
두 번째, 이번에는 목덜미를 스쳐 갔다. 조금은 서늘했으나 어쨌건 피했다.
하지만 다음 공격을 준비할 틈도 없이 날아온 세 번째 공격에는 어깨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빡.
“앗.”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렇게 약할 리가.
아직은 몸이 느린 탓에 살짝 스쳐 가긴 했으나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출력 자체가 턱없이 약했다. 혹여나 제대로 맞을까 봐서 조절하는 게 확실했다.
어느 정도면 상관없는데.
툭툭.
나는 어깨를 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무슨 길가다가 어깨빵 맞은 것보다도 타격감이 덜했으니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편하게 해. 가르쳐 주는 건 너잖냐.”
“어… 알았어.”
막상 말은 틱틱거리면서 나를 개처럼 굴려놓고선, 때리라고 판을 깔아 주니까 그건 또 못한다. 아델라는 난처한 듯 두 눈을 굴렸다.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아니다.
표정에서 읽힌다.
내가, 때려도 되나…?
뭐, 그런 거.
굴리는 건 되고 때리는 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저건 본능적인 두려움이다.
귀족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그런 두려움.
어찌 되었건 저렇게 전력으로 공격해 오지 않고서야 제대로 된 대련이 될 리 없었다. 진짜 어린애들 장난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원작에서도 제 신분 때문에 지나치게 조심하는 모습은 익히 봐 왔으나, 막상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더 조심스러워서 미안할 지경이다.
말은 아주 자유분방하게 잘도 하면서, 행동은 그러질 않으니 영 매치가 안 된다.
아델라가 걱정하는 게 뭔지는 알지만, 나는 아델라가 조금 더 편하게 대해 줬으면 했다.
솔직히 나는 귀족도 아닌데.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더했다.
“진심이야. 나는 상관없으니까.”
“제대로?”
“어, 그래 제대로.”
대지의 마법사, 아델라.
최대 출력의 절반만이라도 좋으니 그 명성에 가까운 공격을 보고픈 마음도 있었다.
그 정도 출력은 되어야 이를 악물고 피할 것 아닌가.
“네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이면 내가 죽을 테고.”
“그렇지.”
“그 절반 정도? 제대로 맞아도 죽지만 않을 정도로.”
아델라는 잠시 고민하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한 대 맞는다고 기절하는 것도 아니고. 대지의 힘을 빌린 것도 아닌 기초 마력형 공격일 뿐이다.
“진짜… 간다.”
아델라는 친절히 예고까지 하고선 손으로 동선을 그렸다.
이 정도면 알아서 피하라고 떠먹여 주는 수준이다. 솔직히 아무리 나를 무시하도 이건 좀 너무 과한 것 아니냐….
-라고 생각을 끝내기도 전.
응?
“억!”
나는 훈련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