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0)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30화(130/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30화
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내 물음에 솔리아는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아,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긴 했다.
“이걸 업혀… 말어….”
솔리아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등에 기댔다.
덕분에 알았다.
그림자도 무겁다.
“…!”
아, 잠깐만.
“그… 그….”
“왜 그래?”
영문을 모르는 아델라가 뭔 일이냐며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 솔리아를 업고 있다고는 말을 못하겠어서 아무 일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나저나 이걸 어쩐다.
그냥 업는 거면 쉽게 업겠는데!
업은 티가 나면 안 되니까 최대한 허리를 펴야 한다는 점이 헬이었다.
솔리아 역시 자세가 불편한 건 마찬가지라, 그냥 내 목을 잡고 매달려 있는 거 같은데.
“잠… 잠깐만!”
크헉.
목이 방금 뒤로 꺾일 뻔했어!
그렇게 잡아당기지 말란 말이야!
“….”
솔리아가 대답이 없다.
이런 엉거주춤한 자세로는 몇 걸음 못 갈 것 같은데.
“업힐 거면 제대로 업혀 줄래?”
여전히 대답이 없다.
“너 삐졌지.”
그림자도 무겁냐고 물은 것도 빡치는데, 실제로 무거워하니까 더 빡친 거 같은데.
침묵은 역시 긍정.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무겁다고 해서 삐진 거 맞지.”
“아닌데.”
그제야 대답이 들려온다.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 축 처진 그림자가 투덜거리며 말을 잇는다.
“나는 말하면 안 돼서 말 안 하고 있는 건데. 삐진 거 아닌데. 절대 아닌데.”
“너답지 않게 말이 빨라졌어.”
“절대 아닌데.”
“절대 아니면 제대로 업혀 봐.”
“….”
잠시 망설이던 솔리아가 자세를 고쳤다.
아까는 내 목을 붙들고 매달려 있는 자세였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어깨에 팔을 감았다.
역시 어정쩡한 자세보단, 이게 한결 편했다.
그리고 하나 더.
“클로스티!”
클로스티를 불렀다.
“크억!”
제법 성장한 녀석이 내 어깨 위에 매달렸다.
솔직히 누가 봐도 굽힌 자세로 길을 걸어 다니면 이상해 보일 거라서, 클로스티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남들 눈엔 프테라 하나 업고 다니는 지극정성의 테이머로 보이겠지만.
그렇다.
나는 프테라와 그림자를 업고 있다.
추후에 위대한 빛의 마법사가 될 대마법사의 그림자를.
휘청.
“…괜찮아?”
귓가를 속삭이는 솔리아의 목소리.
“어, 완전.”
솔직히 클로스티까지 매달리면서 조금 힘들어졌지만, 보는 사람이 많다.
여기서 솔리아를 놓치면 그대로 들키는 거다.
줄이 코앞까지 짧아졌다.
직원이 부르지 않았다면 그대로 멍하니 서 있을 뻔했다.
“다음 학생, 확인 받을게요!”
“한시하입니다.”
“어우, 드래곤이 무거워 보이네요.”
“프… 테라입니다….”
“드래곤도 출입증 끊어드릴게요! 이름이?”
“바씰!”
“바씰이랑 하얀 친구는?”
드래곤이 신기했는지 점원이 두 눈을 반짝인다.
이쪽은 신나게 말을 걸어오고, 클로스티는 내 목을 붙잡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째는 클로스띠!”
“바씰 친구과 클로스띠. 여기 출입증. 아, 근데 드래곤이 말도 잘하네요. 너 진짜로 귀엽다.”
아까는 일 바쁘다며 빨리빨리 보냈잖아!
직원은 똘망똘망한 눈의 바실을 보고선, 하던 일도 까먹어 버렸다.
출입증을 빠르게 발급해 주던 손은 허공에 멈춰 있었다.
“으… 으….”
“드래곤은 어디서 데려왔어요? 원래 집에서 기르던?”
“으….”
“말은 어떻게 가르쳤어요? 엄청 잘하는데.”
“으….”
그만해.
“무거우시면 하얀 드래곤 제가 받아 드릴까요.”
“됐고, 도장 찍고 비켜 주세요.”
직원의 두 눈이 잠시 끔뻑였다.
“아… 넹.”
직원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출입증을 건넸다.
모처럼 만에 말 걸어 봤는데 기각당해서 상처 받은 얼굴이다.
미안하긴 한데, 나도 살아야 해!
“바씰 친구, 다음에 봐요!”
바씰이고 나발이고.
나는 출입증을 낚아채듯이 받아 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실 무거운 것도 무거운 거지만 제한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인파로 가득한 학술회 건물.
여기에도 사람, 저기에도 사람인 이곳에서.
솔리아를 두고 갈 곳을 찾아야 한다.
일단 달리자.
“뜨아앗!”
바둥바둥.
내 목에 매달려 있는 클로스티와 쥐죽은 듯 조용한 그림자를 업고,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니, 생각해 보니까.
너는 왜 아직도 업혀 있냐.
새끼, 날 줄도 아는 애가 은근슬쩍 무임승차하네!
“클로스티, 넌 내려어어억!”
“삐잇?”
“내리라고오오!”
* * *
“아이고, 삭신이야.”
“벌써 그럴 나이야?”
“슬슬 뼈가 시릴 나이지.”
이한은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주인공 새끼, 저거 저… 편하게 와서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프테라랑 그림자랑 동시에 업고 여기까지 뛰어왔다니까?
“클로스티.”
“삐잇?”
“아이스크림 없을 줄 알아.”
“…!”
“얼음사탕도 안 줘.”
“삐이이잇!”
상처 받은 클로스티는 벽에 머리를 박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삐이… 삐이… 삐이….”
바실은 그런 클로스티를 달랬다.
무력으로 달랬다.
퍽.
“삐이익!”
“야, 쟤들 싸우는데?”
이한이 놀란 눈으로 바실과 클로스티를 떨어뜨려 놨다.
다행이다, 진짜로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는데.
“쟤가… 내 목을 졸랐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림자는 생각보다 무겁고….”
“그건 또 뭔 소리고.”
“어, 그런 게 있다. 몰라도 된다.”
어찌 되었건 안 들켜서 다행이다.
조금은 어설펐는데, 직원이 멍청해서 안 걸린 거 같다.
드래곤만 좋아하던 해맑은 정문 알바생, 뭐 그런 느낌이었어.
이 정도로 보안 시스템이 허술하니까 흑마법사가 찾아오지.
“그런데 시모어는 언제 오냐?”
10분의 제한 시간이 끝난 솔리아와 시모어는 곧바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아마 솔리아는 숙소에 입장하기 위해 아델라를 따라갔을 거고.
시모어는….
우당탕탕.
창문을 때려 부수며 등장했다.
“쟤는 밧줄 타고 들어오는 거냐?”
평범을 거부한 등장.
어쩐지 이한이 생각나는 것 같은 등장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우당탕.
“아주 안에 다 깨부셔라.”
“아, 미안. 미안.”
시모어는 멋쩍게 웃으며 발로 밟아 버린 비스킷을 손에 들었다.
“이건 나중에 내가 먹어야겠다.”
이한은 됐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을 뱉었다.
“왔으니 됐어. 우선 대화부터 나누자고.”
이한은 1층의 도서관에 가자며 시모어에게 손짓했다.
“당장 내일의 계획부터 세워야 하니까.”
* * *
“무사히 다 모였네.”
내 한마디에 솔리아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시모어와 솔리아가 가장 고생했다.
원래대로라면 출입해선 안 될 둘이, 큰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말이다.
이곳은 어차피 학생들로 북적북적하니, 자연스레 섞여 있어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이한의 말대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 할 차례다.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잖아. 앞으로 뭘 할지는 얘기해 봐야지.”
우선 다들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
미로의 굴 학술회에 무슨 일이 터질 것이고, 그건 높은 확률로 흑마법사들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 우리는 그것을 막고 큐브를 지켜야 한다.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항이다.
큐브 하나는 우선 나에게 있다.
나머지 둘은 이한과 내가 알고 있는 금고에 숨겨 뒀다.
어느 쪽이 도둑맞을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학술회에서 뭔 일이 생긴다면 그건 높은 확률로 우리를 노리는 것일 터.
아직 큐브의 위치는 모른다는 뜻이 된다.
큐브가 어디 있는지 알기 위해서, 우리를 노릴 수도 있고, 나를 노릴 수 있다.
“같이 다니는 게 안전할 것 같아.”
이한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말문을 열었다.
“숙소 외의 공간에서는 여섯 명이 합류해서 함께 다니는 걸로 하고.”
“미로의 굴에서는?”
솔리아와 시모어는 출입증이 없으니 출입이 불가하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네가 답을 알려 줬잖아.”
나는 솔리아를 보며 말했다.
“내가?”
솔리아는 당황한 듯 두 눈을 굴렸다.
솔리아의 그림자화.
내가 생각도 못했던 치트키였다.
“들어올 때랑 똑같이, 그렇게 하면 돼.”
원래대로라면 두 명을 조기 탈락시켜서 그 출입증을 탈취하는, 다소 어렵고 위험한 방법을 써야 했다.
학술회가 끝나기 전까지 무조건 한 번은 걸릴 방법이지만, 뭐 상 받으러 여기 온 건 아니니까.
부정행위가 들켜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은신만 할 수 있다면 문제없어.”
“걸리면 어떡하지?”
“들어올 때 안 걸렸으면, 이번에도 안 걸릴 거야.”
출입증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별도의 검사 장치도 없을 뿐더러, 원작에서 증명된 방법이었다.
정문으로 들어오는 게 문제지, 내부에서는 각별히 보안에 힘쓰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러니, 제아무리 은신에 특화된 아첸트라 할지라도 손쉽게 들어왔겠지.
솔리아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윤하을은 신기하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그런데 여기 처음 와 봤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신기해, 한시하는.”
“아, 그건 아무래도 이쪽에 특화된… 읍읍.”
사악한 입을 놀리려던 시모어를 제지했다.
“너… 몰래 들어가는 거… 잘하잖…!”
언제까지 내 집 앞 금고 훔친 거 얘기할 건데!
어차피 30년 후에 내 돈이야, 그거!
시모어는 살벌한 내 눈빛에 입을 닥쳤다.
그 말을 잘못 이해한 윤하을은 생글거리며 턱을 괴었다.
빤한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
“맞지. 확실히 머리가 잘 돌아가긴 해. 아무래도 천재인가 봐!”
거기까지 괜찮았는데.
“역시 얼굴 천재야….”
“커헉!”
이건 예상 못했다.
훅 들어와서 커피를 뿜을 뻔했다.
“야, 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라. 당황했잖아!”
“맞는 말인데 왜 당황해!”
“당당한 네가 더 당황스러워.”
시모어와 이한의 표정이 썩어들어 가는 걸 윤하을이 봤어야 했는데.
“아, 그건 쫌.”
바실조차 정색했다.
치즈 7일 금식령을 마음속으로 내렸다.
화제를 돌린 것은 시모어였다.
“그러니까 우리 둘은 오늘처럼 몰래 뒤를 따라서 미로의 굴에 들어간다, 이거 맞지?”
“어어, 그렇지.”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 붙어 있고.”
“미로 내에서도 가급적이면 두 명씩이라도 붙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안에서 일이 터질 수도 있으니까.”
“입장 자체를 나눠서 한다고 들었어.”
“들어가서 어떻게든 서로를 찾아야지.”
우리에겐 마력 탐지에 특화된 아델라가 있다.
지형이 아니라 사람을 탐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력 감응성 자체가 뛰어난 친구이니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가 최대한 모아볼게.”
거기에 더해 원래부터 주인공 버프를 받아, 뭐든지 수준급인 이한이 있다.
“두 사람이 모으는 걸 도와줘.”
“유사시엔 구조 신호라도 보내는 걸로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모든 경우의 수를 세운다.
“미로 안이어도 하늘은 보일 테니까.”
“천장에 쏘아 올려?”
“그러면 되겠다.”
우리는 한참 동안 논의하며, 더 나은 방법, 더 안전한 방법을 찾았다.
개중엔 내가 이미 알던 것도 있었고, 새로 나온 것도 있었다.
준비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결사단의 구성이 바뀐 것이, 부디 좋은 방향의 변수이길 바랐다.
혹여 숙소에 아첸트가 출몰할까 봐 긴장해서 한숨도 못 잤지만.
그럼에도 해는 뜨는 법이다.
다음 날, 학술회의 아침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