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31화(13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31화
학술회의 사무실.
뻣뻣하게 굳어 있는 한시혁의 앞에 생머리의 여자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뭐예요? 오랜만이네.”
학술회 운영자이자 전 마법부 위원 세피아.
생글거리는 그녀의 미소에 한시혁은 애써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마법부 소속이었고, 당시엔 퍽 친한 사이였다.
그녀의 미래를 예언해 준 덕에 마법부의 괜찮은 자리도 꿰찰 수 있었다.
여러모로 한시혁의 사회초년생 시절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었다.
한시혁은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학술회에 볼일은 없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어머, 날 보러 온 거였어요? 그건 예상 못했네. 앉아 봐요.”
세피아는 들뜬 목소리로 의자에 앉았다.
“마법부 소속 문제로 불편한 게 있는데, 위원장님이 처리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 그 문제?”
한시혁은 마법 수사관으로 아르델에 발령된 상태였다.
헌데, 아직 정식으로는 마법부 소속이라 수사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한시혁의 요지였다.
세피아는 실망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저는 또 저 보러 온 줄 알았네. 그런 건 통신기로 해도 되잖아요. 요새 사운드 텔레포트. 그거 얼마나 성능이 좋은데.”
“그런가요. 저는 불편하던데, 영 실용성이 떨어집니다.”
“뭐, 오랜만에 얼굴 보고 싶어서 온 걸로 쳐요.”
한시혁은 세피아의 단정에 눈썹을 치켜 올렸다.
세피아는 그런 반응이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한시혁이 위원장이라 부르긴 하나, 세피아는 마법부의 정식 위원장이 아니다.
정확히는 전직 위원장. 그럼에도 그녀의 권력은 마법부에서 여전히 대단한 수준이다.
카드벨 제국 출신의 천재 마법사.
그런 명성과는 달리, 세피아는 세상만사에 퍽 관심이 많은 푼수 스타일이었다.
세피아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한시혁에게 물었다.
“마법부는 왜 박차고 나왔어요?”
“….”
“재미없어요? 하기야 거기 꼰대들이 좀 많아… 저도 확 때려치워 버렸어요.”
“그래도 받아주는 곳 많으시잖습니까.”
“어울리지 않게 웬 아부예요?”
“사실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에이. 뭔 말을 해도 재미없네.”
무슨 말을 해도 로봇처럼 쳐 내니 영 재미가 없다.
세피아는 소속 처리 건은 확실히 해 주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하고 많은 날 중에 이 바쁜 날 저를 찾아온 이유는 있지 않아요?”
세피아의 돌직구.
한시혁은 잠시 당황한 듯 눈을 끔뻑이다 변명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특히나 바쁘실 것을 생각지 못했….”
“이번 학술회에 재밌는 애들이 참여하던데요?”
세피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한시혁을 돌아보았다.
그 눈빛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기에, 한시혁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구겼다.
“한시혁 위원님의 배다른 동생.”
역시 그 아이 얘기였나.
“한시하 그 애는 이런 학술회 어떻게 왔대요? 형편없는 실력이라고 매일같이 욕해 놓고선. 여기 그렇게 쉽게 올 수 있는 곳 아닌데?”
“알 것 없습니다.”
“그새 애가 천재가 되어 돌아왔나?”
복잡해 보이는 남의 집안 가정사.
세피아는 골똘히 고민하다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어!”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 세피아는 놀란 눈으로 밖을 가리켰다.
마침 시작된 학술회.
학술회장 던전 내부의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 저기 보이네요.”
한시혁은 굳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세피아의 말대로 ‘미로의 굴‘입구에 한시하가 결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긴장했나 보다. 어머, 한 성격 한다고 들었는데 저렇게 보니 귀엽네.”
세피아는 한시혁이 별 말이 없자 웃으며 말을 더했다.
“손 흔들어 줘요. 동생인데.”
“어차피 밖에선 이쪽이 안 보입니다.”
이런 실랑이를 하고 싶진 않다.
한시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류를 챙겼다.
“소속은 알아서 처리해 주실 거라고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던전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생 보고 가요.”
와중에도 한시혁의 시선은 유리창 밖에 꽂혀 있었다.
생글거리는 세피아를 상대로, 한시혁이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아뇨. 학술회장 먼저 살피러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네?”
“뭔 일 터질 거 같으니까.”
세피아는 한시혁의 담담한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 나… 가 아니라. 네? 뭐라고요? 뭔 일이 터진다고요?”
“….”
“뭔 일이 터져요? 어어어! 그러면 안 되는데?”
쾅.
“말해 주고 가요! 아아악!”
그 사이, 한시혁은 이미 문을 닫고 나가 버린 뒤였다.
“미친… 저 인간이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당황하긴 했지만, 멍청하게 앉아 있을 새는 없었다.
한시혁이 미래로 본 일이라면, 세피아의 실력으로도 감지할 수 있었다.
세피아는 그제야 미세한 마력의 균열을 포착했다.
일상적으로는 느낄 수 없는.
주의를 세심히 기울여야 느낄 수 있는 미세한 균열.
“악! 실장 불러야 해! 책임실장 어디 갔어!”
세피아는 소리를 내지르며 뛰쳐나갔다.
* * *
같은 시각, 학술회 현장.
한시하는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은 담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콘크리트군.”
한 5년 전이었나.
웬 미친놈이 미로를 못 풀겠다고 냅다 부숴 버린 뒤로, 구조물이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설계되었다고 했다. 마력 방어벽까지 갖춰졌으니… 이제 부술 수는 없다.
“아쉽다….”
마력으로 터트려 버리는 걸 1차적으로 생각했던 한시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로를 돌아보았다.
학술회 입학시험의 방법은 어제 전해 들었다.
던전 전체에 구역이 설정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당 구역이 파괴된다.
파괴 예정 구역을 피해서 미로를 뚫고 무사히 안전 구역에 도착하면 탈출 성공.
물론 미로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어떤 무력 행위로든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허용된다.
진짜 위험한 일이 생기면 어차피 밖으로 자동 텔레포트 되니 그건 우려할 필요가 없고.
문제는….
“바실아, 여기 나갈 수 있겠냐?”
미로가 생각보다 너무 복잡했다.
“이 길이 저 길 같고… 저 길이 저 길 같은데 말이지.”
이건 자신이 길치여서가 아니었다.
실제로 이 길이나 저 길이나 똑같이 생겼으니까.
바실이 땅의 드래곤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레드 드래곤이어서인지 지형 탐지에는 영 재능이 없었다.
그나마 유일한 희망.
한시하는 클로스티를 돌아보며 명령했다.
“너 잘 날잖아.”
“삐잇….”
“그러취. 내가 뭐 시키려는지 알지?”
“삣!”
프테라는 날 줄 안다.
위에서 미로의 구조를 알려 주면 길을 찾기가 훨씬 수월할 터.
“갔다 와.”
“삐잇!”
클로스티는 한시하의 말에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한시하는 우선 발걸음을 떼야 했다.
어디가 어딘지는 몰라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지지직.
마침 타이밍 좋게 스피커에서 기계음이 울려 퍼진다.
[해당 구역이 파괴 예정입니다.]“일단 가자.”
더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다른 애들을 만나기 전에 그대로 탈출에 실패할지도 모른다.
한시하는 발소리를 죽인 채 빠르게 길을 꺾었다.
클로스티가 돌아오기 전,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보기 위해서.
그런데.
“어… 어어….”
뭔 처음부터 타 학교 학생을 마주치냐.
짧게 깎은 머리에 푸른색 교복.
어디서 많이 본 교복인데.
“카드벨 아카데미?”
여기서 또 볼 줄은 몰랐다.
녀석도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뱉었다.
“아르델 소속이네.”
마주친 와중에 서로 조용히 갈 길 가는 걸 기대하기는 조금 어렵다.
무사 탈출 못지않게 상대를 탈락시키는 것 또한 점수에 포함되기 때문.
녀석 역시 경계어린 눈빛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그건 한시하도 마찬가지였다.
크르릉.
마력을 쏟아붓기 위해 준비하던 한시하는 웬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미로의 굴에서의 첫 번째 상대.
이 녀석도 테이머였다.
* * *
카드벨 아카데미의 테이머.
짧은 머리는 바실을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드래곤이라….”
이 나이에 드래곤을 테이밍하고 다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길들이기도 힘들 뿐더러 우선 그 가격부터가 웬만한 귀족 자제들도 기르기 힘든 몬스터였다.
경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짧은 머리는 망설이지 않았다.
한시하가 이전에 봤던 카드벨의 그 머저리들과는 다른 인간이다.
짧은 머리는 능숙하게 자신의 몬스터를 다룰 줄 알았다.
타고난 친화력으로 바실을 길들인 한시하.
그와 달리, 짧은 머리는 오랜 기간의 테이밍 끝에 자신의 몬스터를 길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한시하와 달리 숱한 경험과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몬스터, 아울베어.
부엉이와 곰을 합쳐 놓은 듯한 괴기한 생김새가 한시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울베어는 무식한 덩치로 손을 뻗었다.
크르르-.
“바실!”
허점을 노린 갑작스런 공격에 한시하는 빠르게 몸을 피했다.
“에어 실드.”
견고한 실드를 깔고선 짧은 머리를 향해 마력을 쏘았다.
동시에, 바실이 아울베어를 향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꾸우우!”
첫 번째 합을 겨뤄보자마자, 한시하는 직감했다.
‘잘 다루는데?’
제대로 된 테이머.
애당초 비인기 직종인 테이머가 여기 학술회까지 참여할 정도면 수준급이다.
짧은 머리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다.
상대도 만만치는 않지만, 몬스터를 다루는 데에 있어선 이쪽이 더 노련하다.
한시하가 기초 공격으로 자신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려는 사이, 아울베어는 커다란 덩치로 바실을 들이받았다.
해츨링 티를 슬슬 벗어나고 있는 바실이지만, 아울베어에 비해서는 덩치에서 밀린다.
바실이 저 멀리 튕겨 나갔다.
“꾸우우우!”
하지만, 드래곤에게는 너무 약한 타격.
바실은 지체하지 않고 브레스를 뿜었다.
화염의 소용돌이.
어느덧 한 단계 더 성장해 5레벨에 다다른 스킬.
바실은 하늘에서 소용돌이를 소환했다.
땅을 다 태워 버릴 정도의 강렬한 불꽃.
이번에도 피하려던 모양이었으나, 그 범위가 너무도 광대했다.
“뭐야!”
짧은 머리는 당황한 기색으로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가장 효율적인 대처.
허나, 판세는 이미 밀리고 있다.
정찰 겸 하늘을 날고 있는 클로스티까지 합세하면, 제아무리 훈련이 잘 된 아울베어라 해도 버틸 수 없다.
그것을 직감했는지 짧은 머리는 계획을 바꿨다.
“제길.”
일단 탈출이 우선이다.
빠져나가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벨리!”
짧은 머리는 아울베어를 방패로 삼아 일격을 준비했다.
한시하를 이겨 먹지는 못할지라도 발을 묶어 놓을 수 있는 최후의 일격.
한시하가 바실의 조종에 정신이 팔린 동안, 짧은 머리는 아울베어의 이름을 불렀다.
아울베어의 스킬 <지진>, 그리고 <파괴>.
아울베어는 적이 있는 지형을 파괴하여 한시하를 땅구덩이에 처박을 수 있다.
자신이 바실의 주위를 돌리고, 한시하를 향해 한 방을 날린 뒤 도망가려는 움직임.
짧은 머리의 아울베어가 스킬을 준비했다.
그때였다.
한시하가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잘하네.”
“뭐?”
“진짜… 잘하네, 너.”
한시하가 씨익 웃으며 자신을 돌아본다.
모든 수를 다 읽힌 건가?
한 대치고 튀려던 걸 들킨 걸까?
짧은 머리가 당황한 나머지 두 눈을 굴리고 있는 와중에, 한시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울베어, 잘 키워놨다고.”
“으… 으응?”
“뺏어 오느라 힘들었네. 하, 얘가 보기와는 달리 충성심이 높아.”
[강제 친화력 상승!] [강제 친화력 상승!] [강제 친화력 상승!]<벨리>
카드벨 아카데미 소속 학생의 애완 아울베어.
주인이 있으나 빼앗을 수 있다.
[‘아울베어’를 임시 테이밍하시겠습니까?]“무… 무슨 소리야?”
한시하의 눈앞에 어떤 창이 떴는지 알 리 없는 짧은 머리는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공격을 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테이머의 손길: 일시적으로 전투 중인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다. 친화력을 급속히 올려 준다.] [최대 한 마리 가능, 세 시간 지속] [10레벨 이하로 차이나는 몬스터의 경우에만 가능]드레이크 토벌단 당시에 얻은 스킬.
그걸 모르는 짧은 머리는 아울베어를 향해 외쳤다.
“지금이야!”
“….”
“지금이라고! 어?”
뭔가 이상했다.
준비를 마친 아울베어가 <지진>을 일으키지 않는다.
분명 캐스팅을 마쳤는데.
어째서….
그 순간.
띠링-.
[‘아울베어’를 임시 테이밍하였습니다.]한시하가 씨익 웃으며 아울베어를 향해 손짓했다.
“어어, 곰탱이. 이리 와. 쟤 네 주인 아냐.”
으… 으으응?
한시하가 해맑게 웃으며 아울베어에게 짧은 머리를 소개했다.
“인사해라, 네 전 주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