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32화(13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32화
녀석은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 말 잘 듣던 아울베어가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겠지.
눈앞에서 아울베어를 갈취당했다.
“뭐… 뭐… 뭐야?”
“왜 말을 안 들어?”
“벨… 벨리야!!”
그 벨리는 나한테 달려오는 중이다.
이제, 이 아울베어는 제 것입니다.
“손.”
내 말 한마디에 손도 잘 내민다.
“어어, 곰탱이. 말 잘 듣는다.”
일시적인 테이밍이다.
겨우 세 시간 지속되는 테이밍이지만 주인에겐 정신적 타격이 심할 터.
“이… 이… 이게 뭐지?”
짧은 머리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
눈 뜨고 코 베인 기분이겠지.
테이머가 제 손과 발이나 다름없는 몬스터를 뺏겼는데.
‘테이머의 손길’은 원작에서도 없던 스킬이니 아마 메인 인물들 중에서도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쓴 스킬은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기술이다.
“뭔… 뭔 개수작을 부린 거야! 우리 벨리한테에엑!”
짧은 머리 녀석이 억울하다는 듯 절규를 터뜨렸다.
솔직히 저 녀석에게 유감은 없다.
카드벨 아카데미에 안 좋은 인상이 있긴 한데.
실력도 나쁘지 않고, 센스도 있어 보인다. 게다가 그쪽 애들답지 않은 성격이라, 아마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봤으면 조금 더 좋은 만남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긴 던전이고 시험장이다.
지금 이 구역은 곧 파괴될 예정이고.
나는 솔리아와 시모어를 빠르게 찾아야 한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나는 헥헥거리는 아울베어를 향해 명령했다.
“야, 곰탱이.”
“우리 벨리한테 명령!하지 마악! 곰탱이라고도 부르지마!”
“헤이, 곰탱?”
“뭔… 뭔 말을 하는 거야!”
네 주인 좀 많이 시끄럽더라.
조용히 좀 시키자.
“물어.”
내 한마디에 아울베어의 두 눈이 반짝인다.
“이… 이이… 이게 주인도 몰라보고!”
먹여 주고 재워 줬건만 빠르게 주인을 통수치는 아울베어.
“으아아악!”
녀석이 비명 소리와 함께 시험장에서 튕겨 나갔다.
* * *
무사히 카드벨의 짧은 머리를 시험장에서 쫓아냈다.
뜻밖의 점수를 얻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점수보다 탈출이지.”
일단 탈출에 성공해야 뭐라도 할 수 있다.
아첸트가 어디서 출몰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험장에 있다면 필연적으로 안전구역에 있을 거거든.
거기까진 가야 한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불편한 그림자가….
“크르릉….”
쾅. 쾅.
아울베어가 신나서 뒤를 따라오고 있다.
“크르릉. 크르릉.”
녀석의 노란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먹이를 요구하고 있다.
대강 나 잘했으니 밥 달라, 뭐 이런 거 같은데.
“꾸우우우!째 시러!째 몬생!”
바실이 격하게 싫어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 바실은 못생겼다며 아울베어를 극딜한다.
조류도 아니고 포유류도 아닌 저 괴기한 생김새가 한눈에 봐도 무서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걸로 싫어하면 안 돼!
어디서 배웠어, 그 인성!
“꾸우우… 째 버려.”
“스읍.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그나저나 골치 아프긴 하다.
세 시간 뒤면 주인한테 돌아가야 하긴 하는데.
쟤를 어쩐다.
가만 놔두면 카드벨의 짧은 머리가 알아서 데려갈 거다.
“아울베어. 베… 벨리였나?”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상큼한 이름.
“여기 기다리다가 네 주인 찾아가라.”
내가 뺏어가 놓고 이젠 돌려주려 한다.
웃긴 그림이긴 한데, 주인은 찾아 줘야지.
“크르릉…?”
아울베어가 헥헥거리며 고개를 갸웃한다.
전 주인과 현 주인 사이에서 혼란이 온 모양.
내 말을 아울베어가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해당 구역이 파괴 예정입니다.]시간이 벌써 꽤 흘렀다.
“바실, 뛰어!”
나는 빠르게 길을 꺾어 보이는 방향으로 냅다 달렸다.
“허억… 헉. 허억….”
제길. 이러다가 솔리아와 시모어를 찾기 전에 내가 먼저 탈락할 것 같은데.
정확히 세 번 돌다가 제자리로 도착했을 때 깨달았다.
지난 28년간 해 온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것을.
길치 특. 어딘지 모르지만 일단 출발함.
“아, 이거 아닌데.”
생각해 보니까 무작정 달리고 있었는데 더 수렁에 빠진 기분이다.
그때, 클로스티가 허공을 가르며 도착했다.
“클로스티!”
“삐이이이!”
역시 무작정 찾을 게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한다.
‘미로의 굴’ 던전의 미로는 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무작정 출발했다간 미아 되기 십상이다.
대가리를 굴려 보자.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클로스티에게 미로를 해석할 능력은 없지만, 보고 온 것은 얼추 기억하고 있을 터였다.
녀석의 입에 나뭇가지를 물려 주었다.
“네가 본 거 일단 그려 봐.”
“삣!”
클로스티가 고개를 까닥이며 위에서 보고 온 길을 대강 표시했다.
엉성하기 그지없는 지도. 당연히 녀석은 모든 길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충분한 단서가 됐다.
“복잡하게도 꼬아 놨네.”
나는 대략적인 지도를 머릿속에 외웠다.
길은 못 찾아도 암기는 주전공이다.
“이렇게 꺾여 있다는 거 아니야. 오른쪽으로 가면 되네.”
오른쪽, 왼쪽, 왼쪽, 오른쪽.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순서를 일단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갓잇.”
다 외웠다.
그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듯 스피커가 다시 지지직거리기 시작했다.
“출발하자. 뛰어!”
* * *
약 10분 후.
[5, 4, 3, 2, 1]스피커에서 지지직거리는 카운터 음이 울려 퍼진다.
“허억… 헉… 제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팡-.
“하아… 미친….”
그 결과, 간신히 세이프했다.
쾅!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뒤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땅덩어리가 화염에 휩싸이며 가라앉았다.
상상도 못한 스케일에 입이 절로 떡 벌어졌다.
“와….”
구역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저 안에 있던 녀석들도 전부 시험장 밖으로 쫓겨났을 것이다.
“뒤질 뻔했네….”
바실과 클로스티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옆을 돌아본다.
거기는 또 왜?
어… 어라.
“으악, 죽을 뻔했네….”
비틀거리는 녀석이 하나 더 있었다.
“시모어?”
찾았다.
“한시하…?”
시모어가 후들거리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한시하! 한시하! 야아아아!”
일단 덜덜 떨고 있으니 달래줘야겠다.
겁에 질린 시모어가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들이쉬었다.
“탈출에 실패할 뻔했어!”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시모어가 헐떡이며 절규했다. 표정을 보니 진심인 듯싶었다.
“야, 생각보다 너무 어렵던데.”
시험장의 난이도에 대해선 시모어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거기에 더해, 시모어는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 안 튕겨져 나가는 것 같아.”
“어?”
시험장의 안전장치.
생각해 보니 그것은 시모어에게 작용되지 않는다.
당연했다. 시모어는 허가받고 들어온 경우가 아니니 애초에 출입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다.
예전엔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과 마주쳐서 싸우게 된다 해도 웬만해선 시모어가 질 리가 없다.
아첸트를 만나면 위험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고, 최소한 ‘미로의 굴’ 던전 한정으론 위험한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역이 터진다는 말은 없었잖아.”
“그렇지.”
폭발하는 구역이 관건이었다.
파괴된다고 해서 거기에 갇히는 줄 알았는데, 저렇게 땅덩어리를 날려 버릴 줄은 몰랐다.
시모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유가 그래서였다.
“야, 탈출해야 해. 너는 몰라도 나는 사활이 걸려 있다고.”
문득, 솔리아가 걱정됐다.
눈앞에서 땅이 터지는 걸 봤으면 은근히 겁 많은 솔리아 성격상 놀랐을 텐데.
그래도 솔리아라면 지형 탐지에는 어느 정도 재능이 있으니 잘하고 있으려나.
역시 원작대로 남의 출입증을 갈취하는 방법을 썼어야 했는데.
편하게 가려다가 위험을 감수하게 됐다.
“솔리아는?”
“들어올 땐 같이 들어왔지. 중간에 한 명 때려잡느라 왼편으로 빠졌는데, 지형이 복잡해서 놓쳤어.”
“아직까지는 신호 없으니까 별일은 없겠지.”
유사시에 빛을 허공에 쏘아 올리기로 했다.
아직까진 괜찮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 아첸트가 함께 있을 확률이 높지만, 아첸트가 공격형 마법사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나랑 이한이 가장 위험하고.
나는 시모어를 향해 말을 뱉었다.
“일단 솔리아부터 찾아보자.”
그때였다.
지지직-.
곧바로 다음 구역이 설정됐다.
한 번 걸렸으니까 다음 턴은 쉴 수 있겠지.
쉬엄쉬엄하면서 솔리아를 찾아 봐야 했다.
그런데.
지지지직-.
[해당 구역이 파괴 예정입니다.]…또?
* * *
“아아악! 너 운 안 좋지!”
시모어가 다시 하얘진 얼굴로 소리를 내질렀다.
“어… 왜 또 걸렸지?”
“불운의 한시하.”
이 새끼는 이걸 내 탓을 하네.
“불운의 시모어겠지. 난 누구처럼 깜빵엔 안 갇혀 봤어.”
“뭐? 다른 곳엔 많이 갇혀 봤잖아!”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 베켄 공작….
지하 감옥에는 안 갇혀 봤는데 지하 철창에는 많이 갇혀 본 듯한 이 익숙한 느낌.
어… 그러네.
“하여간 너랑만 있으면 일이 나는 게….”
생각해 보니 나 때문… 맞는 것 같기도?
“파이트그라운드 할 때 맨날 자기장 내 쪽에 걸려서 죽었는데….”
“그건 또 뭐야.”
“지금 우리 하는 거랑 비슷한 거.”
나쁜 것만 족족 걸리는 것에 내 지분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맞다니까, 불운의 한시하… 내가 왜 얘랑 엮여서….”
“징징거릴 거면 두고 간다. 터지는 건 너다.”
“야!”
싸우는 대신 일단 뛰기로 했다.
툴툴거리면서도 말을 잘 듣는 시모어는 헐떡이며 따라왔다.
클로스티는 다시 정찰을 맡았고, 미로는 내가 풀고 시모어가 길을 찾는다.
나름 체계적인 협업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30분 후.
우리는 구역이 재설정될 때마다 놀라울 만치 다 걸렸고.
“솔리아! 아델라!”
“어어, 이한이다. 야, 윤하을!”
험난한 탈출 와중에 마침내 전원이 모였다.
* * *
“하… 무슨 족족 다 걸리냐. 미친 거 아니야?”
쉴 새 없이 뛴 시모어가 비틀거리며 벽에 기댔다.
유유자적한 자세로 걸어온 이한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다 걸리다니. 무슨 소리야?”
“구역… 터진 것 못 봤어?”
“폭발음은 들었는데.”
미친 운빨의 이한은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주인공 버프… 저거….
엑스트라들 다 죽어 나가도 혼자 장수할 인생이다.
아, 즐겁게 장수는 못 했었지.
원작의 줄거리가 떠올라 이한에 대한 비난을 속으로 멈췄다.
아니, 슬카데미가 피폐물만 아니었어도 이한의 대접이 훨씬 나았을 텐데.
지금은 저래 얄미워도 나중에는 개같이 구를 예정이라 힘내라는 말밖에 못해 주겠다.
“무사히 모였으니 됐어.”
원과는 달리 아델라 덕에 나름 편안하게 도착한 솔리아는 웃으며 말을 뱉었다.
“오는 동안 수상한 사람은 없었지?”
“응. 다 이기고 왔거든.”
미로의 대부분이 파괴된 상태.
다음 구역 재설정이 끝나면 안전 구역으로 향하면 된다.
거기서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첸트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도 한숨 돌렸다. 다 모였으니 위험하진 않겠지.”
솔리아가 웃으며 하는 말에 시모어가 퉁명스레 답했다.
“그런 말은 안전구역 가서 하는 거야. 우리 아직 던전 안이라고.”
“그래도 아직까진 아무 일 없었는걸.”
시모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지직.
스피커가 다시 제 할 일을 시작하려 한다.
그 순간.
[다음… 구역을… 설… 정….]유난히 지지직거리던 기계음이 요란하게 버벅였다.
아까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잠깐만.”
[하… 도… 록….]이상함을 감지한 건 아델라도 마찬가지였다.
땅의 마법사.
그녀는 그 누구보다 미세한 균열에 민감하다.
그 균열이 벌어지고, 벌어져서 땅을 흔들기 시작한다.
“어…?”
쾅.
아울베어가 일으킨 지진과는 비교조차 안 될 수준의 강렬한 지진이 갑작스레 우리를 휘감았다.
동시에, 머리가 깨질듯 아파 왔다.
“뭐야, 이거.”
[Main episode 7: 미로의 굴] [흑마법사(아첸트)로부터 큐브를 지켜라.] [보상: 난이도 하향 조정] [실패 시: ??]다시 한번 창이 눈앞을 가린다.
공간의 왜곡.
아첸트의 능력인 순간이동이 만들어 낸 현상.
확고한 녀석의 시그니쳐 덕에 알 수 있었다.
아첸트가 출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