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33화(13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33화
“끄응….”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비슷한 자세로 처박혀 있는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어디야?”
시모어가 허공에 두 팔을 허우적대며 중얼거렸다.
솔리아는 침착한 얼굴로 시모어의 말에 답했다.
“몰라. 당한 건가봐.”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마!”
시모어가 투덜거리는 소리에 한 사람이 더 깨어났다. 푹 잤는지 그새 초췌해진 아델라였다.
“넌… 너무 편하게 자더라?”
“이거 뭔데? 여기 어디야?”
아델라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캄캄한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웬 컨베이어 벨트. 얼핏 봐서는 공장 같기도 한 밀실이다.
문제는 모두가 끌려올 줄 알았는데 딱 우리 네 명만 끌려왔다.
“왜 네 명만 있어?”
“꾸우우! 나또 이써!”
아, 정정해야지.
네 명과 파충류 한 마리.
바실이 시모어의 뒤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클로스티는 여기에 오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의아해하는 시모어를 향해 내가 답해 주었다.
“공간의 왜곡이야. 운 나쁘게 균열로 떨어진 거고.”
윤하을이 있었다면 설명을 윤하을한테 맡겼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예언자는 여기에 끌려오지 않았다.
내가 말하는 도중에도 여전히 탈탈대며 돌아가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
덕분에 여기가 어딘지 알았다.
기억의 방.
모든 기억과 시간들을 보관하는 히든 던전이다.
아첸트가 만들어 냈다고 하긴 뭐 하고… 아첸트의 순간이동 때문에 벌어진 왜곡.
공간의 왜곡이 자연히 만들어 낸 던전 중 하나였다.
원래는 전원이 떨어졌어야 하는 건데.
학술회에서 이상함을 감지하고 급히 보수라도 했나.
어찌 된 영문인지 네 명만 떨어졌다.
일시적 현상이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나가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리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공간의 왜곡이라고? 그게 뭔데?”
“아첸트. 알아?”
이미 이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일 테지.
“아… 아첸트?”
“아첸트라고?”
시모어와 아델라가 동시에 되물었다. 솔리아 역시 사뭇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명한 사람 아냐? 안 좋은 쪽으로….”
무려 제국은행의 금고를 털어서 현상수배가 된 흑마법사.
다른 흑마법사들은 살인이라든가, 금지된 주술을 한다든가.
뭐, 딱 봐도 흑마법사스러운 짓거리들을 하다가 수배됐는데….
그렇다.
아첸트는 은행털이범이었다.
흑마법 단체에 붙은 이유 역시 간단했다.
큐브를 잘 빼돌려 오면 그쪽에서 돈을 준다고 했기 때문.
“우리를 쫓고 있는 흑마법사… 가 아첸트인 거야?”
“잘 모르겠는데… 지금 이 꼬라지가 난 걸 봤을 때 그 확률이 가장 높지. 아첸트의 고유 능력이 순간이동이잖아.”
순간이동이 공간의 왜곡을 일으켜 그 틈새에 우리가 떨어졌다.
일리 있는 내 설명에 아델라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거 같아. 큐브를 탐하던 흑마법사가 아첸트일 줄은 몰랐는데.”
“그러면 그 인간을 잡으면 되는 거 아닐까?”
정체 모를 흑마법사보단 은행털이범이 더 잡기 쉬워 보여서인가.
갑자기 애들의 투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 되었건.
여기엔 아첸트가 보이질 않는다.
슉. 슉슉.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던 시모어가 멈칫하며 물었다.
“뭐부터 해야 하지?”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우우웅-.
시모어의 말에 답하며 열심히 돌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에 가까이 다가갔다.
모른다는 내 말은 진심이다.
기억의 방에서 타인의 기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탈출하는지까지 세세히 나와 있진 않았었다.
나는 컨베이어 벨트의 입구를 확인했다.
“이게 통로인가? 사람이 들어가기엔 너무 좁아 보이는데.”
우우웅-.
컨베이어 벨트는 대답 대신 진동하며 계속 돌아갔다.
그 순간이었다.
“어어! 저기 뭐 오는데?”
아델라가 반대편을 손으로 가리켰다.
“어?”
조그마한 종이 상자.
소포 하나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오고 있었다.
“기억 소포…?”
탈탈탈.
나직이 중얼거리는 사이, 이미 소포 하나가 내 앞에 도착했다.
이거 뭐냐.
발신인 아델라…?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아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 그런 거 보낸 적 없는데.”
“기억 소포라면 진짜 기억인 거야? 이게 무슨 마법이지?”
“기억을 저장하는 마법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게 이건지는 모르겠어.”
아델라는 그 사이에 시모어의 기억소포를 받았다.
솔리아의 눈빛이 이쪽을 향하는 걸로 봐선, 저쪽은 내 기억소포를 받은 것 같고.
혼란스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다.
기억 소포라는 게 말만 들어 봤지, 이렇게 진짜 소포 형태로 오는 건지는 몰랐거든.
퍽 감성적이라 당황했다.
소포를 보내는 흑마법사라.
엄연히 따지면 아첸트가 보내온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소포, 열어 보자.”
하지만, 기억의 균열을 깨뜨리려면.
아첸트를 찾으려면.
일단 열어 봐야 한다.
“그래.”
나는 아델라의 기억 소포를 열어젖혔다.
동시에, 새하얀 섬광이 시야를 가렸다.
* * *
눈앞이 아득해졌다.
하루에 두 번이나 기절하는 건 퍽 불쾌한 경험이다.
실제 내 육신은 기억의 방에 그대로 있을 테니, 특별히 기절했다가 깨어난 건 아니긴 한데.
어쨌든 열었다.
아델라의 기억 소포를.
“여기가 그러면….”
아델라의 마을인가.
“꾸우…?”
바실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귀속되어 있는 상태라서 그런지, 바실도 무의식에 함께 끌려왔다.
“너도 왔냐.”
“꾸우….”
바실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눈을 끔뻑였다.
“사과 세 박스 사세요! 오늘은 싸게싸게 팝니다!”
“아티팩트 전문점입니다. 저기이- 아르델 제국에서 특별히 공수해 온… 값비싼 아티팩트 팝니다!”
들어올 때부터 시장통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시장이었다.
내가 길바닥에서 갑자기 나타났는데도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확실히 현실은 아니다.
“여기에 통로가 있을 텐데.”
공간과 시간의 왜곡으로 벌어진 현상이라면, 분명 어딘가에 그 균열이 있다.
기억의 방에서는 찾질 못했으니 여기서라도 찾아야 했다.
이런 현상에 익숙한 아첸트는 그 균열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나를 찾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아첸트의 능력이 순간이동이지만 서브 능력을 공간 왜곡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래서다.
제 힘으로 공간을 왜곡할 줄은 모르지만, 능력을 쓰면 공간이 저절로 왜곡되어 버려서.
그러다 보니 본인도 적응한 거다.
“혼자 마주치는 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은행털이범.
그렇게 말하면 어째 간지가 덜 살지만, 아첸트는 내가 만만하게 볼 수준의 흑마법사는 아니다.
결사단 전원이 모여야만 해 볼 만한 정도일 것이다.
아첸트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까 어서 나가야 한다.
이 북적거리는 시장.
대체 어디에 균열이 있는 거냐고.
“균열… 균열, 말만 들었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나는 초조한 얼굴로 이를 악물고선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바실 역시 내 뒤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쫓아왔다.
명문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과 드래곤.
이 자그마한 시골마을에선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조합이지만.
아무도 거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정확히는, 나라는 존재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차라리 다행이다.
대놓고 수상한 짓을 할 수 있으니까.
여기저기서 농사를 짓고 있는 동네 사람들을 지나쳐,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다.
조금이라도 이질적인 공간이 보이면 멈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다 비슷해 보여.
“균열… 균열….”
정신 나간 놈처럼 중얼거리며 시장바닥을 헤집고 다녔다.
그렇게 몇십 분을 헤집고 다녔을까.
나는 이질적인 무언가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어?”
발걸음이 저절로 멈췄다.
균열 대신 찾은 아이.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였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은 갈색 단발머리에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눈동자.
어디서도 빛날 땅의 마법사.
어린 아델라였다.
“아델라.”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 버렸다.
귀가 밝은 아델라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다.
“….”
아델라가 천천히 걸어온다.
아델라의 기억 속, 그녀의 어린 시절.
그 조그마한 아이가 내 앞에 섰다.
다행히 이름을 부르는 건 듣지 못한 듯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모두가 인지하지 못했던 나를, 아델라가 똑바로 응시한다.
뒷말은 그리 곱지 않았다.
“뭐 하는 사람이세요?”
* * *
네가 뭔데.
아델라의 말을 요약하자면 그랬다.
딱 봐도 깐깐해 보이는 어린아이.
아델라의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는 걸 이제 알았다.
이 시절의 아델라는… 작고 예민해….
건드리면 물 것 같아!
“옆 마을에서 걸어온 외지인이야.”
나는 최대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했다.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다. 이 정도 설명하면 대충 믿겠지.
“옆 마을에서 여기 오려면 걸어서 사흘 걸려요.”
…실패했다.
아델라의 돌직구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뛰어온…?”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주세요.”
“응. 미안.”
이거 아닌데.
이제 뭐라 변명하냐.
“꾸우…!”
그때, 정적을 깬 건 바실이었다.
아델라의 체취를 감지한 건지 바실이 냅다 아델라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꾸우! 꾸우!”
뭘 하려는지 알겠다.
바실의 미인계.
녀석이 두 눈을 반짝이며 애교를 부린다.
어이가 없다.
그게 통하겠냐.
“…귀여워.”
통했다.
저 시절의 아델라는 지금보다도 귀여운 걸 좋아했다.
나한테는 냉랭하던 애가 갑자기 배시시 웃기 시작한다.
“헤헤, 이름이 뭐야?”
“꾸우! 바씰!”
“바실이?”
“꾸우우우!”
아델라는 금세 바실을 껴안고선 해맑게 웃었다.
딱 그 나이대 애들답긴 한데….
“당황스럽네.”
어찌 되었건 바실의 도움 덕에 아델라와 말을 붙이는 데에는 성공했다.
여전히 내가 수상하다고 생각하는 듯하긴 했지만, 귀여운 드래곤을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로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했다.
그래서 부탁했다.
“마을 구경시켜 줄래?”
* * *
아델라의 기억.
생각해 보면 균열의 핵심은 아델라에게 있을 확률이 높다.
어차피 이 무의식의 세계는 아델라를 중심으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
그것을 증명하듯 아델라와 붙어다니자마자, 방금 전만 해도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먼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어디서 왔어요? 외지인인감? 훤칠하게 생겼네!”
“아르델 수도에서 왔습니다!”
“어이구, 먼 곳에서 왔네.”
마을 사람들이 흑마법사로 몰렸다는 것치곤 다들 평범해 보인다.
딱 시골 동네의 인심 훈훈한 아주머니들 같다고 해야 하나.
아주머니들은 아델라가 소개해 주기도 전에 나를 냅다 가게 안으로 들였다.
“학생 이름이?”
“한시하입니다.”
“한시하. 독특한 이름이네! 몇 살이구?”
“이제 열여섯입니다.”
“어린 친구가 혼자서 여기까지 왔구먼!”
웃으면서 말을 하는 와중에도 내 시선은 사방을 빠르게 훑고 있었다.
지금 팔자 좋게 여기서 아주머니들과 수다 떨 때가 아니다.
결정을 해야 한다.
여기서 균열을 찾고 탈출할지, 아니면 아델라가 죽여야 하는 사람을 찾을지.
아델라의 기억소포.
이 안에는 아델라의 복수에 대한 단서가 있을 확률이 높다.
마을이 몰살되어야 했던 이유 또한, 이곳에 숨어 있을 터였다.
흑마법사… 라도 여기에 숨어 있나.
내 시선이 마을 전체를 천천히 훑는다.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후우….”
아무래도 직접 물어보는 게 빠른가.
단서는 이쪽에 있을 테니까.
바실과 노느라 정신이 팔린 아델라를 돌아본다.
“아ㄷ….”
후, 이름을 부를 뻔했다.
“야, 꼬맹이.”
“잉?”
나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아델라를 불렀다.
아델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왜요?”
“마을에 수상한 사람 있어?”
나는 아델라에 대한 단서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균열은 일정 시간 후에 사라지니까.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아델라가 두 눈을 굴리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꿔 봤다.
“딱 봐도 이상한 사람이라든가… 혹시 흑… 마법을 쓰는 뭐 그런 나쁜 사람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하려 했지.”
“너가 젤 수상해요.”
“싸가지는 예전부터 여전했구나.”
“…?”
“아니야.”
어린 아델라 말고 진짜 아델라가 보고 싶어졌다.
얘 싸가지 겁나 없어!
“돌겠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본인도 모르는 단서면 여기서 찾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이거, 이런 시골 마을에 갇혀서 계속 기다려야 하는 거야?
투덜거리며 시선을 돌린 순간이었다.
“…어?”
나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선 멈칫했다.
“으아아악! 너 잡히면 죽는다!”
여느 시장바닥이 그러하듯, 냅다 뛰면서 장난치는 학생들.
품격 없이, 교양 없이, 그 나이대 애들처럼 뛰어노는 학생들 틈으로.
꼿꼿이 걸어가는 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지…?”
인상을 찌푸리며 곱씹어 보던 중, 머리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지금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얼굴.
하지만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 사람.
설마.
“한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