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4)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34화(134/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34화
한시혁을 닮았다.
그냥 닮았다고 넘어가기엔, 너무 많이 닮아서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한시혁?”
“한시혁!”
당연히 돌아보지 않는다.
한시혁일 리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안해서 어린 아델라를 향해 말했다.
“잠깐만.”
아델라를 내버려 두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한시혁을 닮은 어린애가 사라진 곳을 향해서.
이곳은 아델라의 기억 속이다.
무의식이며, 현실의 세계가 아니다.
그렇기에 무의식의 세계에는 끝이 있다.
“허억… 헉.”
다급히 달려갔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한시혁은 새하얀 빛무리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불러도 들을 리 없고, 잡을 수 있을 리 없다.
“분명 닮았었는데….”
그냥 닮은 사람인가.
꽤 먼 거리였지만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직감이 그렇게 말했다.
결국 붙잡지 못하고 털털거리며 돌아왔지만.
온통 복잡한 일투성이다.
균열은 못 찾겠고, 아델라는 싸가지가 없고.
있을 리 없는 인간이 떡하니 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마을이 전체적으로 불쾌하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운 마을인데 뭐가 터질 것 같은 데다가.
무엇보다 불쾌했다.
그 불쾌한 감정이 왜 일었던 것인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나는 옆에 선 아델라를 돌아보는 대신 고개를 돌렸다.
테라스에 앉은 남자.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가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 이쪽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동시에,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아첸트.”
여기 있었네.
* * *
누군가를 추적하러 왔다기엔 지나치게 화려한 옷차림에 과일 주스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고 있는 인간.
한시하는 아첸트의 앞에 다가섰다.
“옷차림이 굉장히 힙하시네요.”
“어어.”
“시골짜기에는 별로 안 어울리세요.”
“그런가?”
아첸트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한시하를 올려다보았다.
편하게 꼬고 있던 다리 역시 풀었다.
순간, 아첸트의 표정의 싸늘해졌다.
“큐브는 너한테 있나, 한시하?”
한시하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나와서 당황스러울 지경인데요.”
“한눈에 보고 알아챘잖아, 너도.”
한시하는 그의 말에 그냥 웃고 말았다.
하지만 그 웃는 얼굴과 달리 속은 복잡했다.
‘하필 여기서 만날 줄이야….’
아첸트를 쫓기로 한 이상, 필연적인 조우. 하지만, 이리도 대책 없는 상황에서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다.
‘저게 균열인가.’
드디어 찾았다, 균열.
아첸트의 목걸이에서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는 공간의 균열.
어디 있나 줄곧 찾았건만, 애당초 아첸트 자체를 찾아야 깨뜨릴 수 있는 거였나.
저걸 깨뜨리면 바로 현실로 돌아갈 거고.
물론 깨뜨리지 않아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억의 방은 사라진다.
문제는 아첸트.
아첸트가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는 생각에, 한시하는 허리춤에서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아첸트의 비릿한 웃음이 한시하의 동작을 멈추게 했다.
“꼬맹아, 내가 훔치는 건 전문이거든.”
“….”
“네 드래곤 하나 훔쳐 가는 건 일도 아니다.”
“꾸우?”
“아, 이 말은 안 했나. 사람도 잘 훔치는데.”
마음만 먹는다면 한시하를 끌고 갈 수도 있다는 협박.
아첸트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뱉었다.
“두 번째 묻는다. 큐브는 어디 있지?”
한시하는 답 대신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아첸트의 표정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
“서운한 답변이네.”
한시하가 아공간 가방을 시스템의 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면, 아첸트의 고유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아공간>이다.
최상의 조건을 지닌 은행털이범. 아첸트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아공간에 처넣고 순간이동으로 저들의 기지에 끌고 갈 수 있었다.
그 순간이동의 조건은 접촉.
스윽.
아첸트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려는 순간.
파앗-
한시하는 배리어를 깔았다.
“뭐냐?”
쾅.
한시하의 코앞으로 순간이동을 시도한 아첸트가 유리벽에 튕겨져 나갔다.
하필 세게도 부딪혀 버리는 바람에 터져 버린 입술. 아첸트가 재킷으로 피를 닦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던가?”
“아카데미에서 좀도둑을 상대하는 법을 배우진 않죠.”
“흐흐… 재밌는 놈이네, 이거.”
스윽.
다시 한번 아첸트가 오른쪽으로 접근해 왔다.
“꾸우!”
쿵!
이번에 아첸트를 들이받은 것은 바실.
“귀찮게 하는군.”
아첸트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으나, 이내 옷을 털며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상대하지 마.”
본능적으로 뛰쳐나가려는 바실을 한시하가 막았다.
“멀리서 공격해.”
바실의 앞에 배리어를 깔지 않았으면 아첸트에게 끌려갈 뻔했다.
한시하는 숨을 고르며 유리벽 너머의 아첸트를 노려보았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다.
자칫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였다가는 그대로 끌려간다.
게다가, 언제 저 먼 거리에서 달려와 자신의 목에 칼날을 꽂을지 모르기에.
한시하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첸트를 상대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섬세함과 침착함이다.
한시하는 아첸트를 막기 위한 배리어에 많은 마력을 쏟고 있는 중이지만, 당연히 상시 유지할 수는 없다.
배리어가 깨지는 순간, 아첸트가 자신에게 달려들 것임은 분명했다.
그 전에 끝낸다.
10분 정도의 제한 시간.
그 안에 아첸트를 전투불능의 상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멍청하게 서 있을 수는 없다.
한시하는 뒤편으로 빠르게 빠졌다.
어떤 공격으로 때리든 피해 버리기만 하면 되는 상대와, 그 상대를 맞춰야 하는 한시하의 공격.
조준이 어렵다면 그냥 다 날려 버리면 된다.
“바실.”
한시하는 낮은 음성으로 바실을 불렀다.
순간이동을 캐스팅 중인 아첸트, 역시 한시하를 돌아본다.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말을 뱉었다.
“다 태워 버려.”
* * *
쾅.
굉음이 땅을 뒤흔들었다.
아울베어의 지진을 연상케 하는 공격.
그 광범위한 지진이 바실의 소용돌이에 의해 만들어졌다.
최대한의 마력을 쏟아부어 만들어 낸 [화염의 소용돌이].
순식간에 마을이 화염에 휩싸인다.
“컥!”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던 한시하와 아첸트는 동시에 튕겨져 나갔다.
콰직.
아첸트의 접촉을 막기 위한 유리벽.
이토록 광범위한 저격 공격에는 무참히 부서져 버린다.
한시하는 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살갗이 타는 듯한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때렸다. 판잣집처럼 이어져 있던 시골마을은 화염의 폭풍 속에서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화염 속에서 사그라진다.
비록 실재하는 인간들이 아닐 지라도 그 비명 소리만큼은 생생하게 귓가에 꽂힌다.
한시하는 다급히 방어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대로 멍하니 있다가는 폭풍에 휩쓸려 재가 될 테니.
“어… 어어….”
타다닥.
불길과 먼지가 뒤섞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아첸트는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이동을 캐스팅했음에도 직격으로 맞았다.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는 가죽재킷을 벗으며 중얼거렸다.
“미친놈.”
본인까지 날려 버리면서 마을을 불태웠다.
한시하의 드래곤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기에 아첸트는 적잖이 당황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한시하는 숨을 헐떡이며 지팡이를 짚었다.
바실의 마력을 끌어 올 수 있다면 그 반대도 되지 않을까. 한시하는 큐브에서 끌어온 마력의 일부를 바실에게 전이했다.
방금의 일격을 위해 거의 대부분에 가까운 마력을 한 번에 써버렸다.
몸 상태가 말이 아닌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한시하는 너덜너덜해진 옷가지를 내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죽을 줄 알았는데, 역시 죽지는 않는군.”
순간이동을 캐스팅하느라 방어도 하지 못하고 직격으로 맞았을 텐데.
아첸트는 멀쩡하진 않았으나 죽지도 않았다.
아첸트는 한시하의 몸 주위로 푸르게 흐르는 마력을 응시했다.
“와중에 배리어는 깔았나.”
혹여 접촉하려 들까 봐 끝까지 장벽을 거두지 않았다.
“머리가 좋은 녀석이네.”
아첸트는 흐릿하게 웃음을 흘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이건 계산을 못했겠지만.”
아첸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쾅.
순식간에 뿜어져 나온 마력.
강렬한 푸른빛이 한시하의 유리벽을 때렸다.
잠시, 몸이 허공에 붕 떴다.
“컥!”
그대로 땅에 내리꽂힌 한시하가 호흡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은행털이범치곤 웬만한 마법사들을 압도하는 마력량.
혼자서 아첸트를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
아첸트는 아직 자신보다 강했다.
그것을 몰랐던 게 아니라, 나름의 머리를 굴려 봤으나.
인정했다.
자신은 약했다.
한시하는 이를 악물며 허공을 응시했다.
아첸트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유리벽이 부서졌다.
한시하는 다급히 배리어를 다시 소환하려 했다.
하지만, 마력이 사그라졌다.
두어 번 더 시도해 봤지만 전혀 먹히질 않는다.
탈진 상태다.
“제길.”
손끝조차 움직일 마력이 없는 와중에.
아첸트가 천천히 다가온다.
순간이동으로 자신을 끌고 가도 될 터인데.
저벅저벅.
“아르델에서 무서운 놈을 기르고 있었구만.”
“….”
“네놈이 서너 살만 더 먹었어도 나를 이겼겠어.”
아첸트가 비릿하게 웃으며 한마디씩 읊조린다.
“혹여 실망할까 봐 덧붙이자면, 네 전투에 실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완벽에 가까웠지. 보통의 뜨내기였으면 첫 합에 끌려갔을 테니까.”
아첸트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다.
“나를 날려 버린 2학년은 네놈이 처음이니까 자부심을 가져도 된단 말이다.”
아첸트가 천천히 한시하의 옷깃을 붙잡아 올렸다.
강제로 일으켜진 한시하가 아첸트를 노려보았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지.”
“….”
“고작 2학년을 갓 끝낸 녀석이 나를 잡아보겠다고 덤비는 건 객기다.”
아첸트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상대할 만한 놈을 골랐어야 해, 넌.”
한참 동안 아첸트의 억센 손아귀에 붙들려 있던 한시하가 입을 열었다.
“은행을 털려면 만만한 소매치기부터 해 봐야 한다는 말씀이시겠군요.”
“넌 또 비유를 그지같이….”
아첸트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그냥 죽여서 데려갈까.”
“그러진 못하시잖아요.”
한시하가 여전히 눈빛을 빛내며 웃었다.
말을 하며 아첸트의 시선을 돌리는 와중에도 한시하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저 아공간에 처넣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손아귀를 벗어나 아첸트의 균열을 깨뜨릴 수 있을까.
이 거리에서는 아첸트의 목걸이가 닿을 것도 같은데.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았으나.
답이 없다.
“그럼 가자, 꼬맹이.”
이미 붙들렸고 상대하기엔 마력이 부족하다.
아첸트는 그리 멍청한 인간이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수라면, 아첸트 역시 생각하고 있을 터.
그것이 아첸트가 말한 경험의 유무이다.
우우웅.
아첸트의 옆에서 아공간이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마지막 발악을 해 보려던 순간.
“그 손 놓지.”
서늘한 음성이 저편에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