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37화(13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37화
팥죽을 어떻게 끓이면 이런 맛이 날 수가 있지?
“우엑.”
“꺄아아아악!”
토하지도 않았는데 난리 난 건 솔리아였다.
벌써 멀찍이 도망간 솔리아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너… 팥죽 못 먹어?”
못 먹는 게 아니라 싫어한다니까!
아니, 그리고 이건 팥죽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할 맛이었어!
근데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상처받지 않나.
저게 쉬운 요리도 아니고.
아까 뻘뻘 땀까지 흘린 거 봐선 나름 나 생각해서 힘들게 만들어 준 것 같은데.
맛없다고 하는 것보단 차라리 잘 못 먹는다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솔리아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뱉었다.
“사실 잘… 못 먹어.”
“그… 그래…?”
“한 번 더 먹어 볼게. 팥죽… 잘 끓였네.”
우욱.
이번에는 입구컷 당했다.
내 생존본능이 바로 숟가락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뜨… 뜨거워서 잘 못 먹겠네.”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숙사 가서 포장해서 먹을게. 만들어 줘서 고맙고….”
그때였다.
“응?”
솔솔솔.
웬 하얀 가루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듯하다.
팥죽에 소금을 뿌려서 간이라도 맞춰 주는 건가 싶었는데.
솔솔솔.
어째 나한테 뿌리는 것 같은데.
솔솔.
하늘에서 소금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고개를 든 순간,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솔리아가 코앞에 서 있었다.
“으아아악! 깜짝이야!”
“꺄아아아!”
“왜 네가 놀라!”
미친.
사람 머리 위에서 왜 소금을 뿌리고 있어!
놀랐잖아!
근데 어째 나보다 더 놀란 건 저쪽인 듯하다.
솔리아는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눈을 끔뻑였다.
“너… 소금도 싫어해?”
팥죽까지는 그렇다 쳐도.
이건…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솔리아의 하얗게 질린 얼굴에 기가 막힌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싫어하지! 사람 머리에 소금을 뿌리면….”
“미안해!”
“내가 배추냐? 절이게!”
“그… 그래도 너 귀… 귀신….”
“뭐?”
솔리아는 우물쭈물하더니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표정.
솔리아는 냅다 소리를 내질렀다.
“이런 질문 미안한데! 너 혹시 귀신이야?”
응?
솔리아의 뜬금없는 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니, 말문이 막혔다.
“귀신이냐고?”
“으응.”
“내가?”
“으응… 아 너무 대놓고 물었나. 허업.”
솔리아는 긴장한 듯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고.
나는 대체 어디서부터 이 오해가 시작되었는지 감이 전혀 잡히질 않았다.
“귀신… 왜 귀신이라고 생각했을까.”
“어… 어….”
“내가 좀 비현실적으로 생기긴 했지.”
아니, 그래도 귀신은 좀 간지가 안 사는데.
“뭐라는 거야!”
“이 이유가 아니야? 그러면 뭔데?”
솔리아는 난처한 기색으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팥죽 싫어하고… 소금 뿌리는데 무서워하면… 귀신이래서….”
어디선가 공포 설화 같은 걸 읽고 온 모양이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저벅저벅.
나는 솔리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솔리아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어… 어어… 한시하, 너 왜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조금 놀려 볼까.
아까 기겁하는 거 조금 재밌었는데.
솔리아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싶자,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솔리아.”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을 뱉었다.
“어떻게 알았어?”
“으… 으응?”
“…들켰네?”
“으아아아아악!”
파앗-.
경악한 솔리아가 냅다 빛의 구체를 날려 버렸다.
* * *
빛의 마법사.
솔리아의 힘은 신성력에 가깝다.
그리고, 방금 나는 신의 곁으로 갈 뻔했다.
옆에 나란히 누울 뻔했는데, 진짜로.
“커억….”
“미안해….”
“냅다 후려갈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걸.”
아델라야 주먹부터 나가는 타입이지만, 침착한 성격의 솔리아는 그렇지 않다.
우선 대화부터 하는 편이지.
그런 애가 마력을 그냥….
바로 갈겨 버리네.
많이 놀랐구나….
“으윽.”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솔리아의 마법의 위력은 상당했다.
훗날 그녀가 흑마법사들이 경계하는 마법사 1순위가 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고급 마법도 아니고, 솔리아의 고유 능력인 빛 구체를 갈겼을 뿐인데 한참이나 날아갔을 정도니.
“흐윽… 흑.”
본인의 실수로 나를 날려 버렸다고 생각했는지, 솔리아가 훌쩍거리며 입을 뗐다.
“생각해 봤는데… 네가 아무리 귀신이어도… 그간의 정이 있는데….”
응?
얘 왜 아직도 귀신론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냐?
“내가 너를 이해해 주는 게 맞을 것 같아….”
솔리아는 울먹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너는 좋은 귀신인 것 같으니까… 선입견 같은 거 갖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볼게.”
솔리아는 착한 심성을 타고났다.
세상에 이해 가지 않는 것들투성이여도 최대한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타입.
다 좋은데.
이런 것까지 이해해 주지 마.
솔리아는 넋이 나간 나를 심각한 얼굴로 올려다보다가 굳게 다짐한 듯 입을 뗐다.
“근데… 원래 한시하는 어디 갔어?”
“….”
“걔가 조금 성격 더럽고 막무가내긴 한데. 그래도 영 죽어 버린 건… 불쌍하잖아.”
그러게, 그 새끼 어디 갔지?
그 새끼가 사고 친 것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구르고 있는 거 아닌가?
잡아다 족쳐야 하는데 못 찾고 있는 건 나도 매한가지다.
내 빙의로 인해 죽어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근데, 오해는 풀어야겠다.
예전의 한시하와 지금의 내가 다른 사람인 건 맞지만. 그걸 설명해 줘 봐야 이해할 리도 없을 테고, 잘못된 얘기는 정정해 줘야지.
“너 어디서 헛소리 듣고 온 건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왜 귀신이냐?”
“응?”
“하도 놀라길래 장난친 건데?”
“어… 어? 근데 너 소금도… 방금 되게 무서워… 하지 않았어?”
“무섭지! 위에서 그렇게 뿌리고 있으면!”
소금이 무서운 게 아니라 방금 네가 무서웠어!
갑자기 위에서 치렁치렁한 생머리가 쭉 하고 내려오는데 그걸 기겁 안 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솔리아는 아직까지도 퍽 혼란스러운 듯했다.
한숨을 내쉬며 말을 뱉었다.
“이걸 내가 왜 설명해 주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응.”
“못 믿겠으면 확인해 봐.”
“어떻게…?”
귀신은 심장이 뛰지 않는다.
기초심령학 시간에도 배운 내용이다.
솔리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중얼거렸다.
“배를 갈라서 확인해 봐야 하나?”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거 아닌가?”
“대 보면 되잖아.”
솔리아는 내 말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손, 대 보면 되잖아.”
* * *
솔리아는 침을 삼키며 한시하를 올려다보았다.
귀신처럼 창백한 얼굴이 조명을 닿아 빛났다.
아, 이건 아까 제 마력에 얻어맞아서 그렇구나.
솔리아는 다시 미안해졌다.
“그… 그러면… 대 볼게.”
그림자가 되어 학술회장에 몰래 입장했을 때.
그때도 거리가 가까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이렇게 정면에서 한시하를 본 적은 없었다.
“빨리. 나 가서 잘 거야. 졸리거든.”
한시하는 이런 것까지 확인해야 하냐는 듯 따분한 표정으로 솔리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응.”
솔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하와 이렇게 단둘이 식사를 하는 것도 어색한데 마주 보고 앉아 있으니 미치도록 어색했다.
확인해 보라고 하니 확인은 해야겠지만….
솔리아는 떨리는 손으로 한시하의 가슴팍에 손을 가져다 댔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자리.
금방이라도 손끝을 타고 한시하의 심장 박동이 느껴질 것만 같았다.
한시하의 심장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어째 제 심장이 뛴다.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적막한 2층의 실습실.
쿵쿵.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제 심장 소리를 들킬까 봐, 솔리아의 긴장한 기색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중요한 건 한시하의 심장이 뛰는지.
그걸 확인해 보는 거니까.
그런데.
“어… 안… 안 뛰는데….”
심장이 뛰질 않는다.
손끝으로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질 않는다.
“뭐지?”
솔리아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분명, 한시하의 심장이 멈춰 있었다.
방금 전까지 빠르게 뛰고 있던 솔리아의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역시… 너… 으아악!”
“으아아악은 무슨!”
파앗.
한시하가 솔리아의 손을 낚아챘다.
“거기가 아니라!”
“어… 어…?”
한시하는 신경질을 내며 솔리아의 손을 잡고 반대쪽 가슴에 댔다.
“심장이 왼쪽에 달렸겠지. 이 빠가사리야.”
한시하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한시하는 귀신이 아니었다.
“어….”
그걸 확인 받은 건 좋지만.
“말이 너무 심해….”
솔리아는 알 수 없는 억울함에 울컥했다.
* * *
[Main episode 7: 미로의 굴 클리어] [‘난이도 하향 조정’ 보상이 주어집니다.]다음 날 오전.
한시하는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큐브를 뺏기지 않은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그의 짐작이 맞다면, 네 번째나 다섯 번째 큐브는 이미 그들의 수중에 있을 확률이 높다.
흑마법사들은 자신의 큐브를 빼앗고, 저들의 것을 지키려 들 것이다.
“기계의 심장.”
그렇기에, 한시하는 슬카데미의 메인 스토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큐브 다섯 개를 한데 모아 기계의 심장을 가동시킨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력의 응집체를 통해 무한정에 가까운 마력을 공급받는다.
그걸 막으려면 기계의 심장을 파괴해야 한다.
큐브를 뺏기지 않는 게 우선이겠지만, 기계의 심장이 만들어진 이상.
그들은 몇 번이고 큐브를 탐할 것이 분명했다.
“어디다가 숨겨 뒀으려나.”
빌어먹게도 이건 알지 못한다.
1부 완결 직전에 작가가 연중하고 튀었으니까.
튀더라도 이건 좀 써 주고 가지.
“하여간 도움이 되는 게 없어, 그 인간은.”
한시하는 투덜거리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최선은 기계의 심장을 찾아내 부수는 것이고, 차선은 큐브를 뺏기지 않는 것이다.
아첸트를 잡고 나서 동글이의 친화력은 빠르게 올라서 어느덧 10퍼센트에 가까이 다다랐다.
미친놈처럼 보이는 걸 감수하고 친화력을 올리기 위한 짓거리를 다 해 본 덕택도 있었다.
“동글이는 잘 자라고 있고… 기계 위치는 모르겠는데, 일단 큐브는 잘 방어했으니깐.”
그렇게 생각하면 남는 문제는 딱 하나다.
한시혁.
원작에서는 서술조차 되지 않았던 그의 떡밥.
그냥 넘어가기엔 그때 그 괴력이 너무 수상했다.
한시하는 한시혁에 대해 파 보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그 인간이 알려 달라고 한들 알려 줄 리가 없지.”
한시하는 1층 복도에 걸려 있는 게시판에 다가갔다.
공모전부터 실습실 모집까지. 각종 공고들이 정리되어 있는 게시판 한 편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모집공고를 집어 들었다.
[한시혁 마법 수사관 사무실]-현장 보조 구함.
-마법과 3학년 이상
-성적 가산점, 활동 가산점 있음
-최저시급 보장
찾던 게 여기 있었다.
한시하는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터트렸다.
“이야.”
한시혁을 합법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최선의 루트.
계절학기 재수강도 끝났으니, 이제 슬슬 다른 활동도 해 보려던 참에.
이거 완전 일석이조였다.
한시하는 모집 공고를 뜯으며 즐겁게 중얼거렸다.
“원래 남의 일터 가서 깽판 치는 게 가장 재밌는데.”
한번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