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38화(13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38화
마법 수사관의 사무보조.
매일같이 들어오는 서류들을 정리하고, 분류하고, 체크할 뿐.
수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료한 일들의 반복이었다.
아델라는 현장보조가 아니라 사무보조로 지원한 것을 조금 후회했으나, 그날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창틀을 닦고 있었다.
여느 예언가가 그러하듯 한시혁은 꽤 까다로운 성격이었기에 깔끔히 치워 두지 않으면 한 소리 들을 것이 뻔했다.
아델라는 옷걸이에 걸려 있는 한시혁의 겉옷을 정리했다.
늘 각이 져 있는 빳빳한 외투는 그린트 교수만큼이나 사뭇 병적이었다.
아델라는 허구한 날 너덜너덜한 옷가지를 입고 다니던 한시하를 회상하며 피식 웃었다.
학술회에서는 아예 다 태워 먹은 상태로 좀비처럼 걸어 다니던데.
일단 걸치고 있기만 하면 되지 않냐는 당당함에 말문을 잃었다.
“하여간 둘이 어쩜 그렇게 다르지.”
아무리 피가 반만 섞였어도 형제는 형제인데.
가만 보면 성격부터 행동까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저나 뭘 하고 있으려나.”
아델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한시하 역시 에른스트 교수의 연구실에 박혀 있는 모양인지 요새 통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며 아델라가 복도 문을 열어젖혔을 때였다.
“어어, 안녕?”
한시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델라는 두 눈이 동그래졌다.
“한시하…?”
“나 오늘부터 여기서 일할 거야.”
“네가? 여기서?”
“응.”
“와아악!”
확정적인 통보. 아델라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단조로운 사무보조 일에 질려 있던 와중에 찾아온 희소식이다.
그 반가움을 감출 수 없어서, 아델라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진짜로? 당장 오늘부터 일하는 거야?”
“어, 현장보조로. 한 달 남짓이긴 하지만 너랑 일정도 겹칠걸?”
“수사관님이 너를 뽑을 줄은 몰랐는데….”
아델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직이 감탄했다.
자신이 가까이에서 봐 온 한시혁은 오히려 제 동생을 멀리했으면 멀리했지 혈연이라는 이유로 현장보조에 고용할 성격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한시하를 그냥 더럽게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런 수사관이 한시하를 제 손으로 고용하다니.
놀랍기는 했지만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니까.
그런데.
“응? 그 인간이 나 고용한 거 아닌데?”
“뭐?”
“그 인간이 알았으면 반드시 나는 떨궜을걸?”
한시하는 기분 좋게 웃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애당초 현장보조를 뽑는 인사 담당자가 한시혁이 아니었다.
수사에만 몰두하지, 그런 귀찮은 건 다 미뤄 버리는 스타일이라 아마 아르델 아카데미 행정실에서 대신 처리해 줬을 게 뻔했다.
그런 한시하의 설명에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전년도 성적, 학술회 참여 가점에 마법과 3학년 이상인 요건도 충족되고. 당당하게 붙었다 이 말이지. 누군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만.”
“잠깐만.”
아델라는 두 눈을 끔뻑였다.
“그러면 설마 아직도 모르시는….”
“당연하지!”
아델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 저기 왔네.”
벌컥-.
대화의 주인공이 문을 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무표정을 유지한 채 사무실에 걸어 들어온 한시혁.
그의 얼굴은 한시하를 발견함과 동시에 일그러졌다.
“…!”
한시하가 생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야, 뭐 씹은 표정인데?”
감정의 동요가 없는 편인 사람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는 걸 보는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이다.
둘 사이가 학술회 이후로 더 냉전이 되었다는 걸, 아델라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직감했다.
한시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끝을 흐렸다.
“네가 왜 여기에… 설마….”
오늘 현장보조가 온다는 말은 들었다.
한시혁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예언자의 직관은 높은 확률로 옳다.
한시하는 공손히 두 손을 배에 올렸다.
“한시혁 수사관님.”
“뭐… 뭔.”
“현장보조로 들어오게 된 한시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에른스트 교수에게 하던 것과 같은 몹시 공손한 말투.
한시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시하가 제 눈앞에서 생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언제… 내가 언제 너를….”
“기대에 부응하는 현장보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
아델라는 알고 있었다.
한시하는 여러 분야에서 재능이 출중한 편이지만….
“이만 꺼질까요?”
“꺼져!”
특히 사람을 열 받게 하는 데 특출난 재능이 있었다.
* * *
한시혁은 아무래도 빡친 듯했다.
아니, 개빡친 듯했다.
“첫 번째 수사다. 네가 대신 해라.”
“이것도 네가 해라.”
“저것도.”
“다 이번 주 안에 끝내고 내게 보고하도록.”
수사관의 현장보조. 그냥 쉽게 말해서 인턴이다.
인턴으로 왔으면 까라면 까야 한다.
음.
나는 인턴 때 선배들을 깠었던 것 같은데.
“내가 좀처럼 다루기 힘든 새끼긴 했지.”
어쨌든 한시혁을 까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일단은 그 괴력의 정체를 알기 위해 온 것이니, 적당히 져 줄 필요도 있다.
아첸트의 대가리를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었던 그 장면을 눈앞에서 직관했다.
더 빡치게 굴었다가는 저 명패로 내 대가리를 박살 낸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일단 한시혁이 시킨 수사를 받아 들긴 했다.
사무보조 아델라는 오늘만큼은 현장보조 겸 내 옆을 따라붙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들어온 사건 파일을 읽었다.
“이게 첫 번째 수사 파일이야? 제목부터 골때리는데.”
하수구 괴생명체 건.
“하수구에 뭐가 사는 것처럼 소리가 나는데 깊어서 보이질 않는다.”
“응, 그렇대.”
“기초염동 같은 마법으로 끌고 나오면 될 것 같은데….”
“응.”
“이런 잡일도 맡아? 여기 무슨 민원실이야?”
“경계가 살짝… 애매하긴 해.”
“하수구 뒤지는 게 언제부터 수사관의 일이었냐?”
아무리 봐도 이거 나 엿 먹이는 거 같은데.
하수구 괴생명체 건, 에른스트 연구실 조명 수리 건.
그 외 잡다한 민원 파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며칠 밤낮을 새워도 해결하지 못할 만한 분량의 일감이 쌓여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하아….”
벌써부터 피곤해진다.
이거 나한테 할 일 다 떠넘겨 놓고 본인은 토낀 것 같은데.
“아델라, 가자.”
어쨌든 할 일은 해야 했다.
* * *
첫 번째 업무는 에른스트 교수 연구실 조명 수리 건이었다.
“후우, 선배. 오랫동안 전등 안 갈았죠?”
“잘 모르겠어. 아마 연구실 옮기고 나서부터는 저 상태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 갈았으니까 한동안 안 갈아도 되겠네요.”
이딴 걸 왜 현장보조랍시고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베티 선배는 부쩍 밝아진 연구실에 기뻐했다.
“와아… 근데 이런 것도 해 주는 거야, 행정실에서?”
“아뇨. 수사실에서요.”
“응? 수사… 실에서? 아, 너 마법수사실 현장보조로 들어갔다고… 했나?”
“네. 그런데 조명 갈고 있네요. 너무 즐거운 걸?”
베티 선배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내가 봐도 어이가 없다.
나 왜 조명을 갈고 있는 거지?
뭐, 어쨌든.
“다음에 이런 건 그냥 솔리아 불러요. 걔 인간 전구라서 이런 거 잘 켜 줄 거예요.”
“솔… 솔리아가?”
“빛의 마법사 뒀다가 어디에 써요. 불 잘 켤걸요.”
“어어… 그런가?”
베티 선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끝나고는 어디 가?”
에른스트 교수 연구실에 학생이라고는 둘뿐이라, 아닌 것 같아도 그새 좀 친해졌다.
낯을 엄청나게 가리는 저 선배가 우물쭈물해하면서도 제 할 말을 한다는 건 내가 편해졌다는 의미기도 했다.
나는 그다음 행선지를 읊었다.
“하수구 괴생명체 건 때문에 조사 들어가야 해요.”
“괴생명체?”
작년에 드레이크가 교내 지하실에서 출몰하는 바람에, 그전까지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한바탕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그걸 기억하는 이들에게 괴생명체라는 말은 두렵다.
베티 선배는 잔뜩 기가 질린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아카데미 근처 하수구? 거기서… 괴물이 나와?”
“아뇨.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대요.”
하수구 괴생명체 건.
하수구에 뭐가 사는 것처럼 소리가 나는데 깊어서 보이질 않는다.
-까지는 그래 뭐, 무서울 수 있어. 수사대 부를 만하네.
그렇게 생각했건만.
그 소리가 야옹-이란다.
야옹-.
시발.
길 잃은 고양이 구조해 주러 가야 한다.
“고… 고양이가?”
“네.”
베티 선배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내가 묻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걸… 왜 수사관이 나서?”
“몰라요. 같이 갈래요?”
* * *
아르델 아카데미 뒤편 하수구 앞.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하수구 앞에서 발소리를 죽였다.
“여기… 있는 거야?”
“서류상으로는 그렇거든요.”
서류상으로는 이 지점에 딱 괴생명체가 출몰한다고 했다.
베티 선배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섰다.
“물지는 않겠지?”
“물겠죠.”
“…!”
드레이크처럼 문다고 해서 머리가 뜯기는 건 아닌데, 일단 물긴 문다.
나는 능숙하게 자세를 낮췄다.
고양이 하나 구조하기 위해, 나름 날고 기는 아카데미의 인재 세 명이 나섰다.
이거야말로 재능 낭비가 아닌가 싶긴 한데.
일단 하수구 벽에 귀를 대보았다.
“들린다.”
아델라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미약하게나마 울음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울음소리라 단번에 알아챘다.
이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맞다.
“근데 어쩌지. 그냥 염동마법으로 질질 끌고 와?”
마법 대신 과학이 존재하는 세상에서야 저 하수구 안쪽에 카메라 설치하고 사람이 끙끙거리며 들어가서 구조하고 나오겠지만, 여기에는 그보다 편리한 염동 마법이라는 게 있다.
“베티 선배, 부탁해요. 최대한 부드럽게.”
아델라의 염동은 다소 격하다.
아마 땅 속에 박혀 있는 돌 끌어 올리듯이 그냥 확 낚아채올 것이 분명했다.
아기 고양이 같던데 스트레스 받아서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내가 곤란하다.
베티 선배가 이론 강자긴 해도 기초 마법에는 우리보다 능통한 편이니 맡기는 게 좋다.
“그냥 천천히… 데려오면 되겠지?”
“네.”
“하… 한번 해 볼게!”
베티 선배는 하수구 앞에 쪼그려 앉아 기초 염동을 캐스팅했다.
섬세한 마력이 하수구 벽을 타고 흘려 든다. 차분한 베티 선배의 성격답게 고요한 마력의 파동.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옹-.
“쟤 당황했는데?”
바둥바둥.
빠져나가지 않으려고 뒷걸음질 치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다.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기야 얼마나 무섭겠냐. 느닷없이 몸이 질질 끌려가는 중인데.
그래도 저 하수구 안에서 얼어 뒤지는 것보다야 빛이 들어오는 밖이 낫다.
야옹- 야옹-.
“괜찮아, 조금만. 조금만 나와 보자!”
그저 구경삼아 따라왔던 베티 선배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마력을 쏟아붓는 중이었다.
마력을 최대한 고르게 천천히 분배한다.
어리고 작은 생명체가 놀라지 않도록.
“조금만! 어어, 저기 있다…!”
어느새 눈에 보이는 곳까지 녀석이 끌려나왔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듯, 길거리 생활에도 아직 보송보송한 털에 똘망똘망한 눈을 굴리고 있는 회색 아기 고양이.
버둥버둥.
놀란 녀석이 다시 들어가려 했지만, 베티 선배의 염동이 더 빨랐다.
질질질.
어느새 하수구 코앞까지 끌려 나온 녀석이 눈치를 살핀다.
“어!”
반가움에 소리를 지르려던 아델라는 제 입을 틀어막았다.
괜히 놀랄 수도 있으니, 자극하진 않는 게 좋았다. 대신 아델라는 걱정스레 덧붙였다.
“선배, 지금 안 잡으면 도망가겠죠?”
“그럴 거 같은데. 어… 어떡하지? 이거 놓을까? 잡을까? 어어어! 놓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선배, 제가 잡을게요!”
우왕좌왕.
어린 생명을 처음 보는 둘이 허둥지둥하는 사이.
나는 쪼그려 앉아 녀석의 눈을 응시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괴이한 힘에 밖으로 끌려나온 것이 두렵고 공포스러웠을 텐데.
어린 생명이 지닌 호기심은 때로는 그 공포심을 압도하는 법이다.
냐옹-.
칭얼거리듯 울어 대던 아기 고양이가 고개를 돌렸다.
염동 마법을 해제한 두 발은 아까와 달리 자유로워졌다.
방심하는 틈에 하수구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기다렸다.
“야.”
“…!”
“이리 와봐.”
내 목소리에 응답하듯.
가만히 멈춰 있던 녀석이 발을 내딛는다.
위에서 고양이를 낚아채려던 아델라는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냐옹-.
나직이 울어 대던 어린 생명이 킁킁거리며 내 앞에 앉았다.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스르륵.
털뭉치 같은 보드라운 털이 손 안에 들어온다. 어느새 경계심 따위 집어치운 아기 고양이가 내 손에 안겼다.
킁킁.
이젠 냄새까지 맡는다.
비비적.
아예 내 손을 수건처럼 쓰는 것 같은데?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베티 선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초 염동 마법에도 도망가려 했던 고양이가 온순히 엎드려 있다.
아델라는 경악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테… 테이밍한 거야?”
“어떻게 한 건데?”
“음.”
아무래도 간택당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