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9)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39화(139/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39화
이론적으로 나는 테이밍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솔직히 이미 웬만한 테이머들보다 과포화 상태다. 대외적으로는 바실과 클로스티 둘뿐이지만….
이런 말 하긴 좀 뭐 한데.
내가 애완돌 테이머라서 사각이도 있고, 동글이도 길들이는 중이다.
수준급의 테이머가 최대 3마리를 길들일 수 있다.
바실과 클로스티를 포기할 게 아니라면 더 이상 테이밍이 될 리가 없다.
그런데, 예외가 있을 줄은 몰랐다.
졸졸졸.
해맑게 따라오는 아기 고양이.
“언제까지 따라올 건데.”
졸졸졸.
은근 경계심이 많은 듯하면서도 해맑게 따라오는 게 딱 한 사람이 생각난다.
마법부 1층에서 저런 눈빛을 하고 내 뒤를 졸졸 따라왔던 사람.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아니, 여기를 왜 따라와. 미친.’
‘그럴 리가. 앞에서 기다릴게!’
‘그게 더 이상해!’
윤하을.
“냐오오옹-.”
회색 아기 고양이는 분명 윤하을을 닮았는데.
다른 게 있다면 조금 더 조그맣고 성격이 더럽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성격 더러운 아기 고양이한테 간택 받았다는 점은 자명했고, 나는 하는 수 없이 녀석을 데리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뒤편에서 베티 선배가 아델라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신기해. 테이머라서 그런가. 시하를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게요.”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애완몬스터들을 줄줄이 몰고 다니는 편이었고, 이제는 거기에 고양이까지 더해졌으니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발걸음을 멈추고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졸졸졸.
나를 따라오던 녀석은 내가 멈추자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 정도로 말을 잘 듣는 길고양이는 처음이다.
아델라가 내게 물어 왔다.
“이름은? 지어 줄 거야?”
“글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처음 본 순간 떠오른 이름이 있었다.
회색 아기 고양이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 녀석을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조이.”
그리스어로 생명, 이라는 뜻이었다.
* * *
아르델 아카데미의 기숙사.
한시하는 결국 조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한시혁의 수사실에 둘까 생각도 해 봤으나 발작할 것이 분명해서 이리로 왔다.
“…동물의 왕국이냐?”
“데리고 나갈까?”
“됐다. 귀엽긴 하네.”
원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시끄럽게 울어 대거나 하는 게 아니어서인지 관심을 껐다.
오히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실과 클로스티였다.
털 달린 동물이라는 점에서 대놓고 신기해하는 중이다.
“꾸우….”
바실이 앞발로 조이를 꾸욱 누르자마자 발작하듯 튀어 오른 조이가 하악질을 해댄다.
“쟤들 노는 거냐?”
“싸우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어째 쟤는 싫어하는 것 같다.”
“삐이! 삐이!”
클로스티는 맛있는 걸 주겠답시고 제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건넸지만, 중간에 한시하가 낚아채 갔다.
“어, 절대 안 돼.”
바실과 클로스티는 아무거나 주워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타입이었지만, 어린 고양이는 다르다.
한시하는 하수구에 줄곧 박혀 있느라 야윈 녀석에게 따뜻한 분유를 먹였다.
폴짝.
한시하의 침대 위에 올라온 조이가 오물거리며 주는 대로 먹는다.
아마 며칠 더 굶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살 만하냐?”
오물오물.
조이는 한시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검은 눈을 끔뻑였다.
한시하는 웃으며 조이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늘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바실과 클로스티를 다룰 때와 다르게, 한시하의 손길은 섬세했고 조심스러웠다.
처음 보는 모습에 원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쪼그만 거 계속 기를 거야?”
아르델 제국에는, 아니 이 세계에는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호위를 위한 웨어울프를 데리고 다닐지언정, 싸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아기 고양이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
이런 류의 동물을 좋아하는 귀족들이 집에서 데리고 있는 경우는 있지만, 그저 사치품일 뿐이다.
한시하는 원의 물음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기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테이머에게 고양이는 필요하지 않다.
데리고 싸울 수도 없으며 한낱 짐덩이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무가치하지만….
소중했다.
한시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조이를 쓰다듬고 있던 손을 멈췄다.
“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병약한 고양이가 자신을 필요로 하기에 숙소에 데려왔다.
배고파하길래 밥을 먹였다.
부드러워서 쓰다듬었다.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닌데.
“갑자기 생각나 버렸네.”
슬카데미의 엑스트라 한시하가 아니라.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서.
한시하는 한참 동안 녀석을 빤히 보았다.
“….”
그리고, 인정했다.
“나쁘진 않네.”
자신이 살기 위해, 그리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발악하고는 있지만.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음.”
하지만, 그런 감상에 젖기에는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한시하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가 봐야겠네.”
“야옹…?”
“기다리고 있어.”
현장보조 업무에, 에른스트 교수 연구실까지 할 일이 많다.
한시하는 황급히 겉옷을 챙겨 입으며 넌지시 한마디를 던졌다.
“금방 돌아올게!”
쾅.
다급히 문을 닫고 나가 버리는 통에.
조이가 대답하듯 푸른빛을 반짝이는 것을, 한시하는 보지 못했다.
* * *
테이머에게 고양이는 어울리지 않는다.
허구한 날 위험한 곳에 뛰어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한시하는 아기 고양이를 책임질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다.
책임질 수 없는 동물은 기르지 않는 게 맞다.
그렇기에 한시하는 조이를 윤하을에게 데려갔다.
“보고 싶다며.”
“헉.”
윤하을은 고양이를 처음 본다고 했다.
아르델 제국에서도 고양이는 그리 흔히 데리고 다니는 동물은 아니다. 윤하을은 얼어붙은 손을 녹이며 발을 동동 굴렸다.
“어디서 데려온 거야?”
윤하을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쪼그려 앉았다.
“아르델 뒷골목 하수구에서.”
“귀엽다….”
윤하을은 조이와 꼭 같은 눈빛을 하고선 배시시 웃었다.
“만져 봐도 되나?”
어색한지 잠시 망설이던 윤하을은 천천히 제 손을 가져다 대었다.
한시하에게 그러했듯, 조이는 경계 없이 윤하을의 손에 안겼다.
스르륵.
추위에 떨고 있던 녀석은 윤하을의 품이 따뜻한지 파고들었다.
“얘 나 좋아하는 거 같은데?”
“그런가 보네.”
한시하는 윤하을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뱉었다.
“어울려.”
한시하의 말에 윤하을은 침을 삼켰다.
처음 보는 고양이었지만, 마음이 끌렸다.
한시하는 녀석을 데리고 다닐 시간이 부족하다 했으니.
윤하을은 조심스레 물었다.
“나, 길러도 돼?”
원래부터 그런 부탁을 하러 만난 것이었다.
한시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서로 좋다면야 말릴 이유가 없다. 자신보다는 윤하을이 더 잘해 줄 것 같고.
윤하을은 한시하의 허락에 탄성을 터트렸다.
“꺄아아아. 이리 와봐.”
“이름은 조이야.”
“조이? 귀엽다.”
파앗-.
윤하을이 손을 치켜 올리자, 녀석은 사냥감을 포착한 것처럼 튀어 올랐다. 윤하을은 해맑게 웃으며 녀석을 다시 품에 안았다.
“보들보들해. 귀여워.”
“그야 씻겼으니까. 처음에 얼마나 거지꼴이었는지 네가 봤어야 했는데.”
“거지꼴이었어도 귀여웠을 거야!”
해맑은 예언가와 해맑은 고양이라.
한시하는 둘의 조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벤치에 털썩 앉아 물었다.
“그래서 할 말이 뭐야?”
사실 고양이도 고양이지만, 윤하을이 자신을 부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윤하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건지 벌떡 고개를 들었다.
“아, 맞다.”
허구한 날 도서관에 처박혀 있는 윤하을.
수업을 듣는 것보다 독학으로 배우는 지식들이 배로 많았기 때문에, 윤하을은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의 책들을 읽었다.
아르델의 역사, 기초마법이론은 물론 신화와 주술까지.
아르델 아카데미의 도서관에는 고급 자료들이 가득했고, 윤하을이 여러 분야에 골고루 지식을 갖춘 것도 그 자료들 덕분이었다. 얼마 전 윤하을은 그 구석에서 신기한 책을 찾았다.
“이거야.”
남색 하드커버로 되어 있는 새 책.
한시하는 윤하을이 건넨 책을 받아 들었다.
“제목이 무제야.”
제목조차 써 있지 않은 신기한 책이다.
첫 면에 적혀 있는 발행 일자를 보면 꽤 오래전에 저술된 것 같은데, 구석에 박혀 있는 터라 아무도 읽어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윤하을은 목소리를 낮추고선 말했다.
“여기에, 큐브에 대한 설명이 있어.”
“뭐?”
“이것저것 뒤지다가 찾았어. 여기 봐봐.”
큐브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금기시된 내용은 아니다.
다만 이전엔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기에 아는 사람이 극도로 적었을 뿐.
과거의 역사책에 큐브에 관한 서술을 담은 것이 그리 특별한 게 아니라는 소리다.
“큐브라는 아티팩트가 있고, 큐브에 깃든 힘을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야.”
“잠깐만.”
헌데, 그 내용이 사뭇 구체적이었다.
공허의 큐브.
노란빛을 띠는 이 큐브는 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
일월의 큐브.
붉은빛의 큐브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감각의 큐브는, 감각을 인간을 초월한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
윤하을은 한 줄씩 내용을 읽어 나갔다.
“감정의 큐브. 감정을 잃는 대신, 그만한 출력의 마력을 대가로 얻을 수 있다.”
“….”
“네가 왜 큐브가 위험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아. 하나같이 대가가 엄청나잖아.”
윤하을은 초록빛을 띠는 마지막 큐브에 시선을 고정했다.
“생명의 큐브. 이건 죽은 자를 소생시키는 큐브래. 그 대가로 본인의 목숨… 을 바치면 된다는데.”
“….”
“그렇게까지 해서 누굴 살리는 사람이 있을까?”
“덮어.”
“뭐?”
“덮으라고.”
한시하는 윤하을의 책을 덮고는 뺏었다.
“어어?”
사일런스 마법을 깔길 잘했다.
한시하는 딱딱한 표정으로 책을 아공간 가방에 냅다 집어넣었다.
윤하을은 놀란 눈으로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거… 도서관에서 빌린 거라 연체되면 안 되는데!”
“도서관에 가서 네가 실수로 먹었다고 그래.”
“으으응?”
“통째로 씹어먹었다고 그래. 아니, 라면 받침대로 쓰다가 태워 먹었다고 하든지.”
이 책의 내용은 너무도 위험했다.
“이게 왜… 있는 거지….”
흑마법사들도 모르는 내용이다.
이 책이 아직 그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행운이다.
원작에도 나오지 않았던 책이다. 그런 것이 왜 아르델의 도서관에 떡하니 박혀 있는 건지 한시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한시하의 반응에 윤하을 역시 심각해진 얼굴이 되었다.
“알면 안 되는 내용이었어?”
“처음 듣는 내용이었잖아.”
“아….”
큐브를 지키고 있는 윤하을조차 처음 듣는 내용이다.
“모두에게 처음 듣는 내용일지도 몰라.”
큐브를 탐하는 그들에게 이 내용이 흘러들어가서는 안 된다.
윤하을은 한시하의 말을 이해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한시하는 이 책의 저자가 궁금해졌다.
“너 혹시 뭐 보이는 거 없어?”
“보이는 거?”
“이거 누가 쓴 건지. 안 보여?”
윤하을은 분명 뛰어난 예언가다.
하지만,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혹시나 싶어 물어본 것이지만.
아쉽게도.
“안 보여.”
윤하을은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