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42화(142/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42화
책임자의 막말은 이미 유명했다.
일주일 전, 여기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의 막말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오늘은 특히나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설설 기어도 한 소리를 들을 판에 쉬던 걸 걸렸다.
당연히 고운 말이 들려오질 않았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냐? 꼴랑 물량이 이것밖에 안 나왔는데 네가 지금 쉴 생각이 들어?”
“네? 잠, 잠깐 앉아 있었는데요.”
“팔자 편하게 손만 까딱까딱해도 되는 거를. 돈 받아먹으면서 이딴 식으로 천천히 해?”
꽈직.
책임자가 살짝 힘을 줬을 뿐인데도 생수통이 형편없이 찌그러진다.
괴력을 지닌 능력자다.
그리 특이한 능력도 아닌 데다가 힘도 상대적으로 딸리는 편이지만, 그걸 앞에서 직관하는 입장에서는 다르다.
나탈리는 찌그러진 생수통을 보며 겁에 질렸다.
책임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질렀다.
“뭣들 해! 다들 구경 났어?”
최소한 이 공장 안에서 그의 말은 절대적이다.
다른 작업자들은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돌렸다.
책임자는 욕설과 함께 말을 뱉었다.
“새끼들, 오늘 끝날 때까지 집에 못 갈 줄 알어. 물량 마저 채우고들 가!”
나탈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틀 전에 두 명이 그만두면서 속도가 늦어지는 건 당연했다.
이미 새벽 1시인데 물량을 다 채우려면 3시는 넘겨야 한다.
계속해서 마력을 집중해서 사용한 탓에 탈진할 지경인데 두 시간을 더 같은 짓을 반복해야 한다고?
나탈리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게다가 작업 시간을 초과한다고 해서 일당을 더 줄 인간이 아니다.
지난 일주일간 그랬던 것처럼, 또 핑계를 들어 일당을 깎을 것이 뻔했다.
물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탈리는 돈보다 배움이 우선이었다.
범재는 노력해야 천재를 따라잡을 수 있다.
지금의 경험이 마탑에선 도움이 될 테니, 하나라도 더 배워 가려 했다.
‘내가 지금 뭘 배우고 있는 거지?’
어린 학생한테 언성을 높이고 돈을 떼먹으려 하는 사람들한테 배울 수 있는 게 있긴 할까?
나탈리는 처음으로 회의감이 들었다.
저기, 먼 거리에 한시하가 앉아 있다.
눈치를 살피는 다른 작업자들과 달리,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다.
‘어떡하지?’
한시하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람이 일을 잘하면 어떻게 될 거 같냐?’
‘할 일이 많아져.’
‘다 너한테 시킨다고.’
나탈리는 한시하가 이 일을 예견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했음에도 돌아오는 건 떠넘김뿐이다.
부당하다.
뭔가 잘못됐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한시하는,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나탈리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근무 시간 끝났는데요.”
“뭐?”
“정해진 근무 시간을 넘기면, 근무 시간 외 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배웠어요.”
아르델 제국에도 관련 법은 있다.
나탈리는 교양 시간에 배운 지식을 읊었다.
“어디… 아픈 거냐?”
“어제도 식사비 빼고 1실버도 안 주셨는데, 공고엔 그런 말이 없었으니까… 받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제대로 돌았구나.”
“그리고, 속도가 느려진 게 아니라. 사람이 두 명 줄었으니 이전의 물량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히….”
나탈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책임자가 나탈리의 뒤통수를 갈겼다.
갑작스러운 손찌검이었다.
빡!
생수통을 구겨 버리는 괴력.
나탈리는 그 자리에서 휘청였다.
예상했지만, 아팠다.
“어….”
“불만 있으면 나가! 이게 어디서 어른을 가르치려 들어?”
처음은 얼얼했고 이후엔 쿡쿡 쑤셨다.
나탈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갈 거면 이쪽은 얼씬거리려 들지도 말아라.”
생명수 공장은 지급처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훗날 나탈리가 약초학을 전공한다 해도, 생명수 납품을 안 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걸 빌미로 협박하는 셈이었다.
이 바닥 좁으니 조심해라. 올 생각도 말아라.
책임자는 살벌한 눈길로 막말을 쏟아 냈다.
“영 재수가 없으려니깐.”
나탈리는 아랫입술을 꽉 악물었다.
생명수 공장 책임자에게 찍힌 것 따위,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그보다….
부끄러웠다.
‘한시하가 분명 봤을 텐데.’
결국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얻어맞았다.
멍청하게 가만히 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탈리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냥 안 넘어갈 거예요. 일당 안 주시면 고발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뭐… 뭐? 이게 진짜!”
나탈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이 돌아간 책임자가 손을 들었다.
빡!
다시 한번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아악!”
나탈리는 본능적으로 제 뒤통수를 감쌌지만.
“어?”
아프지 않았다.
나탈리는 그제야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우….”
책임자의 머리를 생수통으로 갈겨 버린 미친놈.
그럴 인간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시발. 듣자듣자 하니까. 이거 그냥 개새끼였네.”
한 손에 생수통을 든 한시하가 서 있었다.
* * *
생명수 공장의 문제야 이미 제국에서도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한 곳에 힘이 쏠리는 것은 늘 그렇듯 문제를 양산하기 마련이고, 그걸 악용하는 이들이 생기는 법이다.
그걸 뿌리 뽑으려고 한시혁이 조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오늘 보고 들은 건을 한시혁에게 보고만 하면 되고.
내 일 끝났으면 빠지면 된다.
오늘부로 내가 여기를 다시 찾을 일은 없다.
그런데.
그냥 조용히 빠져 줄 이유도 없지 않나?
“생명수 이 드럽게 비싼 거 팔아먹으면서, 사람은 쥐꼬리만큼 뽑고. 돈도 똑바로 안 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만한 개자식도 찾기 힘든 거 같아서.”
“너 뭐 하는 새끼야!”
“지금이 새벽 1시인데 집에 안 돌려보내 줘서 개빡친 새끼겠지. 그러게, 왜 사람을 열 받게 만들어?”
빡!
빈 생수통을 냅다 집어던졌다.
내가 던진 생수통은 이번에도 정확히 책임자의 머리에 맞았다.
“…스트라이크네.”
“이 개자식이!”
날마다 마력 활을 쏴대니 조준력은 늘었다니까?
그렇게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데.
두 눈이 벌게진 책임자가 부들거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괴력 능력자다.
한 대 제대로 맞으면 뼈 부서지기 십상이다.
책임자가 이를 악물고선 이쪽으로 달려온다.
“이 새끼가 한 대 맞아 봐야 정신을….”
홱.
몸을 피하며 탈탈거리는 컨베이어 벨트 위 생수통을 집어 들었다.
드럽게 무거운 걸 집어던질 수는 없고.
툭.
뚜껑을 아무렇게나 연다. 분노에 타오르고 있는 인간을 향해 조준한다.
그리고.
촤아아악-.
냅다 갈긴다.
“으아아악!”
책임자의 온몸이 쫄딱 젖어 버렸다. 난데없이 물세례를 맞은 인간이 두 눈을 끔뻑인다.
“이… 이… 무슨….”
다른 작업자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닥에 흥건한 물을 내려다본다.
겁나 비싼 생명수를 사람에게 뿌려 버리는 미친놈은 없을 뿐더러.
그걸 책임자에게 갈기는 미친놈은 더더욱 없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닿았는지 책임자가 발악하기 시작했다.
“너… 너… 네가 방금 얼마짜리를 바닥에 뿌린 건지 아냐?”
“….”
“그거 한 통이 니들 일당 다 합쳐도 못 메우는 가격인 걸 아냐고!”
“우리 일당 드럽게 조금 줬다는 얘기를 돌려돌려 말하시네.”
“뭐?”
촤아악-.
답변은 두 번째 생수통으로 대신했다.
“얼마짜린지 모르겠는데 꼬우면 청구하시든가.”
“으아아악!”
책임자가 다시 주먹을 내지른다.
탁.
팔을 뻗어 주먹을 손으로 잡았다.
버티고 있는 것만 해도 팔이 꺾일 것 같은 정도로 엄청난 괴력이다.
이 괴력으로 나탈리의 뒤통수를 휘갈겼다는 사실에 눈이 돌았다.
자라나는 어린애 머리 때려서 머리 나빠지면 책임질 거야?
저 개자식이 진짜.
퍽.
발로 다리를 걷어차며 자세를 낮췄다.
“억!”
갑작스런 기습에 균형을 잃은 책임자가 잠시 비틀거리는 새, 오른손으로 생수통을 낚아챘다.
괴력 능력자라 해도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인간이다.
틈을 줄 새도 없이 냅다 후려패면 된다.
빡!
“어억!”
빈 생수통으로 뒤통수를 휘갈긴 뒤 빠르게 뒤로 빠진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인간이 달려들었으나 그 움직임은 퍽 감정적이고.
그리고, 우스울 정도로 둔하다.
나는 가볍게 책임자의 주먹을 피하며 그를 약 올렸다.
“힘만 무식하게 쓰지 말고 머리 좀 굴려 보시죠.”
“뭐?”
“제가 다음에 어디를 갈길 것 같으세요? 머리? 다리? 아니면….”
청소용 대걸레를 낚아채고선 달려드는 책임자의 주먹을 막아 낸다.
“억!”
힘만 쓰는 사람은 그 힘에 이용당한다.
고개를 살짝 숙였을 뿐인데, 풀스윙으로 내지른 주먹은 균형을 잃고 빈틈을 만들어 낸다.
퍽. 퍽. 퍽.
나는 대걸레를 냅다 남자의 어깨에 내리찍었다.
“아아악!”
괴력 능력자에게 한 대 잘못 맞았다가는 전투 불능 상태가 되기 쉽다.
책임자가 전투에 능숙한 편이었으면 나도 위험했을 것이다.
한시혁과 아첸트의 전투에서 배웠다.
부딪치기만 해도 위험한 상대를 이기려면 부딪힐 틈조차 주지 않고 패면 된다.
내리찍고, 쓰러뜨리고, 갈기면 된다.
“크억… 컥.”
어깨뼈가 부러졌는지 바들거리며 일어나지도 못하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사장의 신임을 받는 데다가 힘까지 센 권력자.
이 공장에서 그의 위치는 퍽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고개를 숙이는 일이라고는 익숙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고개를 숙이게 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
책임자는 부들대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 겁대가리 없는 애새끼가!”
부러진 대걸레를 발로 쳐 냈다.
그러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았다.
“네가 어디서 굴러들어온 녀석인지는 몰라도… 싸움 꽤 하는 것 같은데 후회할 거다. 이… 이 넓은 공장이 다 우리 아버지 거거든?”
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뭘 믿고 이리 개판치나 했더니, 여기 사장 아들이었나.
책임자는 충혈된 눈으로 말을 더했다.
“반드시, 반드시 내가 너를 감옥에 처넣을 거니까. 딱 기다리고 있어라.”
“뭘로 넣으시게요?”
“….”
“열여섯 살한테 처맞아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었다고 처넣으면 되시겠네.”
아르델 제국은 아직까지 법보다 신분이 우선이다.
과연 나를 처넣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감이 상당한 걸 보니 이 공장이 잘나가긴 잘나가는 모양이었다.
“부정고용. 횡령에 와… 임금체불까지. 저도 충분히 처넣을 수 있을 거 같으니까, 깜빵 옆자리에서 뵙겠네요.”
“이… 이….”
나는 박살 난 대걸레를 돌아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나탈리.”
이 모든 상황을 코앞에서 지켜보던 나탈리는 얼빠진 얼굴이었다.
나는 그런 나탈리의 손목을 움켜쥐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때였다.
덜컹.
굳게 닫혀 있던 공장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저벅저벅.
팔랑거리는 문서를 한 손에 들고 지극히 사무적인 투로 말하는 남자.
“아르델의 마법 수사부입니다. 부정고용과 횡령 건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발령받은 한시혁….”
데굴데굴.
바닥을 굴러다니는 생수통과 얼굴이 터져서 주저앉은 남자. 흥건한 바닥까지.
한시혁은 개판이 된 공장을 뒤늦게 확인하고선 멈칫했다.
“음?”
그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