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3)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43화(143/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43화
공장의 2층 사무실.
한시혁이 오자, 책임자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한테 얻어맞은 것을 해결해 줄 거라 굳게 믿는 모양이었다.
한시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물었다.
“케이르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저 미친놈이 저를 갑자기 막 후려 팼다니까요?”
“아카데미 졸업생이라 했고.”
“생각해 보니 선배네. 야, 이 새끼야!”
“몇 년도 졸업생이신데요?”
“내가 너보다 열 살은 많아, 이 자식아!”
“열 살이나 어린 애한테 얻어터진 거네요, 그럼.”
“…!”
건너편에 앉은 나탈리가 웃음을 참았다.
“푸흡.”
아니, 실패했다.
“이것들이… 웃어? 지금 이게 웃겨?”
“크… 크흠.”
한시혁이 급하게 입을 가렸다. 내가 봤을 땐 저 인간도 웃으려다가 간신히 참은 거 같은데.
나는 소파에 걸터앉은 채 케이르를 약 올렸다.
“솔직히 웃기긴 하잖아요.”
“뭐?”
“열 살이나 어린 애한테 생수통으로 처맞았… 악!”
빡!
보다 못한 한시혁이 서류철로 내 등을 때렸다.
“조용히 해라, 제발.”
한시혁은 지금 이 상황이 몹시도 피곤하다는 얼굴이었다.
부정고용과 횡령 건을 조사하기 위해 공장에 들이닥친 건데, 사전 동의도 없이 내가 가서 깽판을 쳐 놓은 셈이니 그럴 만도 했다.
아까 나를 발견했을 때, 그 하얗게 질린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케이르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한시혁에게 하소연을 이어 갔다.
“어쨌든 다 됐고 저놈부터 꼭 감옥에 처넣어 주십시오, 수사관님!”
“으음.”
“저놈이 엎어 놓은 생명수가 얼마짜리인지 아십니까. 야, 새파랗게 어린 꼬맹이. 너네 아버지 뭐 하시냐? 어? 갚을 돈 되니까 깽판 부린 거 아니야!”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한시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케이르는 내가 뜸을 들이자 더욱 기세등등해져 몰아붙였다.
“너네 집 갚을 돈 있냐고 묻잖아. 이 생각 없는 애새끼야.”
“저희 아버지는… 땅을….”
땅을 경작한다.
뭐, 그리 이해한 것인지 케이르는 내가 말을 다하기도 전에 비릿하게 웃었다.
“뭐? 어디 시골 땅에서 농사라도 짓냐?”
“땅을… 땅을 관리하시죠.”
“뭐?”
케이르는 멈칫했다.
그대로 정지된 얼굴은 사뭇 멍청해 보였다.
영지를 관리한다.
그럴 수 있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다.
“소박하게 땅을 하나 가지고 계시긴 하는데….”
“귀… 귀족이었다고?”
케이르는 꽤 당황한 눈치였지만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독점으로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는 이들의 사업은 웬만한 귀족들도 명함을 내지 못할 정도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형편이었다.
지방의 남작 정도야 귀족이라 해도 자신들이 밀리지 않는다.
그리 판단했는지 당황한 태도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 역시. 애새끼가 뭘 믿고 깝치나 했더니 귀족이라 그걸 믿고 나댄 거였군.”
“굳이 따지자면 그렇죠.”
“뭐, 어디 땅인데? 땅덩어리가 넓긴 하냐?”
“카스티카 령, 이겠지.”
대답은 한시혁이 대신했다.
“예?”
“카스티카 령이라고. 이 애새끼 아버지가 관리하는 게.”
애새끼… 라는 말이 조금 많이 걸리는데.
맞는 말이긴 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카… 카스티카?”
피의 백작이 관리하는 카스티카 령.
뒤늦게 한시혁의 말을 이해한 케이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카, 카스티카 령이라고? 네… 네 아버지가 그럼… 피… 피의 백작이라고?”
“피의 백작이라… 개간지 나네. 난 나중에 뭘로 하지. 애새끼 백작?”
“말… 말도 안 돼….”
현실을 부정하듯, 고개를 계속 가로젓는 케이르.
많이 충격받은 듯하여 말을 덧붙였다.
“돈 떼먹힐까 봐 그러시는 거 같은데 갚을 수 있다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디 안 떼먹으니까.”
“그… 그게….”
“아이고, 많이 걱정하셨구나. 두둑이 챙겨 드릴게요.”
한시혁은 그런 내가 악질이라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인성질 하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러려니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나는 보기 좋게 질린 케이르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싸움의 이유가 어찌 되었건, 백작의 자녀를 건드리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 상대가 아르델 제국의 개국공신이나 다름없는 피의 백작이라면 더더욱.
이 상황에서 케이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케이르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이내 머리를 박았다.
“잘, 잘못했습니다!”
그리 시퍼런 눈길로 어린애 둘을 이겨 먹으려던 인간이 너무도 쉽게 무너진다.
이 순간만큼은 자존심도 완전히 내던진 채였다.
“목…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의기양양하게 나탈리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던 양반이 이제 와서 싹싹 빌어 대기 시작한다.
역겨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애당초 귀족이 아니었다면 받아 내지도 못했을 사과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사과는 이쪽에 해야지.”
나탈리답지 않게 싸늘히 식은 얼굴.
속으로는 같은 생각을 했을 게 분명했다.
“죄… 죄송합니다!”
독하지 못한 성격의 나탈리야 그 꼴을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는 있으나, 머리를 조아리는 케이르를 보며 드는 심정은 착잡했을 터다.
나는 나탈리를 대신하여 짧은 감상을 뱉었다.
“사과 받고 기분 엿 같기도 힘든데.”
“그… 그게….”
내 한마디에 케이르의 얼굴이 다시 새하얗게 질렸다.
우렁찬 목청은 어디로 가고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가 더듬거렸다.
“제발… 제발… 살… 살려 주세요.”
내가 만족하질 못했으니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한태수 정도라면 이 공장 하나 밀어 버리는 것쯤이야 충분히 가능할 테니.
아마 지금 이 광경을 눈앞에서 봤으면 당장 저자를 죽여 버렸을 지도 모른다.
다른 백작들이라 할지라도, 별로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넘볼 수 없을 굳건한 지위를 가진다는 게, 얼마나 무수한 피를 보면서 만들어 낸 것인지.
애새끼가 아닌 이상 모두가 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시비 붙었다고 한 놈씩 다 죽여 버리면, 살아남을 인간이 있기는 한가.
나는 한시혁을 향해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법대로 처리해.”
“생명수 몇 통 박살 냈나?”
“세 통인가… 네 통인가.”
“후우… 배상은 내가 하도록 하겠다.”
한시혁이 품에서 금화 네 닢을 꺼내었다.
사고는 귀족 아들이 쳤는데, 배상을 수사관이 한다.
그 상황이 이해 가지 않았는지 케이르는 겁에 질린 와중에도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헌데… 왜 배상을 수사관님이…?”
“형제가 사고를 쳤으니 별수 있나. 갚아야지. 다 큰 걸 갖다 버릴 수도 없고.”
“형… 형제라고요?”
“헉.”
나탈리와 케이르는 동시에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폭탄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시혁은 금화 네 닢을 케이르에게 건네고는 말을 이었다.
케이르는 덜덜 떨면서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러면 마저 절차를 이어 가도록 하지.”
“예?”
“부정고용에 횡령, 임금체불. 위 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하나?”
하나의 사건을 해결했기에 다음 사건으로 넘어간다.
이 건을 꺼낼 줄은 몰랐는지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던 케이르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 그것이….”
“지난 3년간 부정고용 23건, 횡령액 천 골드. 돈은 수없이 떼먹었고, 피해자도 한둘이 아닌 것 같군. 아르델 제국 신설 법에 따라 벌금은 횡령액의 세 배로 나온다.”
“세, 세 배요?”
“부정고용 건은 징역이다. 그리고, 다음 달 내로 삼천 골드를 준비하지 않으면 공장을 몰수한다.”
“잠… 잠깐만요!”
천 골드면 한화 5억 정도 되니까 드럽게 많이 해먹은 건 맞는데.
벌금 15억이면 진짜 작정하고 때린 듯했다.
한시혁은 케이르의 손에 쥔 금화 네 닢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그게 네 전 재산이 될 수도 있으니, 잘 간수해라.”
“수… 수사관님! 수사관님!”
업무는 끝났다.
한시혁은 어서 자리를 뜨라는 듯 눈짓을 주었다.
벌금 삼천 골드에 부정고용 건까지. 독점권을 빼앗으려는 제국의 경고이긴 해도, 그 타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걸 굳이 동정해 줄 필요는 없다.
무리하게 욕심을 부려 불법에 손을 대지만 않았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니까.
“수사관님!!”
수사관은 제국이 시키는 대로 처리하고, 그 죗값은 지은 이가 감당한다.
“나가자.”
나탈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벌금에 놀란 모양인지 넋을 놓고 있었고, 나는 그런 나탈리를 붙잡고 발걸음을 뗐다.
그렇게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은 사무실 밖을 나서려던 순간.
“아.”
잊고 있던 게 하나 생각이 났다.
“아저씨.”
“네… 네?”
나는 발걸음을 돌려 망연자실한 케이르 앞에 섰다.
나와 한시혁의 연이은 공격으로 이미 너덜너덜해진 케이르의 정신줄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방금은 죽을 뻔했고, 지금은 전 재산을 털릴 위기에 처해 있다.
털릴 위기에 처한 거지 아직 털린 것은 아니다.
“1실버.”
“네?”
나는 당당히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1실버 달라고요.”
일당은 받아야지.
* * *
“그 와중에도 그걸… 챙겨야 했나.”
한시혁은 은화를 굴리고 있는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생수통 굴려 본 거 아니면 조용히 하지. 허리 작살나는 줄 알았으니까.”
“허?”
“책상 앞에서 펜이나 돌리니까 모르는 거야.”
으윽.
뒤늦은 근육통이 몰려왔다.
“나도 몰랐지.”
제길.
이렇게 개고생일 줄 알았으면 처들어가지 않는 건데.
결국 깡그리 보내 버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내 뼈마디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오늘 이럴 정도면 내일은 죽어 나갈 거 같은데.
아.
살려 줘.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와중에도 한시혁의 잔소리는 이어졌다.
“머리를 굴린다는 놈이 사람을 패?”
“나는 확실히 머리도 잘 쓰고, 사람도 잘 패지.”
“….”
“융합형 인재인가 보네.”
한시혁은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전 같았으면 한 번 더 받아쳤겠으나, 이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더 이상 나를 이겨 먹을 수 없음을 깨달은 듯 입을 닫는 한시혁이다.
“감사하게 생각해. 덕분에 일이 잘 풀린 것도 맞잖아?”
한시혁은 이번 수사를 위해 몇 개월에 거쳐 자료를 수집했다.
부정고용 의심 건과 횡령 건. 두 가지가 주요 처벌 사항이었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해도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당연하지만 마법 수사관이 무력을 사용해서 공장을 진압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 구슬려서든 좋게 해결해 보려고 한시혁을 붙들고 매달렸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피의 백작을 입에 올린 건, 한시혁의 계산이 무던히 담겨 있었다.
죽음의 공포에 정신 못 차리는 와중에 수사 절차를 밟아 쐐기를 꽂는다.
아니라고 발악할 틈도 없이 범죄 혐의를 다 인정하지 않았는가.
덕분에 편하게 갔다.
한시혁은 불편한 듯 눈썹을 들썩였다.
하지만, 이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
“맞지?”
“하여간 저거는….”
마법부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허구한 날 빠꾸 먹을 논문만 쓰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수사관 같기도 하다.
나는 한시혁의 옆에 잔뜩 쌓여 있는 서류철을 훑다가 가장 두툼한 서류를 발견하곤 물었다.
카타블람 미제 사건.
“저건 뭐야?”
한시혁이 당황한 얼굴로 서류철을 집어넣었다.
“너는 몰라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