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7)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47화(147/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47화
결사단의 전원이 모였다.
너무도 당연한 진리지만, 애들이 모이면 시끄럽다.
우당탕탕.
나는 일상처럼 들려오는 소음을 무시하고 나탈리의 작업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다른 쪽은 이미 개판이었다.
“깨뜨리면 안 된다?”
“야, 그거 존나 비싼 거야.”
“아델라! 아델라! 이거 뭔지 알아?”
“왜 나를 불러. 나탈리를 불러야 할 거 아니야.”
“나탈리! 나탈리!”
“…다들 정신 사나워.”
솔리아는 가만히 서서 혀를 찼다.
나 역시 솔리아의 말에 동감했다.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온다.
“야.”
내 말은 시모어의 호들갑에 묻혀 버렸다.
“큐브는 근데 어디 있어? 우리가 만들 수 있어? 어떻게 만드는 건데?”
“야, 이 시키들아.”
“그러니까 큐브가 여기서 만들어진 거야? 와, 진짜 대박….”
“시모어어어!”
“…!”
나불대던 시모어가 내 한마디에 입을 닥쳤다.
“광고하냐? 아예 우렁차게 떠들고 다니질 그래. 여기서 큐브 가지고 놀 거라고?”
“그… 그게….”
은근히 신나 있었던 윤하을과 아델라도 두 눈을 굴리며 내 눈치를 봤다.
“제발, 조용히 하자.”
이제야 좀 정리가 됐다.
나는 나탈리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해.”
“네!”
이곳은 꽤 여러 명이 와도 공간이 넉넉할 만큼 널찍한 작업실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이런 시설이 몇십 개가 있다는 점이었다.
나탈리는 웃으며 거대한 사업장을 소개했다.
“여기가 중앙 작업실이에요. 아버지한테 지하를 통째로 빌렸으니까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하셨어요.”
최대한 비밀스러운 장소를 달라 부탁했고, 지하 작업장의 위치는 나탈리의 가족 외에는 모른다고 했다.
여긴 유출되면 안 되는 귀한 아티팩트의 주문제작을 담당하는 곳이라는 나탈리의 설명도 더해졌다.
덕분에 어느 정도의 방음 시설도 갖추어져 있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네.”
“그럼요.”
내 말에 나탈리는 싱긋 웃었다.
윤하을은 탁자 위의 시계가 신기한지 연신 감탄하며 내려다보았다.
“영원히 돌아가는 시계인가 봐.”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읽었어. 와, 이건 또 뭐야?”
“사운드 텔레포트 초기 구상품이요.”
“그것도 여기서 만든 거였어?”
“미친. 부자네….”
여기서 아티팩트를 어느 정도 볼 줄 아는 건 윤하을과 나뿐이다.
우리 둘은 독성 저항 아티팩트를 개발해 본 적이 있었고, 그때 머리 빠져라 공부했던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됐다.
이곳은 시중에 공개된 희귀 아티팩트들뿐만 아니라,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값진 아티팩트들이 많았다. 그 형태도 효용도 천차만별이었다.
“이거는?”
나탈리는 윤하을이 가리키는 목걸이를 보고는 설명했다.
“마력이 저장되어 있는 목걸이에요.”
나탈리의 말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력을 충전하고 필요할 때 끌어쓰는 목걸이는 결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은 더 충격적이었다.
“외부의 마력을 끌어올 수도 있어요.”
“뭐? 외부의 마력을?”
큐브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는 걸 눈치챈 건 이한도 마찬가지였다.
이한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위험한 물건인데.”
“실제로 큐브의 초기 구상품이에요. 마력을 끌어올 수 있는 정도가 미약해서 폐기되었어요.”
“그래도 원리는 비슷할 거 아니야?”
“네, 그렇죠.”
“완전히 폐기시켜 버려. 어째 싸하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나탈리에게 말을 뱉었고, 나탈리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래 봤자 결정권은 제 아버지에게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이곳은 아티팩트를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곳이다.
아르델 아카데미 내부만큼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오늘 아티팩트를 만들 거라면 결사단 전원을 데려올 필요가 없었다.
오늘, 나는 계획을 말하러 왔다.
“아티팩트를 변형하자고?”
“그러니까… 네 말은 우리가 큐브에 손을 대자는 소리야?”
“그렇지.”
“신선한 접근 방식이긴 하네.”
큐브가 인간이 만든 아티팩트의 일종이라는 개념은 이미 모두들 전해 들었다.
그렇기에 그 아티팩트를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 내 제안이었다.
“마력을 무한정으로 추출할 수 없도록 제약을 거는 거지. 큐브를 뺏겨도 덜 위험하도록.”
큐브 다섯 개가 모두 그들의 손에 들어가면 감당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원작에서는 그 마력량만으로 대륙 하나를 날릴 수 있을 거라 했다.
아르델 제국은 물론이고 인류의 절반 이상이 세상에서 삭제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단 큐브의 힘을 약화시키자.”
큐브를 만들어 낸 사람이 가까이 있다.
그 말인즉슨, 이 아티팩트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우리는 분명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소리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큐브가 총 세 개야.”
공허의 큐브, 일월의 큐브, 감각의 큐브.
하나하나 상당한 능력을 지닌 큐브들이지만, 현재로서 가장 위험한 건 각 큐브가 지난 막대한 마력량이다.
그것만 조절할 수 있어도 큐브를 뺏길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진다.
“최소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어느 정도 무력화시킬 수 있겠지.”
그러면 적어도 대륙이 날아가는 미친 일은 피할 수 있다.
가능만 하다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식이다.
“근데, 궁금한 게 있어.”
“뭐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시모어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네 말대로 큐브가 그렇게 위험한 물건이라면, 굳이 약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나?”
“뭐?”
“뺏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만들면 되잖아?”
시모어는 아예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
뺏기기 싫으니 뺏는다.
어찌 보면 시모어다운 방식이라 할 수 있었다.
윤하을은 시모어의 말을 천천히 곱씹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우리가 강해지면 그쪽에서 건드릴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
“큐브를 아예 강화시켜서 흑마법사들을 쓸어 버린다는 거지?”
“내 생각은 그래.”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이 눈앞에 떨어졌을 때.
누군가는 그걸 이용하고, 누군가는 그걸 폐기하려 한다.
나는 후자를 택하고자 했다.
이유는 하나다.
“그것이 영원히 우리의 것이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지금의 무기가 훗날 내 숨통을 조일 수 있다.
큐브를 이용하려 한 자들의 말로를 알기에 할 수 있는 확신이었다.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는다.
“이해했어.”
시모어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웅얼거리던 윤하을은 멈칫하며 싱긋 웃었다.
자점을 치고 있던 모양이었다.
“내가 봤는데 파멸이었어.”
“역시 예언은 무서워.”
아델라는 혀를 내두르며 나를 돌아보았다.
대략적인 계획은 여기까지지만, 이곳에 남아야 할 사람이 몇몇 있다.
“윤하을, 나탈리.”
“응?”
“둘이 큐브를 맡아 줘.”
큐브의 초기 제작도를 가지고 있는 나탈리와 제작의 천재 윤하을에게 큐브의 변형을 맡긴다.
“아델라.”
“어어.”
“너는 나랑 통신기를 만들어 보자.”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은 더럽게 불편해서 급할 땐 쓸 수가 없다.
유사시에 필요한 비상연락 아이템 같은 것을 만들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납치당하고 끌려가는 와중에 비둘기 날려놓고 기다릴 수는 없잖아?
나는 나탈리에게 물었다.
“나탈리, 사운드 텔레포트 초기 구상품 좀 볼 수 있을까?”
“네에! 제작 지도도 있어요!”
“고마워.”
마지막으로, 시모어와 이한에게는 해독 아티팩트의 완성을 부탁한다.
그때 만들어 두었던 목걸이를 이한에게 건넸다.
“자, 다들 각자 할 일 합시다!”
더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개강 첫날.
내가 우선적으로 신청한 강의는 [마법제조학의 심층적 분석]이었다.
제조 계열의 마법사들이 주로 듣는 강의긴 했으나, 지금 시점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수업이었다.
일전에 만들어 둔 어설픈 아티팩트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거기에 더해 큐브가 일종의 아티팩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더욱 그 원리를 파헤쳐야 했다. 마법제조학은 그런 의미에서 분명 도움이 될 터였다.
“근데 교수가 누구야?”
윤하을과 아델라, 원.
익숙한 조합끼리 나란히 수업을 신청했다.
원은 내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임 교수라던데.”
새로 온 교수라 수강신청 당시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신임 교수라 했으니까 그린트 교수님은 아니잖아. 나는 그거면 됐어.”
아델라는 만족한다는 듯이 말했다.
확실히 개강 직전까지 교수가 바뀐다는 말은 없었으니 그린트 교수가 들어 올 일은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아델라와 생각이 같다.
“그린트 교수만 아니면 됐지.”
그 교수 볼 때마다 뭔가 꺼림칙해!
사람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그러니까.
나를 대학원에 끌고 가고 싶어 하는 듯한 그 묘한 눈빛.
그 눈빛이 너무 사악하게 느껴진달까.
몇 번 더 눈에 띄면 진짜로 끌려갈 것 같아서 피하고 싶다.
물론, 신학과의 윤하을은 그린트 교수의 존재를 몰랐다.
“그게 누군데?”
“엄청… 까다롭고… 과제에… 시험에… 자기 수업 하나만 듣는 줄 아는 교수 있어.”
“개강 시험의 피해자가 여기 있다고.”
“개강 시험? 그딴 게 있어?”
비행술 개강 시험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윤하을은 원과 내 증언에 인상을 찌푸렸다.
“신학과에는 그런 교수 없지?”
“응. 간섭은 덜 하시지.”
시프림 교수만 봐도 대강 학과 분위기가 짐작이 간다.
그 교수, 아직도 복도에서 나 마주치면 점성술 할 생각 없냐고 묻던데.
원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까닥였다.
“어쨌든 누가 오든 그린트 교수님보다는 나을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거야.”
“원래 신임 교수들이 열정은 넘쳐도 학생들은 잘 이해해 줘.”
“능력 있는 교수님이라는 소리는 들었어. 마법부에서 왔대.”
정보통 원도 알고 있는 건 그 정도 선이다.
누가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어느덧 수업 시간을 경과한 시계를 돌아보며 [마법제조학] 전공교재를 꺼냈을 때였다.
드르륵.
복도에서부터 들려온 구둣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문을 열어젖혔다.
신임 교수의 등장.
개강 첫날답게 꼿꼿이 허리를 편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며 큰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나 역시 웃으며 고개를 숙이려던 순간.
입가에 걸린 미소가 사그라졌다.
“미친.”
그린트 교수 못지않은 빳빳한 양복에 교양 있는 걸음걸이.
비록 파문당했으나 누가 봐도 귀족의 것인 듯한 예법이 절로 묻어 있는 익숙한 얼굴.
“한… 한시혁?”
저 인간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건데?
왜….
아니, 그니까 왜.
“수사관님이야?”
아델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선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진짜로 수사관님인데? 정말로?”
아니까, 그만 찔러봐.
정신 나갈 것 같애.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마법제조학 강의를 맡게 된 신임 교수 한시혁이라고 합니다.”
한시혁이 천천히 강의실을 돌아보다가 이내 이쪽을 바라본다.
눈이 마주쳤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는군요.”
한시혁이 서늘하게 웃는다.
단언컨대, 내가 본 그 어떤 악당보다도 더 악당 같은 미소였다.
시발.
형은 놀려먹을 수 있지만, 교수는 놀려먹을 수 없다.
형은 들이받을 수 있지만, 교수는 들이받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상황은.
“최악이야.”
“야, 너어… 죽었다, 이제.”
아델라는 흙빛이 된 내 얼굴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