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8)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48화(148/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48화
제아무리 한시혁이 나를 물 멕이는 걸 좋아한다 할지라도, 감정을 앞세워 수업을 그르칠 사람은 아니다.
고개를 돌린 한시혁은 곧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아티팩트 제작법에 관한 것이었다.
“아티팩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아티팩트 제작의 근간이 되는 건 마력이지.”
한시혁은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보고선 말을 이었다.
“신체 내 마력 회로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지 모르겠는데. 아마 2학년을 거쳐 왔으니 몬스터 해부학은 들은 학생들이 있겠군.”
“네, 그렇습니다.”
“초기의 마력 회로는 신체 내 마력 회로를 모방한 것이다. 아티팩트 내에는 마력 회로가 흐르지. 어떤 방식으로 회로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다.”
조용해진 학생들이 필기를 시작했다.
“너희가 쓰는 지팡이 하나에도 복잡한 회로가 내재되어 있지. 지팡이의 고유 회로와 개개인의 마력이 반응하여 마법이 캐스팅된다. 그렇기에 같은 마법을 캐스팅할지언정,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마력이 분출될 수 있는 것이지.”
신학과 강의에 들어갔어야 했을 양반이 왜 여기 있나 했는데, 생각보다 그의 수업은 깊이가 있었다.
아티팩트 발표회에서 심사를 맡았던 것은 괜한 경력이 아니었나.
“아티팩트 제작은 이 원리를 염두에 두면 된다. 첫 장으로 넘겨라.”
팔랑.
[마법제조학] 교재 첫 페이지를 넘기자 익숙한 그림이 있었다.바로 최근 아르델 제국을 가장 핫하게 달구었던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었다.
한시혁은 전화 부스처럼 생긴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의 구조를 칠판 위에 그렸고, 명칭을 써내려간 뒤 하나씩 설명했다.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은 마력 전파를 이용한 유선 통신기다. 음성을 마력 신호로 변환하고, 다시 마력 신호를 음성으로 변환하여 재생하는 원리로 운용되지.”
기적의 마아력 법칙은 여기서도 통용되는 얘기였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마력으로 퉁치고 넘어가는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봤을 때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의 원리는 내가 알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에 내제되어 있는 탄소 가루가 통신의 저항을 조절하고 마력 전파를 진동시키면 그 진동을 받은 사운드 판이 떨리게 된다. 그러면 마력 신호는 그 진동을 전달하여 소형 통신기를 통해 재생하는 것이다.”
아델라는 두 눈을 반짝이며 한시혁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필기에 몰두했고.
나 역시 그 원리를 곱씹으며 고민했다.
통신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스템은 송수신을 동시에 할 수 없는 형태다.
광장에서 길을 잃었을 때 아델라를 불렀던 것처럼, 전화 부스까지 가야지만 소통이 가능한 다소 불편한 방식.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고민해 봐야 한다.
통신기의 기본 원리를 되새기며 중요한 사항을 필기하는데….
“우음….”
윤하을은 자고 있었다.
꾸벅. 꾸벅.
한시혁의 목소리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저 살벌한 딕션은 자장가와는 거리가 멀지 않나.
자꾸 책상에 머리를 박으려 하길래 손으로 막았다.
“…응?”
윤하을은 찬 감촉에 놀랐는지 두 눈을 끔뻑였지만, 그것도 잠시.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다시 머리를 박는다.
아니.
내 팔을 베고 자기 시작한다.
“야… 야!”
“우으응.”
이런 미친.
누가 수업 시간에 정신도 못 차리게 딥슬립을 해!
“수업 언제 끝나아….”
한시혁이 들었으면 뒷목 잡았을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 윤하을은 푹신하다는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결국 팔을 내주고 말았다.
“자, 일단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마친 한시혁이 다시 이쪽을 돌아본다.
“….”
퍼질러 자는 윤하을과 팔을 뺏긴 나를 번갈아 확인하고선 인상을 찌푸린다.
한마디 하고 싶은 기색이었으나, 방금 눈으로 대신했다.
한시혁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너희가 가장 궁금해할 평가 방식에 대해 말하지.”
“넵, 교수님!”
“평가 항목은 하나로만 이루어진다.”
마법제조학 수업은 원래 목적에 따라 아티팩트 제작이 주 평가 항목이다.
하나의 아티팩트를 한 학기에 거쳐서 자유롭게 발명하는 것.
한시혁은 평가 방식을 칠판 위에 서술했다.
“조를 이뤄도 좋고, 혼자 해도 상관없다. 시간은 얼마가 걸리든, 6개월 안에만 마무리하면 상관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른 수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널널한 스케줄.
하지만, 그리 호락호락할 리는 없었다.
“단, 지금부터 10분 안에 스케치한 작품만 인정한다.”
“…?”
“네?”
“구상을 바꿀 기회는 주지 않는다.”
한시혁은 시계를 돌아보고선 재차 말했다.
“10분이다. 끝나면 한 명씩 나와라.”
* * *
10분 안에 아이디어 스케치를 마친 다음에, 앞에 나와서 평가받아야 한다.
그야말로 미친 타임 리미트에 학생들은 넋이 나갔다.
6개월을 거쳐 제작해야 할 아티팩트를 단 10분의 아이디어로 결정해야 한다.
함께 할 조원을 짜는 것부터 난관이다.
혼자 하는 학생들이 속속들이 나왔지만, 우리 쪽은 조원이 이미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거 익숙한 조합인데?”
윤하을과 아델라, 그리고 나까지.
아티팩트 발표회 때 함께한 인원들이다.
“통신기로 갈 거야.”
“알았어.”
어차피 만들고자 했던 아티팩트니, 아이디어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새 잠이 깬 윤하을은 넓은 종이 위로 과감하게 선을 그었다.
“구상한 이미지 있어?”
“일단 한 손에 들어올 만한 사이즈로.”
“그 안에 마력 회로가 다 들어갈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해 볼게.”
윤하을은 수업보다는 독학에 강한 타입이다.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에 대한 구상도도 이미 나탈리의 작업실에서 다 익힌 모양이었다.
스윽. 슥.
윤하을은 망설임 없이 내 지시를 스케치로 구현했다.
“전면 전체를 화면으로 쓸 거야.”
“화면?”
“전체 화면에 수신자가 떠야 하고, 가능하다면 통신 기능 외에 활자를 전송할 수 있는 기능도 들어가는 게 좋으니까.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잖아.”
“활자를… 전송해?”
“편지처럼.”
문제는 윤하을이 받아들이기엔 다소 앞서 나간 지시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윤하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금세 스케치를 이어 나갔다.
“후면에는 카메라 달아줘.”
“카메라? 그게 뭔데?”
“미안하다. 그건 빼자.”
물론 나도 몇몇 개는 포기했다.
“와이파이는 안 되겠지?”
“…?”
“인터넷 서핑이 될 리… 가 없지.”
“자꾸 이상한 거 요구하면 종이 찢고 도망갈 거야.”
“어, 미안.”
네트워크 하나만 구축해도 떼돈 벌 수 있단 말이야!
조금이라도 뭔가 더 추가해 보려는데, 한시혁이 교탁에서 말을 뱉었다.
“2분 남았다.”
스윽 슥.
윤하을의 스케치가 빨라진다.
잠시 뒤 한시혁의 딱딱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1분 남았다.”
허둥지둥대며 아무거나 써내는 다른 학생들.
윤하을은 그쪽을 돌아보며 여유롭게 펜을 내려놓았다.
“제출해라.”
일단 스케치는 끝났다.
* * *
한시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학생들이 제출한 스케치를 살폈다.
여기저기서 긴장한 기색의 학생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즉석에서 이어지는 교수의 첨삭.
“음.”
그린트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한시혁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형편없군.”
방금 본 건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기존에 있는 지팡이를 개량하여 경량화해 보겠다는 아이디어 스케치였는데.
“경량화하겠다면서 마력 회로를 늘리나? 부피가 커졌는데 무게가 가벼워지면 그게 경량화 지팡이인가?”
“…그… 그것이.”
“아예 커다란 풍선을 만들지그래.”
홱.
한시혁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스케치를 던졌다.
“와… 완전 그린트 교수님이야….”
“우리도 까일 것 같지 않냐?”
“무서워….”
뒤편에 선 학생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아니었으나, 한시혁은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그사이에 이미 다음 스케치를 눈으로 채점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법부에서는 아티팩트 심사도 주관했다.
아티팩트가 상용화되어도 괜찮은지, 안전성과 효율성을 평가하는 심사였다.
예언가인 한시혁은 아티팩트에 내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고, 사운드 텔레포트 시스템 역시 그의 심사를 거쳤던 작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성이 보이는 스케치가 없었다.
스윽 훑기만 해도 각이 나오는데, 이것들은 다 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했다.
“개판이군.”
홱.
다음 스케치로 넘기던 한시혁은 익숙한 이름을 보고는 멈칫했다.
한시하, 아델라, 윤하을.
하나는 제 동생이고, 하나는 제 사무보조이며 나머지 하나는 제 뒤를 이을 예언계의 유망주다.
한시혁은 멀찍이 앉아 있는 한시하를 향해 손을 까닥였다.
“한시하. 나와 봐라.”
모두가 아는 사이라고 해서 호평을 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 어떤 스케치보다 냉철하게 평가할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수준은 되겠다만, 그래 봤자 내 눈에 찰 리가 없지.’
“부르셨나요?”
한시혁은 눈앞에서 생글거리는 한시하를 향해 싸늘하게 말을 뱉었다.
다른 학생들에겐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였다.
“신성한 수업 시간에 연애질하면 죽는다.”
“…!”
“스케치가 개판이어도, 넌 죽는다.”
“치사해라.”
윤하을과 나란히 앉아선 좋아 죽는 걸 다 봤다.
한시혁은 상당히 심기가 불편했기에 신경질적으로 스케치를 넘겼다.
“음.”
10분의 시간제한에도 불구하고 제법 정돈된 스케치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스케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지난 해독 아티팩트 건이 떠오른 한시혁은 말을 덧붙였다.
“위험한 건 만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만일 지난번 같은 아티팩트를 또 들이밀었다간 이 자리에서 바로 스케치를 찢어 버릴 참이었다.
한시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시혁의 말에 답했다.
“안 위험할 걸.”
“….”
“-요. 교수님.”
한시혁은 그제야 만족한 얼굴로 스케치를 확인했다.
“이게 뭐지?”
스케치 상단에는 아티팩트의 명칭이 적혀 있었다.
한시혁은 복잡해 보이는 아티팩트의 명칭을 천천히 입안에서 굴렸다.
Sound Mana Trans Telephone.
“사운드 마나 트랜스 텔레폰이라….”
음성 마나 변환 통신기.
약칭.
“…사마트폰?”
난생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