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5화(15/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5화
그린트 교수는 먼발치에서 홀로그램 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델라의 실기 시험이 그랬듯, 안에서의 전투 장면은 강의실 내의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C큐브에서 튀어나온 몬스터의 정체가 처음 밝혀졌을 때, 강의실 내부는 크게 술렁였다.
“어덥테온이 여기서 나온다고…?”
“교수님, 이건 난이도가 너무….”
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고많은 몬스터 중에 C큐브를 선택하다니.
그린트 교수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크게 상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상위의 몬스터의 경우에는 버티는 시간으로 평가 기준을 조정할 테니.”
“그… 그렇지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린트 교수도 알고 있었다.
다른 상위 몬스터면 모를까.
3클래스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도 1대 1로 붙었을 때에는 상당히 고전할 수밖에 없는 몬스터가 바로 어덥테온이다.
농축된 흑마법을 사용하여 테이머의 테이밍을 교란시키고 저주까지 걸어 버리는 어마어마한 능력.
필드에서 만나면 저만큼 까다로운 몬스터가 없는데다가, 덩치도 상당해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것도 위험했다.
가상 전투이기에 망정이지, 실제라면 1분도 못 버티고 죽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이번 평가에서도 저 몬스터는 빼려고 했는데, 말이 전달되지 않은 건지 저렇게 C큐브 속에 버젓이 들어가 있었다.
망할, 시스템 관리자들 일 처리가 늘 그렇다.
“힘들겠는데.”
1분조차 못 버티면 아무리 상대가 어덥테온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그린트 교수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아악!’
화면 속에서는 발을 크게 구르며 어덥테온의 주위를 맴도는 한시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 어덥테온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며 가시를 세우기 시작했다.
“저건….”
저주를 걸기 위한 신호.
한시하가 앞으로 튀어 나가던 순간, 무자비한 중력과 함께 그의 몸이 멈춰 서고 말았다.
저거야 일시적인 증상이고, 문제는 그 뒤의 저주인데.
테이머와 몬스터와의 교류를 완전히 끊어 버림으로써 이 게임을 끝낼 어덥테온의 히든 키가 남아 있었다.
‘바실러스, 우측으로 공격해.’
‘꾸우…!’
응?
분명 저주는 먹혀 들어갔을 텐데?
어덥테온이 몸을 꿈틀거리며 다시 가시를 몸 안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그린트 교수는 두 눈을 끔뻑이며 홀로그램 앞으로 다가섰다.
“뭐야? 생각보다 오래 버티는데?”
학생들이 이상함을 느꼈는지 수군대기 시작했다.
족히 3분이 넘은 시간. 1분 만에 튕겨져 나올 줄 알았던 한시하는 차분하게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파앗-.
애로우. 마력 화살 형태의 공격이 어덥테온의 눈에 꽂혔다.
마력을 조절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방금의 공격은 비록 약했으나 정확했다.
‘크아아악!’
어덥테온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왼쪽 눈에 가해진 타격에 고통스러워하는 움직임.
한시하는 그걸 이용하며 빠르게 몸을 틀었다.
두 번째 공격.
한시하의 화살이 다시 한번 왼쪽 눈을 파고들었다.
“눈만 노리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덥테온의 약점은 눈이다. 코어와 연결되어 있는 신경이 눈을 지나기 때문. 가장 취약한 부위이자, 저주를 일으키는 마력의 흐름을 끊어 낼 수 있는 부위였다.
그걸 고작 2학년생이 알 리가 없다. 대다수의 저학년은 경험조차 해 본 적 없는 몬스터일 테니까.
그런데 마치 그걸 아는 것처럼 한시하는 집요하게 어덥테온의 눈을 노렸다.
가볍게 몸을 틀어 어덥테온의 공격을 피해 낸 한시하는 전략적으로 바실러스를 조종했다.
‘오른편으로 가. 눈을 노려, 한 번에.’
타다닥.
바실이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한시하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정확한 동선.
어떻게 어덥테온의 저주를 받았는데도 바실이 착실하게 말을 듣는 건지.
아예 저주가 통하지도 않은 듯, 한시하는 완벽하게 녀석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심지어 정확한 공략법으로.
“알 리가 없을 텐데….”
나오는 몬스터는 랜덤.
한시하가 어덥테온의 공략법을 알았다고 한다면 놀라울 것이고, 몰랐다고 한다면 더 놀라울 터였다.
짧은 찰나에 경악스러울 정도로 정확한 대처 능력과 판단력을 보여 주고 있으니.
그린트 교수는 전투 장면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화면을 응시했다.
‘잘했어!’
순식간의 바실러스의 브레스를 활용하여 어덥테온의 시야를 차단한 한시하.
분명 테이밍에는 소질이 없었다고 들었는데….
눈앞의 장면은 같은 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예리하고 섬세했다.
이어진 공격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드래곤도 아닌 해츨링.
그 어마어마한 신체적 차이를 이기고, 바실러스는 흐트러짐 없이 어덥테온의 입을 향해 화염 구체를 쏘았다.
‘끄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어덥테온이 두 팔을 허공에 허우적대자, 날카로운 바실러스의 발톱이 정확히 녀석의 오른 눈에 박혔다.
“맙소사.”
이대로라면 정말 잡을지도….
고작 해츨링의 스킬로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닐 텐데도.
바실러스의 화염 소용돌이는 정확히 어덥테온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회심의 일격.
바실러스의 발톱이 녀석의 목을 찌르며 파고들었다.
“어… 어?”
울퉁불퉁한 가시를 드러내며 발악하던 어덥테온이 괴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발악조차도 무의미하게.
쾅.
커다란 덩치는 반항조차 못하고 옆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말도 안 돼.”
“내가 뭘 본 거지…?”
“어덥테온을 잡는다고?”
웅성웅성.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
얼핏 봐서는 간신히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 상대가 어덥테온이다.
모두가 혼란에 빠져 버린 순간.
위이잉.
“…잡긴 잡은 거죠?”
한시하가 땀을 뻘뻘 흘리며 홀로그램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 사람들을 단체로 혼을 빼놓고는 정작 본인은 모르는지 한없이 태연해 보이는 기색이었다.
그린트 교수는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걸 눈치채지 못한 한시하는 작게 중얼거렸다.
일단 잡긴 잡았으니 반은 갔다는 뿌듯한 미소와 함께.
“아, 다행이다. 낙제는 면한 거 같네.”
“….”
“후, 개처럼 짖을 뻔.”
제 딴에는 중얼거린 모양이지만, 그린트 교수의 귀에는 잘 들렸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낙… 낙제를 면한 게 아니라.
그린트 교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명단에 한시하의 점수 등급을 체크했다.
“한시하 학생, 12분 36초. S… 등급입니다.”
강의실 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 *
“그게 정말입니까?”
한시하의 기초 테이밍학 실습 시험 건은 곧바로 교수실에 널리널리 퍼졌다.
그린트 교수의 반대편에 앉은 에른스트 교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쏟아 냈다.
“애당초 그건 2학년생더러 잡으라고 둔 몬스터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5분도 못 버텼을 겁니다, 아니, 3분도 버티기 힘듭니다.”
짙은 남색 머리에 동안인 얼굴.
에른스트 교수는 기초 테이밍학 수업의 담당 교수기도 했다.
그만큼 수많은 학생들의 케이스를 직접 봐 왔고, 이번 일이 얼마나 경악스런 일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원래라면 10분 이상 버티기만 해도 A등급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그걸 잡아?
2학년생이 무슨 수로.
그린트 교수의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 에른스트 교수는 그린트가 헛소리를 지껄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녹화된 영상이 있다는 말에 이토록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천재입니다, 천재. 그 학생 이름이 뭐라고 했습니까? 당장이라도 제 수제자로 키워서….”
“자네는 진정 좀 해 보게나.”
수리학의 디버트 그루누이 교수는 한숨을 내쉬며 에른스트 교수를 제지했다.
교수단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디버트 교수는 이 상황을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하려 했다.
상대가 아델라나 2학년의 이한, 솔리아 같은 학생이기만 했어도 이런 반응은 안 나왔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놀라운 일을 해낸 게 한시하라면….
“해츨링이라고 했나, 그 친구가 다루던 몬스터가.”
“네, 레드 드래곤인 거 같더군요.”
“레드 드래곤이 어덥테온과 상성이 맞지. 운이 잘 맞아 떨어진 거야. 녀석이 가지고 있는 몬스터가 제법인가 보군.”
몬스터빨로 치부해 버리는 디버트 교수의 한마디.
에른스트 교수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저 망할 영감탱이가 뭘 안다고.’
기껏해야 자연학과에서 두툼한 책이나 파고 있을 인간이었다.
어덥테온도 상성이니 뭐니, 수리학의 관점으로 고리타분하게 보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러니, 저런 헛소리가 술술 나오지.
“우선 녹화된 영상부터 보시죠. 보면 알 것 아닙니까. 천재의 등장인지, 얻어걸린 저학년생인지.”
“에른스트 교수. 잠깐만 기다리지.”
“자네는 인재만 보면 지나치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어.”
교수들의 열띤 토론.
그 모든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어니스트 학장은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린트 교수가 들고 온 놀라운 소식.
어덥테온을 12분 만에 해치워 버린 수상한 해츨링과 테이머 한시하.
그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본 결과, 불쑥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한시하 그 친구, 보통은 아닌 거 같군요.”
“네?”
“학장님까지 왜 이러십니까. 낙제 위기였던 학생을. 제가 직접 지도했습니다, 그 친구.”
“아니, 그런 거 있잖아요. 갑자기 2학년 되어서 적성 찾은 애들. 뭐, 그런 류 아니었을까요?”
“아이, 참. 그 적성이 테이밍은 진짜 아니었다니까요? 그 음침한 애가, 손만 뻗어도 몬스터가 줄줄이 달아났는데.”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니스트 학장은 수염을 매만지며 묵직한 말을 꺼냈다.
“던전에서 살아 돌아온 녀석입니다.”
아델라가 살려 준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다른 교수들도 그렇게 생각할 테고.
그때는 자신 역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지만….
이번 실습 시험을 통해 확신하고 말았다.
분명 봤다.
“….”
슬라임들을 너덜너덜하게 파괴해 둔 그 마법은, 불 속성의 마법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건, 정확히 바실러스의 공격 양상과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