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151화(15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151화
황제의 알현실.
보는 눈이 많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리니아 황제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은 채 한시하를 내려다보았다.
사고는 이쪽이 쳤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린 건, 오히려 한시혁이었다.
“폐… 폐하… 그것이….”
한시혁은 둘이 주고받은 말들의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허나, 이 싸늘한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분명 사고를 쳤어도 대형 사고를 쳤을 터.
한시혁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리니아 황제는 손을 휘이 저으며 말을 뱉었다.
“됐어.”
“예?”
“팔을 자를지, 다리를 자를지, 머리를 자를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조언 좀 해 줄래?”
“폐… 폐하…!”
한시혁은 곧 쓰러질 사람처럼 파르르 떨었다.
리니아 황제는 재밌다는 듯 웃으며 한시하를 응시했다.
“하…. 전생은 과로사, 이번 생은 참수형. 전적 존나 화려하네.”
한시하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으나, 황제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진 않았다.
그저 한없이 담담해 보일 뿐이다.
당돌한 눈빛으로 뱉어 내던 말들, 두려운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는 자세.
리니아 황제는 호기심이 일었다.
오랜 세월 숱하게 봐 왔던 신하들 중에서도 본 적 없었던 부류의 인간이다.
저 애는 대체 뭐지?
물론 한시하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는 건 몰랐다.
‘시발, 살려 주세요.’
한시하는 공손히 앉은 채로 머리를 재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지? 일단 머리부터 박아? 무릎 꿇고 사죄해?’
슬카데미 원작에서 리니아 황제의 비중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하지만, 나왔던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기에 한시하도 기억하고 있었다.
단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었다.
싸패 황제.
심기 뒤틀리면 누구든 죽여 버리는 미친 인간이다.
그런 인간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려 버렸다.
한시하는 아직까지 붙어 있는 제 목이 신기하다는 듯 손으로 목을 문질렀다.
“미리 닦아 놓는 거냐?”
“…!”
딱 걸렸다.
“그럴 리가요.”
리니아 황제는 황당하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이런 맹랑한 아이는 역시 처음이다.
제 살벌한 농담에도 두 눈을 끔뻑이며 태연하게 대답하는 것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대부분은 이미 덜덜 떨면서 졸도 직전까지 가던데.
마치 저 녀석처럼 말이다.
옆에 서서 벌벌 떨던 한시혁이 용기를 내어 말을 뱉었다.
“폐… 폐하….”
마법부 위원 출신의 수사관. 한태수의 서자.
그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는 리니아 황제가 싸늘한 시선으로 한시혁을 돌아보았다.
“이런 청을 드리는 것 자체가 죄송스러우나….”
“그런데?”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한시하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그렇게나 싫어하던 작자가 저리 떨면서 변호를 해 줄 줄은 몰랐다.
자칫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목이 날아가는 건 저쪽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황제 앞에서, 한시혁 딴에는 목숨을 걸고 용기를 낸 것이다.
“무슨 무례한 짓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번만, 딱 한 번만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폐하.”
“기회를? 저 아이한테?”
“예, 그러니 부디….”
“….”
“곱게… 죽여 주셨으면 합니다.”
한시하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뭐야, 이미 죽는 건 확정이었어?
하나도 도움 안 돼, 저 인간!
“미친 거 아니야, 진짜.”
한시하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마저도 눈치를 살피느라 입모양으로 읊조린 것이지만 말이다.
리니아 황제는 한시혁의 말에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하하… 아니야. 안 죽여. 안 죽여.”
“예?”
“아직은 안 죽이지. 귀엽잖아. 맹랑한 것이.”
그녀는 여전히 빳빳한 자세로 앉아 있는 한시하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곤, 시계를 확인했다.
아까까진 미소를 짓고 있던 입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네가 왜 살아야 하는지, 3분의 시간을 주지.”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말해 봐라, 한태수의 아들.”
* * *
아직은 붙어 있는 내 목을 천천히 손으로 쓸어내렸다.
앞으로 3분 동안은 더 붙어 있을 예정이다.
이걸 좋아해야 해?
시발.
머리를 굴려야 살아서 나간다.
황제 앞에서 인간이 평등하니, 네가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았긴 하니.
같은 미친 소리를 지껄였으니 반역죄로 죽어도 할 말이 없다.
차라리 과로사를 두 번 했으면 했지, 모가지가 날아가고 싶진 않아.
리니아 황제.
한시혁이 곱게 죽여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악명 높은 인간이다.
지금도 저런 미친 소리를 하고 있지 않나.
“역시 곱게 죽이기엔 너무 귀엽지 않나, 한시혁 위원?”
“폐… 폐하…!”
“비명 지르는 걸 조금 더 보고 싶긴 한데. 흐으음.”
미친 새끼.
“2분 남았다.”
[Sub episode: 카타블람 미제사건] [한시혁을 도와 카타블람 미제사건의 진상을 수사해라.]나는 내 머리 위에서 조롱하듯 반짝이는 서브 에피소드 창을 노려보았다.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으면, 미제사건이 서브 에피소드로 뜰게 아니라 [서브 에피소드: 황제의 알현] 이딴 게 떴어야 했던 거 아니냐?
지금 미제사건 수사하기 전에 내가 죽게 생겼는데!
일단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기에 입을 뗐다.
예상외로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가 살아야 할 이유는, 아르델에 꼭 필요한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아르델 제국에 너보다 잘난 인재가 많을 텐데?”
“머리는 제가 더 좋을 겁니다.”
“너보다 머리 좋은 인재도 분명 있….”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2분 남았으니까 말꼬리 그만 잡으시죠.”
“허어…?”
황제는 기가 막히다는 듯 눈을 크게 떴고.
“미… 미친놈이!”
한시혁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벌벌 떨었다.
아, 어쩌라고.
2분 뒤에 뒈지게 생겼는데 눈에 뵈는 게 있겠냐?
할 말은 하고 죽어야 할 거 아니야.
나는 황제를 똑바로 응시한 채 말을 뱉었다.
어차피 지금 베팅할 건 이것밖에 없다.
“폐하와 나눈 대화 몇 마디로, 저는 카타블람 미제 사건의 전말을 알아냈습니다.”
“카타블람 미제 사건을?”
리니아 황제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들썩였다.
“네가?”
‘하등한 이들의 죽음으로 흑마법사를 막을 수 있다면, 당연히 그리하겠지. 제국은.’
아델라가 예전에 했던 말로 추측했고, 황제의 말로 확신했다.
“마을 사람들이 저주받은 게 아닙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죽지 않았어도 되었던 이들을, 폐하의 명령으로 묻은 것이 아닙니까.”
“뭐?”
한시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차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전제. 불가피한 인재가 벌어졌을 거라고만 생각했을 한시혁이다.
저주 받았던 이들을 어쩔 수 없이 묻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리 수사 파일에는 나와 있었다.
나는 이 미제 사건에 다른 화두를 던진다.
틀렸다.
죽지 않았어도 되었던 이들이다.
“폐하의 명령으로 직접, 그 마을을 묻어 버린 것이 아닙니까. 천하고, 하등한 이들을 희생시킨 것이 아닙니까.”
“내가 그런 말을… 네게 했었지.”
리니아 황제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겠구나. 머리는 꽤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네.”
“이게 끝은 아닌데요.”
“으음?”
“묻으라 명령한 건 폐하겠지만, 묻은 건 다른 사람이 했을 거 아닙니까.”
“뭣이라?”
리니아 황제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 쪽을 돌아본다.
나는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델라가 나를 죽여야만 했던 이유.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리니아 황제를 응시했다.
“…저희 아버지가 했습니까?”
* * *
이번에는 리니아 황제 역시 꽤나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시혁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 정적은 한참 후에야 깨졌다.
“…어떻게 알았지?”
“제 눈치입니다.”
“네… 아버지에게 전해 들었…을 리는 없겠구나.”
극비에 해당하는 사항이었을 것이다.
제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시골마을일지라도 하나의 마을을 통째로 묻어 버리는 일이 밖에 알려졌을 리 없으니까.
한시혁이 수사했다고 해도 범인을 잡을 수 있던 사건이 아니었다.
그 배후는 황제다.
황제를 잡아 가둘 수는 없잖아.
한시혁은 충격을 크게 받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고작 5분입니다. 제가 폐하를 만난 시간이.”
“….”
“5분 만에 제가 너무 많은 걸 알아 버렸네요.”
“하하하….”
“5분만 더 주셨으면 더 많은 걸 알았을지도 모르죠.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한태수가 정말로 재밌는 자식을 뒀구나.”
리니아 황제는 이번에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숨이 넘어가라 웃어 대던 리니아 황제는 한참이 지나서야 웃음을 멈췄다.
“맹랑한데 솔직함은 마음에 드네.”
3분은 진작에 지났다.
아직까지 목은 멀쩡히 붙어 있었다.
나는 담담한 기색으로 리니아 황제의 말을 기다렸다.
“원래 죽일 생각은 없었어. 내가 네 아버지한테 받은 게 많아서 말이다.”
“그랬나요.”
“헌데 우습기는 하구나. 네 아버지는 내 명령을 따랐는데, 너는 그걸 역겹다 하고 있으니. 어때, 아직도 역겹더냐?”
“….”
한태수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돌이켜 보니 후회할 일이 참 많아.’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아라.’
그때는 한시혁과의 일을 말하는 줄 알았다.
후회한다고 했던 것이 이거였나.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뱉었다.
“후회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끝까지 내 눈치는 개같이 안 보는구나, 참.”
리니아 황제는 한숨과 함께 욕설을 뱉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재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혈색이 돌기 시작한 한시혁은 비틀거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랍에서 몇 개의 서류를 꺼내어 책상 위에 툭툭 올려놓은 황제는 그중 하나를 골라 집어 들었다.
리니아 황제는 손짓으로 한시혁을 불렀다.
한시혁이 다가오자, 그녀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명령했다.
“카타블람 미제 사건의 조사를 네 손으로 마쳐라. 한태수도 모르는 자료가 그 안에 들어 있다.”
“예…?”
“보고는 하지 말고. 융통성 있게.”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가 봐야 하는 게 있을 거다.”
떨떠름한 표정도 잠시, 한시혁은 리니아 황제의 서류를 황송하다는 듯 건네받았다.
“너도 이리 오렴. 한태수의 아들.”
그다음, 리니아 황제는 내게 손짓했다.
또 내 목을 가지고 들었다 놨다 할 줄 알았건만. 의외로 그녀가 건넨 건 작은 만년필이었다.
“이게 뭔데요?”
“보통은 황송하단 말이 먼저 나오지 않나. 황제의 하사품인데.”
“…아.”
살면서 황제를 알현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생각해 보니 이미 말대꾸란 말대꾸는 다 한 시점에서 글러처먹은 것 같긴 한데.
일단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이거 맞나?
“감사합니다.”
“한태수가 자식을 참… 단명하기 좋게 길렀군.”
리니아 황제는 혀를 찼지만 더 트집을 잡진 않았다.
이걸로도 부족했나?
뭐, 살았으면 됐지.
리니아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내게 물었다.
“그래, 내가 그 만년필을 네게 왜 하사했다고 생각하지?”
순간, 또 3분의 카운트가 걸릴까 봐 쫄았다.
미친 황제.
사람 어지간히 살 떨리게 해.
나는 숨을 들이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수업 열심히 들으라고 주셨을 리는 없고… 이것도 뭐 아티팩트 같은 거 아닐까요? 희귀한 능력 같은 거 들어가 있는 아티팩트요.”
“…!”
“혹시 흑마법사들 잡을 때 쓰는 건가?”
내 혼잣말에 리니아 황제가 놀란 눈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도 잠시,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뱉었다.
“네 나불대는 주둥아리를 봐선 필히 쓸 일이 생길 거다. 챙겨 둬라.”